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내게 될 12월... 그래서 사실 난 11월부터 우리 가족만의 '멋진 12월'을 기획하기에 바빴더랬다. 이전에 포스팅 한대로 크리스마스는 '미션 인 호텔'에서 보내기로 진즉에 결정했지만, 사실 12월은 크리스마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마침 동부에서 LA로 장기 공연을 왔다는 '라이언 킹 뮤지컬'과, 인근 도시 애너하임에 위치한 혼다 센터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 쇼'를 관람함과 동시에,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시즌 축제라고 말 할 수 있는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에 갈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놈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보트 퍼레이드야 사람이 좀 많이 몰리는 것이 흠일 뿐 따로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공연들을 보자면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 때문에 추억을 희생할 순 없는 법! 나는 늘 그랬듯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하지만 이 모든 추억을 지대로 즐겨보자고 맘 먹었다. 

 

우선, 디즈니 온 아이스!

이건 제일 앞쪽 줄에서 관람하는 비용이 1인당 약 70달러 정도했는데, 나와 하은이는 제일 싼 22.50달러 짜리 좌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이스 쇼는 개별 스케이팅 선수들의 개인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스 링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썅! 구차한 변명은... 사실 모든 공연은 무조건 앞에서 볼수록 더욱 실감난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ㅋㅋ)

여긴 오늘의 아이스 쇼가 펼쳐질 혼다 센터.

 

건물 외벽에 이렇게 디즈니 아이스 쇼(부제 : Rockin' ever after)를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곳에선 12월 17일에서 22일까지 딱 6일만 공연된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 보니, 저~편에서 웬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참! 여긴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이지... 디즈니랜드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여기서도 보이는구낭...^^(이것으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도 본 셈 치련다 ㅋ)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디즈니사의 상술이 마구 마구 돋보이는 이런 부스들이 열 개도 넘게 차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하은이에게 눈요기는 다 시켜 주면서도 작은 수첩 하나 사주지 않았으니..(이런 잔인한 엄마 같으니... 쯧쯧). 하지만 요즘 초절약 모드인 우리의 윤요사, 이런데 절대 1달러도 쓸 수 없다 ㅎㅎ 

 

드디어 아이스 쇼가 시작되었다.

'리틀 멀메이드'를 시작으로(나중에 인어 공주가 천정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갑자기 공중 곡예를 펼치는데 순간 넘 감동 받아서 깜놀했다는 ㅋ).

 

'브레이브(Brave)'- 이것 역시 나중에 화살로 과녁이 부서지는 모습을 완전 실감나게 재현해서 또 한 번 깜놀^^ ,

 

그리고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얼나마 연습했는지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점프 실수도 없이 고난이도 기술을 화려하게 펼쳤고,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더 예쁘게 변형된 무대 의상과, 각 스토리에 맞게 적절하게 꾸며진 멋드러진 무대 장식까지 삼박자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잘 어우러져 나와 하은이는 보는 내내 연신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게다가 쇼 말미에는 미키, 미니를 비롯하여, 오늘 등장한 모든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화려한 피날레 쇼까지 보여주어 마치 환상 속에 있는 듯 했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다음은 뮤지컬 '라이언 킹' 이야기다.

우리 하은이는 작년에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졸업하면서 졸업 퍼포먼스로 라이언 킹 주제곡들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라이언 킹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좋아라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여름, 뉴욕 여행을 갔을때 하은이에게 라이언 킹 뮤지컬을 꼭 보여 주고 싶었었는데 그룹투어로 가는 바람에 자유시간이 없어서 그 기회를 놓쳤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더랬다. 하지만 이번에 마침 라이언 킹 공연팀이 LA로 장기 순회 공연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하은이에게 이 뮤지컬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내가 처음 인터넷으로 가격표를 확인한 순간부터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나는 장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왕 라이브 쇼를 볼거면 최대한 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하은이에게 배우들의 숨소리와 얼굴 주름까지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표들은 1인당 250달러에서 300달러 이상을 호가하니 내가 아무리 하은이의 문화지수 함양에 관심이 있다 한들 평범한 월급쟁이 아빠를 둔 가정에서 그게 과연 될법이나 한 소리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은이를 케어한다는 목적으로 눈물을 머금고 빠져 주시고(사실 나도 엄청 보고 싶었다 T.T), 남편은 LA까지 운전하고 가야 하니깐 뺄 순 없고, 결국 남편이랑 하은이 둘이서만 보는 것으로 하고, 자리도 약간 중간 쪽으로 후퇴해서 1인당 180(수수료 포함)달러, 그러니까 하은이와 남편 자리를 합쳐 총 360달러 정도 지출하는 선에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내가 뭐 무식하게 연극이나 뮤지컬의 관람료가 영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 자리 정도도 1인당 20만원 가량이나 내야 한다면 어떤 서민이 기꺼이 라이브 공연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겠냔 말이다~~~(흐흑)

 

어쨌든 여기는 라이언 킹 공연이 열리는 할리우드 펜테이지스(Pantages) 띠어터.

하은이가 스타 사인이 그려진 보도에서 그녀의 페이버릿인 소피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긴 펜테이지스 극장 내부 모습.

이 사진을 찍어 온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하은이는 두 시간도 넘는 공연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어로 주요 노래들을 연신 따라 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간 민폐가 아니었다는 ㅋㅋ 

 

이건 하은이가 가져다 준 연극 브로셔 되시겠다. 난 연극 광고 안내문을 영어로 playbill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오늘 첨 알았다. 윤요사, 요즘 무식이 아주 쩔었다^^

 

끝으로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 이야기.

올해로 105회째를 맞는 뉴포트비치의 크리스마스 보트 퍼레이드가 12월 18일에서 22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는데, 뉴포트 비치 상공회의소 주최로 벌써 100년도 넘게 치러진 이 행사는, 남가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매우 유명한 행사라고들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는 뉴포트 비치에 자리잡은 발보아 아일랜드의 부티나는(?)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기가 소유한 요트나 보트를 스스로 꾸며서 바다에 띄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가 열린 발보아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다리의 입구 모습. 뒷차가 따라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상태에서 찍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물론 이 다리는 날이 어두워지면 이렇게 멋진 불빛으로 곱게 단장한다.

 

그리고 그 다리 너머로 이따 6시가 되면 화려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매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다는 초인기 이벤트답게 우리 가족은 오후 4시 반쯤 도착해서 벌써 1시간 가량이나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도 여전히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섬 안은 1년에 딱 몇 일 열리는 이 이벤트를 보려고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섬 안을 빙빙 돌고 있을테니, 나라도 발보아 섬 곳곳을 돌아 다니며 구경하라고 배려를 해 주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토끼처럼 깡총 차에서 뛰어 내려 물만난 고기처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워낙 잘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수준이 우리 동네와는 격이 다르다 ㅋㅋ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점점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전부 무슨 쇼핑몰이나 대로변에 있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히 자기 동네에서 자기가 사는 집을 치장한 수준이라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역시 돈이 있어야 마음도 여유로워지나 보다. 나 같으면 이렇게 제 돈 들여 라이트나 소품을 사다가 아기자기하게 집을 장식하기는 커녕, 남들이 거져 준 라이트라 할지라도 아마 전기세가 아까워 못 켤 것 같은데 ㅋㅋ 

어찌됐든 울 남편은 무수한 차량의 행렬 속에 끝까지 차 댈 곳을 찾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 6시, 막 보트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직전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아쉽게도 그냥 섬을 빠져 나올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2013년 12월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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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느덧 1월의 끝자락이다. 그리고 내일 모레면 벌써 2월이다. 받아 놓은 날짜는 빨리도 다가 온다는 말, 요즘들어 정말 실감난다. 다가오는 2월 14일, 그러니까 둘째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발렌타인 데이 날, 우린 50개월의 미국 생활을 접고 드디어 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난 오히려 그 날이 기다려진다. 마치 50개월 전 직장과 학업을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맨몸으로 태평양을 건너올 때 설레였던 그 때처럼 말이다. 

비록 얼바인에서 보낼 시간이 채 스무 날도 남지 않았지만 그 하루 하루들 역시 최선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2월 14일, 이곳을 떠나는 내 발걸음이 더욱 가뿐하도록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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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얼바인 인근에서 가장 핫한 몰을 고르라면 그건 아마도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에서 405 프리웨이를 타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OC Mix' 일 것이다.

사실 이 몰이 조성된 지도 꽤 되었고 나 역시 그동안 이곳에 자주 갔던 터라 새삼스레 포스팅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열린 National Charity League 바자회를 보면서 글 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가구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 있는데, 몰을 운영하는 사람이 머리를 잘 써서 그런지 그냥 가구 매장만 많이 있는게 아니라 맛난 레스토랑은 물론 트렌디한 커피숍이나 의류 및 각종 악세서리 가게에 이르기까지 여러 샵들이 모여 여느 미국 몰답지 않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해 내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몰이 아무리 트렌디하다 해도 사실 이곳의 인기는 바로 '포톨라 커피 랩(portola coffee lab)'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야 뭐 항상 인스턴트 커피인 맥심 모카골드만 죽어라 먹어대니 커피에 대한 조예는 커녕, 커피에 관해서는 완존 문외한이지만, 주변에 커피맛 좀 안다는 사람들 치고 이곳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면 여기 커피맛이 좋긴 좋은가 보다.  

 

뭐 실험실 기구처럼 이렇게 요상하게 생긴 도구들을 이용하여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흰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들이 마치 예술작품을 뽑아 내듯이 커피를 내려 준다.

 

게다가 얼바인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라떼 아트까지 선보여 주시니 우울한 날, 나를 위한 스페셜 커피는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려는 아줌씨들이 끊이지 않을 법도 하다.

 

참! 포톨라 커피 랩 바로 옆에는 이렇게 세븐스 티 바(seventh tea bar)라는 티 전문점도 있는데, 사실은 포톨라 커피 랩 사장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가게란다.

얼마 전 OC Parents 라는 잡지에 이 부부 이야기가 실렸는데, 남편은 원래 바리스타를 취미로 하는 직장인이었고, 어린 아이가 셋인 아내 역시 평범한 회사에 다녔었는데 아픈 아이의 병원 스케줄을 맞추기 위하여 아내는 좀 더 플렉서블한 자기 사업을 생각하게 됐단다. 이래서 취미가 평생 직업이 될수도 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고된 삶이 때로는 인생의 반전도 가져올 수 있나 보다.

어쨌든 커피믹스 외에는 커피 맛도 잘 모르는 주제에, 티 맛은 더더욱 알리 없는 우리의 윤요사는 그저 하릴없이 사진만 찍어댈 뿐이다 ㅋㅋ 

 

그런데 언제나 한산하던 이 건물이 오늘은(11. 21) 매우 붐비니 이상할 따름이다. 게다가 단순히 여느 사람들로 붐비는 게 아니라, 부티가 철철 흐르는 키 170 이상의 늘씬한 금발 아줌마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잔뜩 부리고 루이뷔통이나 샤넬 가방을 든 채 총출동해 주시니 더욱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슨 이유일까? 나중에 상인들에게 물어 보니, 오늘이 바로 매년 하루만 열리는 '내셔널 채리티 리그 뉴포트비치 지부'의 나눔 바자행사가 열리는 날이란다.

 

벤더들이 와서 각자 부스를 마련하고 물건들을 진열해 놓으면 돈 많은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이 마구 마구 물건들을 사주고 거기서 남은 수익금으로 좋은 일에 쓴다고 한다.

난 말로만 듣던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을 떼거지로 본게 오늘이 첨이었는데 수수하게 차리고 온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찌나 다들 돈있는 티를 퍽퍽 냈는지(^^) 멋모르고 무릎 튀어나온 아베크롬비 츄리닝 입고 커피 마시러 간 나만 괜시리 외계에서 온 사람이 되어 버렸다 ㅋㅋ 

 

야! 내가 오늘 옷은 이래도 사실 돈은 좀(?) 있다구! ㅋ  급 자존심 구겨진 우리의 윤요사, 괜히 영어 공부할 때 쓸거라며 즉석에서 그릇이나 문구류에 이름을 써주는 부스로 가, 하잖은 스프링 노트를 16달러나 주고 사는 허세를 부려 본다.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돈이 아깝던지... 저 3000원짜리도 안되는 노트를 거의 2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사실을 울 남편이 알면 어쩌나 ㅋㅋ(역시 나는 태생이 구려서 레알 부자가 될 순 없나보다 ㅋ)

어쨌든 예술가 언니가 자기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노트에 Young lan이라고 내 이름을 써주고 있다. 솔직히 아까워서 차마 못 쓸것 같고 서랍 안에 잘 간직해야겠다^^

 

여담이지만 내셔널 채리티 리그는 아무나 모이는 모임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7학년에서 12학년 사이의 딸을 둔 엄마가 그 딸과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자선 단체라고 들었다. 그래... 사춘기를 지내는 딸과 함께 엄마가 이렇게 좋은 일에 참여하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일게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내 딸이 나의 삶을 부러워했음 좋겠다. '울 엄마 같이 살기 싫어요'가 아니라 '난 울 엄마처럼 그렇게 살래요'라고 말했음 좋겠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나의 일이 없이 집에서 아이를만 키우며 살다 보니 내 꿈이 희미해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어지는 것이 너무 슬프다.

오늘 하루, 국은 뭘 끓일까 반찬은 뭘 만들까... 청소할 때가 됬나 빨래감은 쌓였나 애들은 언제 씻길까... 죙일 그런 생각만 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결코 가치 없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삶 자체를 가치 없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 보는 내 딸이 과연 나의 삶을 가치있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또 넋두리가 길어졌다. 이노무 넋두리에는 약도 없나보다^^ 다시 본론이다. 포톨라 커피 랩이 위치한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이 몰이 좋은 건, 땅 값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초록 자연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는 거다.

 

이제부턴 내 맘대로 아무 샵이나 들어가서 감성지수를 업시키면서 그저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 몰에는 유명하고 비싼 프랜차이즈 가구점들도 많지만, 나는 이렇게 조그만 아이 가구샵이나 앤틱샵에 더 끌린다.

 

또 아직 시식해 보진 못했지만, 청담동 삘 풀풀 나는 케익 하우스의 데코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무도 귀여운 카툰들을 주종으로 하는 자그마한 갤러리도 맘에 든다. 카툰 그림이 하도 예뻐서 하은이 방에 걸어 주고 싶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한 개에 25만원도 아니고 250만원이란다. 썅!

내가 예술작품을 못알아 보는 건지, 아님 예술이 돈의 가치를 못알아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온갖 비싼 가구점들은 다 스킵하고, 하은이가 좋아하는 프린세스 및 헬로 키티가 유치하게 그려진 아이들 가구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아직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주지 못한 터라, 아이들 가구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싸구려로 ㅋ 

 

거기에 이곳 저곳 둘러보다 눈알을 하도 굴려서, 안구정화하려다 오히려 안구가 피곤해지는 인테리어 샵 구경은 기본이다.  

 

아... 배고프다.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좀 먹어볼까? 신선한 샐러드를 먹기에는 이곳이 딱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덧 한 시 반. 이제 하은이와 주은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난 매일 아침 9시면 자유의 몸이 되고, 오후 1시 반이 되면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며느리로 다시 변신하는 줌마렐라이다.

그래도 이 4시간이, 남은 하루의 20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날은 어덜트 스쿨에서 영어를 배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 몰을 돌아 다니기도 한다. 물론 또 어느 날은 그 4시간 동안에 밀린 집 청소와 빨래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한다. 하루 중 이 4시간 동안의 자유시간을 얻기 위하여 나는 그동안 이 낯선 미국에서 주은이를 24개월 동안이나 하루 종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4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제 약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나의 미국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영란아! 이제 더 이상 게으르게 집 소파에 벌렁 누워서 다운 받은 한국 드라마나 보면서 이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꾸나.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그렇게 살다 돌아가는 거야. 알았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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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Veterans Day이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는 쉬지만 울 남편 회사는 안쉬는 이런 날은, 내가 젤로 싫어하는 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학교가 쉬는 날은 아예 남편 회사까지 쉬어서 온가족이 아싸리 놀러 가든가, 아님 학교도 쉬지 말던가 해야 하는데, 이러한 나의 바램과는 전~혀 상관없이 미국에는 이런 휴일들이 꽤나 많다^^ )

하지만 오늘 하루 또 무얼하며 얼라들과 놀아 주어야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하은이 친구 엄마가 갑자기 좋은 제안을 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얼바인 인근 도시인 라구나 힐즈에 최근 생겼다는 '트램폴린 파크'에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워낙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의 윤요사, 당장 트램폴린 팍으로 고고씽이다!!!  

난 '트램폴린 파크'라기에 첨에는 무슨 야외 공원에 덤블링 시설 몇 개 갖다 놓은 그런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트램폴린 팍은 실내(indoor) 플레이 그라운드 같은 곳이었고. 과연 라구나 힐즈라는 그 위치답게 인근의 온동네 금발머리 백인들은 다 모아 놓은 것처럼 미국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더랬다.

 

이곳에서 놀려면 아이 1인당 한시간에 10달러, 그리고 두 시간을 한꺼번에 신청하면 15달러만 내면 된다. 결국 나는 15달러를 내고 하은이만 두 시간 동안 놀리기로 했는데, 내가 하은이와 함께 돌아 다니며 놀아줄 동안 감사하게도 울 시엄니는 주은이를 전담해서 봐주시기로 했다.

 

하은이의 첫 코스. 나이 어린 아이들이 제일 많이 노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트램폴린 되시겠다.

 

그 다음 코스. 옆에 있는 비스듬한 벽면을 발판 삼아 도움닫기를 하여 뛰어 오른 후 멋지게 낙하하는 코너다. 우리 하은이, 너무 좋아서 한마디로 난리났다 ㅋㅋ 

 

여긴 도지볼(Dodgeball)을 하는 코너. 트램폴린 위에서 뛰고 있다가 상대방이 던지는 공을 받거나, 아니면 트램폴린의 탄성을 이용하여 멋지게 날아 올라 피구왕 통키처럼 공을 던지면 된다 ㅋㅋ 

나는 혹시나 승부욕에 불타오른 남자 아이들이 공을 세게 던져 하은이가 다칠까봐 걱정했는데, 여기 아이들은 상당히 젠틀해서 하은이에게는 일부러 받을 수 있게 공을 살살 던져 주는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하은이가 자기가 공을 받아냈다며 얼마나 의기양양해 하던지 ^^ 

 

다음은 트램폴린 모양이 제각각인데다가 길이도 꽤나 긴 트램폴린이 깔려 있는 메인 트램폴린 코너다. 이 날은 나름 공휴일인지라 사람들이 좀 많아서 인기 코너는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다음은 농구 섹션이다. 요걸 보니 괜시리 예전 고딩적에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서태웅, 송태섭, 강백호 이런 캐릭터를 보며 열광했던 생각이 떠올라 나는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하은이는 아직 어리니 여기서 그저 똥폼이나 좀 잡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하은이는 단번에 슛을 성공시켜 버렸다ㅋ

 

 

마지막으로 하은이와 나는 배틀 빔 코너로 향했다. 다행히 같이 간 하은이 친구가 게임에 응해 주었고 더 나아가 그녀는 하은이에게 져주는 아량(?)까지 베풀어 주었다^^ 우리 하은이, 오늘 기분 째지는구나~

 

그밖에도 인공 암벽타기 코너는(물론 하은이는 암벽이 너무 높아서 바로 포기^^) 물론,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 그리고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꽤 넓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럼 엄마가 돈 아낀다고 표도 끊어 주지 않고, 언니와 두 시간 동안 트램폴린 팍 곳곳을 돌아 다니고 있을 동안, 우리 주은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이렇게 소파 위에서 각종 요가 자세를 선보이며 저렴하게(?) 놀아 주시었다. 쯧쯧~ 미안타. 둘째야~

 

오늘 나는, 나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트램폴린 팍에서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얼바인에서의 4년... 시건방진 말일수도 있지만 이제 이 근방에서 나에게 새로운 것이란 별로 없다. 사실 한국 마트, 한인 교회, 한국 식당만 주로 다니다보니 도대체 내가 한국에 사는 것인지 미국에 사는 것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익숙한 것만 즐기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이렇게 새로운 걸 경험하는게 여전히 참 좋다. 그러면 내가 정말 미국에 살긴 사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오늘도 나에겐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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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생활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건만 나의 위시 리스트는 여전히 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카멜(Carmel)과 빅서(Big Sur) 쪽으로 놀러 가기, '디즈니 온 아이스' 관람하기, 뮤지컬 '라이언 킹' 관람하기, 크리스마스에 뉴포트 비치에서 열리는 '보트 퍼레이드' 구경하기,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mission inn)'에 가서 더 페스티벌 오브 라이트 경험하기 등등...

하지만 이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그동안 나의 위시 리스트 최상단에 있었던 항목은 생뚱맞게도 바로 '소방서 오픈 하우스 관람하기' 였더랬다^^ 

일년에 이맘때쯤 딱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 것이기에, 나는 지난 일년간 이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달력이 엄청 큰 하트를 그려 놓았었다. 그리고 미리 소방서 웹사이트를 통해 약 1년 전부터 날짜를 확인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소방서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언제쯤 오픈 하우스 현수막이 붙을까 노심초사 기다리기도 했다.

 

두둥~ 드디어 오렌지 카운티를 총괄하는 이 소방국에 오픈 하우스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으흠... 10월 12일 토요일이라... 매주 토욜 오전은 하은이 한글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긴 한데... 그래, 당연히 이 날 수업은 확! 째야겠군... 나는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로 바루~ 고고씽 하련다.

 

그리고 그렇게 벼르고 별러온 나의 소방서 오픈하우스 체험기에는 갑자기 웬 외국인 두 명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바로 하은이의 절친 케일라와 그 엄마 되시겠다. 아래 사진에 썬그라스를 끼고 나온 엄마가 케일라 엄마구,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귀여운 케일라이다. 그녀는 소방서 오픈 하우스 딱 일주일 전, 갑자기 나보고 10월 12일 토요일에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자고 날짜를 콕 찝어서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자기가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주말 플레이데잇을 제안한 것 같았다. 

타이완 아빠와 일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때 미국으로 온 후 여기서 35년을 살았다는 이 케일라 엄마는, 나의 영어가 후달리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언제나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걸어 주는 다소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실 내가 그 날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갈 예정이라 플레이데잇을 하긴 어렵겠다고 슬그머니 거절을 했는데, 그럼 소방서에서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잰다^^

그래, 까짓 거, 같이 가지 뭐. 공원에서 애들 놀리면서 엄마들끼리 멍하니 서서 뻘쭘하게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얘기하느니, 차라리 같이 소방서를 둘러보는게 훨씬 자연스러울수도 있으니깐~^^ 

 

다시 소방서 얘기로 돌아간다. 여기다. 오렌지 카운티 소방국.

미국에는 개별 city마다 작은 규모로 여러 곳의 소방서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픈 하우스는 이렇게 카운티를 총괄하는 큰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것이 규모도 크고 볼 것도 많을 것 같아서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물론 다른 시티에 있는 소방서들이나, 다른 카운티를 총괄하는 소방국도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오픈 하우스를 연다).  

 

제일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 중앙의 광장으로 나가 보니, 이렇게 원격 조정되는 귀여운 미니 소방차가 먼저 와서 아이들의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내 눈에는 저쪽 뒤에서 어떤 소방관이 요 미니카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이들은 이 미니카가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냐며 금세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이들은 넓은 소방서 대지를 뛰어 다니며 소방국에서 공짜로 나누어 준 소방관 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다소 유치하게 생긴 이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그뿐인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소방서 마스코트 인형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실내에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소방 놀이도 잘 준비되어 있다. 

 

또 한 켠에서는 소방관 아줌마의 설명을 들으면서 소방안전과 관련된 컬러링을 해볼 수도 있고

 

야외 부스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직 소방관들의 입을 통해 절연재 관련 건축 소재와 실내 가스렌지 등 방화위험 가전제품의 사용법 등도 친절하게 들을 수 있다.

 

또 소방국의 역사와 소품을 전시하는 작은 뮤지엄 부스에 가서 각종 자료들을 관람할 수도 있고

 

뮤지엄 바로 옆에는 소방관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여 주며 용도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 주는 코너도 있다.

 

그밖에도 소방 관련  '교육용 트레일러'와

 

소방관들의 옷과 신발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코너도 인기였다.

 

게다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픈 하우스의 취지답게 소방차고까지 오픈하여 아이들이 소방차고로 직접 들어가 소방차들이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정비받고 관리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기 있었던 순서는 자기가 정말 소방관이 된것처럼 소방차에 직접 올라타 보는 것과,

 

만일 단순히 소방차 운전석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게 시시하다면, 이렇게 움직이는 소방트럭에 직접 시승해 보는(fire engine rides) 코너였다.

 

그리고 미래의 꿈나무 소방관들은 자기가 진짜 소방관이 된 것처럼 불이 난 모형물에 직접 호스로 물을 뿌려 진화하는 체험학습(hose squirting)에 트라이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오늘 소방서 오픈하우스를 보면서 내가 젤로 놀랐던 건,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페이스 페인팅' 부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소개한  활동들이야 소방서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일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페이스 페인팅은 불러도 그만 안불러도 그만인 서비스인데 어린 아이들을 위하여 이런 작은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국에서 복지부동에 쩔어 있었던 전직 준공무원이자 골수 행정학도였던 나에게는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실컷 소방서 구경을 마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그리고 케일라는 모두 왕같이 높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자기들이 고른 멋진 캐릭터를 어엿하게 공짜로!!! 팔뚝에 그려 넣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넓은 소방국을 휘저으며 두 시간도 넘게 오픈 하우스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목마르고 촐촐해진 우리는, 소방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도넛(그것도 크리스피 앤 크림 것으로!)과 커피까지 다 챙겨 먹으며 오늘, 그 대단원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소방서 오픈 하우스.

내가 한국에 살 때에는 소방서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보니 소방서는 마냥 불나길 기다리고 있다가 이미 일어난 불들만 끄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 등을 돌면서 정기적으로 어린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렇게 일년에 한 번씩은 지역 사회에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하여 소방서에서 하는 일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전교육까지 지대로~ 시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소방서 오픈 하우스에 직접 참여해 보니, 모든 소방관들이 토요일에 총출동하여 어찌 보면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너무도 친절하게 사람들을 맞아주고 또 자기가 배치된 부스에서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직업의식이 얼마나 아름답고 더 나아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오늘, 그동안 내 위시 리스트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항목 하나를 또 지워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들도 나에겐 소중하게 느껴지는게 많다.

모든 일에 감사함으로, 그리고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 모쪼록 남은 미국생활을 후회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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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차를 몰고 얼바인 인근 도시인 앨리소 비에호(Aliso Viejo) 근처의 프리웨이를 지나갈 때면, Soka University라고 쓰여진 간판이 자주 보이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무슨 대학 이름이 저래? 도대체 소카 유니버시티가 무슨 뜻인감? 혹시 석가모니의 석가를 영어로 저렇게 쓰남?'이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내가 젤로 좋아하는 공짜 잡지인 OC family라는 잡지에서 우연히 이 소카 유니버시티에서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광고를 보게 됐다. 그래서 '아하! 이번 기회에 축제도 즐기고 어떻게 생긴 대학인지 캠퍼스도 한 번 둘러 볼겸 가족들과 함께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드디어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5월 4일 토요일이 되자, 나는 한글학교를 마친 하은이를 잽싸게 픽업한 후, 가족들과 함께 축제가 열리는 소카 유니버시티로 차를 몰았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나의 황금같은 토요일을 소비(?)하기 위하여 도착한 소카 대학교의 정문은 이렇게 평범했다. 하지만 꽤나 유명한 축제인지 많은 차들이 입구로 줄줄이 들어가고 있긴 했다.  

 

학교 입구에 붙어 있던 축제 현수막. 아니! 이런 쬐끄만 지역 축제에 무슨 주차비가 10달러나 한단 말이냐? 프리 어드미션 좋아하네... 썅!!! ㅋㅋ

 

하지만 파킹 스트럭쳐에 차를 세우고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이유는 그동안 내가 어느 캠퍼스 투어에서도 볼 수 없었던 풍경, 즉 대학교 메인 빌딩 앞에 요렇게 수영장 같기도 하고 연못 같기도 한 것이 넓게 자리잡고 있는 매우 이국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캠퍼스 입구로부터 메인 빌딩으로 최단거리에 들어가려면 물 중간에 놓인 이런 작은 길을 건너서 가야 하는데 내가 직접 걸어가 보니, 마치 모세가 출애굽할때 하나님께서 홍해 바다를 가르사 히브리 백성으로 하여금 바다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셨다고 쓰여진 성경 구절이 생각날 만큼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하은이, 주은이도 그 길 중간에서 기념 사진 한 컷! ㅋㅋ 어제 내가 아이들에게 세트로 사준 9달러짜리 검은 구두가 압권이다^^

 

참! 메인 빌딩으로 가려면 이렇게 물 중간을 가로질러서 가도 되지만, 아니면 물가를 따라서 양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원형 길을 따라가도 되는데, 양 옆의 길들은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수백여명의 벤더들이 각각 자기 파라솔을 펴고는 국적불명(?)의 상품들을 파는 호객행위가 한창이었다. 

 

그렇게 메인 빌딩 앞으로 건너 오니, 건물 앞 작은 스테이지에서는 각종 문화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아니라서 나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메인 빌딩 뒤쪽의 잔디밭으로 올라갔다.

 

잔디밭에는 아이들을 위한 점프 하우스와 슬링 샷 등 여러 대의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알고보니 모든 놀이기구는 공짜가 아니라 10분에 3달러나 하는 초고가(?)의 놀이기구였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태프들이 바쁜 틈을 타서 하은이만 3달러를 내고 표를 사주고 아직 어린 주은이는 슬쩍 끼워 넣어서 아이들에게 10여분 동안 점프 하우스를 즐기게 해 주었다^^

 

그리고 점프 하우스에서 신나게 놀고 온 아이들을 잔디밭에 앉히고는 준비해 온 홈런볼과 초컬릿 우유를 꺼내 주며 잠시 허기도 채워 주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넓은 잔디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북적이면서, 맛있는 간식까지 먹으니 시종일관 매우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밖에도 쿨레이(진흙) 직접 만들기 코너와,

 

그림 그리기 코너 등 다양한 체험 행사들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나에게 제일 좋았던 건, 바로 이렇게 바닥에 초크(chalk)로 그림을 그리는 경연대회를 보는 것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 캠퍼스 한쪽에 자리를 잡고는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그림들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벽에다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길바닥에 초크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아예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이 취미도 꽤나 동호인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도 나의 취미인 십자수(음... 천방지축 윤요사의 이미지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군. 하지만 사실임 ㅋㅋ)를 가지고 얼바인에서 동호회나 한 번 조직해 볼까나?^^

 

우리 가족의 5월 첫째 주 주말은 이렇게 지나갔다. 비싼 디즈니랜드에 가는 대신, 소카 유니버시티의 구린 페스티벌이나 다녀온 주말이었지만, 그래도 주차비 10달러와 점프 하우스비 3달러만 내고 거의 두 시간도 넘게 재밌는 시간을 보냈으니 꽤나 경제적이고 알찬 여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ㅋㅋ 

게다가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나는 하은이에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주은이는 아직 정신이 없으니 주은이의 어린이날 선물은 그냥 스킵! ㅋㅋ), 최근 내 마음에 꽂힌 name train을 선물로 사주기로 했다. 하은이의 영어 이름인 애슐리 이니셜과 양 옆의 기차 세트까지 나무와 자석으로 만든 총 8개 피스인데, 아마존닷컴에서 택스 포함 37달러에 살 수 있었다. 보통 장난감 가게에서는 개당 6달러 정도 하니 아마존이 꽤 싼 편인듯 하다.

지금은 하은이 방이 따로 없는 관계로 그냥 부엌에 있는 장식장 위에 올려 놓기로 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 주게 되면 이 네임 트레인을 하은이 방 서랍장 위에 올려 줄 계획이다.

 

P.S. 참! 소카 유니버시티의 캠퍼스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집에 오자마자 소카 대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내 예상대로 이 대학은 부띠즘(불교)에 기반하여 설립된 대학이란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soka의 의미가 진짜 '석가'라는 의미가 맞나보다. (뜨아~ 난 이제 정말 돗자리 깔아야겠다. 어찌 이렇게 상상력이 뛰어나단 말이냐? ㅋㅋ) 

이제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고만 마무리할란다. 디 엔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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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플라자 비스타 스쿨. 이 학교는 킨더부터 8학년까지 운영하고 있는는 공립학교이다. 집에서 그렇게도 가깝건만 정작 내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질 않으니 학교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들어갈 수 없었고, 괜히 들어갔다가 혹시나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까봐(그것도 영어로!^^) 두려워서, 나는 그동안  맨날 운동장에 가서 산책만 죽도록 하고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학교 안에 처음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겼다. 이번 한 주 동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들 책 출판사인 스콜라스틱(Scholastic) 출판사에서 이곳 플라자 비스타 스쿨에 와서 북페어를 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근방에 사는 친한 언니가 오늘 이 북페어에서 학부모 발렌티어를 한다기에, 나도 얼씨구나 하고 언니를 따라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봤다. 

먼저 학교 건물 입구 모습.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학교 앞 게시판에 북페어 소식도 적혀 있다.  

 

이건 얼바인의 초등학교 건물마다 대부분 붙어 있는 타일 그림. 아마도 학생들이 하나씩 만들어서 이렇게 붙인 것 같은데, 나는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도 그리고 왜 이런걸 붙여서 장식해 놓는지도 잘 모르겠다(혹시 아시는 분들은 좀 알려주시길^^)

 

이제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자. 학교 안 사진 촬영도 당연히 사회통념상(?) 선생님들이 좋아할 리 없지만 나처럼 미국 공립 초등학교 내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다시 도둑고양이처럼 몰카에 도전했다 ㅋㅋ(사실 더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괜히 선생님들에게 사진 찍는거 걸렸다가 영어도 못하는데 이상한 취급 받는게 싫어서 몰래쿵 찍었더니 사진 퀄리티가 열라 구리다 T.T) 

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멋진 라이브러리가 있었다는 것. 예전에 우리네가 다니던 한국의 시커먼 시멘트 빛깔의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기자기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여긴 북페어 현장. 같이 간 언니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 안 라리브러리의 책꽂이들을 잠시 치워 놓고 이렇게 제법 넓은 북페어 공간을 마련했단다.

북페어에는 언니를 포함한 여러 PTA 멤버들이 발렌티어로 참여했는데, 북페어를 준비하는 그들의 손길 속에서 자녀 교육을 향한 엄마들의 열정은 세계 어디나 다 똑같구나... 라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하긴, 여기서 책을 판매하여 생기는 수익금의 20%는 학교를 위해서 쓰여진다니 학부모회 멤버들이 팔 걷어 붙이고 나설만도 하다.^^ 

 

나같이 책을 사고 싶은 학부모들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책을 살 수도 있고, 킨더부터 8학년까지로 구성된 재학생들도 각각 클래스별로 시간을 정해서 책을 사러 오기도 한단다.

 

나는 당연히 이제 막 영어로 어설프게나마 책을 읽기 시작한 하은이를 위하여 easy reader 섹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은이가 좋아할 법한 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나는 최대한 디즈니 캐릭터와 관련된 공주풍 책은 자제하고, 한 페이지당 서너줄 정도의 영어 글씨가 들어간 책들을 위주로 신중하게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내가 집으로 데려온 책들 되시겠다. 킨더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Pinkalicious와 Fancy Nancy 시리즈, 그리고 나를 닮아 개를 극도로 무서워하는 하은이에게 친근한 감정을 심어주기 위해 클리포드 시리즈를 선택했다.

 

사실 더 많은 책을 고르지 않은 이유는, 내가 새 책을 사는 일을 요즘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킨더 아이들이 읽는 책은 상대적으로 그림이 많고 글자 수는 적기 마련인데 아무리 싼 책도 새 책은 3.99달러 정도는 한다. 그런데 글씨가 적어서 빨리 읽는 반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애들은 금방 질리기 때문에 돈 값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동네 거라지 세일을 돌면서 중고 킨더 책을 수집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운좋게도 10권을 1달러에 파는 거라지 세일을 발견해서 자그마치 30권을 샀는데도 겨우 3달러 주고 사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런 맛을 자꾸 보게 되면 북페어 같은데서 새 책은 절대 살 수 없다 ㅋㅋ

 

나같이 킨더 아이들용 영어 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step into reading 시리즈. 나도 물론 여러 종류의 책을 읽히지만 요 시리즈가 젤로 쉽고 가격도 싸다 ㅎㅎ  하은이도 첨에는 스텝 1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스텝 2도 곧잘 읽어서, 한 두 달 후면 스텝 3에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컸다. 이제 미국 나이로 각각 다섯 살과 두 살이 된 내 보석들. 

 

하지만 이 보석들은 요즘 나를 엄청 귀찮게 한다. 하은이는 매일 저녁마다 나에게 계속 책을 읽어 달라고 성화이고, 주은이는 매일 아침마다 언니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 달라고 난리이기 때문이다.

야, 이년들아! 니 에미는 책을 계속 계속 읽어줘도 목이 안아픈 무슨 로봇인줄 아냐?  이 엄마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니 아빠 아침밥 차리고 도시락 싸면서 하루를 시작해서, 저녁밥 차리고 설겆이까지 다하고 나면 정말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단 말이다.

그리구 주은이! 지금 니 언니가 다니는 유치원이 얼만줄 알아? 월 1200달러가 넘는다, 요것아! 지금 니 언니 거기 보내느라,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밤낮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지 알긴 하는겨? 하긴 그런 걸 알면 애도 아니다만 ㅋㅋ

 

그래도 난 요즘 '첫째 아이에게는 사랑 빼고는 다 해주고, 둘째 아이에게는 사랑만 준다'는 명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직장 다니면서 첫 아이를 키우던 시절, 나는 너무 힘들어서 큰 아이에게는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사랑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많은 장난감과 책을 사주었고, 여기서도 비싼 교육비를 아낌없이 투여해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둘째, 정말 한 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안해준다. 옷은 다 언니가 입던 거 입히고, 장난감도 다 언니 침 묻은 것만 안 닦고 다시 준다. 하은이가 지금 주은이 또래일때 환장하고 다녔던 짐보리도 주은이는 전혀 보내지 않는다. 왜냐구?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는 좀 더 가능성이 많은 니 언니한테 올인해야 하거든 ㅋㅋ

이렇게 나의 피곤한 하루는 잘도 흘러 간다. 아이 둘과 부대끼면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밥하고 애들 씻기면서...아이들 책 읽어줄 새도 없이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없는 중에 갈겨쓴(?) 오늘의 포스팅도 여기서 대충 마무리해야겄다. 서둘러 디 엔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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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스토랑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지 않은지가 한참 됐다(뭐냐, 시작부터 자신이 마치 파워블로거인척 하는 이 말투는ㅋㅋ. 죄송~^^;). 그리고 마지막 포스팅을 한지도 한참 됐다(사실 지난 주 토요일에 거의 10년만에 토익 시험에 응시하느라 심적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 다시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으리^^). 

사실 나는 같은 레스토랑을 두 번 다시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을만큼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 내 컴퓨터 하드에는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얼바인 인근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찍어온 레스토랑과 음식의 사진들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특별한 주제도 없이 그런 시시콜콜한 맛집 후기나 계속 올려 대기에는 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거니와(어린 얼라 둘과, 여전히 집밥에 목숨거는 남편의 뒷바라지는 요즘도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T.T) , 내 입맛이나 취향이 음식의 식재료나 궁합, 요리의 퀼리티 등을 자자세세하게 논할 수준이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 오늘 포스팅할 '모꼬지'라는 레스토랑을 세 번이나 찾아 갔다. 그리고 그동안 간 횟수를 합치면 열 번도 넘는다. 사실 이 레스토랑에 내가 특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여기가 하은이 프리스쿨 친구의 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가서 먹으면 먹을수록 여기 샤부샤부는 정말이지 몸에 좋을 뿐 아니라 담백하고도 맛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음식 사진을 올리기 전, 먼저 내가 늘상 하던대로 레스토랑 인테리어 풍경을 좀 소개하자면...

내부는 이렇게 Bar와 테이블이 반쯤 섞여 있는 형태이고, 색감은 진한 고동색 계열과 흰색이 조화된 모던한 풍경 되시겠다. 사장님이자 메인 쉐프인 하은이 친구 아빠께서 인덕션이 들어간 요 테이블까지 직접 디자인 했다니 더욱 놀랍다.

 

먼저 이번에 새로 출시했다는 쌈 샵부샤부를 살펴 보면, 요 고기는 소고기 삼겹살이란다. 내가 맨날 우삼겹 땡기는 날에는 다이아몬드바의 '본가 우삼겹'까지 멀리 다녀 오곤 했는데, 이젠 비싼 개스비 들이고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됐다^^

 

여기에 사장님이 직접 개발했다는 약고추장 소스가 들어간 비빔밥이 세트 메뉴로 제공된다. 다른 비빔밥 재료들도 다 맛있지만, 특히 저 왼쪽에 보이는 거무튀튀한 것이 양념된 다시마인데 내 입맛에는 요게 젤로 맛있었다.

 

약고추장을 전혀 덜어내지 않고 다 비비면, 이렇게 먹기 좋을만큼 기분 좋게 매운 비빔밥이 완성된다. 난 이 비빔밥만 단품 메뉴로 내놔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나같은 당뇨 고위험군(^^) 여인네들을 위해 현미밥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더더욱 웰빙 식품이 되지 않을까? ㅎㅎ 

 

이제 소고기 삼겹살을 신선한 각종 야채는 물론, 요 시원한 무쌈과 맛난 소스로 살짝 양념된 저 양파, 그리고 맵지 않게 잘 절여진 요 고추피클과 함께 먹으면 끄읕~

 

내가 이 날 점심에 단돈 12.99(사장님! 이 가격에도 뭐가 남나요?^^) 달러에 먹은 이 맛난 음식들... 울 남편이 내가 어찌나 살이 쪘는지 등짝에도 살이 붙었다며 다이어트 좀 하라고 거의 인신공격 수준의 충고를 가한 것이 바로 몇 시간 전이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이 모든 것들을 쌀 한 톨, 고기 한 점 남기지 않고 모두 폭풍 흡입해 주시었다 ㅋㅋ

 

그리고 며칠 전 비가 마구 쏟아지던 날. 나는 친한 교회 언니와 함께 다시금 모꼬지를 찾았다. 이번에는 비오는 날에 걸맞게 정통 오리지날 샤부샤부를 먹기 위해서다.

 

사장님이 바로 전날 온갖 좋은 것들(설명을 듣고도 다 까먹었다 ㅋㅋ)을 집어 넣어 직접 우리신다는 그 육수.

 

이날 내가 시킨 메뉴는 나의 페이버릿 메뉴인 '콤비네이션 3 아이템'이었는데, 샤부샤부는 비프도 좋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모꼬지의 압권은 바로 이 새우와 스캘럽이기에, 나는 이 3가지를 골고루 맛보기 위해 언제나 요 메뉴를 시키곤 한다.

 

다음은 이제 이 3가지 아이템들과 함께 팔팔 끓는 육수 속으로 들어갈 쫄깃한 우동사리와 신선한 야채 친구들. 두부에 새긴 모꼬지 글씨까지, 우리 사장님은 센스쟁이!^^

 

하지만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아채와 고기 등을 다 먹은 후 즉석에서 비벼주는 매콤한 맛이 일품이 '검은 오징어 먹물소스 볶음밥' 때문이다. 생긴 게 까맣고 볼품없다고 절대로 무시하지 마라! 나는 이 볶음밥이, 그동안 수많은 음식점에서 식사 말미에 비벼주곤 했던 볶음밥류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날 사장님께서 공짜로 주신 디저트 보라고구마 아이스크림. 오늘 나랑 같이 간 언니가 이 레스토랑의 진정한 경쟁력은 바로 이 디저트라고 말했을 정도로 진짜 맛있다. 참! 여기 디저트는 모두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단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주셨던 오렌지 셔벳도 정말 맛있었는데^^(사장님, 이렇게 자꾸 퍼주시니 제가 가면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것 같네요... 앞으론 제가 발길 좀 자제할게요^^) 

 

이상의 모든 설명은 사실(fact)과 다를 수 있다. 왜냐구? 완존히 내 맘대로, 또 내 입맛대로 쓴 리뷰니깐^^ 사장님 측에서 미리 대본을 써주시고 좋은 사진도 보내 주셨다면 좀 더 전문성있는 포스팅이 탄생할 수도 있었겠다만, 나의 블로그는 그런 건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구? 이 블로그는 약간 싸구려 감성을 지닌(이래뵈도 서초동 30년 토박이임^^),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느라 감성이 메말라 버린, 그리고 영어를 많이 못하는(이건 거의 장애 수준이다^^), 그리고 음식 취향이 지극히 평범한 나 윤요사가 내 맘대로 쓰는 블로그여야 하니깐 말이다 ㅋㅋ 

하지만 이 포스팅은 충분히 '사심'을 가지고 적은 글임은 사실(true)이다. 나도 이제 얼바인에 산지가 어느덧 3년이 지나다보니, 이렇게 여기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도 갖게 되고 이런 글도 적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네가 하는 이 비지니스가 모쪼록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블로그 운영 3년만에 난생 처음으로 친절하게도 레스토랑 주소와 전화번호를 같이 올려본다. 혹시 아는가! 하은이 엄마의 블로그를 보고 찾아 왔다고 말하면 사장님께서 얇은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 주실지 ㅋㅋ

 

Mokkoji Shabu Shabu Bar

14041 Jeffrey Rd, Irvine, CA, 92620

949-451-0011

 

P.S. 참! '모꼬지'라는 말은 순수 우리말로 나들이 혹은 모여서 즐겁게 논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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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의 공휴일 프레지던트 데이를 맞이하여 학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울 남편 회사는 역시나! 쉬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에(대단하다! 현대차! ㅋㅋ) 나는 하은이와 주은이를 데리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실내 놀이공간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그곳은 바로 미션 비에호(Mission Viejo)시에 있는 점프 앤 재민(Jump'n Jammin).

이곳은 말하자면 실내 놀이터인데, 현지인들은 Children's Entertainment Center라고 부른다. 그냥 하루 와서 잠시 놀고 갈 수도 있고 생일 같이 특별한 날에는 파티를 할수도 있는 공간인데, 샵스 앳 미션 비에호(Shop's at Mission Viejo) 몰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얼바인 우리 집에서는 프리웨이로 한 20분 정도만 가면 된다.

 

입장료는 아이 한 명당 12달러이며 시간 제약이 있는 다른 곳과는 달리 무제한 놀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동반한 어른 1명은 요 가격에 포함되어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참! 2살 이상의 토들러 비용은 5달러다.

여기서 황당 에피소드 하나! 우리의 짠순이 윤요사, 그 5달러를 아끼기 위해 '그래, 우리 주은이는 이제 2살이 된 지 꼭 4일이 지났으니 그냥 1살이라고 속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주은이가 몇 살이냐고 묻는 직원의 물음에 'Just one year old'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옆에 서 있던 눈치 없는 우리 하은이, 내가 주은이가 1살이라고 얘기하자 직원에게 며칠 전 동생은 두살이 되었다고 얘기한다. 뜨앗~

우리의 윤요사, 너무 부끄러워 바로 돈을 꺼냈지만, 친절한 여직원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웃음을 지으며 괜찮으니 그냥 들어가란다. 끄응~ 이거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 (썅! 하은아, 넌 순수한 거냐 눈치가 없는거냐?ㅋㅋ)

 

입장료를 내고 게이트를 통과해서 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얼마 안지나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벌써 이렇게 많다니, 미국인들도 휴일에 딱히 할 일이 없나부다 ㅋㅋ

 

이곳은 한쪽에 마련된 엄마들끼리 수다 떨면서 스낵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오늘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여기에 죽치고 앉아 매의 눈으로 얼라들을 무한 감시했다 ㅎㅎ

 

여긴 토들러 전용 공간. 하지만 주은이는 아직 어린지 내 곁을 좀처럼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 하은이는 혼자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좀처럼 내 곁에 찾아오지 않았다 ㅋㅋ 

 

그리고 토들러 공간 옆에 위치한 빅 사이즈 바운서.

하은이와 주은이는 이 안에 들어가 트램블린을 이용하여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동작을 무한반복하며 까르르 웃고 난리가 났다. 얘들아! 높이 뛰어 올랐다 떨어지면 그렇게 좋으니?(하긴 엄마도 옛날에 동네 공터에 트램블린 설치하는 아저씨가 오면, 100원 내고 30분 타는데 얼마나 시간이 금방 가던지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단다^^) 

 

바운서 옆에는 이렇게 암벽 타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암벽타기는 레고랜드에도 있었는데, 미국 아이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지 바운서와 암벽타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면 대개 세트로 설치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윤요사의 한국적 정서(?)에는 그닥 재미있어 보이진 않았음ㅋㅋ

 

이제 잡소리는 그만하고 우리 하은이의 마음을 홀라당 빼앗아 버린 메인 놀이시설 얘길 한 번 해볼까나?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가 복합된 메인 놀이시설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걸 고르라면 바로 작은 공을 쏘아댈 수 있는 요 장난감 총일게다. 남자 아이들은 이 총을 이용하여 서로에게 공을 쏘아 대는데 그 쾌감이 장난 아닌가보다. 다다다다~ 하는 보이들의 함성과 총쏘는 소리가 실내 가득히 울려 퍼진다. 

 

이렇게 아이들이 쏘아댄 공들은 가운데의 뻥 뚤린 가운데 공간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 밑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은(주로 우리 하은이 같은 여자 아이들) 떨어진 공들을 재빨이 주워 담아, 가운데 있는 요 기구에 넣는데 그러면 작은 볼들이 공중을 향하여 팝콘처럼 튀어 나오면서 아이들의 흥을 한껏 더 돋구어 준다.

 

메인 놀이시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코너는, 바로 요 길고 구부러진 밀폐형 슬라이드이다. 아이들은 이 긴 슬라이드를 타면서, 너무 금방 끝나버려 시시했던 동네 놀이터 미끄럼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듯 하다^^

 

그리고 메인 공간 이외에도 이렇게 규모는 작지만 좀 더 아기자기한 다른 슬라이드와 놀이기구들이, 메인 놀이시설의 번잡함이 싫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매력으로 어필하기도 한다.

 

오늘, 격한 놀이로 배고파진 아이들과 그들을 케어하느라 역시 녹초가 된 내가 선택한 레스토랑은, 점프 앤 재민의 바로 윗층에 위치한 일식당 '립 타이드(rip tide)' 되시겠다. 입구에는 이렇게 2012년 올해의 식당으로 선정되었다는 자랑스런 서티피킷도 붙어 있다.

 

이날 우리가 시켰던 요리들. 새우와 연어와 필레미뇽까지. 보기보다 완전 맛나다. 강력 추천! ^^

 

신나게 뛰어 논데다 배부르게까지 먹여 놔서 얼라들이 이젠 좀 파리약먹은 것처럼 쓰러져 자줄까 기대했더니, 갑자기 눈이 더 총총해지면서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외쳐대는 이 아이들! 

에라, 이 불량 엄마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이 엄마가 아이스크림까지 아주 풀서비스로 대접해주마. 이렇게 해서 옆에 있는 요거랜드에서 또 내 돈을 뜯어가는 아이들. 서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먹으려고 숨도 쉬지 않고 먹어대는 아이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ㅋㅋ

 

아이스크림까지 싹싹 비운 아이들, 그제야 '엄마! 졸려요'하면서 어서 지들이 잘 공간을 마련하란다. 이에 주차장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차에 태우니 그녀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정말 1분만에 곯아 떨어진다.

잠든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프리웨이를 운전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동차 안 시계는 아직 3시도 되지 않았건만 내 몸은 천근만근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이따 집에 도착하면 나는 아이들을 깨워서 씻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남편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겠지...   

이렇게 지친 날은 다만 한끼라도 누가 내 밥 좀 차려줬음 좋겠다 ㅋㅋ  하지만 울 엄마도 예전에 철없는 나와 오빠를 이렇게 키우셨겠지...하는데까지 생각이 나아가자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몹시 그리워졌다. 부모가 되봐야 부모의 사랑을 안다는 말, 정말 사실인 것 같다.

또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오늘의 두서없는 포스팅도 얼른 끝내야겠다. 오늘의 포스팅도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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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얼바인에서 2년 반이란 세월을 보냈다. 두돌된 하은이를 데리고 얼바인에 온 것이 마치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 여기서 둘째를 낳고 또 그 둘째가 벌써 17개월이 되었으니 시간 참 빠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얼바인에 대해서는 대충 웬만큼은 안다고 자부했는데(특히 신생아 및 프리스쿨러와 관련된 분야라던가 혹은 레스토랑? ㅋㅋ)  요즘에도 나는 얼바인의 다양한 면모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짐네스틱 학원과 양키 캔들, 그리고 몇몇 맛집에 대하여 소개하련다.  

며칠 전 이웃 언니의 소개로 얼바인 근처 터스틴에 체조 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호기심 발동한 우리의 윤요사! 하은이와 주은이를 대동하고 당장 따라 가봤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건물 사면에 각종 트로피들과 수상 사진들이 가득히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 쫌 유명한 학원인가본데?^^ 

 

입구를 지나 실내 체육관으로 들어가보니, 이렇게 아주 어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낮은 평균대부터

 

좀 더 높은 평균대,

 

그리고 무슨 올림픽 경기 같은데서나 볼 수 있었던 이단 평행봉이랑 뜀틀 같은 것까지 온갖 종류의 기구들이 가득했다.

 

또 2층엔 요렇게 친절하게도 엄마들이 기다리면서 자녀들의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나같이 둘째가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이런 배려가 너무도 소중하다. 오죽하면 하은이 발레 수업할 때 주은이를 데리고 기다릴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하은이 발레를 그만두게 했겠는가!^^(난 열혈엄마가 되기엔 아직 소양이 많이 부족한 듯 ㅋㅋ)

 

난생 처음 체조학원에 와 본 우리 두 딸들도 이렇게 신이 났다. 특히 오늘 하은이는 체조라는 것에 대해서 대단한 흥미를 보였는데, 그래서 나는 담주에 하은이가 프리 클래스를 한 번 들을 수 있도록 신청해 주었다.

만일 하은이가 프리 클래스를 들어 보고 계속 해보고 싶다면, 나는 기꺼이 체조를 한 번 시켜볼 예정이다. 괜시리 공주병 부추기는 발레보다는 차라리 역동적인 체조가 더 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뭐 손연재나 신수지 수준까지야 되겠느냐마는, 적어도 몸은 좀 유연해지지 않을까나?^^  

 

다음은 갑자기 생뚱맞게 양키 캔들 이야기!

내가 처음 미국 와서 뜨아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캔들 문화였는데, 그동안 내 머릿속에서 양초란 그저 정전이 발생했을때 비상용으로 쓸 수 있는 하얗고 길다란 싸구려 양초만을 의미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어느 집에 가든지 혹은 어느 샵에 가든지 늘 여러 종류의 예쁜 양초와 촛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누군가에게 양키 캔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또 우연히 얼바인 스펙트럼 센터를 지나다가 양키 캔들 샵을 보게 되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샵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예쁜 유리 병에 담긴 형형 색색의 양키 캔들을 바라 보니 괜히 우리 집에 몇 놈 갖다 놓고 싶어졌다 ㅋㅋ

 

양초도 그렇지만, 양초 위에 씌우는 갓 같이 생긴 것이나 양초 몸통을 감싸는 것, 그리고 양초를 올려 놓는 받침대에 이르기까지(요런 부대 장비들의 정식 명칭을 하나도 모르겠다. 무식한 윤요사 같으니... 쯧쯧...) 예쁜 것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샵에서 아무리 세일을 해도 양키 캔들의 기본 가격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고로(물론 그래도 한국보다는 훨씬 싸기 때문에 주재원 부인네들의 귀국 필수품 리스트에 언제나 올라 있다카더만 ㅋㅋ), 샵 안을 서성이며 군침만 뚝뚝 흘리고 있던 나에게, 같이 구경 갔던 세진 언니가 상큼한 레몬향의 CAR JAR를 선물해 주었다. 요것도 이렇게 작아 보이지만 6달러나 한다.  언니! 고마워요. 이제 구린 내 차에서도 레몬향 좀 풍기겠어요~~~

 

다음은 최근에 새로 도전한 맛집들 이야기! (이놈의 식욕은 끝이 없구만. 쯧쯧...)

첫번째는 잼보리 - 마이클슨에 위치한 파니니 카페(PANINI CAFE) 되시겠다. 여긴 지중해식 음식을 파는 곳인데 그냥 인근을 지나갈 때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줄서 있는 것이 신기해서 누군가의 추천을 받은 적도 없건만 용감히 들어와 봤다.

 

레스토랑은 패티오와 인사이드로 구분되어 있는데 점심 때 오면 사람들이 월매나 많은지 맨날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스마트 폰으로 옐프 리뷰에서 가장 평이 좋은 음식 두 개, 즉 새먼(연어) 파니니와 케밥을 주문했다. 맛은 썩 괜찮은 편이었는데, 하지만 만일 지중해식 음식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리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음은 컬버-월넛에 위치한 커리 하우스 이야기. 얼바인 사람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곳이다.

나도 약 2년 전쯤에 한 번 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땐 한창 입덧이 심한 때였기 때문에 곧 쓰러질 것 같아서 거의 기어서 외식을 하러 나왔는데 식당에 와서도 컨디션이 계속 않좋아서 이 레스토랑에 대한 기억 자체가 그냥 별로 좋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이번 주에 어른 메뉴를 먹으면 아주 푸짐한 아이들 메뉴가 꽁짜로!!! 제공되는 프로모션이 있다길래 다시 한 번 나와봤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도 음식을 주문하자마자 이렇게 예쁜 열쇠고리도 선물로 주는 것이다. 아싸라비야!

 

지난 번과는 달리 참 맛나게 먹었던 돈까스와 커리 요리. 게다가 샐러드와 스파게티까지 곁들여져서 아주 푸짐하다.

 

거기에 공짜로 제공되었던 키즈 메뉴(데리야끼와 미트볼 커리 요리) 역시 어찌나 실하던지. 콘 스프도 맛있고 과일까지 단물이 죽죽 흘러서 최고여욧! ㅎㅎ

 

오늘 이 프로모션을 소개해 준 하은이 친구 오드리네와 함께! 감솨 감솨~~~^^

 

마지막으로 시몬마트 몰에 위치한 스파이시 크랩!

그동안은 언제나 맛난 새우요리를 먹고 싶을 때마다 인근 가든그로브까지 나가서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유명한 레스토랑 "더 보일링 크랩"까지 가서 줄 길게 늘어선 채 투고를 해와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내 입맛엔 여기가 더 맛있으니깐 ㅎㅎ

 

식당 내부도 이렇게 크고 깔끔하다.

 

가장 맛난 건 새우 요리인데, 새우 1파운드가 1인분이라고 보면 된다. 시즈닝은 마일드가 젤로 낫다. 미디엄만 되어도 좀 매운 것 같다. 아! 시즈닝 종류는 "허리케인"이 최고다. 옥수수나 햄 등 기타 첨가물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아... 저쪽에서 얼라는 울어대건만, 블로그 방문자들을 위한 윤요사의 이 섬세한 조언이라니 ㅋㅋ) 

 

이번 포스팅의 마무리는 요즘 부쩍 큰 우리 하은이의 사진으로 마감하련다.

울 교회 집사님께서 최근 본인이 직접 만든 옷을 세 벌이나 하은이에게 선물해 주셨는데 어찌나 러블리한지 감사한 마음으로 착샷을 한 번 올려 본다. 

 

우리 하은이가 벌써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하은아! 네가 요즘 영어와 한글을 같이 배우느라 둘 다 어설픈 상태이지만 그래도 넌 참 축복받은 아이란다. 네 엄마는 다들 어학연수 1년 씩은 가던 시절에 대학 졸업한 후에야 유럽으로 겨우 17일 배낭여행 가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 본 서울 촌년이었거든 ㅋㅋ

하지만 너는 아빠 직장 덕분에 이렇게 세살부터 일곱살까지 미국을 경험할 수 있게 됬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부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려무나.

하긴 주변에서는 이 엄마에게 네가 너무 어려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모든 기억을 빛의 속도로 까먹을테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한다만, 그래도 이 엄마는 왜 이렇게 너에게 기대가 되는지 모르겠다. 제발 여기서 배운 영어, 하나도 까먹지 말구, 디즈니랜드나 레고랜드 같은 여기서의 즐거운 기억들도 다 간직하길 바란다^^ 

- 열혈 엄마가 -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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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그냥 사서 먹으면 시간 대비 비용이 얼마나 절약되는데 왜 굳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여기서 예전이란 불과 3,4년 전,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서 직장 다니면서 박사과정까지 다니던 나름 무지 바빴던 시절을 의미한다. 그 때, 나는 하은이를 친정 부모님께 거의 하루 종일 맡기다시피 하면서 자기개발에 열중하고 계시었다. 아침은 굶거나 빵으로 때우고(아! 오해는 마시라. 그때도 남편과 시어머니 새벽밥만큼은 언제나 깎듯이 지었으므로^^) 점심은 직장 동료들과 후다닥 먹어치우고 저녁은 대학원 부근 지하철 역에서 종로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여기 미국은 외식비가 무지 비싼데다, 여기서 나는 그냥  전!업!주!부!다(사실 직장다닐때보다 애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더 바쁜데도 말이다). 게다가 아직 어린 두 얼라들에게 식당 밥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올 6월에는 큰 맘먹고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할 만한 요리 몇 개에 도전해 봤다.  

 

1. 모밀국수 만들기!

모밀 면발이야 그냥 끓는 물에 삶기만 하면 되지만, 모밀국물이 문제였는데 다행히 교회 집사님께서 모밀국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먼저 표고버섯과 무우, 멸치와 다시마, 양파와 대파를 넣고 푹푹 끓인다. 

 

이게 다 끓으면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한 줌 넣어 식힌다. 가쓰오부시를 따로 살 필요는 엄었따. 왜냐면 나는 평소 풀무원 우동을 가끔 사다 먹는데 그때마다 가쓰오부시를 안 먹고 남겨 놨기 때문이다 ㅋㅋ 

 

이렇게 식힌 멸치국물과 8 : 1 : 1 의 비율로 미린(요건 일본 마켓에 판다. 한국의 미림과는 다르다)과 간장을 넣으면 모밀국물 완성!  (맨 마지막에 설탕으로 간을 맞추면 되지만, 나는 설탕은 일부러 안 넣었다. 아이들 먹을 거니까 단맛보다는 좀 심심하게...)

너무 간단하지만 해보면 진짜 맛난다.

 

2. 감자계란 샐러드 만들기!

먼저 감자랑 계란을 찜기에 올려 놓고 삶는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으깨준다.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해서 흰자만 섞기도 한단다. 하지만 나는 그냥 한꺼번에 마구 으깼다 ㅋㅋ

 

그리고 맛살과 양파, 오이, 당근, 녹색과 붉은색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서

 

으깬 감자, 계란과 함께 부드럽게 섞어준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해줘도 되는데 나는 소금도 생략했다. 역시나 애들이 먹을거니깐!

 

쨔잔~ 실은 이게 지난 파더스 데이 저녁식사였다^^

 

모밀국수에 감자계란 샐러드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반찬도 전혀 없고 말이다 ㅋㅋ 하지만 남편은 하루 종일 애들 보느라 정신 없었을 텐데, 파더스 데이를 위해 이렇게 특별히 새로운 요리에 도전한 나를 높이 평가하며 모든 그릇을 싹싹 비워 주었다.

우리 애들이 잘 먹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주은아! 그리도 맛나더냐! ^^

 

3. 바베큐 폭 찹 만들기!

이건 울 남편이 맥주 한 잔 걸치며 안주거리로 먹고 싶다며 특별히 주문한 요리 되시겠다.

먼저 와인에 고기를 몇 십분 절여 준다.

 

그리고 스테이크 소스와 칠리 소스, 머스타드 소스 등을 이용하여 소스를 만들어 준 후,

 

버섯과 양파와 피망, 파프리카 등을 먹기 좋게 썰어서 다같이 볶아주면 된다.

 

울 남편, 첫 도전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이 좋았다며 당연히 립서비스 작렬해 주시었다. (하긴 어쩌겠는가? 만일 사실대로 맛없다고 말하면, 지금 그나마 얻어먹고 있는 삼시세끼가 당장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걸 ㅋㅋ) 

 

4. 단호박 샐러드 만들기!

감자보다는 아무래도 단호박이 더 웰빙이 아니겠는가? 감자 샐러드에 성공한 나는, 다음 날 당장 마트에 가서 단호박을 하나 사왔다. 그리고 찜기에 넣어 푹 찐 다음, 껍질을 벗기고 숟가락으로 눌러서 으깨주었다.

 

그리고 거기에다 우유랑 마요네즈, 머스터드 소스, 꿀을 약간 넣고 잘 섞어주면 초간단 단호박 샐러드 끝!

여기다가 아까 같이 쪘던 당근을 쫑쫑 썰어 예쁘게 올려 주었다. 나는 아주 궁합이 어색하지만 않으면 거의 모든 음식에 당근을 넣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내가 눈이 나쁜 관계로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눈에 좋은 당근을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에서다.

 

5. 마지막으로 월남쌈!

며칠 전, 모 집사님께서 정말 해먹을 것이 생각 안나거든, 그냥 집에 있는 야채들 다 썰어 넣고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물 탄 호이신 소스에 찍어 먹기만 하며 된다길래 정말 순진한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봤다.

나는 내맘대로 맛살, 깻잎, 당근, 오이, 피망과 파프리카, 무순, 햄, 그리고 파인애플을 사용했다.  

 

이 날 단호박 샐러드와 월남쌈에 울 남편과 아이들, 맛있다고 난리났다^^

 

요리는 평생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일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나는 요즘 어쩔 수 없이(?) 요리책을 자주 들춰 본다. 하긴 애들을 젤로 싫어하는 내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것, 그리고 세상에서 전업주부만큼은 되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내가 전업주부 생활 벌써 3년째에 접어든 걸 보면, 세상은 참 아이러니 투성이다.

울 남편은 요즘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제 애들 교육에만 열올리면 그동안 결코 하지 않겠다던 모든 일을 하는 거라고(나는 예전부터 내가 잘되야지 애들 잘되는거 아무 소용 없다고 얘기해 왔다ㅎㅎ).

남편, 그런데 어쩌지? 나 벌써 울 애들 진로 계획 다 세워 놨는데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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