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차를 몰고 얼바인 인근 도시인 앨리소 비에호(Aliso Viejo) 근처의 프리웨이를 지나갈 때면, Soka University라고 쓰여진 간판이 자주 보이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무슨 대학 이름이 저래? 도대체 소카 유니버시티가 무슨 뜻인감? 혹시 석가모니의 석가를 영어로 저렇게 쓰남?'이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내가 젤로 좋아하는 공짜 잡지인 OC family라는 잡지에서 우연히 이 소카 유니버시티에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그래서 '아하! 이번 기회에 축제도 즐기고 어떻게 생긴 대학인지 캠퍼스도 한 번 둘러 볼겸 가족들과 함께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드디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5월 4일 토요일이 되자, 나는 한글학교를 마친 하은이를 잽싸게 픽업한 후, 가족들과 함께 축제가 열리는 소카 유니버시티로 차를 몰았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나의 황금같은 토요일을 소비(?)하기 위하여 도착한 소카 대학교의 정문은 이렇게 평범했다. 하지만 꽤나 유명한 축제인지 많은 차들이 입구로 줄줄이 들어가고 있긴 했다.  

 

학교 입구에 붙어 있던 축제 현수막. 아니! 이런 쬐끄만 지역 축제에 무슨 주차비가 10달러나 한단 말이냐? 프리 어드미션 좋아하네... 썅!!! ㅋㅋ

 

하지만 파킹 스트럭쳐에 차를 세우고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이유는 그동안 내가 어느 캠퍼스 투어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 즉 대학교 메인 빌딩 앞에 요렇게 수영장 같기도 하고 연못 같기도 한 것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 매우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캠퍼스 입구로부터 메인 빌딩으로 최단거리에 들어가려면 물 중간에 놓인 이런 작은 길을 건너서 가야 하는데 내가 직접 걸어가 보니, 마치 모세가 출애굽할때 하나님께서 홍해 바다를 가르사 히브리 백성으로 하여금 바다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셨다고 쓰여진 성경 구절이 생각날 만큼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하은이, 주은이도 그 길 중간에서 기념 사진 한 컷! ㅋㅋ 어제 내가 아이들에게 세트로 사준 9달러짜리 검은 구두가 압권이다^^

 

참! 메인 빌딩으로 가려면 이렇게 물 중간을 가로질러서 가도 되지만, 아니면 물가를 따라서 양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원형 길을 따라가도 되는데, 양 옆의 길들은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수백여명의 벤더들이 각각 자기 파라솔을 펴고는 국적불명(?)의 상품들을 파는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그렇게 메인 빌딩 앞으로 건너 오니, 건물 앞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각종 문화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아니라서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메인 빌딩 뒤쪽의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잔디밭에는 아이들을 위한 점프 하우스와 슬링 샷 등 여러 대의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알고보니 모든 놀이기구는 공짜가 아니라 10분에 3달러나 하는 초고가(?)의 놀이기구였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태프들이 바쁜 틈을 타서 하은이만 3달러를 내고 표를 사주고 아직 어린 주은이는 슬쩍 끼워 넣어서 아이들에게 10여분 동안 점프 하우스를 즐기게 해 주었다^^

 

그리고 점프 하우스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들을 잔디밭에 앉히고는 준비해 온 홈런볼과 초컬릿 우유를 꺼내 주며 잠시 허기도 채워 주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넓은 잔디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북적이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먹으니 시종일관 매우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밖에도 쿨레이(진흙) 직접 만들기 코너와,

 

그림 그리기 코너 등 다양한 체험 행사들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나에게 제일 좋았던 건, 바로 이렇게 바닥에 초크(chalk)로 그림을 그리는 경연대회를 보는 것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캠퍼스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그림들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벽에다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바닥에 초크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아예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이 취미도 꽤나 동호인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도 나의 취미인 십자수(음... 천방지축 윤요사의 이미지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군. 하지만 사실임 ㅋㅋ)를 가지고 얼바인에서 동호회나 한 번 조직해 볼까나?^^

 

우리 가족의 5월 첫째 주 주말은 이렇게 지나갔다. 비싼 디즈니랜드에 가는 대신, 소카 유니버시티의 구린 페스티벌이나 다녀온 주말이었지만, 그래도 주차비 10달러와 점프 하우스비 3달러만 내고 거의 두 시간도 넘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으니 꽤나 경제적이고 알찬 여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ㅋㅋ 

게다가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나는 하은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주은이는 아직 정신이 없으니 주은이의 어린이날 선물은 그냥 스킵! ㅋㅋ), 최근 내 마음에 꽂힌 name train을 선물로 사주기로 했다. 하은이의 영어 이름인 애슐리 이니셜과 양 옆의 기차 세트까지 나무와 자석으로 만든 총 8개 피스인데, 아마존닷컴에서 택스 포함 37달러에 살 수 있었다. 보통 장난감 가게에서는 개당 6달러 정도 하니 아마존이 꽤 싼 편인듯 하다.

지금은 하은이 방이 따로 없는 관계로 그냥 부엌에 있는 장식장 위에 올려 놓기로 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 주게 되면 이 네임 트레인을 하은이 방 서랍장 위에 올려 줄 계획이다.

 

P.S. 참! 소카 유니버시티의 캠퍼스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집에 오자마자 소카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내 예상대로 이 대학은 부띠즘(불교)에 기반하여 설립된 대학이란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soka의 의미가 진짜 '석가'라는 의미가 맞나보다. (뜨아~ 난 이제 정말 돗자리 깔아야겠다. 어찌 이렇게 상상력이 뛰어나단 말이냐? ㅋㅋ) 

이제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고만 마무리할란다. 디 엔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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