오늘은 하은이가 다니는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에서 킨더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하지만 하은이는 오늘 진짜로 졸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졸업식에서 공연(performance)만 같이 하게 되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이유는 이 스쿨에는 한 개의 킨더 클래스가 있는데 이 클래스의 총 25명의 아이들 중, 지난 1년 동안 같은 반에서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들었지만,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2007년 11.1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정식으로 킨더를 졸업하게 되고, 하은이처럼 11월,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2008년생들과 함께 올 9월부터 킨더를 한 번 더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렇게 미리 졸업식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좋은 기회가 아니던가? 나는 하은이가 혹시 같이 졸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속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선생님들이 이미 잘 설득시켜 놓았는지 하은이는 졸업 가운과 모자, 디플로마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의 공연을 즐기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졸업 공연이 열리는 오후 5시가 가까와 오자, 오늘의 공연 장소인 유치원 주차장으로 많은 학부모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킨더가튼 클래스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졸업 공연이 시작되였다. 

 

빨간 바지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하은이도 맨 앞줄에 섰다. 내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드레스를 입혀 준다고 했건만, 굳이 바지를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하은이는 오늘 졸업식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은 여자 아이가 되었다^^

 

정식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5명의 Pre-K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에서는 Pre-K 학생들에게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고 그동안 이 공연을 위해서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을 전할 수 있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하은이도 제 차례가 되자 그동안 공연을 위해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영어로 단 두 문장을 말하는 것인데도 나는 하은이가 혹시나 버벅거릴까봐 내심 노심초사했다는ㅋㅋ 하지만 하은이는 이 엄마를 닮아 무대 체질인지, 연습할 때보다도 오히려 더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을해서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킨더의 졸업 공연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이언 킹'과 '정글북'의 삽입곡 4개를 부르는 것이었는데, 여기 이 날 아이들이 부른 노래 중 하나인  I'm gonna be a mighty king이라는 노래를 동영상으로 올려 본다. 근데 내가 동영상을 잘 안올려봐서 이게 제대로 구현될랑가 모르겠네 ㅎㅎ

여하튼 이 4곡의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지난 한 달간 아이들이 얼마나 맹연습을 하였는지 ㅋㅋ 

 

킨더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곧이어 3 클래스의 프리스쿨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프리스쿨 아이들의 장기자랑까지 모두 끝나자, 드디어 정식으로 킨더의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20명의 킨더 아이들은 밝은 하늘색 가운과 모자를 쓰고 걸어나와 먼저 교장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담임 선생님인 미스 에이미에게 가서 디플로마를 받았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졸업장을 받아든 후 졸업생들이 모자에 달린 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오늘의 졸업식은 끝이 났다. 이에 객석에서는 드디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어린 자녀들을 응원하는 부모들의 함성과 박수가 가득히 울려퍼졌다.

 

다시 Pre-K 아이들이 입장하고 모두들 손을 흔들며 피날레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노래가 끝날 때 즈음, 상자에 가두어 놓았던 비둘기를 풀어주며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지만, 겁많은 우리 하은이는 갑자기 비둘기들이 쏟아져 나오자 무서워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는ㅋㅋ 

 

졸업식 공식 행사가 끝나고 학교 측에서는 간단히 레몬주스와 쿠키를 마련해 주었고, 사람들은 이를 먹으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면서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는 반면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들이었다.

 

하은아, 네가 작년 7월 1일에 이 학교에 왔으니 꼭 1년 동안 이 학교를 다녔구나. 그동안 킨더 클래스의 막둥이로서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이 기억들은 앞으로 너의 인생에서 즐거운 추억들이 될것이야...

내년부터 다니게 될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아마 만만치 않겠지? 우리 각오를 단단히 하자꾸나. (너 한국 가서 공부 못하믄 아주 이 엄마한테 주거써 ㅋㅋ)

 

졸업식 다음 날. 이번 주까지만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다니는 하은이를 위해서 나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하은이가 잠시나마 미국에 살았던 즐거운 기억들을 다시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동안 하은이의 담임 선생님으로서 하은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던 미스 에이미와도 사진을 찍었다.

학부모 상담 때마다 내가 영어를 버벅거리면 그녀는 나에게 자기는 영어 하나 밖에 못하는데 애슐리 엄마는 한국어 이외에 영어를 이정도라도(?)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며 천천히 다시 말해보라고 위로해 주곤 하였는데... 미스 에이미! 이제 애슐리 엄마의 말도 안되는 영어를 들을 일은 없겠군요! ㅎㅎ

 

이제 다음 주부터 하은이는 새로운 학교에서 써머를 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하은이를 위하여 고심 끝에 선택한 학교는 바로 이 곳! 페어몬트 프라이빗 스쿨 되시겠다.

비록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보다 집에서 더 멀고 돈도 더 비싸지만, 이제 나는 하은이에게 더 이상 유치원이 아니라 학교다운 학교에 다니게 해주고 싶었다. 여기는 8학년까지 운영하는 학교인데다 공부도 많이 시킨다고 하니 한 번 다녀 주시겠다^^ 

 

하은아! 여기서 다음 주부터 6주간의 써머 스쿨이 시작된단다. 새로운 선생님은 물론 모두 새로운 친구들이라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겠지만 그런 것도 극복할 줄 알아야겠지?

만일 니가 여길 많이 좋아하면 엄마 아빠는 너에게 앞으로 여기서 정식 킨더를 다니게 해줄까도 생각 중이야.  근데 여긴 투이션이 너무 비싸서 사실 좀 더 고민해 보긴 해야겠다...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너만을 위한 것은 아니잖니?  이제 또래와 놀기를 간절히 원하는 니 동생도 프리스쿨을 보낼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ㅋㅋ 

이제 새로운 학교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 큰 딸의 앞길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며, 갑자기 거룩 모드로 바뀐 엄마의 포스팅은 여기서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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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하은이 유치원에서 마더스 데이 티타임이 있었다.

이전에 다녔던 유치원들에서는 그냥 아이들이 만든 선물만 집으로 보내 주곤 했는데, Westpark Montessori School에서는 엄마들을 학교로 나오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간만에 같은 반 친구들 엄마들을 한큐에 만날 수 있어 좋긴 하였으나, 이런 모임에는 난생 처음으로 참석하는 거라서 과연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기대만 만땅, 하지만 막상 가보니 그냥 엄마들을 쫘악 모아놓고 다과를 나누며 캐쥬얼하게 수다를 떠는 그런 모임이었다.

먼저 요건 학교 측에서 준비한 음료와 과일들. 엄마가 테이블에 가서 앉아 있으면 아이들이 서빙 테이블에서 직접 담아서 엄마에게 가져다 주었다. 집에선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는 우리 하은이도 얼마나 야무지게 서빙을 하던지 ㅋㅋ

 

나는 주은이를 안고 노란 튜울립이 놓여진 테이블에 인도 아이인 소한의 엄마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었는데, 비록 서로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테이블에는 어색한 정적만 흘렀지만^^ 

 

영어를 잘 하는 엄마들은 삼삼오오 같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 바빴다. 아... 이 굴욕!!!  더구나 아이 앞에서 영어가 후달리는 엄마의 모습이란 T.T

 

참! 나는 하은이와 그녀의 새 보이프렌드인 대만계 아이 브랜든과 기념 사진도 찍어 주었다. 둘은 이미 서로 결혼하자고 약속하였기에, 나는 얼마 전 브랜든 엄마와 함께 플레이데잇을 하면서 긴 면담의 시간을 가지기도 ㅋㅋ 나는 그 날 미국에서 25년간 살았다는 pharmacist인 그녀의 말을 거의 70% 이상 알아 듣지 못했다 (영어 못하는 엄마 때문에 우리 하은이가 예비 며느리에서 짤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닌지ㅋㅋ).

 

이 날 마더스 데이 티타임에서 두 딸들의 독사진도 한 컷 씩 찍어 보았다. 사과를 입에 문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하은이와, 언니가 유치원에 다니는 것이 마냥 부러운 둘째 주은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하은이에게 받은 마더스 데이 선물들도 공개한다. MOM을 가지고 자기가 지은 poem과 손수 글씨를 써서 만든 꼬마 쿠션 되시겠다.  

 

그리고 요건 디사이플 한글학교에서 만든 마더스 데이 카드. 하은이는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데 한글 쓰는 수준이 겨우 이 정도다. 아무리 영어와 한글을 같이 배우고 있다지만, 이렇게 한글실력이 구려서야... 앞으로 내가 집에서 한글교육에 좀 신경을 쓰긴 해야겠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마더스 데이가 지나고, 약 한 달 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파더스 데이가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의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은 역시나 특별했다. 킨더가튼 클래스에서는 금요일 오후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아빠들을 모두 초대하여 팝콘과 레몬주스를 먹으면서 만화영화를 보는 즐거운 시간을 준비했다.

오후 2시 반이라는 어정쩡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25명 전부의 아빠들이 대부분 정시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난 깜짝 놀랐다. 어찌 이 아빠들은 예외도 없는겨... ㅋㅋ 하긴 울 남편도  내가 저녁때 5분만 일찍 들어오라면 바빠 죽는다고 늘 거절하면서도, 하은이가 유치원에서 파더스데이 행사를 한다니깐 만사 제쳐두고 2시 반 보다 10분이나 일찍 도착했으니 할 말 다했다^^

글구 엄마들은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는데, 나는 파더스데이 행사가 어떤지 너무 궁금해서 나만 나왔다ㅋㅋ 결과적으로 내가 젤로 극성 엄마인 것처럼 보인 셈이지만, 미스 에이미과 미스 에린은 나와 어린 주은이까지도 반갑게 맞아 주었다. 

교실을 꽉 채운 아빠 부대들의 모습...  반 아이들 25명 중, 차이니즈와 타이와니즈가 합쳐서 10명쯤 되고, 또 인도 사람이 5명쯤 되는데 같은 나라 아빠들 끼리는 서로 인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모습이었으나, 온리 원 코리안 가족인 나와 남편은 쫌 뻘쭘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하은이한테는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인조이하는 척 ㅋㅋ

 

교실 정중간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서 양쪽 다리에 두 딸들을 끼고 앉아 만화 영화 삼매경에 빠져든 남편의 모습. 매일같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또 이렇게 아빠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온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오! 그러나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날도 이제 8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니 힘내시오!!!^^

 

그렇게 약 1시간 가량의 파더스데이 행사가 끝나고 하은이는 환한 웃음과 함께 지난 몇일 간 열심히 준비한 선물을 아빠에게 전달했다. '월드 베스트 대디'라고 쓰여진 예쁘게 색칠한 마우스 패드와 DAD로 시작하는 Poem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poem의 마지막 D는 dangerous라고 썼길래 아빠가 뭐가 위험하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아빠 발목에 상처가 난 걸 보고 위험한 물건들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의미에서 썼다나? 하은아! 꿈보단 해몽이구나 ㅋㅋ

 

평소에 나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을 젤로 싫어했다. 그러한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힘에 부치는 육아노동에 시달려 왔는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아이들의 하녀가 아니라, 휴식도 필요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그런 사람임'을 솔직하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렇게 조부모나 남편,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의 고생과 수고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만 한다. 

내가 직접 해보니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고되고 지리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나의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들여 정성껏 아이들을 키우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아이들은 부모가 기꺼이 치른 그 희생의 가치를 잘 모른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워낙 매사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문제 앞에서 부모님께 의존한 적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할 말 많은 딸이었다.

하지만 자식을 키워보면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그것 자체가 심한 착각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린 시절을 지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기까지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자라왔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늘 내세우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격'도, 엄밀히 말하면 상당 부분 자유롭게 자녀를 키워 주신 부모님으로 인해 형성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섯 살, 두 살짜리 두 딸들과 함께 미국에 건너 와서 마더스 데이, 파더스 데이를 지내면서 나는 요즘 새삼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나를 키우느라 늙고 가난해진 부모 앞에서 입바른 소리나 해대는 딸은 되지 말아야 겠다고,..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무조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여 주지 말자고...

간만에 철든 윤요사가 쓴 진지(?) 모드의 포스팅은 여기서 끄읕~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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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우리 가족은 주일 예배를 마치고 드디어!!! 바우어스(Bowers) 뮤지엄에 다녀왔다.

한 달쯤 전부터 싸우스 코스트 플라자에 쇼핑하러 갈때면, 길거리 가로등마다 이렇게 바우어스 뮤지엄에서 메디치 가문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배너가 곳곳마다 나부끼고 있었다. 게다가 그곳은 키즈 박물관인 키즈세움(kidseum)으로 유명한 바로 그 박물관이 아니던가? 이렇게 지난 한 달동안 바우어스 뮤지엄은 어느새 나의 위시리스트 맨 위쪽으로 쑥쑥!!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 나와 메디치 가문은 나름 깊은(우웩~) 인연이 있다. 내가 23살때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25일간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난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메디치가 저택을 잠깐(자세히 본 것도 아니다ㅋㅋ) 본 순간 어찌나 멋지던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쏘리, 이런 개소린 다 집어 치우고, 다시 본론이다!!!

 

얼바인 바로 옆 도시인 Santa Ana 시에 위치한 Bowers 뮤지엄. 사실 나같은 애들 엄마에게는 뮤지엄 그 자체보다도 이 뮤지엄에서 운영한다는 키즈박물관인 키드세움(kidseum)으로 더 유명할게다. 게다가 나는 몇 달 전, 우연히 이 뮤지엄이 매달 첫번째 주 일요일은 무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그렇다면 당연히 공짜인 날 가야지... ㅋㅋ  '주일예배가 12시 반쯤 끝나니까, 교회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출발하면 약 1시... 우리 교회에서 박물관까지는 차로 딱 10분 거리니깐 1시 10분에 박물관에 도착하구, 박물관이 4시면 문을 닫는다니 그럼 2시간 50분 동안 열나게 놀다와야겠다...'고 미리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우리의 윤요사, 이 날 정말 그대로 움직여주는 기염을 토하심 ㅋㅋ

 

여기다. 바우어스 뮤지엄. 참 이쁘게 생겼다. 솔직히 초현대식 건물에 천편일률적으로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보다는 이렇게 고풍스런 모습의 박물관이 더 운치있지 않은가? 

 

여긴 입장권을 구매하는 데스크. 안내원들이 데스크를 통째로 찍어대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야! 나 이상한 사람 아냐! 나름 파워블로거 윤요사라구! 이거 찍어서 내 블로그 손님들에게 입장료 정보를 가르쳐 주려고 그런단 말야 ㅋㅋ 

주중 요금은 어른 13달러, 주말 요금은 어른 15달러이고, 메디치가 특별전을 보려면 여기에 2달러씩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참! 12살 미만의 아이들은 무료이다. 하지만 솔직히 싼 가격은 아니니 다른 분들도 나처럼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운영되는 프리데이를 활용하면 좋을듯 하다. 아, 하지만 아무리 프리데이라 하더라도 파킹비 6달러는 내야 한다.

 

박물관 안의 메인 홀과

 

복도, 그리고 기념품샵의 모습.

 

사실 바우어스 뮤지엄에서는 메디치 가문 보석전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전시회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직 메디치가 전시회만 유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은 프리데이라 메디치 특별전도 무료이긴 했지만, 전시회장 안에서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이 사진 찍는걸 워낙 엄격하게 제한하는 통에 몰래사진찍기의 대가인 윤요사도 사진 한 장 찍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3~17세기 동안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3명의 교황과 다수의 피렌체 통치자들을 배출하고, 훗날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된 피렌체 가문이 사용했던 각종 보석과 그릇, 호화로운 생활 용품 등을 보니, 그 옛날에도 돈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호화롭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무식한 윤요사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미학적 분석이나 예술적 의미부여를 할 줄은 전혀 모름 ㅋㅋ)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오히려  court yard에서 시작되었다. 바우어스 박물관 안의 풍경들은 다른 박물관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우연히 지나치게 된 '코트 야드'에서 접하게 된 라이브 음악회는 우리 가족에게 있어 기대하지 못했던 큰 선물이었다.

'코트야드'란 안뜰. 그러니깐 성이나 저택 등에서 건물들로 감싸여져 내부에 만들어진 뜰을 의미한다. 오늘 이곳에서는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의 전통 악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콘서트와 전통무용 등이 공연되고 있었다.

멋진 코트야드의 모습.

 

코트 야드 한 켠에서는 각국의 음식과 수공예품이 판매되고 있었고

 

어린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페이스 페인팅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 공연 현장의 열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게다가 관객들의 호응도 어찌나 높은지 비디오로 촬영하는 사람부터 숨을 죽이고 공연을 지켜보다 끝이나면 진심어린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관중들까지, 그 열기는 어느 유명 공연장 못지 않았다.

 

우리 하은이도 아빠의 어깨에 올라가 난생 처음보는 이국적인 악기와 노래, 춤 속으로 흠뻑 빠져 들었다.

 

이제 오늘의 진짜 목표(?)인 키드세움으로 가보자. 여긴 똑같이 바우어스 뮤지엄에서 운영하는 키즈박물관이지만 뮤지엄의 메인 건물과는 좀 떨어져 있다. 하지만 차로 이동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코트 야드를 빠져나와 약 3,4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여기도 원래는 1인당 6달러의 입장료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도 무료란다! 아싸라비야!

 

키드세움은 모두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1층의 모습부터 구경해 보자. 

참! 이 키드세움의 컨셉은 아이들에게 각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음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취지인 듯 했다.  

 

하지만 그런 컨셉이나 취지 따위를 알아챌 리 없는 우리 하은이는, 그저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탈바가지도 써보고, 구식 마차도 타보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고고학적 컨셉의 룸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으며

 

각국의 전통의상들을 입어볼 수 있는 스테이지도 구비되어 있었다. 아마도 드레스 갈아입기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이 놀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 아닐까?^^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2층은 '아트 앤 크래프트'를 위한 전용 공간이었는데, 오늘도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 나와서 아이들이 직접 크래프트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자신만의 '러시안 어니언 돔'을 만들어 보는 것이란다. 난 언제나 이 키세스 초컬릿 모양의 지붕을 영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했는데, 이걸 어니언 돔이라고 부르나 보다. 하긴 키세스 초컬릿이 나오기 전에는 요 지붕을 양파 모양이라고 볼 수도 있었겠다 ㅋㅋ (와아~ 오늘 윤요사, 분석력 쩐다 ㅋㅋ)

 

하은이가 자신만의 러시안 어니언 돔을 만들고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긴 2층 한켠에 마련된 크래프트 전시장. 하지만 수준이 그닥 높지 않은 걸 보니 여기서 운영하는 아트 클래스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인가보다.  

 

그리고 그 옆 책상에서 우연히 한국 것으로 보이는 작은 병풍 비스무리한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끝으로 오늘도 아침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낸 윤요사의 독사진 한 컷.

울남편, 이 사진을 찍고 난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제 넌 어떻게 찍어도 별로 예쁘게 안나온다며 조만간 바지가 터지겠다나...  그래, 내가 요즘 피트니스에서 폼나게 '운동'하는게 아니라, 집구석에서 맨날 '노동'만 하고 있어서 살이 좀 쪘다. 어쩔래? 그리구 이 바지가 살짜쿵 배기팬츠 디자인이라 엉덩이랑 허벅지가 커보이는 거거덩? 이라고 애써 변명을 하고 싶지만... 그러나 나도 안다. 갈수록 하체비만이 심각해져 이제는 바지가 터지기 직전임을 ㅋㅋ

 

에잇! 인정할 건 쿨하게 인정하자. 그래! 나 미국와서 3년 반동안 아이들 낳고 키우느라 살은 뒤룩뒤룩, 영어는 전혀 못한다. 됐냐?

이제 슬픈(?) 신경질은 그만 부리구,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마무리하련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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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소박하게 데스칸소 가든(Descanso Gardens)에 다녀왔다. 원래는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에 여행가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지만 아직은 쌀쌀할 것 같아서 시애틀 여행은 인디펜던스 데이 즈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엔 그냥 하루 코스로 가족끼리 소박한 나들이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데스칸소 가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하지만 2년전, 불볕 더위에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헌팅턴 라이브러리에 갔다가 말 그대로 '개고생'을 했던 생각에 나는 그동안 'XX 가든'이라는 곳들은 몽조리 피해 오던 터였다. 하지만 그 사이 시간이 꽤나 흘러 아이들은 조금이나마 더 자랐고, '헌팅턴 라이브러리 앤 가든'에서 개고생했던 제작년 8월과는 달리 지금은 아직 5월 말이니깐 이번에는 '가든 개고생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스칸소 가든은 La Canada Flintridge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도시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내가 여행했었던 파사데나(Pasadena)와 바로 인접한 곳에 있어서 찾아가는 길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얼바인의 우리 집에서 딱 한시간(정확히 말하면 58분^^) 걸려서 도착했으니, 얼바인 주민들은 이 점 참고하셔도 좋겠다.   

 

주차장에 차를 댄 후, 데스칸소 가든으로 들어가는 입구 모습. '맴버스 온리'라고 써 있는 줄이 따로 있는 걸 보니, 여기도 나름 애뉴얼 패스가 있나부다^^

 

여기 입장료 안내판도 참고하시길. 가든을 다 둘러본 후 드는 생각은, 파킹비가 없으니 이 정도면 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가이디드 트램 투어를 하진 않았고(사실 여기는 가이디드 투어를 할만큼 넓지도, 그리고 대단하지도 않다^^), 대신 여기에 나와 있진 않지만 아이들을 위한 트레인을 탔는데 트레인 가격은 1인당 3달러였더랬다.

 

입장료를 내고 메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기프트 샵이 나온다. 여기를 지나가면

 

이렇게 귀여운 동화 속 숲속나라 같은 전경이 안구를 정화시켜 준다. 초록색은 바라보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나보다.

 

그리고 바로 오른편으로 정말 작고 귀여운(혹은 구린?) 기차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기차를 보는 순간, 애걔? 내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기차가 겨우 요거야? 하는 실망이 밀려왔지만, 하은이와 주은이는 지 수준에 꼭 맞는 기차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좋아 난리가 났다.

 

그렇게 대충 기차를 타고 한 10분 정도(어쩌면 더 짧았을 수도 있다 T.T) 가든을 둘러 본 후, 이번에는 로즈 가든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제철이 아닌지 장미꽃이 그닥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싱그러운 나무 냄새와 곳곳에서 뛰노는 토끼며 다람쥐, 그리고 도마뱀 등을 보며 무슨 비밀의 화원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가든 곳곳에는 작은 연못들이 많이 있었는데 물 속에는 잉어들이 춤을 추고 물 위에는 수면식물들이 유유히 부유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평화롭게 느껴졌다. 나무와 풀이 가득한 파크야 얼바인에도 많이 있다만, 이렇게 운치있는 숲속 연못들은 거의 없어서 그런지, 하은이와 주은이는 연신 연못가에 있는 돌바닥에 주저 앉아 연못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가 별로 덥지 않아서 선선하게 가든을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는데, 그 밖에도 이벤트 운도 따라 주어서 더욱 즐거운 날이 되었다.

데스칸소 가든에서는 매주말마다 숲속 원형 극장에서 각종 이벤트를 여는데, 사실 나는 인터넷으로 미리 이 이벤트를 확인하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서 표를 살때 딸 아이가 두명 있다고 했더니 안내원이 오늘 11시 반에 숲속 원형극장에서 '뷰티 앤 더 비스트' 뮤지컬이 있다고 알려 주는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시간에 맞춰 원형극장에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녀와 야수'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 하은이는 쇼가 시작되자마자 급흥분 모드로 빠져들었다(하은아! 너는 아직도 판타지와 현실의 구분이 이토록 안된단 말이냐! 쯧쯧^^)

뮤지컬 내내 스피커 옆에 앉으신 덥수룩한 수염의 성우 아저씨(한국 마당극에서의 '변사' 정도 되는 것 같다)는 과장된 감정 몰입으로 시종일관 아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아 주었고, 또 금발의 하피스트 아줌마는 적절한 순간마다 하프로 음향 효과를 넣어 주어 극의 재미를 돋워 주었다.

 

등장인물은 완존 간단하다. 저기 흰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주인공 벨이고 거기에 그 아버지와 벨을 괴롭히는 두 자매, 그리고 야수가 전부다 ㅋㅋ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과 원형극장을 꽉 메운 수준높은 관객들 때문에 공연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쇼가 끝나고 등장인물들이 꼬마 관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워낙 줄이 길어서 우리 가족은 그만 스킵!^^

 

그리고 우리는 이벤트가 열린 원형 극장 바로 옆에 위치한 재패니즈 가든으로 향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에도 재패니즈 가든과 차이니즈 가든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재패니즈 가든이 있네... 하지만 일본식 기와를 얹은 정자에 연못과 오렌지색 브릿지 정도가 전부여서 그리 감동적이진 않았는데, 어서 코리안 가든도 하나 들어왔음 좋겠다^^ 

 

이제 마지막으로 Boddy House로 가보자. 나무가 울창한 이런 숲길을 따라서 가든의 안쪽으로 주욱~ 들어가면

 

예전에 이 가든의 주인이었던 Boddy의 호화저택이 나온다. 사실 내가 뉴포트비치에서 하도 호화저택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여길 보고 그닥 많이(?) 놀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집이 1930년대에 지은 집이고 방이 22개나 된다니 그 당시엔 무~지 호화저택이었을 것 같긴 하다 ㅋㅋ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진과 함께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해 놓은 안내벽이 눈에 띈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1953년에 Boddy가 LA 카운티에 데스칸소 가든을 팔았고, 1966년에 재패니즈 가든이 생겼으며, 2007년이 데스칸소 가든 50주년이었단다.

 

이제 역사 공부는 그만하고, 저택을 좀 둘러보자. 하긴 이렇게 부자이니 정원도 가꿀 여유가 있었을테지. 나는 먹고 살기 바빠서 우리 집에 붙은 코딱지만한 backyard도 관리하기 힘든데 말이다 ㅎㅎ

 

Boddy House 옆에는 이렇게 Sturt Haaga Gallery라는 작은 갤러리도 하나 있는데

 

갤러리 안은 뭐 이렇게 소소하게 아기자기했구

 

갤러리 밖의 작은 정원도 사진찍기에 딱 좋게 꾸며져 있었다.

 

끝으로, 오늘 아이들과 함께 정원 이곳 저곳을 거닐면서 찍은 예쁜 꽃 사진들을 몇 컷 올려 본다. 나는 원래 사진 찍는 솜씨가 젬병인데다 오늘은 내 전용 싸구려 디카마저도 안가져가서(울 남편 왈, 내가 블로거이기를 포기했다나ㅋ). 모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아래 나비가 꽃에 앉아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렇게 숲속 나라에 취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를 훌쩍 넘겨 버렸다. 원래 나는 데스칸소 가든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인근 아케디아 시의 유명 맛집인 '딘타이펑'에 가려고 했는데, 애들이 피곤했는지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버려서 차에서나마 길~게 자라고 얼바인 인근의 부에나팍까지 내려와서 그곳에 있는 '세븐쓰 홈'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세븐쓰 홈! 작년에 오픈 소식이 들릴 때부터 그동안 맨날 와야지, 와야지...하고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오게 됐다. 실내도 꽤 넓은 편인데 안은 벌써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우리는 패티오가 있는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젤로 맛있다는 세븐쓰 홈 3총사(해물 스타게티와 철판 볶음 우동, 그리고 클럽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역시 소문대로 모두 손색없이 맛있었는데, 내가 메인 메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여기의 하이라이트인 조각케익과 팥빙수, 카페라떼 등 디저트를 흡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뭐 오늘만 날이겠는가? 조만간 또 와서 너희 디저트 3총사들도 모두 폭풍 흡입해주마. 우하하~ ^^

 

끝으로 데스칸소 가든에 다녀온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7살 미만의 아이들과 함께 하루 코스로 나들이 가기에는 정말 최고라는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아이들을 데려가면 별로 놀 것이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아마도 '헌팅턴 라이브러리 앤 가든은 샌디에고 주에, 그리고 데스칸소 가든은 산타애나 주에 비유하면 딱이 아닐까 싶다. 꽤 큰 아이들과 함께 넓고 볼 것이 많은 정원을 가고 싶다면 헌팅턴 라이브러리로, 그리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아담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정원을 가고 싶다면 데스칸소 가든으로 고고씽하면 좋을 것 같다.   

아유... 윤요사, 누가 비교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또 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났다. 그럼 여기서 순전히 '윤요사지맘대로이자 싸구려B급감성으로 갈겨쓴' 여행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ㅋㅋ 모두들 해브 어 굿 데이~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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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차를 몰고 얼바인 인근 도시인 앨리소 비에호(Aliso Viejo) 근처의 프리웨이를 지나갈 때면, Soka University라고 쓰여진 간판이 자주 보이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무슨 대학 이름이 저래? 도대체 소카 유니버시티가 무슨 뜻인감? 혹시 석가모니의 석가를 영어로 저렇게 쓰남?'이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내가 젤로 좋아하는 공짜 잡지인 OC family라는 잡지에서 우연히 이 소카 유니버시티에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그래서 '아하! 이번 기회에 축제도 즐기고 어떻게 생긴 대학인지 캠퍼스도 한 번 둘러 볼겸 가족들과 함께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드디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5월 4일 토요일이 되자, 나는 한글학교를 마친 하은이를 잽싸게 픽업한 후, 가족들과 함께 축제가 열리는 소카 유니버시티로 차를 몰았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나의 황금같은 토요일을 소비(?)하기 위하여 도착한 소카 대학교의 정문은 이렇게 평범했다. 하지만 꽤나 유명한 축제인지 많은 차들이 입구로 줄줄이 들어가고 있긴 했다.  

 

학교 입구에 붙어 있던 축제 현수막. 아니! 이런 쬐끄만 지역 축제에 무슨 주차비가 10달러나 한단 말이냐? 프리 어드미션 좋아하네... 썅!!! ㅋㅋ

 

하지만 파킹 스트럭쳐에 차를 세우고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이유는 그동안 내가 어느 캠퍼스 투어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 즉 대학교 메인 빌딩 앞에 요렇게 수영장 같기도 하고 연못 같기도 한 것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 매우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캠퍼스 입구로부터 메인 빌딩으로 최단거리에 들어가려면 물 중간에 놓인 이런 작은 길을 건너서 가야 하는데 내가 직접 걸어가 보니, 마치 모세가 출애굽할때 하나님께서 홍해 바다를 가르사 히브리 백성으로 하여금 바다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셨다고 쓰여진 성경 구절이 생각날 만큼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하은이, 주은이도 그 길 중간에서 기념 사진 한 컷! ㅋㅋ 어제 내가 아이들에게 세트로 사준 9달러짜리 검은 구두가 압권이다^^

 

참! 메인 빌딩으로 가려면 이렇게 물 중간을 가로질러서 가도 되지만, 아니면 물가를 따라서 양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원형 길을 따라가도 되는데, 양 옆의 길들은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수백여명의 벤더들이 각각 자기 파라솔을 펴고는 국적불명(?)의 상품들을 파는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그렇게 메인 빌딩 앞으로 건너 오니, 건물 앞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각종 문화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아니라서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메인 빌딩 뒤쪽의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잔디밭에는 아이들을 위한 점프 하우스와 슬링 샷 등 여러 대의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알고보니 모든 놀이기구는 공짜가 아니라 10분에 3달러나 하는 초고가(?)의 놀이기구였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태프들이 바쁜 틈을 타서 하은이만 3달러를 내고 표를 사주고 아직 어린 주은이는 슬쩍 끼워 넣어서 아이들에게 10여분 동안 점프 하우스를 즐기게 해 주었다^^

 

그리고 점프 하우스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들을 잔디밭에 앉히고는 준비해 온 홈런볼과 초컬릿 우유를 꺼내 주며 잠시 허기도 채워 주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넓은 잔디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북적이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먹으니 시종일관 매우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밖에도 쿨레이(진흙) 직접 만들기 코너와,

 

그림 그리기 코너 등 다양한 체험 행사들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나에게 제일 좋았던 건, 바로 이렇게 바닥에 초크(chalk)로 그림을 그리는 경연대회를 보는 것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캠퍼스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그림들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벽에다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바닥에 초크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아예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이 취미도 꽤나 동호인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도 나의 취미인 십자수(음... 천방지축 윤요사의 이미지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군. 하지만 사실임 ㅋㅋ)를 가지고 얼바인에서 동호회나 한 번 조직해 볼까나?^^

 

우리 가족의 5월 첫째 주 주말은 이렇게 지나갔다. 비싼 디즈니랜드에 가는 대신, 소카 유니버시티의 구린 페스티벌이나 다녀온 주말이었지만, 그래도 주차비 10달러와 점프 하우스비 3달러만 내고 거의 두 시간도 넘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으니 꽤나 경제적이고 알찬 여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ㅋㅋ 

게다가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나는 하은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주은이는 아직 정신이 없으니 주은이의 어린이날 선물은 그냥 스킵! ㅋㅋ), 최근 내 마음에 꽂힌 name train을 선물로 사주기로 했다. 하은이의 영어 이름인 애슐리 이니셜과 양 옆의 기차 세트까지 나무와 자석으로 만든 총 8개 피스인데, 아마존닷컴에서 택스 포함 37달러에 살 수 있었다. 보통 장난감 가게에서는 개당 6달러 정도 하니 아마존이 꽤 싼 편인듯 하다.

지금은 하은이 방이 따로 없는 관계로 그냥 부엌에 있는 장식장 위에 올려 놓기로 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 주게 되면 이 네임 트레인을 하은이 방 서랍장 위에 올려 줄 계획이다.

 

P.S. 참! 소카 유니버시티의 캠퍼스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집에 오자마자 소카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내 예상대로 이 대학은 부띠즘(불교)에 기반하여 설립된 대학이란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soka의 의미가 진짜 '석가'라는 의미가 맞나보다. (뜨아~ 난 이제 정말 돗자리 깔아야겠다. 어찌 이렇게 상상력이 뛰어나단 말이냐? ㅋㅋ) 

이제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고만 마무리할란다. 디 엔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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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 소리로 귀국을 앞둔 주재원 부인네들의 귀국 쇼핑 목록 1순위는 그릇과 가구, 명품백이라고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직 아이들이 어린 고로 '아이들 영어책'이 쇼핑 목록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내년 2월에 한국으로 영구귀국하게 되면 하은이는 바로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될텐데, 한국에 가서도 여기서 배운 영어를 조금이라도 유지시켜 주려면(사실 너무 어릴 때 살아서 별로 기대도 안한다만^^)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영어책을 읽게 하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이기에, 나는 여기서 가능한 한 영어책을 많이 사가지고 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킨더 수준의 하은이가 보는 그림책들은 글씨도 몇 줄 없는 것이 가장 싼 게 3.99 달러부터 비싸게는 권당 10달러를 호가하니 무작정 많이 사주기에는 돈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구입하는 나름대로의 세 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첫째, 온동네 거라지 세일은 다 찾아 다니면서 헌책을 사들인다(거라지 세일에서의 책 값은 보통 권당 50센트 전후이다). 둘째, 막내 아이가 초등학교 4,5학년(그러면 1.2학년용 책들이 더이상 필요없게 된다)정도 되는 지인들에게 찾아가 나에게 책을 도네이션하기를 강권하고 그 대가로 밥을 사주거나 소정의 선물을 안겨준다. 셋째, 중고책 샵을 이용한다(중고책 샵은 책의 상태에 따라서 상태가 양호한 책은 2달러, 조금 지저분한 책은 1달러 정도 한다). 

나는 이 세가지 방법을 통해 최근 거의 수백권의 책을 헐값에 사들이는 기염을 토했는데, 우선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얼바인 인근 라구나 힐스(Laguna Hills)시에 위치한 한 중고책 샵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난 이렇게 규모가 큰 중고책 샵은 미국 와서 첨 봤더랬다.

 

 

내부에는 나처럼 알뜰한(?) 엄마들이 많이 와서 알찌감치 책을 고르고 있었다.

 

책은 독자들의 연령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내가 찾는 프리스쿨, 킨더 학생용 책코너 되시겠다.

책은 상태나 두께에 따라서 가격은 1달러와 2달러로 나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1달러 짜리 책만 공략하는 초절정 짠순이 전법을 구사해 주었다.(하은아, 미안하다. 책은 더럽냐 깨끗하냐가 절대 중요치 않아.  그냥 종이 위에 글씨가 인쇄된 건 다 좋은 책이란다.ㅋㅋ) 

 

이 날, 내가 중고샵에서 업어온 7인의 용사들(?). 한 권에 1달러씩, 7권에 7달러 주고 샀다. 내가 주은이 들쳐 업고 미친듯이 먼지 쌓인 책들과 씨름한 결과, 하은이가 젤로 좋아하는 팬시 낸시 시리즈와 핑클리셔스 시리즈도 몇 개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요 한국 책 50여권은 아는 엄마에게서 50달러를 주고 산 하은이의 첫번째 전집 되시겠다. 나는 여태까지 한국 책이든 영어 책이든 한 번도 전집을 구입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한창 한국말 배우기에 열 올리는 하은이를 위해서 권당 1달러를 주고 이렇게 중고 한국책도 전집도 마련했다.  

 

참! 서점이 아니라 코스트코(COSTCO)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4월, 코스트코에서는 하은이의 페이버릿인 Fancy Nancy와 Amelia Bedelia 시리즈를 각각 7권 세트로 9.99달러에 기획 판매했었다. 원래 한 권당 3.99짜리인데 7권에 9.99라니 대박세일이 아닐 수 없다. 참! 이런 정보는 코스트코 잡지의 북섹션에 미리 나오기 때문에 체크해 놓았다가 장보러 갔을 때 사오면 좋다.

 

그리구 매직 트리 하우스 챕터북과 브레인 퀘스트도 같이 세일하길래 큰맘 먹고 구입했다. 요즘 하은이 유치원에서는 매주 매직 트리 하우스 시리즈를 읽어 주는데 하은이가 어찌나 흥미진진해 하는지... 아마도 요 시리즈가 요즘 미국에서 제일 인기있는 챕터북이 아닐까 생각한다(순전히 내 사견이다 ㅋㅋ)

 

그리고 지난 주 열린 하은이 유치원 북페어에서 특별 세일가로 데려온 레인보우 매직 시리즈까지~ (요것도 7권에 35짜리를 20불에 데려왔다 ㅋㅋ) 

 

결국 지난 한 달여간의 나의 피나는 노력(?)으로, 텅 비었던 우리집 3단 책장이 이렇게 꽉차게 되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당 ㅋㅋ 

 

 

 하지만 지를 우등생으로 만들기 위한 엄마의 이 피나는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당연히 모르겠지만, 아니 관심도 없겠지만^^), 우리 하은이는 언제나 체력 증진만 도모하거나

 

어리디 어린 지 동생이랑 만날 소꿉장난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저 많은 책을 다 읽으려면 밤새워 읽어도 부족한 판국에 말이다ㅋㅋ

 

엄마가 지금은 동생 뒤치닥거리가 워낙 많아서 걍 참고 있지만, 한국에서 할머니가 오시는 7월부터는 각오해라, 민하은! 이 엄마가 할머니께 주은이 맡겨 두고 그때부턴 완전 스파르타로 달라 붙어서 하루에 적어도 열 권씩은 독파시켜 줄테다.  알겠느뇨? ^^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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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간만에(실은 늘상?^^) 지인들과 브런치를 먹으러 돌아 다니면서, 얼바인 인근에 위치한 괜찮은 브런치 레스토랑을 몇 곳 발견했다. 허나 요즘 한국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는 멋드러진(?) 브런치 레스토랑들에 비하면, 사실 이곳 미국의 브런치 레스토랑들은 굉장히 소박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윤요사, 그 와중에서도 나름 시크한 곳들을 몇 곳 발견했으니... 쨔잔~ 

처음 소개할 레스토랑은 바로 얼바인 남쪽에 위치한 레이크 포레스트시에 있는 ROCQ 되시겠다. 나는 이 날 간만에 간지 한 번 지대로 내보겠다며, 덩치만 큰 베라크루즈를 내팽개치고는 대신 친한 언니의 뚜껑이 열리는 벤츠 스포츠카를 얻어 타고 바람에 미친듯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ROCQ에 도착했더랬다 ㅋㅋ 

 

레스토랑 외관은 이렇게 평범하다못해 심지어 별 볼 일 없지만서도

 

내부는 나름 시크하다. 손글씨로 칠판에 정성들여 쓴 메뉴들 하며

 

양쪽 벽면과 천정을 녹색 풀의 이미지로 흰색과 녹샐을 대비시켜 심플하게 꾸민 것도 내 맘에 쏘옥 들었다.  

 

여긴 파니니와 마카롱이 유명하다니 그건 당연히 주문해 주시고... 내가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처음 나온 커피는 많이 진한듯 했다. 그러니 어지간히 카페인에 내성이 생긴 아줌마가 아니라며 연하게 타달라고 부탁하는 건 필수일 듯^^

아, 나는 파니니 이외에 Quiche도 시켰는데 이것 탁월한 괜찮은 선택이었다. 마카롱 역시 거북하게 달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런 맛이 났다.

 

다음 소개할 레스토랑은 역시 얼바인 인근의 오렌지 시에 있는 Bruxie라는 곳이다. 와플이 유명하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 갔는데, 나는 음식을 시키기는 커녕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레스토랑이 특정 건물에 입점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노상(길가)에 위치한 노천카페 컨셉이기 때문이었다.

하긴 여기 캘리포니아처럼 매일같이 날씨가 좋은 곳에서는 이런 노천카페 컨셉도 괘찮긴 하겠다. 하지만 만약 한국 같았으면 너무 추워서 혹은 비가 자주 와서라도 이런 컨셉은 잘 먹히지 않을게다ㅋㅋ 

 

여기선 그냥 영화관 앞 부스에서 영화표를 구입하듯이 이렇게 서서 음식을 주문한 후에

 

바로 옆 공터 같은데 놓인 파라솔 벤치에 앉아서 따사로운 했살을 만끽하며, 그리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차들과 사람들을 바라 보며 가볍게 와플을 먹어 주면 그걸로 끝이다 ㅎㅎ 

 

이 날 내가 시킨 메뉴는 스트로베리 레몬 와플과 무슨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형 와플이었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나중에 내가 누군가에게  Bruxie 가서 이걸 먹고 왔다고 얘기했더니 그건 별로 맛이 없는 메뉴란다. 진짜 유명한 건 따로 있다는데 그 메뉴 이름은 까먹었다ㅎㅎ 그러니 내 블로그 독자들은 나중에 여기 가게 되면 점원에게 제일 인기있는 메뉴가 무엇인지 꼭 물어보고 먹길 바란다^^

참! 여긴 앤틱 거리로 유명한 오렌지시 올드 타운과도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우니, 여기서 와플을 먹고 나서 천천히 걸어가서 고풍스럽고 볼 것 많은 앤틱 거리를 구경해도 참 좋겠다.

 

끝으로 또 다른 얼바인 인근 도시 중 하나인 엘리소 비에호(Aliso viejo)에 위치한 '오리지날 팬케익 하우스'란 곳도 소개하련다. 위에 소개한 두 레스토랑이 나름 세련된 컨셉이라면, 여기는 정통 미국식 팬케익 하우스라고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여기서 식사하는 동안 바로 창문 밖으로 이렇게 말을 키우고 승마를 배우는 매우 미국적인 광경을 볼 수 있겠는가!

 

위치만 그런 게 아니다. 레스토랑 내부도 정말 군더더기 없이 딱 미국식 레스토랑의 모습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 사진을 보고 손님들이 별로 없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사실 이곳은 30분에서 1시간씩 줄을 서서 먹을만큼 매우 유명한 곳인데 단지 이 날 내가 평일 오후, 그것도 늦게 갔기 때문에 사람이 별로 없었을 뿐이니깐^^

 

여기의 최고 메뉴는 메뉴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애플 팬케익'과 '더치 베이비'라고 한다.

 

나는 이 날 더치 베이비와 베지터블 오믈렛을 시켜 먹었는데, 특히 이 더치 베이비! 정말 장난 아니게 맛있다. 별로 달지도 않으면서 입에 착착 감기는 그 맛이란!!! 생긴건 무슨 분화구처럼 못생겼지만, 가운데 사진처럼 시럽과 버터를 적절히 바른 후, 먹기 좋게 잘라 먹으면 킹!왕!짱! 맛있다.

 

그리구 베지터블 오믈렛! 이 크기와 두께를 좀 보시라. 우리 주은이 얼굴보다도 더 크고 두께는 족히 10센치는 될 것 같다. 게다가 맛도 아주 훌륭했다.

 

끝으로 오믈렛을 입에 가득 문 우리 주은이와 엄마의 인증 샷까지... ^^

 

얼바인 안에도 맛있는 브런치집들이 많지만, 나는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인근 도시들을 헤매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나를 팔자 편한 여편네라고 속단하진 마시길! 이렇게 맛집을 탐험을 하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 남편의 아침식사는 물론, 점심 도시락까지 싸서 출근시키고, 주은이를 데이케어에 보낼 돈이 아까워서 27개월이나 된 과년한 처자(?)를 매일 껌딱지처럼 데리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으므로! ㅋㅋ

그럼, 오늘의 내멋대로 내맘대로인 맛집 탐방기도 이만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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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의 첫 날. 빅베어 레이크에 다녀온지가 벌써 한 달이나 되었는데 오늘에야 그 포스팅을 하려니 새삼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밀린 포스팅을 올리려면 갈 길이 멀기에 거두절미하고 빅베어 레이크 포스팅, 바로 시작하련다.  

레이크 애로우헤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금 차에 올랐다. 빅베어 레이크가 코 앞인데 목적지를 앞에 두고 얼바인으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두 호수 간의 거리는 약 30마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꼬불꼬불 산길이다보니 차로 열심히 달렸는데도 약 45분 이상이 걸려 우리는 겨우 빅베어 레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4월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산 정상에는 눈이 덮여 있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그것도 4월 초에 이렇게 icd capped mountain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다(우리가 빅베어 레이크로 향하는 길목에는 아직도 스키장과 아이스 튜빙장이 운영 중에 있었으나 사실 눈은 그리 많지 않았더랬다).

 

여기가 빅베어 레이크다. 애로우헤드 호수보다 훨씬 더 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랄까... 그러니까 애로우레드 호수는 깔쌈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다면, 빅베어 레이크는 크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애로우헤드 레이크에서 보았던 고급 별장들까지는 아니지만, 이곳에도 호수를 배경으로 곳곳에 운치있는 랏지와 캐빈 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제 빅베어 빌리지로 가보자. 애로우헤드 호수의 빌리지는 호수와 붙어 있었지만, 빅베어 레이크의 빌리지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져 자리잡고 있었다.

애로우헤드 호수 빌리지는 뭔가 있어 보이는 서래마을이나 가로수길의 이미지라면,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는 약간 신촌이나 신림 사거리의 느낌이랄까(쯧쯧... 윤요사, 아무렇게나 끼워 맞추기는 ㅋㅋ) 

 

여긴 비지터 센터. 하지만 여기서 받은 책자보다는

 

길거리 게시판에 붙어 있던 이 빅베어 만화 지도가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누가 이렇게 이쁘게 빌리지 지도를 그려놨을꼬~ 그대는... 센스쟁이!

 

빅베어 빌리지의 거리 풍경. 애로우헤드 레이크 빌리지의 그것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황량하면서도 뭔가 미국적인 냄새가 풍긴달까...

 

아이들은 여기가 빅베어인지 애로우헤드인지 개념도 없으면서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를 신나게 돌아 다녔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 이처럼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끼?  겉으로는 아이들이 부모의 피와 땀을 빨아먹고 성장하는 것 같지만, 요즘들어 나는 오히려 부모들이 아이들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곳은 내가 아이들만 없었다면 꼭 시도해봤을 세그웨이(Segway)와 짚라인(Zipline) 샵. 내 오늘은 그냥 지나쳐 가지만, 나중에 애들 다 키우고 다시 여기 올 때는 반드시 트라이해주마 T.T

 

그리고 여긴 오늘 빌리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던 한 아이스크림 가게.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보니, 마치 아이스크림 어린이 왕국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천정에는 칙칙폭폭 장난감 기차가 돌아가고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에서나 보았을 법한 각종 초컬릿과 쿠키와 아이스크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나도 정신없이 가게 안을 구경하다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오랜 자동차 여행에 지쳤을 우리 아이들 생각에 얼른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 하지만 하은이와 주은이, 한 개 가지구 나눠 먹게 했더니 서로 조금이라도 더 얻어 먹으려고 난리가 났다^^(미안하다. 얘들아, 사실 이 엄마가 돈이 없는 게 아니구, 이게 다 어릴적부터 경쟁심과 승부욕을 키워주려는 엄마의 큰 뜻 때문이란다 ㅋㅋ)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좀 더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를 걸으면서 오늘의 빅베어 레이크 여행을 접기로 했다. 끝으로 빅베어 여행 인증샷으로 곰조각상과 함께 찍은 사진 두 컷 올리련다.

좀전에 애로우헤드 빌리지의 코치 아울렛에서 170달러를 주고 구입한 핫핑크 트렌치 코트를 입고 곰돌이에게 똥침을 가한 장난꾸러기 엄마와

 

길가의 곰돌이 벤치 위에서 포즈를 취한 귀여운 두 딸들의 모습.

 

우리는 오늘 빅베어에서 그 유명하다는 스키도 아이스 튜빙도 집라인도, 그리고 보트 낚시도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호수와 빌리지를 거닐며 한가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어른들끼리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여행 즐거움의 70%도 채 만끽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의 체력은 물론, 낮잠 스케줄과 똥 치우는 일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신없을테고 우리 가족의 미국 생활은 내년 2월이면 끝날 것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는 곳을 100% 다 보고 또 다 느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런 나만의 여행을 계속 계획하고 또 실행해 나갈테다.

힘내라, 윤영란!  너는 어린이 동반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여행사 '두근두근 얼바인'의 명가이드 윤영란이 아니더냐!!! ㅋㅋ 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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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 사과마을 줄리안에 다녀온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아침 일찍부터 다시금 분주하게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우리의 윤요사, '오늘은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동안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레이크 애로우레드와 빅베어 레이크를 반드시 찍고 돌아올테다'라고 되뇌이며, 항상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퀭한 눈빛으로 돌아다니곤 했던 나는, 간만에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강한 포스를 뿜어내며 행동을 개시했다ㅋㅋ

혹자들은 빅베어가 겨울에는 스키를 타거나 아이스 튜빙(tubing)을 하고 여름에는 짚라인(zipline)이나 보트 타기, 혹은 낚시를 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스키를 젤로 싫어하는데다 또 12월마다 한국에 들어가다보니 눈구경을 하도 많이 해서 미국에서까지 오돌오돌 떨면서 눈구경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햇빛 쨍한 날, 공기 좋은 산속으로 들어가 시원한 호수 위에서 배도 타보고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곳에서 실컷 노닥거리고 싶어서 굳이 눈이 다 녹고난 이 시즌을 택해 봤다.

먼저 우리 집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레이크 애로우헤드 빌리지를 네비게이션에 찍으니 약 두 시간 가량이 걸린단다. 그래, 바로 고고씽이다!  그렇게 우리는 저 아래 보이는 흡사 대관령 꼬부랑길 같은 산길을 약 두시간 가량 쉼없이 달려, 산봉우리를 덮은 구름이 층층히 내려다 보이는 해발 수천미터에 이르렀을 즈음, 

 

드디어 이런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잠깐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들렀다가, 다시 빠져나와서 우회전 방향으로 달려서 빅베어 레이크까지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먼저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도착했다.

 

여기다. 레이크 애로우헤드 빌리지!

나는 도착한 순간 입이 쫙 벌어졌다. 이렇게 높은 산 위에 그리고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이토록 멋진 호수와 세련된 빌리지가 자리잡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본 빌리지 모습, 호수가를 걸으며 쳐다 본 빌리지 모습 그리고 멀리 호수 위 페리호에서 바라본 빌리지 모습. 전부 다 아름다웠다. 

 

게다가 얼라들을 위한 펀 파크와 놀이터까지도 있단 말이냐! 아싸라비야! ㅎㅎ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먼저 비지터 센터를 방문하여 맵과 소개 책자를 받아들었다. 이제 오늘의 투어를 시작해 볼까나?

 

게다가 레이크 애로우헤드가 빅베어 마운틴에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귀여운 곰돌이 조각상이 파크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 주었다.

 

그림같이 예뻤던 빌리지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 속에 담아봤다. 먼저 전체적인 풍경들부터~ 

 

다음은 빌리지의 양 옆으로 들어서 있던 다양한 샵들.

 

그리고 그중에서 그 규모와 엄청난 물량에 깜짝 놀랐던 코치 아울렛 매장까지. 현금이 풍부한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코치를 아예 박스로 사간다는 소문대로, 코치 팩토리 매장은 역시나 가격 할인폭도 큰데다 다른데서 볼 수 없는 물건들도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이 화장실 간 틈을 타서, 50% 세일하는 핫핑크색 트렌치 코트 하나 잽싸게 업어왔다ㅎㅎ(나중에 울 남편, 마누라가 자기 몰래 질러댈까봐 불안해서 샵 앞에서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겠다고 ㅋㅋ)

 

참! 빌리지 입구의 센터 스테이지에서는 때마침 이스터를 맞이하여 이스터 바니와 함께 사진 찍는 이벤트가 한창이었고 멋진 모자와 조끼를 착용한 웬 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에 바빴다. 

 

여긴 아이들을 위한 펀 파크 되시겠다. 시원한 호수를 바라다보며 메리 고 라운드는 물론 미니 골프와 기차, 카트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지만 아주 실한 놀이동산이었다.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도 이 놀이동산에 어찌나 열광하던지, 아침부터 아이들 깨워서 데려와 미안해했던 내 어깨도 괜시리 으쓱해졌다^^

 

이제 빌리지와 펀파크를 지나, 본격적으로 레이크 애로우헤드를 즐길 시간이다.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보니, 나도 모르게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님 미국까지 와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게 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설명할 수 없는 기쁘고 뭉클한 마음이 순식간에 몰려 왔다. 

 

이제 배가 슬슬 고프다. 우리는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한 벨지안 와플 집에 들어갔다. 다른 레스토랑과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이던 패티오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더니 실내 인테리어도 이렇게 고급스럽고 아늑하다.

 

우리는 웨이트리스가 추천하는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와플과 햄버거를 먹었는데 모두 굿굿! 

 

맛난 와플을 뱃 속에 저장했으니 이제는 페리 퀸 타고 호수 투어에 나서볼까나? 표 가격이 어른 16달러, 아이 12달러이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만, 그래도 오늘 기분 째지신 우리의 윤요사, 과감하게 표를 사주시었다!

 

우리가 탈 페리 퀸의 모습.

 

밖은 조금 조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부는 나름 근사하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 나레이션과 함께 능숙하게 배롤 운전하던 이 멋쟁이 마도로스 아자씨 덕분에 우리는 즐겁고 쾌적한 구경을 할 수 있었더랬다.

 

이제 내가 배 안에서 찍은 호수 주변 고급별장의 사진들을 감상해 보자.

선장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헐리우드 배우들이나 유명 운동선수들은 여기에도 어김없이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다(야! 너희들은 뉴포트 비치에도 별장 여러 채 갖고 있더니, 여기 산속마을까지 들어와서 또 부동산질 하고 있냐?  부럽당 ㅋㅋ).

 

 

그리고 모든 별장들이 이렇게 어김없이 개인 요트 선착장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선장님 말씀에 의하면 이렇게 좀 호화로운 별장들은 보통 방이 15개 이상에 화장실만 10개가 넘는다는데, 소시민인 나로서는 도대체 개인별장이 왜 그렇게 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누군가가 콘도를 지어서 분양하거나 아님 그걸 분양받으면 더 경제적일텐데(하긴 별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닥 경제적이진 않지만 ㅋㅋ). 난 지금의 방 3개 짜리 집도 충분히 크더만 ㅋㅋ (쯧쯧... 윤욧, 이렇게 뼛속까지 생각이 빈티나서야 ㅋㅋ)

 

환상적이었던 보트 투어를 마치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한 안목있는 아트 갤러리였다. 한국으로 돌아갈때 예쁜 그림이나 사진 좀 사가야겠다며 야심차게 한 번 들어가 봤는데, 그 가격이 어찌나 세던지 나는 바로 깨갱거리며 문닫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봤다. 저기 걸려 있는 비싼 그림들이 다 무슨 소용이야? 좋은 풍경, 예쁜 모습들은 이미 내 머릿 속에, 그리고 여기 내 싸구려 디카 속에 다 담았는걸... 라고. 마치 여우가 먹지 못한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못먹는 포도일게야... 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긴 우린 거기서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오늘 해가 지기 전, 빅베어 레이크까지 뛰기로 마음 먹었으니깐. 우리는 그렇게 다시 애마 베라크루즈에 올라 탔다. 그리고 빅베어 레이크를 향해 다시 힘차게 차를 몰았다.

(빅베어 레이크는 다음 편에...)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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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스터가 돌아왔다. 내가 그동안 이스터를 많이 기다린 이유는 (뭐 홀리한 기독교인이라서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이 다른 미국 회사들에 비해서 그나마 관대하게 주는 휴가가 바로 이스터 휴가이기 때문이다(다른 회사들은 대개 토,일 이외에 하루만 더 휴가를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현대차는 금,월까지 이틀이나 휴가를 주기 때문에 잘 만하면 3박 4일 휴가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지난 몇주간 나는 야심차게 요세미티&샌프란시스코 3박 4일 코스를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제자훈련을 받고 있어 신앙심이 뻗친(^^) 울 남편이 일주일 전, 부활절 예배는 물론 부활절 전 한주 동안 드려지는 고난주간 새벽기도와 성금요 저녁예배까지 빠지지 않고 드리고 싶다는 너무도 홀리한(?) 제안을 나에게 걸어온 고로, 겉으로는 불량신자이나 알고 보면 목사님 딸인 우리의 윤요사,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여 금요일은 사과마을 줄리안에, 토요일은 레이크 애로우헤드와 빅베어 레이크에 다녀 오기로 재빠르게 코스를 급변경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었다. 우하하~ 윤요사의 이 놀라운 적응력!ㅋㅋ

그렇게 코스를 급변경하여 출발하게 된 사과마을 줄리안. 미리 가본 사람들로부터 어느 정도 입소문을 들어온데다 사전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하루 코스 일정을 머리 속에 싹 그리고 출발한 여행이었건만, 얼바인으로부터 편도 두 시간, 도합 왕복 네 시간의 여행에 어린 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오는데에는 굉장한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기뻐하셨는지 해발 2000미터 이상의 산속마을이었는데도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따뜻한 날씨와, 가고 오는 길이 전혀 막히지 않는 축복을 주셨던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얼바인에서 약 1시간 정도 남쪽으로 향하는 프리웨이를 달리고 칼스베드 부근부터는 점차 좁아지는 꼬부랑 산길을 1시간 가량 더 달려, 우리는 딱 두시간만에 줄리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Julian은 시티 이름인데 10월 첫째 주는 사과 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꼭 그 시기에 가지 않아도 맘스 파이라는 매우 유명한 애플파이 가게가 위치해 있고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사과주스(cider) 공장은 물론, 오래된 흥미로운 박물관과 멋스러운 앤틱 샵, 그리고 미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거리가 있어 아무 때라도 가볼만하고 생각된다.

참! 만약 이 고즈넉한 마을이 대부분의 미국 관광지들이 그러하듯이 너무 넓고 볼 것 또한 드문드문하게 존재한다면 그건 좀 문제인데,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줄리안의 메인 스트릿은 매우 짧고 모든 볼 것들은 쫙! 몰려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누리는데 있어서 4시간이면 떡을 친다(뭐냐, 이 속된 표현은ㅋㅋ).

 

우리가 차를 세우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바로 줄리안 시청. 표지석을 보니 1870년부터 있었던 마을이라는데 얼바인에 비하면 정말 그 역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여기서 줄리안 시의 소개 책자 한 권씩 받아 챙겨 주시고,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을 둘러보기~ 시작!

 

아, 참!  우리 아이들이 시청 계단 난간에 걸터앉아 찍은 사진 한 컷.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진이 참 맘에 든다. 하은이는 언니답게 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고 주은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난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쩍벌녀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유~ 이 깨물어 먹어도 시원치 않은 귀여운 것들 ㅋㅋ

 

타운 홀 옆에 있는 주민 게시판들을 보니 무슨 퀼트 강습을 한다는 소식부터 집을 판다는 내용까지 별별 게시물들이 많다.  3베드의 근사한 2층 집이 월 1200달러에 나와 있는걸 보니, 줄리안의 부동산 시세는 얼바인에 비해서 정말 싼 걸 ㅋㅋ

 

시청에서 맵을 받아든 뒤, 우리는 약 150년 전 골드러시를 따라 줄리안 마을을 개척했던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으로 향했다. 겉은 이렇게 초라해 보이지만 안은 참 볼게 많았다. 만일 이 포스팅을 보고 줄리안을 방문하실 분들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길 강추한다^^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간만에 독사진 한 컷. 우악~ 머리도 부스스한데다 사진 찍어준 울 남편 말마따나 이젠 정말 레깅스 바지가 터지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현재의 내 모습을 사랑하련다 ㅋㅋ

 

그리고 박물관 입구에서 포즈를 취한 나의 두 보물들까지.

 

이곳은 박물관 내부 모습. 원래 박물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우리의 윤요사, 파워블로거가 되기 위한 야욕(?)에 관리자의 감시를 틈타 떨리는 손으로(ㅋㅋ 걸릴까봐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당) 사진 몇 장 찍어봤다.

약 150년 전부터 개척자들이 줄리안에 정착하며 살게 된 소중한 자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당시의 사람들이 쓰던 가구들과 식기, 옷이며 책, 사냥도구는 물론 실감나는 동물 박제까지 세월을 거스른 삶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세월의 흔적을 느꼈으니 다시 현재의 삶 속으로 돌아와 볼까나?

정원은 물론 실내 디스플레이까지 참으로 예뻤던 앤틱 샵. 말이 앤틱샵이지 남이 쓰다만 오래된 물건을 판다기보다는 '앤틱풍의 가구 및 소품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낫겠다. 어쨌든 이런 산골 마을에 이렇게 안목있는 앤틱샵이 있을 줄이야! 

 

앤틱샵 앞마당에서 우리의 윤요사, 터질듯한 다리 샷을 제거하고 상반신 샷만 다시 한 번 시도해 봤다(비록 울 남편은 이러나 저러나 구린 건 마찬가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만ㅋㅋ). 돈 아끼려고 내 손으로 자른 어설픈 앞머리 하며, 어정쩡하게 어깨까지 자라 제멋대로 뻗쳐 버린 뒷머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맘에 드는 구석이 없어져 버린 외모이건만, 그래도 뭐 어쩌랴, 나중에 한국가서 돈 좀 들이면 괜찮아지겠지 모. 우하하~

사실 내 모습 뒤로 보이는 저 두 것들만 없었어도 내 외모가 이렇게 구려지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래도 아이 둘과 지지고 볶는 지금의 삶이 그리 싫지는 않으니 나두 이제 아줌마가 다 되었나부다 ㅎㅎ

 

어이~ 우리 두 딸들! 이제 제발 철 좀 드세요! 둘째는 빨랑 기저귀 좀 떼고, 첫째는 어서 밤에 혼자 잠 좀 자고! 아랐지?

 

쥔장은 안의 디스플레이도 굉장히 깔끔하게 해 놓으셨다. 게다가 맘씨 좋게 생긴 백인 아줌마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오느라 힘들었겠다며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도 아끼지 않으셨다.

 

이방 저방 둘러보며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멋지게 꾸미고 살자며 쓴웃음을 지으면서 앤틱샵을 나온 우리 부부는 이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속 줄리안의 메인 스트릿을 조용히 걸어 보기로 했다. 산속 마을 줄리안에서 우리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지난 3년간 남편은 바쁜 회사 생활로 그리고 나는 아이들 라이드와 살림, 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서로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 날, 우리가 즐겼던 줄리안의 고즈넉한 거리 풍경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이는데도 그래도 여기가 관광지이긴 한가부다. 이처럼 관광객들을 위한 말이 끄는 마차들이 가끔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저 마차를 타지 않으리. 맨날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가 이렇게 가족끼리 모처럼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다니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그렇게 몇 십분을 걸었을까... 걸어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시장기가 몰려온다. 이젠 줄리안 마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맘스 파이 하우스에 들러볼 시간이다. 미국 3대 파이 집이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애플파이가 정말로 그렇게 맛있는지 오늘 이 몸이 몸소 검증해 주시겠노라.^^ 

 

인터넷에서 검색할때는 정말이지 건물 밖까지 줄이 길게 늘어선 진풍경의 사진들이 많았는데, 오늘이 이스터 직전 금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회사들이 아직 일을 하는 고로 줄리안 전체는 물론 이 유명한 파이집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늘 같은 날 휴가를 준 현대차미국기술연구소(HATCH)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ㅋㅋ

레스토랑 안은 이렇게 그림처럼 예뻤다. 그냥 무미건조하게 테이블만 좌악 깔아놓고 공장에서 애플파이 찍어내듯 미친듯이 팔아대서 돈을 많이 벌수도 있었을텐데, 주인장은 역시 멋을 나는 사람인가보다. 이렇게 가게 안을 아기자기하게 장식한 것도 모자라 여백의 미를 많이 추구한 걸 보니 말이다^^

 

가게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우리는 판매원의 추천을 받아 이 가게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파이 두 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는 아이들을 위하여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참! 옆의 저 애플 주스! 정말 세상에서 먹어본 애플 주스 중에 젤로 맛있었다. 단것을 무지 싫어하는 울 남편도 사이다와 애플파이가 정말 맛있다면서 종이 그릇째 싹싹 먹어치웠다.

하지만 이 맘스파이 사장님은 장인정신만 있을 뿐 사업감각은 없나부다. 얼바인에 분점을 내면 저기 85도씨 베이커리는 저리가라 할만큼 최고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텐데... 그리고 그 프랜차이즈는 사업필 충만한 내가 운영하면 진짜 좋으련만 ㅋㅋ

 

여기, 애플파이 앞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울 남편과 두 딸의 모습.

 

이제 배도 불렀으니 2차 산책에 들어가 봐야겠다. 뭐하는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까 12시 정오에 마을 전체에 멋진 종소리를 울려펴지게 했던 줄리안 히스토릭 소사이어티와,

 

 

줄리안의 메인 스트릿에 위치한 아담한 호텔,

 

그리고 제법 많은 종류의 물건을 파는 복합 상가(?)까지 우리 줄리안에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그뿐인가. 이런 산속마을에 드레스가 왜 필요한지 몰라도, 무슨 드레스 샵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엠포리움도 짱짱한 볼거리를 과시하고 있었다.

 

하아~ 신선놀음을 마쳤으니 이제 속세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하산 하기전 줄리안 기념품들을 좀 사가야겠기에 우리는 여기서 젤로 유명한 사이다 가게에 들렀다.

 

여기서는 사과잼이나 사과주스는 물론 과일을 그 자리에서 직접 말려 팔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 과일을 넣어 만든 젤리도 파는데 우리는 교회 순장,순모님께 드릴 사과주스 2병과 우리 가족을 위한 사과 주스 2병을 사서 차에 몸을 실었다.

 

다시 얼바인으로 돌아오는 길. 비록 간만의 여행에 몸은 많이 지쳤고, 아이들은 이미 곯아 떨어졌지만, 나는 덕분에 차길 양 옆으로 펼쳐진 넓은 구릉에서 소와 말, 그리고 그림같은 축사들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작년 11월 말 땡스기빙 휴가에 자이언 브라이스 캐년에 다녀온 이후 꼭 4개월만의 가족 여행. 그것도 하루 코스의 짧은 여행에 불과했지만 오늘 줄리안 사과마을 여행은 아마도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비록 차 개스비와 박물관 입장료 4달러, 그리고 싸구려 애플파이 두 개 밖에 안 사먹은 저렴한(?) 여행이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그 어떤 명소에 다녀온 것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던 그런 여행으로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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