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플라자 비스타 스쿨. 이 학교는 킨더부터 8학년까지 운영하고 있는는 공립학교이다. 집에서 그렇게도 가깝건만 정작 내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질 않으니 학교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들어갈 수 없었고, 괜히 들어갔다가 혹시나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까봐(그것도 영어로!^^) 두려워서, 나는 그동안  맨날 운동장에 가서 산책만 죽도록 하고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학교 안에 처음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이번 한 주 동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들 책 출판사인 스콜라스틱(Scholastic) 출판사에서 이곳 플라자 비스타 스쿨에 와서 북페어를 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근방에 사는 친한 언니가 오늘 이 북페어에서 학부모 발렌티어를 한다기에, 나도 얼씨구나 하고 언니를 따라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봤다. 

먼저 학교 건물 입구 모습.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학교 앞 게시판에 북페어 소식도 적혀 있다.  

 

이건 얼바인의 초등학교 건물마다 대부분 붙어 있는 타일 그림. 아마도 학생들이 하나씩 만들어서 이렇게 붙인 것 같은데, 나는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도 그리고 왜 이런걸 붙여서 장식해 놓는지도 잘 모르겠다(혹시 아시는 분들은 좀 알려주시길^^)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자. 학교 안 사진 촬영도 당연히 사회통념상(?) 선생님들이 좋아할 리 없지만 나처럼 미국 공립 초등학교 내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다시 도둑고양이처럼 몰카에 도전했다 ㅋㅋ(사실 더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괜히 선생님들에게 사진 찍는거 걸렸다가 영어도 못하는데 이상한 취급 받는게 싫어서 몰래쿵 찍었더니 사진 퀄리티가 열라 구리다 T.T) 

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멋진 라이브러리가 있었다는 것. 예전에 우리네가 다니던 한국의 시커먼 시멘트 빛깔의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기자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여긴 북페어 현장. 같이 간 언니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 안 라리브러리의 책꽂이들을 잠시 치워 놓고 이렇게 제법 넓은 북페어 공간을 마련했단다.

북페어에는 언니를 포함한 여러 PTA 멤버들이 발렌티어로 참여했는데, 북페어를 준비하는 그들의 손길 속에서 자녀 교육을 향한 엄마들의 열정은 세계 어디나 다 똑같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여기서 책을 판매하여 생기는 수익금의 20%는 학교를 위해서 쓰여진다니 학부모회 멤버들이 팔 걷어 붙이고 나설만도 하다.^^ 

 

나같이 책을 사고 싶은 학부모들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책을 살 수도 있고, 킨더부터 8학년까지로 구성된 재학생들도 각각 클래스별로 시간을 정해서 책을 사러 오기도 한단다.

 

나는 당연히 이제 막 영어로 어설프게나마 책을 읽기 시작한 하은이를 위하여 easy reader 섹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은이가 좋아할 법한 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최대한 디즈니 캐릭터와 관련된 공주풍 책은 자제하고, 한 페이지당 서너줄 정도의 영어 글씨가 들어간 책들을 위주로 신중하게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내가 집으로 데려온 책들 되시겠다. 킨더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Pinkalicious와 Fancy Nancy 시리즈, 그리고 나를 닮아 개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하은이에게 친근한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 클리포드 시리즈를 선택했다.

 

사실 더 많은 책을 고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새 책을 사는 일을 요즘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킨더 아이들이 읽는 책은 상대적으로 그림이 많고 글자 수는 적기 마련인데 아무리 싼 책도 새 책은 3.99달러 정도는 한다. 그런데 글씨가 적어서 빨리 읽는 반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애들은 금방 질리기 때문에 돈 값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동네 거라지 세일을 돌면서 중고 킨더 책을 수집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운좋게도 10권을 1달러에 파는 거라지 세일을 발견해서 자그마치 30권을 샀는데도 겨우 3달러 주고 사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런 맛을 자꾸 보게 되면 북페어 같은데서 새 책은 절대 살 수 없다 ㅋㅋ

 

나같이 킨더 아이들용 영어 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step into reading 시리즈. 나도 물론 여러 종류의 책을 읽히지만 요 시리즈가 젤로 쉽고 가격도 싸다 ㅎㅎ  하은이도 첨에는 스텝 1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스텝 2도 곧잘 읽어서, 한 두 달 후면 스텝 3에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컸다. 이제 미국 나이로 각각 다섯 살과 두 살이 된 내 보석들. 

 

하지만 이 보석들은 요즘 나를 엄청 귀찮게 한다. 하은이는 매일 저녁마다 나에게 계속 책을 읽어 달라고 성화이고, 주은이는 매일 아침마다 언니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 달라고 난리이기 때문이다.

야, 이년들아! 니 에미는 책을 계속 계속 읽어줘도 목이 안아픈 무슨 로봇인줄 아냐?  이 엄마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니 아빠 아침밥 차리고 도시락 싸면서 하루를 시작해서, 저녁밥 차리고 설겆이까지 다하고 나면 정말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단 말이다.

그리구 주은이! 지금 니 언니가 다니는 유치원이 얼만줄 알아? 월 1200달러가 넘는다, 요것아! 지금 니 언니 거기 보내느라,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밤낮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지 알긴 하는겨? 하긴 그런 걸 알면 애도 아니다만 ㅋㅋ

 

그래도 난 요즘 '첫째 아이에게는 사랑 빼고는 다 해주고, 둘째 아이에게는 사랑만 준다'는 명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직장 다니면서 첫 아이를 키우던 시절, 나는 너무 힘들어서 큰 아이에게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사랑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많은 장난감과 책을 사주었고, 여기서도 비싼 교육비를 아낌없이 투여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둘째, 정말 한 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안해준다. 옷은 다 언니가 입던 거 입히고, 장난감도 다 언니 침 묻은 것만 안 닦고 다시 준다. 하은이가 지금 주은이 또래일때 환장하고 다녔던 짐보리도 주은이는 전혀 보내지 않는다. 왜냐구?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는 좀 더 가능성이 많은 니 언니한테 올인해야 하거든 ㅋㅋ

이렇게 나의 피곤한 하루는 잘도 흘러 간다. 아이 둘과 부대끼면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밥하고 애들 씻기면서...아이들 책 읽어줄 새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없는 중에 갈겨쓴(?)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대충 마무리해야겄다. 서둘러 디 엔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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