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어제 사과마을 줄리안에 다녀온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았지만 우리 가족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아침 일찍부터 다시금 분주하게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우리의 윤요사, '오늘은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동안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레이크 애로우레드와 빅베어 레이크를 반드시 찍고 돌아올테다'라고 되뇌이며, 항상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퀭한 눈빛으로 돌아다니곤 했던 나는, 간만에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강한 포스를 뿜어내며 행동을 개시했다ㅋㅋ

혹자들은 빅베어가 겨울에는 스키를 타거나 아이스 튜빙(tubing)을 하고 여름에는 짚라인(zipline)이나 보트 타기, 혹은 낚시를 하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스키를 젤로 싫어하는데다 또 12월마다 한국에 들어가다보니 눈구경을 하도 많이 해서 미국에서까지 오돌오돌 떨면서 눈구경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저 햇빛 쨍한 날, 공기 좋은 산속으로 들어가 시원한 호수 위에서 배도 타보고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곳에서 실컷 노닥거리고 싶어서 굳이 눈이 다 녹고난 이 시즌을 택해 봤다.

먼저 우리 집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레이크 애로우헤드 빌리지를 네비게이션에 찍으니 약 두 시간 가량이 걸린단다. 그래, 바로 고고씽이다!  그렇게 우리는 저 아래 보이는 흡사 대관령 꼬부랑길 같은 산길을 약 두시간 가량 쉼없이 달려, 산봉우리를 덮은 구름이 층층히 내려다 보이는 해발 수천미터에 이르렀을 즈음, 

 

드디어 이런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좌회전해서 잠깐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들렀다가, 다시 빠져나와서 우회전 방향으로 달려서 빅베어 레이크까지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먼저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도착했다.

 

여기다. 레이크 애로우헤드 빌리지!

나는 도착한 순간 입이 쫙 벌어졌다. 이렇게 높은 산 위에 그리고 이렇게 깊은 산 속에, 이토록 멋진 호수와 세련된 빌리지가 자리잡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본 빌리지 모습, 호수가를 걸으며 쳐다 본 빌리지 모습 그리고 멀리 호수 위 페리호에서 바라본 빌리지 모습. 전부 다 아름다웠다. 

 

게다가 얼라들을 위한 펀 파크와 놀이터까지도 있단 말이냐! 아싸라비야! ㅎㅎ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먼저 비지터 센터를 방문하여 맵과 소개 책자를 받아들었다. 이제 오늘의 투어를 시작해 볼까나?

 

게다가 레이크 애로우헤드가 빅베어 마운틴에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귀여운 곰돌이 조각상이 파크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 주었다.

 

그림같이 예뻤던 빌리지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 속에 담아봤다. 먼저 전체적인 풍경들부터~ 

 

다음은 빌리지의 양 옆으로 들어서 있던 다양한 샵들.

 

그리고 그중에서 그 규모와 엄청난 물량에 깜짝 놀랐던 코치 아울렛 매장까지. 현금이 풍부한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코치를 아예 박스로 사간다는 소문대로, 코치 팩토리 매장은 역시나 가격 할인폭도 큰데다 다른데서 볼 수 없는 물건들도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이 화장실 간 틈을 타서, 50% 세일하는 핫핑크색 트렌치 코트 하나 잽싸게 업어왔다ㅎㅎ(나중에 울 남편, 마누라가 자기 몰래 질러댈까봐 불안해서 샵 앞에서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겠다고 ㅋㅋ)

 

참! 빌리지 입구의 센터 스테이지에서는 때마침 이스터를 맞이하여 이스터 바니와 함께 사진 찍는 이벤트가 한창이었고 멋진 모자와 조끼를 착용한 웬 할아버지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에 바빴다. 

 

여긴 아이들을 위한 펀 파크 되시겠다. 시원한 호수를 바라다보며 메리 고 라운드는 물론 미니 골프와 기차, 카트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지만 아주 실한 놀이동산이었다.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도 이 놀이동산에 어찌나 열광하던지, 아침부터 아이들 깨워서 데려와 미안해했던 내 어깨도 괜시리 으쓱해졌다^^

 

이제 빌리지와 펀파크를 지나, 본격적으로 레이크 애로우헤드를 즐길 시간이다.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보니, 나도 모르게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님 미국까지 와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게 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설명할 수 없는 기쁘고 뭉클한 마음이 순식간에 몰려 왔다. 

 

이제 배가 슬슬 고프다. 우리는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한 벨지안 와플 집에 들어갔다. 다른 레스토랑과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이던 패티오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더니 실내 인테리어도 이렇게 고급스럽고 아늑하다.

 

우리는 웨이트리스가 추천하는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와플과 햄버거를 먹었는데 모두 굿굿! 

 

맛난 와플을 뱃 속에 저장했으니 이제는 페리 퀸 타고 호수 투어에 나서볼까나? 표 가격이 어른 16달러, 아이 12달러이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만, 그래도 오늘 기분 째지신 우리의 윤요사, 과감하게 표를 사주시었다!

 

우리가 탈 페리 퀸의 모습.

 

밖은 조금 조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부는 나름 근사하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 나레이션과 함께 능숙하게 배롤 운전하던 이 멋쟁이 마도로스 아자씨 덕분에 우리는 즐겁고 쾌적한 구경을 할 수 있었더랬다.

 

이제 내가 배 안에서 찍은 호수 주변 고급별장의 사진들을 감상해 보자.

선장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헐리우드 배우들이나 유명 운동선수들은 여기에도 어김없이 별장을 소유하고 있었다(야! 너희들은 뉴포트 비치에도 별장 여러 채 갖고 있더니, 여기 산속마을까지 들어와서 또 부동산질 하고 있냐?  부럽당 ㅋㅋ).

 

 

그리고 모든 별장들이 이렇게 어김없이 개인 요트 선착장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선장님 말씀에 의하면 이렇게 좀 호화로운 별장들은 보통 방이 15개 이상에 화장실만 10개가 넘는다는데, 소시민인 나로서는 도대체 개인별장이 왜 그렇게 커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누군가가 콘도를 지어서 분양하거나 아님 그걸 분양받으면 더 경제적일텐데(하긴 별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닥 경제적이진 않지만 ㅋㅋ). 난 지금의 방 3개 짜리 집도 충분히 크더만 ㅋㅋ (쯧쯧... 윤욧, 이렇게 뼛속까지 생각이 빈티나서야 ㅋㅋ)

 

환상적이었던 보트 투어를 마치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한 안목있는 아트 갤러리였다. 한국으로 돌아갈때 예쁜 그림이나 사진 좀 사가야겠다며 야심차게 한 번 들어가 봤는데, 그 가격이 어찌나 세던지 나는 바로 깨갱거리며 문닫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 봤다. 저기 걸려 있는 비싼 그림들이 다 무슨 소용이야? 좋은 풍경, 예쁜 모습들은 이미 내 머릿 속에, 그리고 여기 내 싸구려 디카 속에 다 담았는걸... 라고. 마치 여우가 먹지 못한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못먹는 포도일게야... 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긴 우린 거기서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오늘 해가 지기 전, 빅베어 레이크까지 뛰기로 마음 먹었으니깐. 우리는 그렇게 다시 애마 베라크루즈에 올라 탔다. 그리고 빅베어 레이크를 향해 다시 힘차게 차를 몰았다.

(빅베어 레이크는 다음 편에...)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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