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요즘 하은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비싼 투이션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보내게 된 사립학교인데 혹시 하은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나 역시 내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요즘은 하은이가 너무나도 즐겁게 학교에 다녀 주어서 그런 하은이를 지켜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기쁘다.

물론 이 엄마가 언니에게 재원을 몰빵하는 바람에 우리 주은이는 지금도 프리스쿨에 가지 못하고 홈데이케어를 전전하고 있지만(그래도 좋은 데이케어를 만나 다행이다^^), 아이야!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 아니더냐?  객관적 입장에서 봤을때 그나마 영어를 배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큰 하은이 언니에게(뭐 그래봤자 킨더지만 ㅋㅋ) 니가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

그리하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혈 엄마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요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하은이의 일상을 한 번 소개해 보련다. 

먼저 한 벌 뿐인 교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하은이 모습. 하은이는 지금 한국나이로 7살, 그리고 미국 나이로 almost 6살이다. 처음에 교복 살땐 돈이 아까워 죽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옷 가지고 투정 부리지 않게 되서 정말 좋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쓰는 고로 하은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 할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보기에 하은이가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잘하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노래'인 것 같다.

페어몬트 킨더에서는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한 10분 정도 부모님들 앞에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는데 그럴때면 가끔 이렇게 하은이가 앞에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곤 한다. 

지난 번 컨퍼런스 데이 때에도 선생님께서는 나와 남편에게 하은이가 자기 클래스의 song leader라며 자기보다 노래를 더 많이 알고 또 잘 부른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사실 나는 선생님이 하은이가 노래 리더가 아니라 공부 리더라고 말했줬음 하고 기대했다가 다소 실망했다는 ㅋㅋ (아... 엄마의 이 과한 욕심이여^^)

 

물론 하은이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수업 시간에 자기 얼굴을 그리라고 했나본데 나는 이 그림들을 멀리서 바라 보고서도 하은이의 그림이 어떤 건지 단박에 알아 차렸다는(물론 울 남편은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 ㅋㅋ).

 

이건 하은이가 Art 시간에 그린 그림들. 지 아빠 닮아서 그림에 좀 소질이 있는 듯 하다 ㅋㅋ

 

하지만 우리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누가 뭐래도 '체육'이다.

아침마다 수업은 8시 20분에 시작하는데 나는 거의 8시 정도면 반드시 학교에 도착하곤 한다. 그 이유는 하은이가 아침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장에서 줄넘기와 농구, 배구 등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마다 남편 새벽밥에 도시락까지 싸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하은이를 수업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데려다 주고 싶은데, 지금의 하은이는 거의 체대에 갈 기세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막을 수가 엄따 ㅋㅋ

하은이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줄넘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그 날 자기 기분에 따라 농구나 배구를 해 주신후,

 

 

마무리는 언제나 암벽타기로 마친다. 그럴때면 주은이 역시 심하게 꼽사리를 끼는데 누가 보면 온가족이 체육 가족인 줄 알겠다.

 

그밖에도 이렇게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여러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 제끼다가, 노는게 지치면 그제서야 공부를 조금 하는 것 같다 ㅎㅎ

 

그래도 '페어런츠 나잇'에 가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은이가 어떤 커리큘럼을 어떻게 배우는지 자세한 설명도 듣고 여러 학부모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눠 보니, 수업이 끝난 후 내가 집에서 하은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안다녀본데다 하은이가 첫 아이라서 그런지 나는 하은이를 어떻게 코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울 남편은 언제나 나의 뻗치는 교육열에 하은이가 말라 죽기 전에 하은이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큰 코치라고 막말을 해대곤 한다 ㅋㅋ   

 

이렇게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하은이는 집에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후, 동네 놀이터나 수영장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 집 옆 우드브리지 호수 부근에 있는 라군(lagoon) 수영장에서 하은이가 놀았던 모습이다.

 

 

끝으로 우리 주은이 소식!

요즘 우리 주은이는 한창 potty training 중이다. 벌써 주은이가 32개월이니 potty training 자체가 많이 늦은게 사실이다. 하은이는 32개월 무렵에는 완전히 기저귀를 떼었었는데, 주은이는 둘째인데다가 미숙아로 태어나다 보니 내가 많이 푸쉬하지 못했다.

기저귀 떼는 훈련은 사실 기저귀를 벗겨 놓고 시키는게 가장 효과적인데 우리 집은 바닥이 대부분 카펫으로 되어 있다 보니, 실전 없이 말로만 훈련을 시키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하은이도 그렇게 해서 떼었는데 주은이라고 특별하게 대우할 수는 없기에 요즘은 하루에 일정 시간씩은 무조건 변기에 앉혀 보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를 뺀 채, 그나마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타일이 깔린 현관문 앞 공간에다가 이렇게 신문지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놀거나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야 아이가 혹시 실수를 해도 카펫이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니 오늘의 반찬은 굴비와 계란찜, 그리고 김치와 멸치이다. 참으로 훌륭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기저귀랑 옷을 홀딱 벗은 우리 주은이가 하은이, 어머님과 함께 밥을 먹기 전 식사기도를 하고 있다. 이런 사진은 나중에 잘 남겨 주었다가 주은이 결혼할때 사위에게 보여줘야 제격인데...^^ (그런데 거기 어머니! 이게 무슨 범죄 사진도 아닌데, 뭐가 부끄러우시다고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계신다요? ㅋㅋ)

 

요즘 나는 이 두 아이들을 양쪽 팔에 꼭 껴안으면 세상 부러운 게 없을만큼 마음이 꽉 차고 흐뭇해진다.

내 도움이 없으면 잘 찾아 먹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언제나 내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나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와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나는 요즘 이 아이들을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 참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거 이러다가 내 꿈을 잊어 버리고, 엄마가 직접 애들 키우는게 남는 거라며 이참에 집에 그냥 눌러 앉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

야, 윤요사! 너 그동안 애들은 모름지기 엄마가 아니라 남의 손에서 강하게 키우는게 효과적이라고 역설하던 것이 요즘은 집에서 애만 키우는 것도 모자라, 전파가 아깝다며 경멸하던 한국 드라마도 이젠 넋 놓고 바라 보고 말이지(특히 '주군의 태양'이랑 '비밀'^^), 너 요즘 아주 이상해...

어서 정신 차리고 예전의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열혈 커리어우먼이던 그 윤요사로 어서 돌아오시게... 아랐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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