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 소리로 귀국을 앞둔 주재원 부인네들의 귀국 쇼핑 목록 1순위는 그릇과 가구, 명품백이라고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아직 아이들이 어린 고로 '아이들 영어책'이 쇼핑 목록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내년 2월에 한국으로 영구귀국하게 되면 하은이는 바로 3월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될텐데, 한국에 가서도 여기서 배운 영어를 조금이라도 유지시켜 주려면(사실 너무 어릴 때 살아서 별로 기대도 안한다만^^) 한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영어책을 읽게 하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이기에, 나는 여기서 가능한 한 영어책을 많이 사가지고 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 킨더 수준의 하은이가 보는 그림책들은 글씨도 몇 줄 없는 것이 가장 싼 게 3.99 달러부터 비싸게는 권당 10달러를 호가하니 무작정 많이 사주기에는 돈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구입하는 나름대로의 세 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첫째, 온동네 거라지 세일은 다 찾아 다니면서 헌책을 사들인다(거라지 세일에서의 책 값은 보통 권당 50센트 전후이다). 둘째, 막내 아이가 초등학교 4,5학년(그러면 1.2학년용 책들이 더이상 필요없게 된다)정도 되는 지인들에게 찾아가 나에게 책을 도네이션하기를 강권하고 그 대가로 밥을 사주거나 소정의 선물을 안겨준다. 셋째, 중고책 샵을 이용한다(중고책 샵은 책의 상태에 따라서 상태가 양호한 책은 2달러, 조금 지저분한 책은 1달러 정도 한다). 

나는 이 세가지 방법을 통해 최근 거의 수백권의 책을 헐값에 사들이는 기염을 토했는데, 우선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얼바인 인근 라구나 힐스(Laguna Hills)시에 위치한 한 중고책 샵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난 이렇게 규모가 큰 중고책 샵은 미국 와서 첨 봤더랬다.

 

 

내부에는 나처럼 알뜰한(?) 엄마들이 많이 와서 알찌감치 책을 고르고 있었다.

 

책은 독자들의 연령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내가 찾는 프리스쿨, 킨더 학생용 책코너 되시겠다.

책은 상태나 두께에 따라서 가격은 1달러와 2달러로 나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1달러 짜리 책만 공략하는 초절정 짠순이 전법을 구사해 주었다.(하은아, 미안하다. 책은 더럽냐 깨끗하냐가 절대 중요치 않아.  그냥 종이 위에 글씨가 인쇄된 건 다 좋은 책이란다.ㅋㅋ) 

 

이 날, 내가 중고샵에서 업어온 7인의 용사들(?). 한 권에 1달러씩, 7권에 7달러 주고 샀다. 내가 주은이 들쳐 업고 미친듯이 먼지 쌓인 책들과 씨름한 결과, 하은이가 젤로 좋아하는 팬시 낸시 시리즈와 핑클리셔스 시리즈도 몇 개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요 한국 책 50여권은 아는 엄마에게서 50달러를 주고 산 하은이의 첫번째 전집 되시겠다. 나는 여태까지 한국 책이든 영어 책이든 한 번도 전집을 구입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한창 한국말 배우기에 열 올리는 하은이를 위해서 권당 1달러를 주고 이렇게 중고 한국책도 전집도 마련했다.  

 

참! 서점이 아니라 코스트코(COSTCO)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4월, 코스트코에서는 하은이의 페이버릿인 Fancy Nancy와 Amelia Bedelia 시리즈를 각각 7권 세트로 9.99달러에 기획 판매했었다. 원래 한 권당 3.99짜리인데 7권에 9.99라니 대박세일이 아닐 수 없다. 참! 이런 정보는 코스트코 잡지의 북섹션에 미리 나오기 때문에 체크해 놓았다가 장보러 갔을 때 사오면 좋다.

 

그리구 매직 트리 하우스 챕터북과 브레인 퀘스트도 같이 세일하길래 큰맘 먹고 구입했다. 요즘 하은이 유치원에서는 매주 매직 트리 하우스 시리즈를 읽어 주는데 하은이가 어찌나 흥미진진해 하는지... 아마도 요 시리즈가 요즘 미국에서 제일 인기있는 챕터북이 아닐까 생각한다(순전히 내 사견이다 ㅋㅋ)

 

그리고 지난 주 열린 하은이 유치원 북페어에서 특별 세일가로 데려온 레인보우 매직 시리즈까지~ (요것도 7권에 35짜리를 20불에 데려왔다 ㅋㅋ) 

 

결국 지난 한 달여간의 나의 피나는 노력(?)으로, 텅 비었던 우리집 3단 책장이 이렇게 꽉차게 되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당 ㅋㅋ 

 

 

 하지만 지를 우등생으로 만들기 위한 엄마의 이 피나는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당연히 모르겠지만, 아니 관심도 없겠지만^^), 우리 하은이는 언제나 체력 증진만 도모하거나

 

어리디 어린 지 동생이랑 만날 소꿉장난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저 많은 책을 다 읽으려면 밤새워 읽어도 부족한 판국에 말이다ㅋㅋ

 

엄마가 지금은 동생 뒤치닥거리가 워낙 많아서 걍 참고 있지만, 한국에서 할머니가 오시는 7월부터는 각오해라, 민하은! 이 엄마가 할머니께 주은이 맡겨 두고 그때부턴 완전 스파르타로 달라 붙어서 하루에 적어도 열 권씩은 독파시켜 줄테다.  알겠느뇨? ^^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