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큰 딸 하은이가 다니는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에서 킨더가튼 클래스 주최로 사이언스 페어가 열렸다. 뭐 얼마나 대단한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인비테이션이 집으로 배달되고 월초마다 배부되는 가정통신문에도 대서특필(?) 되는 등 그 준비가 대단했더랬다 ㅎㅎ

그러나 정작 그 대단한 준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우리 하은이는 내가 너희 클래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싸이언스 페어가 도대체 뭐냐고 물어 보니, 자기는 '싸이언스'가 뭔지도, 그리고 '페어'가 뭔지도 잘 모른단다^^ 

하긴 그런 거 잘 모르면 뭐 어떤가? 그저 아이들이 무슨 행사이든 이렇게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또 여러 부모님들 앞에서 자신있게 발표하는 매너를 연습을 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한거지 ㅋㅋ

 

어쨌든 싸이언스 페어 당일, 나도 늦지 않게 주은이를 데리고 하은이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10분 전. 하은이 클래스 문이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오직 문에 붙은 이 공지 사항만 볼 수 있을 뿐!^^  

 

하지만 궁금한 건 도저히 못참는 우리의 윤요사, 부모님들이 아이들 반을 몰래 들여볼 수 있게 마련되어 있는 작은 룸(물론 유리에 특수코팅 처리가 되어 있어서 교실 안에서는 이 룸을 들여다 볼 수 없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뭐하고 있는지 살펴 본다.

안에서는 싸이언스 페어 리허설이 한창이었는데, 저기 일어선 아이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빨간 옷을 입은 삐삐머리가 내 큰 딸 하은이 되시겠다. 

 

정확히 3시. 드디어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부모들을 끌고 교실안으로 들어갔다.

교실 입구 한 켠에는 아이들이 이렇게 정성껏 팝콘을 컵에 담아 놓았다. Seal Foundation(물개 보호 재단)에 도네이션 하기 위해서 한 컵당 25센트씩 내고 먹으란다. 나는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가 사이언스 페어 내내 7컵이나 먹어치우는 바람에 졸지에 2달러를 기부하게 되었다 ㅋㅋ

 

싸이언스 페어가 시작되기 전, 두 자매를 앉혀 놓고 먼저 기념 사진 한 컷!

오늘은 두 아이가 자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1년 전 올드 네이비 클리어런스 세일에서 각각 5달러씩 주고 산 핑크색 원피스를 세트로 입혀 봤다.

 

사이언스 페어게 대한 엄마, 아빠들의 관심도 매우 뜨거웠다. 오후 3시라는 어정쩡한 시간에 하는 행사인데도 넥타이를 맨 아빠들이 굉장히 많이 온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 거기 일만 하는 하은이 아빠! 지금 안오고 뭐하는 거야!  나중에 왜 하은이 싸이언스 페어에 안왔냐고 질책했더니, 요즘엔 아이가 잘 되려면 아빠의 무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나? ㅋㅋ 

 

여긴 하은이가 담당하고 있는 부스.

킨더의 자타공인 패셔니스타인 캠브리아와 인도 아이 아유쉬, 그리고 하은이가 한 조가 되어 설명하고 있다.

 

오늘 하은이가 설명할 과학 원리는 동굴 안에서 종유석(stalactites)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관한 것이다. 영어로 뭐라고 뭐라고 떠들어대는데 워낙 전문용어(?)라 이 엄마도 알아 들을 수 없었다 ㅋㅋ

 

요건 우리 하은이(Ashley)가 쓴 실험 일지. 확대해서 살펴 보니, 나름 실험, 가정, 관찰, 그리고 그림과 결론까지 그럴듯하게 표시되어 있다. 

하은이의 글씨체.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요즘은 영어 전용 노트에 쓰지 않아도 이렇게 제법 잘 쓴다.  

 

학급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자기 부스를 찾아 올때마다 하은이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야! 니 엄마는 중학교때도 영어로 이런 거 잘 못쓰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너를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장하다, 우리 딸! 하지만 착각하지 말길! 이게 다 네가 잘나서가 아니라, 니 아빠가 이국 땅까지 일하러 와서 밤낮으로 열심히 돈벌고 또 니 엄마는 안입고 안쓰면서 그동안 엄청나게 돈빨을 투입해서 지금의 네가 된 것임을 말이다. (푸하핫! 니 엄마가 오늘 또 열라 생색내는구나^^) 

 

자기 코너에 방문객이 뜸해지면 하은이도 이렇게 다른 친구의 부스에 찾아가 이것 저것 묻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의 부스에도 찾아가 보니, 색깔이 어떻게 분리되는지

 

그리고 물과 오일과 시럽이 믹스될 수 있는지,

 

또 오렌지가 물에 뜰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얼음의 원리에 이르기까지 각각 재미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아이들이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오늘 싸이언스 페어를 보면서, 나는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자기가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긴 하겠어?'라는 편견이 얼마나 부끄러운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정말이지 오늘 이 아이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눈을 빛내며 선생님들께 배운 원리를 열심히 설명했고, 부모님들이 귀담아 들으면서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자 그 특유의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화답하곤 했다. 아마도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나중에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감으로 나타나는가 보다. 

 

끝으로 오늘 유치원에서 가장 신나했던 우리 주은이 모습. 우리 주은이는 언니 유치원에만 오면 마냥 좋단다. 오늘도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팝콘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며 제대로 진상을 떤 우리 주은이.

 

그래... 우린 내년 2월이면 한국으로 돌아갈테니 아마도 넌 언니처럼 이런 미국식 교육을 받아보진 못할게야... 오늘 많이 봐두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넌 미국 시민권자이잖니!(엄마가 안되는 영어도 이곳에서 너를 낳느라 월매나 힘들었는지 ㅋㅋ)  나중에 한국 가서 공부 열심히 하면 엄마가 미국으로 유학 보내줄께. 넌 이런 유아교육 말구 바로 미국식 고등교육을 받는 거야. 어때? 그래, 좋다구?... 그럼 하버드 어때? 그런 데는 잘 모른다구? 그런 걱정은 안해두 된단다. 곧 알게 될거야. 엄마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잔소리해 줄거거든 ㅋㅋ

오늘의 두서없는 포스팅도 끄읕~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