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우리 가족은 주일 예배를 드린 후, 간만에 LA로 나가 페이지 뮤지엄(Page Museum)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LA에 있는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을 가지고 있는데, 페이지 뮤지엄이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과 같은 재단이라서,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 카드를 제시하면 여기도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주차료는 내야 한다. 우리는 7 달러를 내고 주차한 후, 길을 따라 꽤나 넓은 잔디 광장으로 들어갔다. 넓다란 잔디밭 사이로,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메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윗 사진에 나온 안내판에서도 보여지듯이 페이지 박물관은 반드시 La Brea Tar Pits라는 수식어를 뒤어 늘 달고 다닌다. 원래 ‘라브레아 타르 핏’(타르 구덩이 : 인터넷을 찾아 보니 '타르 구덩이'는 엄청난 양의 화석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함)은 유명한 빙하기 유적이자 세계적인 화석 유적지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을 관장하면서 유적 발굴 및 보존, 전시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페이지 박물관이다.

그렇다! 화석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 안에 세워진 박물관, 그리고 이미 발굴된 화석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석을 발굴하는 일까지도 담당하는 박물관이, 바로 이 페이지 박물관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디밭 한 켠으로 이렇게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Lake Pit(현재 이 호수 밑에 Tar Pits이 있다고 함)이 자리잡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연못 안 여러 군데에서, 마치 돌을 던진 자리에 여운이 남는 것처럼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올록 볼록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쪽 구석에는 이렇게 아직도 발굴중인 구덩이(Excavation Pit)도 있다. 이러한 부지 등에서는 지난 100년간 계속해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근방에 위치한 Tar Pits과 Excavation Pits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상아까지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제드(Zed)’라는 별명의 거대한 매머드 유골과, 검치호(송곳니가 길게 자란 호랑이), 이리, 들소(bison), 말 등 여러 포유류의 뼈(mammal fossils)들이 꾸준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1만~4만년 전 매머드, 마스토돈(mastodons), 검치호, 그리고 다른 빙하기 동물들이 땅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스며 나온 끈적끈적한 아스팔트(asphalt)에 갇히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1906년 이후에만도 약 100만개의 뼈들이 이 끈적끈적한 연못에서 발굴됐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럼 이제 박물관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나?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다른 박물관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잡다구리한 동물까지 다 다루는 것에 비해, 이 페이지 박물관은 이미 멸종되어 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기 이전의 초기 생존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신기했던 동물은 바로 '검치 호랑이'였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아주 유명한 매직 트리 하우스라는 책에 이 동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찾아 보니, 검치호랑이(Saber-toothed tiger)는 약 4,000만 년 전~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고양이과의 육식동물로, 오늘날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들에 비해 훨씬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던 멸종된 포유류를 가리킨다. 송곳니는 구부러진 칼같이 생겼고 그 길이가 약 20cm나 되었다고 한다. 이 검치호의 화석은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대표종인 '스밀로돈'은 그 크기가 호랑이만하고 남아메리카에 주로 살았으며, 강한 목의 힘과 어깨, 그리고 몸의 무게를 이용하여 송곳니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검치호랑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들은 현생 호랑이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동물이란 사실만 제대로 알아둬도 좋겠다.

그리고 검치호랑이가 왜 멸종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나마 검치호랑이가 최상위의 포식자였음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고양잇과 동물이나 *다이어울프 같은 포식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들과도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단다. 그 밖에 북미 지역의 스밀로돈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 년 전까지도 생존했는데 이때 등장한 인류에 의해 사냥 당하거나 아니면 사람과의 먹잇감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평소 언행이 가볍기로 소문난 윤요사의 행태에 비해, 이번 글은 너무도 학구적이라 솔직히 쓰는 나도 좀 당황스럽다 ㅋㅋ)

 

검치호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끈 동물은 바로 매머드(Mammoth)였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했던 포유류이며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와 북미의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았던 초식동물로 쉽게 말하면 포유류에 속하는 화석코끼리라고 볼 수 있겠다. 크기는 코끼리만큼 컸고 두개의 상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몸에는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수 있게 보온용 털이 덮여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빙하기 때 너무 추워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다음은 다이어 울프(dire wolf). 현존하는 늑대보다 팔다리는 비교적 가늘고 몸과 두개골은 더 크고 무거우나, 뇌는 작아서 지능이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단다. 미시시피 계곡과 멕시코 계곡 등에서 많은 양의 화석이 발견되어 중북부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긴 'Paleontology Laboratory'이다.

paleontology는 고생물학, 화석학이라는 뜻인데(Paleontology is a rich field, imbued with a long and interesting past and an even more intriguing and hopeful future. Many people think paleontology is the study of fossils. In fact, paleontology is much more),

 

이곳에서는 실험실 내부를 이렇게 통유리로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발굴된 화석들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모습들을 일반인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실험실 내부에서 지금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다른 전문가가 실험실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었다. 내가 영어만 좀 알아 들을 수 있었어도... 흑흑

 

그리고 앞서 소개한 검치호나 매머드, 다이어 울프 이외에도 시조새나 고생대 영양(앤텔로프) 등 이미 멸종해 버린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고

 

비록 한국에서는 퇴물로 취급받지만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스티커 사진 기계도 있었다 ㅋㅋ 

내 바로 앞에서 이걸 찍었던 외국인은 우리에게 비록 'Great waste of money'이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올때마다 안찍어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갔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찌나 이 기계에 관심을 보이는지 5달러나 주고 결국 이렇 유치한 스티커 사진을 손에 쥐고 말았다는 ㅋㅋ

 

이제 라끄마(LACMA)라고 불리우는 LA 카운티 미술관으로 가보자. 아래 표지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이지 박물관과 라끄마는 인접해 있다 못해 아예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워낙 유명한 건물들이라 사이에 담장을 따로 칠만도 한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지 그냥 몇 걸음 걸어가면 되도록 따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페이지 박물관에서 라끄마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분수가 있는 쬐끄만 가든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날은 운좋게도 이곳에서 그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움직이는 것이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수많은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제작해온 모빌의 창시자가 아니던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렉샅더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이 오늘(11월 24일)부터 내년 7월27일까지 이곳 라끄마에서 열리게 됬단다.

'칼더와 추상'(Calder and Abstraction:From Avant-Garde to Iconic)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알렉산더 칼더가 창작생활을 펼쳐온 40년 내내 미술계를 놀래켜온 추상 조각 50여점을 비롯하여, LACMA가 1964년 행코팍 캠퍼스 오픈 기념으로 칼더에게 특별 의뢰해 설치됐던 대형 분수조각에서부터 천정에 매달린 모빌, 스태빌 등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진다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겠다.

 

이제 분수공원을 지나 라끄마 정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비싼 입장료(LACMA 입장료는 일반 15달러 18세 이상 학생과 시니어 10달러. 17세 이하는 무료다. 주중 오후 3시 이후에는 LA 카운티 주민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매달 두번째 화요일과 할러데이 월요일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단다)를 내고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준도 안되고, 우리 역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무언가를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라끄마 건물 앞 휴식공간에 앉아 아이들만 놀리기로 했다.
 

 

다행히 커피샵과 기프트 샵 옆에 위치한 넓찍한 공간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노란색 스파게티 면같이 생긴 것들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하나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놀아 주었다.

그리고 난 이 조형물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혹시 다치진 않을까 계속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해서 주일 오후를 이용하여 잠깐 들러 본 수박 겉핥기식 박물관, 미술관 투어가 모두 끝났다. 물론 아직 무언가를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박물관, 미술관을 계속 돌아 다니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작은 기억과 경험들이 훗낳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 둘씩 쌓여서, 그들 안에 조금씩 지혜와 지식의 나무가 자라날 것이라고 한 번 어설프게 믿어 보면서,

나는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싸돌아 다닐 것을 스스로에게 엄숙히 선서하는 바이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

요즘 얼바인 인근에서 가장 핫한 몰을 고르라면 그건 아마도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에서 405 프리웨이를 타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OC Mix' 일 것이다.

사실 이 몰이 조성된 지도 꽤 되었고 나 역시 그동안 이곳에 자주 갔던 터라 새삼스레 포스팅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열린 National Charity League 바자회를 보면서 글 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가구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 있는데, 몰을 운영하는 사람이 머리를 잘 써서 그런지 그냥 가구 매장만 많이 있는게 아니라 맛난 레스토랑은 물론 트렌디한 커피숍이나 의류 및 각종 악세서리 가게에 이르기까지 여러 샵들이 모여 여느 미국 몰답지 않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해 내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몰이 아무리 트렌디하다 해도 사실 이곳의 인기는 바로 '포톨라 커피 랩(portola coffee lab)'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야 뭐 항상 인스턴트 커피인 맥심 모카골드만 죽어라 먹어대니 커피에 대한 조예는 커녕, 커피에 관해서는 완존 문외한이지만, 주변에 커피맛 좀 안다는 사람들 치고 이곳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면 여기 커피맛이 좋긴 좋은가 보다.  

 

뭐 실험실 기구처럼 이렇게 요상하게 생긴 도구들을 이용하여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흰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들이 마치 예술작품을 뽑아 내듯이 커피를 내려 준다.

 

게다가 얼바인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라떼 아트까지 선보여 주시니 우울한 날, 나를 위한 스페셜 커피는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려는 아줌씨들이 끊이지 않을 법도 하다.

 

참! 포톨라 커피 랩 바로 옆에는 이렇게 세븐스 티 바(seventh tea bar)라는 티 전문점도 있는데, 사실은 포톨라 커피 랩 사장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가게란다.

얼마 전 OC Parents 라는 잡지에 이 부부 이야기가 실렸는데, 남편은 원래 바리스타를 취미로 하는 직장인이었고, 어린 아이가 셋인 아내 역시 평범한 회사에 다녔었는데 아픈 아이의 병원 스케줄을 맞추기 위하여 아내는 좀 더 플렉서블한 자기 사업을 생각하게 됐단다. 이래서 취미가 평생 직업이 될수도 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고된 삶이 때로는 인생의 반전도 가져올 수 있나 보다.

어쨌든 커피믹스 외에는 커피 맛도 잘 모르는 주제에, 티 맛은 더더욱 알리 없는 우리의 윤요사는 그저 하릴없이 사진만 찍어댈 뿐이다 ㅋㅋ 

 

그런데 언제나 한산하던 이 건물이 오늘은(11. 21) 매우 붐비니 이상할 따름이다. 게다가 단순히 여느 사람들로 붐비는 게 아니라, 부티가 철철 흐르는 키 170 이상의 늘씬한 금발 아줌마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잔뜩 부리고 루이뷔통이나 샤넬 가방을 든 채 총출동해 주시니 더욱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슨 이유일까? 나중에 상인들에게 물어 보니, 오늘이 바로 매년 하루만 열리는 '내셔널 채리티 리그 뉴포트비치 지부'의 나눔 바자행사가 열리는 날이란다.

 

벤더들이 와서 각자 부스를 마련하고 물건들을 진열해 놓으면 돈 많은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이 마구 마구 물건들을 사주고 거기서 남은 수익금으로 좋은 일에 쓴다고 한다.

난 말로만 듣던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을 떼거지로 본게 오늘이 첨이었는데 수수하게 차리고 온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찌나 다들 돈있는 티를 퍽퍽 냈는지(^^) 멋모르고 무릎 튀어나온 아베크롬비 츄리닝 입고 커피 마시러 간 나만 괜시리 외계에서 온 사람이 되어 버렸다 ㅋㅋ 

 

야! 내가 오늘 옷은 이래도 사실 돈은 좀(?) 있다구! ㅋ  급 자존심 구겨진 우리의 윤요사, 괜히 영어 공부할 때 쓸거라며 즉석에서 그릇이나 문구류에 이름을 써주는 부스로 가, 하잖은 스프링 노트를 16달러나 주고 사는 허세를 부려 본다.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돈이 아깝던지... 저 3000원짜리도 안되는 노트를 거의 2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사실을 울 남편이 알면 어쩌나 ㅋㅋ(역시 나는 태생이 구려서 레알 부자가 될 순 없나보다 ㅋ)

어쨌든 예술가 언니가 자기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노트에 Young lan이라고 내 이름을 써주고 있다. 솔직히 아까워서 차마 못 쓸것 같고 서랍 안에 잘 간직해야겠다^^

 

여담이지만 내셔널 채리티 리그는 아무나 모이는 모임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7학년에서 12학년 사이의 딸을 둔 엄마가 그 딸과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자선 단체라고 들었다. 그래... 사춘기를 지내는 딸과 함께 엄마가 이렇게 좋은 일에 참여하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일게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내 딸이 나의 삶을 부러워했음 좋겠다. '울 엄마 같이 살기 싫어요'가 아니라 '난 울 엄마처럼 그렇게 살래요'라고 말했음 좋겠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나의 일이 없이 집에서 아이를만 키우며 살다 보니 내 꿈이 희미해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어지는 것이 너무 슬프다.

오늘 하루, 국은 뭘 끓일까 반찬은 뭘 만들까... 청소할 때가 됬나 빨래감은 쌓였나 애들은 언제 씻길까... 죙일 그런 생각만 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결코 가치 없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삶 자체를 가치 없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 보는 내 딸이 과연 나의 삶을 가치있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또 넋두리가 길어졌다. 이노무 넋두리에는 약도 없나보다^^ 다시 본론이다. 포톨라 커피 랩이 위치한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이 몰이 좋은 건, 땅 값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초록 자연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는 거다.

 

이제부턴 내 맘대로 아무 샵이나 들어가서 감성지수를 업시키면서 그저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 몰에는 유명하고 비싼 프랜차이즈 가구점들도 많지만, 나는 이렇게 조그만 아이 가구샵이나 앤틱샵에 더 끌린다.

 

또 아직 시식해 보진 못했지만, 청담동 삘 풀풀 나는 케익 하우스의 데코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무도 귀여운 카툰들을 주종으로 하는 자그마한 갤러리도 맘에 든다. 카툰 그림이 하도 예뻐서 하은이 방에 걸어 주고 싶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한 개에 25만원도 아니고 250만원이란다. 썅!

내가 예술작품을 못알아 보는 건지, 아님 예술이 돈의 가치를 못알아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온갖 비싼 가구점들은 다 스킵하고, 하은이가 좋아하는 프린세스 및 헬로 키티가 유치하게 그려진 아이들 가구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아직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주지 못한 터라, 아이들 가구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싸구려로 ㅋ 

 

거기에 이곳 저곳 둘러보다 눈알을 하도 굴려서, 안구정화하려다 오히려 안구가 피곤해지는 인테리어 샵 구경은 기본이다.  

 

아... 배고프다.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좀 먹어볼까? 신선한 샐러드를 먹기에는 이곳이 딱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덧 한 시 반. 이제 하은이와 주은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난 매일 아침 9시면 자유의 몸이 되고, 오후 1시 반이 되면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며느리로 다시 변신하는 줌마렐라이다.

그래도 이 4시간이, 남은 하루의 20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날은 어덜트 스쿨에서 영어를 배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 몰을 돌아 다니기도 한다. 물론 또 어느 날은 그 4시간 동안에 밀린 집 청소와 빨래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한다. 하루 중 이 4시간 동안의 자유시간을 얻기 위하여 나는 그동안 이 낯선 미국에서 주은이를 24개월 동안이나 하루 종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4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제 약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나의 미국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영란아! 이제 더 이상 게으르게 집 소파에 벌렁 누워서 다운 받은 한국 드라마나 보면서 이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꾸나.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그렇게 살다 돌아가는 거야. 알았지? 

 

 

Posted by 모델윤
,

미국에서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Veterans Day이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는 쉬지만 울 남편 회사는 안쉬는 이런 날은, 내가 젤로 싫어하는 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학교가 쉬는 날은 아예 남편 회사까지 쉬어서 온가족이 아싸리 놀러 가든가, 아님 학교도 쉬지 말던가 해야 하는데, 이러한 나의 바램과는 전~혀 상관없이 미국에는 이런 휴일들이 꽤나 많다^^ )

하지만 오늘 하루 또 무얼하며 얼라들과 놀아 주어야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하은이 친구 엄마가 갑자기 좋은 제안을 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얼바인 인근 도시인 라구나 힐즈에 최근 생겼다는 '트램폴린 파크'에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워낙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의 윤요사, 당장 트램폴린 팍으로 고고씽이다!!!  

난 '트램폴린 파크'라기에 첨에는 무슨 야외 공원에 덤블링 시설 몇 개 갖다 놓은 그런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트램폴린 팍은 실내(indoor) 플레이 그라운드 같은 곳이었고. 과연 라구나 힐즈라는 그 위치답게 인근의 온동네 금발머리 백인들은 다 모아 놓은 것처럼 미국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더랬다.

 

이곳에서 놀려면 아이 1인당 한시간에 10달러, 그리고 두 시간을 한꺼번에 신청하면 15달러만 내면 된다. 결국 나는 15달러를 내고 하은이만 두 시간 동안 놀리기로 했는데, 내가 하은이와 함께 돌아 다니며 놀아줄 동안 감사하게도 울 시엄니는 주은이를 전담해서 봐주시기로 했다.

 

하은이의 첫 코스. 나이 어린 아이들이 제일 많이 노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트램폴린 되시겠다.

 

그 다음 코스. 옆에 있는 비스듬한 벽면을 발판 삼아 도움닫기를 하여 뛰어 오른 후 멋지게 낙하하는 코너다. 우리 하은이, 너무 좋아서 한마디로 난리났다 ㅋㅋ 

 

여긴 도지볼(Dodgeball)을 하는 코너. 트램폴린 위에서 뛰고 있다가 상대방이 던지는 공을 받거나, 아니면 트램폴린의 탄성을 이용하여 멋지게 날아 올라 피구왕 통키처럼 공을 던지면 된다 ㅋㅋ 

나는 혹시나 승부욕에 불타오른 남자 아이들이 공을 세게 던져 하은이가 다칠까봐 걱정했는데, 여기 아이들은 상당히 젠틀해서 하은이에게는 일부러 받을 수 있게 공을 살살 던져 주는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하은이가 자기가 공을 받아냈다며 얼마나 의기양양해 하던지 ^^ 

 

다음은 트램폴린 모양이 제각각인데다가 길이도 꽤나 긴 트램폴린이 깔려 있는 메인 트램폴린 코너다. 이 날은 나름 공휴일인지라 사람들이 좀 많아서 인기 코너는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다음은 농구 섹션이다. 요걸 보니 괜시리 예전 고딩적에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서태웅, 송태섭, 강백호 이런 캐릭터를 보며 열광했던 생각이 떠올라 나는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하은이는 아직 어리니 여기서 그저 똥폼이나 좀 잡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하은이는 단번에 슛을 성공시켜 버렸다ㅋ

 

 

마지막으로 하은이와 나는 배틀 빔 코너로 향했다. 다행히 같이 간 하은이 친구가 게임에 응해 주었고 더 나아가 그녀는 하은이에게 져주는 아량(?)까지 베풀어 주었다^^ 우리 하은이, 오늘 기분 째지는구나~

 

그밖에도 인공 암벽타기 코너는(물론 하은이는 암벽이 너무 높아서 바로 포기^^) 물론,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 그리고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꽤 넓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럼 엄마가 돈 아낀다고 표도 끊어 주지 않고, 언니와 두 시간 동안 트램폴린 팍 곳곳을 돌아 다니고 있을 동안, 우리 주은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이렇게 소파 위에서 각종 요가 자세를 선보이며 저렴하게(?) 놀아 주시었다. 쯧쯧~ 미안타. 둘째야~

 

오늘 나는, 나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트램폴린 팍에서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얼바인에서의 4년... 시건방진 말일수도 있지만 이제 이 근방에서 나에게 새로운 것이란 별로 없다. 사실 한국 마트, 한인 교회, 한국 식당만 주로 다니다보니 도대체 내가 한국에 사는 것인지 미국에 사는 것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익숙한 것만 즐기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이렇게 새로운 걸 경험하는게 여전히 참 좋다. 그러면 내가 정말 미국에 살긴 사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오늘도 나에겐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Posted by 모델윤
,

이제 미국 생활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건만 나의 위시 리스트는 여전히 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카멜(Carmel)과 빅서(Big Sur) 쪽으로 놀러 가기, '디즈니 온 아이스' 관람하기, 뮤지컬 '라이언 킹' 관람하기, 크리스마스에 뉴포트 비치에서 열리는 '보트 퍼레이드' 구경하기,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mission inn)'에 가서 더 페스티벌 오브 라이트 경험하기 등등...

하지만 이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그동안 나의 위시 리스트 최상단에 있었던 항목은 생뚱맞게도 바로 '소방서 오픈 하우스 관람하기' 였더랬다^^ 

일년에 이맘때쯤 딱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 것이기에, 나는 지난 일년간 이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달력이 엄청 큰 하트를 그려 놓았었다. 그리고 미리 소방서 웹사이트를 통해 약 1년 전부터 날짜를 확인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소방서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언제쯤 오픈 하우스 현수막이 붙을까 노심초사 기다리기도 했다.

 

두둥~ 드디어 오렌지 카운티를 총괄하는 이 소방국에 오픈 하우스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으흠... 10월 12일 토요일이라... 매주 토욜 오전은 하은이 한글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긴 한데... 그래, 당연히 이 날 수업은 확! 째야겠군... 나는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로 바루~ 고고씽 하련다.

 

그리고 그렇게 벼르고 별러온 나의 소방서 오픈하우스 체험기에는 갑자기 웬 외국인 두 명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바로 하은이의 절친 케일라와 그 엄마 되시겠다. 아래 사진에 썬그라스를 끼고 나온 엄마가 케일라 엄마구,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귀여운 케일라이다. 그녀는 소방서 오픈 하우스 딱 일주일 전, 갑자기 나보고 10월 12일 토요일에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자고 날짜를 콕 찝어서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자기가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주말 플레이데잇을 제안한 것 같았다. 

타이완 아빠와 일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때 미국으로 온 후 여기서 35년을 살았다는 이 케일라 엄마는, 나의 영어가 후달리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언제나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걸어 주는 다소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실 내가 그 날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갈 예정이라 플레이데잇을 하긴 어렵겠다고 슬그머니 거절을 했는데, 그럼 소방서에서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잰다^^

그래, 까짓 거, 같이 가지 뭐. 공원에서 애들 놀리면서 엄마들끼리 멍하니 서서 뻘쭘하게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얘기하느니, 차라리 같이 소방서를 둘러보는게 훨씬 자연스러울수도 있으니깐~^^ 

 

다시 소방서 얘기로 돌아간다. 여기다. 오렌지 카운티 소방국.

미국에는 개별 city마다 작은 규모로 여러 곳의 소방서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픈 하우스는 이렇게 카운티를 총괄하는 큰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것이 규모도 크고 볼 것도 많을 것 같아서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물론 다른 시티에 있는 소방서들이나, 다른 카운티를 총괄하는 소방국도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오픈 하우스를 연다).  

 

제일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 중앙의 광장으로 나가 보니, 이렇게 원격 조정되는 귀여운 미니 소방차가 먼저 와서 아이들의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내 눈에는 저쪽 뒤에서 어떤 소방관이 요 미니카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이들은 이 미니카가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냐며 금세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이들은 넓은 소방서 대지를 뛰어 다니며 소방국에서 공짜로 나누어 준 소방관 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다소 유치하게 생긴 이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그뿐인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소방서 마스코트 인형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실내에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소방 놀이도 잘 준비되어 있다. 

 

또 한 켠에서는 소방관 아줌마의 설명을 들으면서 소방안전과 관련된 컬러링을 해볼 수도 있고

 

야외 부스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직 소방관들의 입을 통해 절연재 관련 건축 소재와 실내 가스렌지 등 방화위험 가전제품의 사용법 등도 친절하게 들을 수 있다.

 

또 소방국의 역사와 소품을 전시하는 작은 뮤지엄 부스에 가서 각종 자료들을 관람할 수도 있고

 

뮤지엄 바로 옆에는 소방관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여 주며 용도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 주는 코너도 있다.

 

그밖에도 소방 관련  '교육용 트레일러'와

 

소방관들의 옷과 신발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코너도 인기였다.

 

게다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픈 하우스의 취지답게 소방차고까지 오픈하여 아이들이 소방차고로 직접 들어가 소방차들이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정비받고 관리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기 있었던 순서는 자기가 정말 소방관이 된것처럼 소방차에 직접 올라타 보는 것과,

 

만일 단순히 소방차 운전석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게 시시하다면, 이렇게 움직이는 소방트럭에 직접 시승해 보는(fire engine rides) 코너였다.

 

그리고 미래의 꿈나무 소방관들은 자기가 진짜 소방관이 된 것처럼 불이 난 모형물에 직접 호스로 물을 뿌려 진화하는 체험학습(hose squirting)에 트라이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오늘 소방서 오픈하우스를 보면서 내가 젤로 놀랐던 건,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페이스 페인팅' 부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소개한  활동들이야 소방서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일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페이스 페인팅은 불러도 그만 안불러도 그만인 서비스인데 어린 아이들을 위하여 이런 작은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국에서 복지부동에 쩔어 있었던 전직 준공무원이자 골수 행정학도였던 나에게는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실컷 소방서 구경을 마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그리고 케일라는 모두 왕같이 높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자기들이 고른 멋진 캐릭터를 어엿하게 공짜로!!! 팔뚝에 그려 넣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넓은 소방국을 휘저으며 두 시간도 넘게 오픈 하우스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목마르고 촐촐해진 우리는, 소방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도넛(그것도 크리스피 앤 크림 것으로!)과 커피까지 다 챙겨 먹으며 오늘, 그 대단원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소방서 오픈 하우스.

내가 한국에 살 때에는 소방서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보니 소방서는 마냥 불나길 기다리고 있다가 이미 일어난 불들만 끄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 등을 돌면서 정기적으로 어린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렇게 일년에 한 번씩은 지역 사회에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하여 소방서에서 하는 일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전교육까지 지대로~ 시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소방서 오픈 하우스에 직접 참여해 보니, 모든 소방관들이 토요일에 총출동하여 어찌 보면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너무도 친절하게 사람들을 맞아주고 또 자기가 배치된 부스에서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직업의식이 얼마나 아름답고 더 나아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오늘, 그동안 내 위시 리스트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항목 하나를 또 지워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들도 나에겐 소중하게 느껴지는게 많다.

모든 일에 감사함으로, 그리고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 모쪼록 남은 미국생활을 후회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

모든 일의 발단은 약 2년 전, 내가 코스트코(costco)에 갔다가 우연히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는 배(캐털리나 익스프레스)의 기프트 쿠폰을 덥썩 사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100달러짜리 쿠폰을 60달러에 판다기에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생각하며 두 장 사 놨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조금 더 크는 것을 기다리다 보니 벌써 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렇게 2년 동안 서랍 속의 기프트 카드를 바라 보며 벼르고 벼르던 나는, 드디어 2013년 11월 2일 아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 가기 위하여 롱비치항에 도착했다.

롱비치의 아름다운 해안과 등대는 언제 봐도 그림처럼 예쁘다.

 

캐털리나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여기서 여행 Tip 하나! 캐털리나 익스프레스는 롱비치, 데이나 포인트, 샌 페드로 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향하는 선박 운영 회사인데, 사실 내가 사는 얼바인은 뉴포트 비치가 가장 가깝지만 뉴포트 비치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는 캐털리나 플라이어(flyer)라고 회사 자체가 달라서, 이곳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할인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배가 출발한지 정확히 한 시간만에 우리 가족은 드디어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발론 항구에 도착했다.

섬이라 혹시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나는 아이들에게 오리털 점퍼를 입혀서 갔는데 막상 섬에 도착하고 보니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가져간 외투가 오히려 짐만 되었다는^^ (하지만 섬의 날씨는 언제나 육지보다 추운 것이 일반적이므로 쌀쌀한 아침, 저녁을 대비해서라도 옷은 꼭 따뜻하게 입고 가는게 좋을 듯 하다)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렇게 깎아 지른듯한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집들의 정겨운 모습들이다.

이 모습... 많이 익숙하다. 아, 그렇구나... 예전에 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때 이탈리아의 나폴리라는 섬에서 봤던 그 모습이지. 그래서 캐털리나 아일랜드를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나보다. 

그때 난 정말 돈 없고 말 안통해서 맥도날드만 미치게 먹었었더랬지... 썅, 어디 그뿐이냐, 숙박을 사전에 단 하루도 예약하지 않고 달랑 떠나 버리는 바람에, 당시엔 유레일 기차칸에서 자기도 하고 한 방에 여섯 명의 남녀가 혼숙하는 유스호스텔에서 자기도 했었지(말이 잠이지, 그땐 무서워서 정말 밤을 꼴딱 샜었다ㅋㅋ)... 

 

게다가 오늘은 마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서 철인3종경기(triathlon)가 열리는 날이란다.

덕분에 난 난생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건장한 남녀들이 자전거타고, 수영하고, 또 달리는 모습들을 바라 보니,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또 나를 더 사랑하면서 남은 인생을 멋지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 보자. 한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샵들이 몰려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이 아름다운 조화가, 걷는 내내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섬 전체를 통틀어 스타벅스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주제에(?), 발칙하게도 이렇게 귀여운 짝퉁 티셔츠를 버젓이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달려 왔더니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출출하다.

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들어간 가게. 하지만 귀여운 인테리어는 물론, 피자와 샌드위치, 꼬불이 포테이토까지 참으로 맛났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바로 골프 카트. 4인용 짜리 한 시간 빌리는데 40달러인데, 80달러를 내면 3시간까지 탈 수 있다길래, 우리는 80달러를 내고 3시간을 타보기로 했다. 참! 이 골프카트는 온리 현찰만 받으니 혹시 여길 오시는 분들은 약간의 현금도 꼭 준비하심 좋겠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타보는 골프 카트에 아주 신이 났다.

 

골프카트를 타고 덜덜거리며 섬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 본다. 숨막힐듯 멋진 항구가 눈에 들어 온다.

 

동네도 참 이쁘다. 웬지 섬이라면 각박하고 억세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집들이 하나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 섬은 환경보호 때문에 공해 규제가 엄격해서 허락된 차량이 아니면 운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섬 안의 거의 모든 집들은 주된 교통수단으로 차가 아니라 골프카트를 이용한다는데, 집 앞마다 골프카트가 주차되어 있는 풍경들이 낯설면서도 참으로 귀엽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섬 안에는 이렇게 발전소도 있고 소방서도 있다.

 

그리고 여기, 감히(?) 우리 골프카트로 다가오는 귀여운 동물들도 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Bambi를 실제로 봤다며 열광한다. 새는 또 어떻고? 무쟈게 많이 봤다^^ 

 

참! 우리처럼 굳이 골프카트를 타고 섬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세그웨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아님 버스나 트롤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섬 정상 부근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 잠깐 카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참! 이곳은 이 섬을 리조트로 개발한 사람이자 미국의 추잉검 재벌로 유명한 '윌리엄 리글리(wrigley) 주니어'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가든이기도 하단다.

 

입장료를 내고 이 문을 통해서 들어가면

 

좌우로는 각종 선인장이 주를 이루는 보태니컬 가든이 펼쳐지고, 저~ 끝으로는 전망대가 보인다.

 

오늘 이 보태니컬 가든에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볼 각종 희귀 선인장들을 한꺼번에 다 구경한 듯 싶다^^ 

 

이제 전망대로 가까이 올라가 보자. 그동안 숨쉬는 운동 외에는 아무 운동도 하지 않은 얼바인 윤요사, 전망대까지 좀 걸어 가려니까 벌써부터 엉치뼈가 저려 온다. 이런 저질체력 윤요사 같으니 ㅋㅋ

 

그리고 전망대 위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기 놀이에 빠져 본다.

4년 동안의 고된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이제 귀국을 약 4개월 앞둔 울 남편 모습. 그동안 흰머리가 정말 많이 늘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도 참 많이 컸고... 

 

전망대에서 좀전에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다시 저 길을 어찌 내려 간다... ㅋㅋ

 

어쨌든 이 섬에서는 기본적으로 할게 너무도 많다. 골프는 기본이고

 

반점수정인 노틸러스(물론 완전히 물 안으로 들어가는 잠수정도 있다)를 타고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며

 

스릴 넘치는 집라인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그 뿐인가, 패러슈트를 매고 바다 한가운데를 훨훨 날으는 패러세일링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긴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아예 옆에는 이렇게 산소통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하긴 그래야 다이빙을 하지^^).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다이버들 많은 건 첨 봤다.

 

그리고 요트 클럽에서 요트를 탈 수도 있고

 

한가로이 강태공이 되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랜드마크격인 저 원형의 빨간 지붕 건물에 가면 갬블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카지노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단다.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투어든 그냥 둘러보는 투어든 다 소정의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의 윤요사는 절대 요런데 제 돈을 내고 들어가진 않는다. 게다가 신실한 목사님 딸이니 이런 건 걍 과감히 스킵해야 마땅하다!(사실 무료면 한 번 들어가 보는건데 ㅋㅋ)^^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너무 여러 곳을 돌아 다녔을까... 주은이는 결국 내 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우리 주은이도 잠들었으니 이쯤에서 나도 당일치기 캐털리나 아일랜드 여행기를 마쳐야겠다.(4년째 올리는 글이건만 포스팅은 언제나 엔딩 문구가 가장 어렵다 ㅋㅋ) 

캐털리나 아일랜드! 역시 명불허전이다. 어른 한 명당 왕복 배값만도 약 70달러 이상 소요되지만, 그 정도를 들일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 여행은... 땡스 기빙을 맞이하야...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예술인 마을이라는 Carmel로 가볼 생각이다. 

나는 그때까지... 오늘 다녀 온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기를 받아, 또 다시 둘째 아이 똥 기저귀 갈아 가며 시엄니와 남편, 그리고 두 얼라들의 삼시 세끼 밥을 열라리 지어 가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 보련다^^

 

Posted by 모델윤
,

내가 보기에 요즘 하은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비싼 투이션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보내게 된 사립학교인데 혹시 하은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나 역시 내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요즘은 하은이가 너무나도 즐겁게 학교에 다녀 주어서 그런 하은이를 지켜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기쁘다.

물론 이 엄마가 언니에게 재원을 몰빵하는 바람에 우리 주은이는 지금도 프리스쿨에 가지 못하고 홈데이케어를 전전하고 있지만(그래도 좋은 데이케어를 만나 다행이다^^), 아이야!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 아니더냐?  객관적 입장에서 봤을때 그나마 영어를 배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큰 하은이 언니에게(뭐 그래봤자 킨더지만 ㅋㅋ) 니가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

그리하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혈 엄마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요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하은이의 일상을 한 번 소개해 보련다. 

먼저 한 벌 뿐인 교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하은이 모습. 하은이는 지금 한국나이로 7살, 그리고 미국 나이로 almost 6살이다. 처음에 교복 살땐 돈이 아까워 죽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옷 가지고 투정 부리지 않게 되서 정말 좋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쓰는 고로 하은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 할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보기에 하은이가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잘하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노래'인 것 같다.

페어몬트 킨더에서는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한 10분 정도 부모님들 앞에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는데 그럴때면 가끔 이렇게 하은이가 앞에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곤 한다. 

지난 번 컨퍼런스 데이 때에도 선생님께서는 나와 남편에게 하은이가 자기 클래스의 song leader라며 자기보다 노래를 더 많이 알고 또 잘 부른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사실 나는 선생님이 하은이가 노래 리더가 아니라 공부 리더라고 말했줬음 하고 기대했다가 다소 실망했다는 ㅋㅋ (아... 엄마의 이 과한 욕심이여^^)

 

물론 하은이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수업 시간에 자기 얼굴을 그리라고 했나본데 나는 이 그림들을 멀리서 바라 보고서도 하은이의 그림이 어떤 건지 단박에 알아 차렸다는(물론 울 남편은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 ㅋㅋ).

 

이건 하은이가 Art 시간에 그린 그림들. 지 아빠 닮아서 그림에 좀 소질이 있는 듯 하다 ㅋㅋ

 

하지만 우리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누가 뭐래도 '체육'이다.

아침마다 수업은 8시 20분에 시작하는데 나는 거의 8시 정도면 반드시 학교에 도착하곤 한다. 그 이유는 하은이가 아침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장에서 줄넘기와 농구, 배구 등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마다 남편 새벽밥에 도시락까지 싸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하은이를 수업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데려다 주고 싶은데, 지금의 하은이는 거의 체대에 갈 기세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막을 수가 엄따 ㅋㅋ

하은이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줄넘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그 날 자기 기분에 따라 농구나 배구를 해 주신후,

 

 

마무리는 언제나 암벽타기로 마친다. 그럴때면 주은이 역시 심하게 꼽사리를 끼는데 누가 보면 온가족이 체육 가족인 줄 알겠다.

 

그밖에도 이렇게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여러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 제끼다가, 노는게 지치면 그제서야 공부를 조금 하는 것 같다 ㅎㅎ

 

그래도 '페어런츠 나잇'에 가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은이가 어떤 커리큘럼을 어떻게 배우는지 자세한 설명도 듣고 여러 학부모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눠 보니, 수업이 끝난 후 내가 집에서 하은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안다녀본데다 하은이가 첫 아이라서 그런지 나는 하은이를 어떻게 코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울 남편은 언제나 나의 뻗치는 교육열에 하은이가 말라 죽기 전에 하은이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큰 코치라고 막말을 해대곤 한다 ㅋㅋ   

 

이렇게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하은이는 집에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후, 동네 놀이터나 수영장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 집 옆 우드브리지 호수 부근에 있는 라군(lagoon) 수영장에서 하은이가 놀았던 모습이다.

 

 

끝으로 우리 주은이 소식!

요즘 우리 주은이는 한창 potty training 중이다. 벌써 주은이가 32개월이니 potty training 자체가 많이 늦은게 사실이다. 하은이는 32개월 무렵에는 완전히 기저귀를 떼었었는데, 주은이는 둘째인데다가 미숙아로 태어나다 보니 내가 많이 푸쉬하지 못했다.

기저귀 떼는 훈련은 사실 기저귀를 벗겨 놓고 시키는게 가장 효과적인데 우리 집은 바닥이 대부분 카펫으로 되어 있다 보니, 실전 없이 말로만 훈련을 시키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하은이도 그렇게 해서 떼었는데 주은이라고 특별하게 대우할 수는 없기에 요즘은 하루에 일정 시간씩은 무조건 변기에 앉혀 보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를 뺀 채, 그나마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타일이 깔린 현관문 앞 공간에다가 이렇게 신문지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놀거나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야 아이가 혹시 실수를 해도 카펫이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니 오늘의 반찬은 굴비와 계란찜, 그리고 김치와 멸치이다. 참으로 훌륭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기저귀랑 옷을 홀딱 벗은 우리 주은이가 하은이, 어머님과 함께 밥을 먹기 전 식사기도를 하고 있다. 이런 사진은 나중에 잘 남겨 주었다가 주은이 결혼할때 사위에게 보여줘야 제격인데...^^ (그런데 거기 어머니! 이게 무슨 범죄 사진도 아닌데, 뭐가 부끄러우시다고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계신다요? ㅋㅋ)

 

요즘 나는 이 두 아이들을 양쪽 팔에 꼭 껴안으면 세상 부러운 게 없을만큼 마음이 꽉 차고 흐뭇해진다.

내 도움이 없으면 잘 찾아 먹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언제나 내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나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와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나는 요즘 이 아이들을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 참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거 이러다가 내 꿈을 잊어 버리고, 엄마가 직접 애들 키우는게 남는 거라며 이참에 집에 그냥 눌러 앉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

야, 윤요사! 너 그동안 애들은 모름지기 엄마가 아니라 남의 손에서 강하게 키우는게 효과적이라고 역설하던 것이 요즘은 집에서 애만 키우는 것도 모자라, 전파가 아깝다며 경멸하던 한국 드라마도 이젠 넋 놓고 바라 보고 말이지(특히 '주군의 태양'이랑 '비밀'^^), 너 요즘 아주 이상해...

어서 정신 차리고 예전의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열혈 커리어우먼이던 그 윤요사로 어서 돌아오시게... 아랐지?^^ 

Posted by 모델윤
,

씨애틀 시내 관광과 함께 최고의 콤비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당연히 '마운트 레이니어'일 것이다. 

사실 나는 20여년전 나보다 먼저 이 산을 구경하셨던 부모님으로부터 지난 20여년간 그 '눈산(울 부모님은 마운트 레이니어라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시면서 눈덮인 산을 줄여서 항상 이렇게 표현하시곤 하셨다^^)' 얘기를 신물나게 들어오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내 부모님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된 그 곳, '마운트 레이니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씨애틀에서 남동쪽으로 95마일 즈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레이니어 산은 14410 피트의 높이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캐스케이즈 산맥의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레이니어라는 산 이름은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던 유명한 탐험가인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 함장이 멀리서 이 산을 발견하고 그의 절친인 레이니어 제독의 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까지 올라가서 바라 본 마운트 레이니어의 모습.

앞쪽의 나무들은 이렇게 푸른데, 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는 지금이 8월인데도 저렇게 눈이 많이 덮여 있었다. 마치 두 사진을 합성해 놓은 듯한 상반된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어릴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여기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내가 그동안 다녀 본 여러 비지터 센터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비지터 센터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인'의 모습.

약 100년전(1917년)에 목조로 세워진 이 역사적 건물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와도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보였다. 좀전의 비지터 센터가 초현대식 건물이었다면 이곳은 역사적 운치가 느껴지는 낡은 성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파라다이스 인 안으로 들어가 보자.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도 내부가 이렇게나 멋지다. 통나무와 벽난로만으로도 이렇게 고풍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다니... 역시 진정한 감동은 조잡한 인테리어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확고한 건축철학에 근거한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가 보다^^

 

그리고 여기 내가 젤로 좋아하는 사진 한 장. 바로 '파라다이스 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하은이, 주은이 모습이다. 이 엄마가 계속되는 여행에 지쳐 머리도 제대로 묶어주지 않고, 옷도 한 벌에 5달러씩 주고 산 올드 네이비 옷을 입혔건만, 이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얘들아! 이 엄마는 낯선 미국 땅에서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박사논문도, 직장도 모두 그만두었단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간다해도 엄마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엄만 후회 안할꺼야(사실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래도 우리, 온가족이 함께 이 미국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이 소중한 추억들을 서로 오래도록 간직하자꾸나. 그리고 엄마의 망가진(?) 인생은 엄마가 눈높이를 대폭 낮춰서 대충 수습할테니 너무 걱정 말구^^(하긴 아직 천지분간 못하는 너희들이 이 엄마까지 신경써 줄거라곤 기대도 안한다만 ㅋㅋ) 

 

이제 건물 밖으로 나와서 '파라다이스 인' 옆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한 번 감상해 볼까나? 이곳은 '파라다이스 히스토릭 디스트릭트(Paradise Historic District)'라는 구역인데,

 

 

 

생태계를 워낙 잘 보존해 놓아서 그런지, 이렇게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동물들이 마구 눈 앞에서 뛰어 다닌다. 야생동물들아! 여기가 무슨 뉴질랜드나 호주인줄 아는게야?^^

 

끝으로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나라다 폭포'의 모습도 올려 본다.

사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아 폭포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다만, 여행 책자를 보니 '그 높이는 불과 168피트 밖에 안되지만 암벽을 스치면서 낙하하는 물줄기가 마치 수만개의 실오라기를 펴놓은 것처럼 신비롭다'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결과 그 정도로 신비롭진 않다 ㅋㅋ 

그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이 폭포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아마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요런 폭포가 먼 곳에 홀로 위치해 있었다면 이렇게 여행책자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지진 않았을게다. 이래서 모든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나부다^^

 

나리다 폭포 앞에서 찍은 하은이와 주은이의 모습. 

하은이야 원래 언니답고 믿음직했지만,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우리 주은이가 이렇게 '눈에 힘 빡주고 고개 빳빳이 치켜든채 도전적인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요런 모습!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든다ㅋㅋ 

 

이렇게 마운트 레이니어 일대를 구경한 우리는, 다시 씨애틀로 차를 몰았다. 

그 이유는 저녁 7시 얼바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보잉 항공사가 운영한다는 비행 박물관을 한군데 더 들르기 위해서다. 보잉사는 그 본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지만, 씨애틀 근처의 도시 에버릿(Everett)이라는 곳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 박물관도 씨애틀에 지었나보다.

여기다! 보잉사 비행 박물관!  기계공학을 전공한 울 남편이 같이 왔다면 꽤나 흥미로워 했을텐데 정작 남편은 돈을 버느라 오지 못하고 괜시리 행정학도인 마누라가 왔네그려~ (하지만 남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인생은 원래 아이러니 투성이가 아닌교? ㅋㅋ) 

 

박물관 안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여러 가지 사진과 정보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이들이 행여나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감시하느라 이런 정보들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T.T 

 

어쨌든 멀리 여행다니느라 비행기를 타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들을 밖에서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박물관 한 켠에는 이렇게 돈을 따로 내고 비행체험을 즐기게 해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긴 줄을 기다려 공짜로 조종석에 한 번 앉아 보는 걸로 아이들의 요구를 대체해 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금새 잊어버리고 이렇게 해맑게 웃는다. 그래, 얘들아! 잘 찾아보면 세상엔 이렇게 돈 안쓰고도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단다(그러니까 자꾸 뭐 사달라고 하지맛!!!)^^

 

그리고 비행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근래의 최신형 비행기 뿐 아니라, 예전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인간의 호기심과 노력이 빚어낸 역사적 변천사들도 잘 볼 수 있었는데

하은이, 주은이가 좀 더 커서 이런 역사적, 과학적 의미들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을때 이곳에 왔다면 정말 좋은 산교육이 되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사진. 박물관 안의 여러 사진들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 되시겠다.

바로 최초의 비행기 안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두 줄로 앉아야 할 만큼 좁았던 비행기가 요즘엔 승객 수백명을 태우고도 너끈히 날아 오를 수 있을만큼 대중화 되었다니 세월의 변화가 참 놀랍다. 

우린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2000년대 초 향후 비행시장을 예측하면서 각기 다른 사업적 결정으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남편도,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 아이들도 앞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올바른 결정을 내림으로서 역사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진이었다.(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하누... 정작 아이들은 정신 못차리고 썩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다가 기저귀에 똥사고 주저앉았다가 그러는데... 쯧쯧)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남편도 없이 시댁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윤요사의 워싱턴, 오레건 주 3박 4일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지난 7, 8월 두 달동안 옐로우스톤과 미동부 여행, 이번 씨애틀 인근 여행까지 연달아 다녀온 내용을 담은 나의 포스팅도 끝이 났다.

끝으로 중간에 포스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거의 두 달이나 지난 일들을 기억해내며 꾸준히 글을 쓰느라 수고한 우리의 윤요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게 웬 자화자찬이냐 싶겠지만, 사실 댓글도 잘 달리지 않는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자서 헛소리를 해대면서(그것도 꾸준히ㅋㅋ) 글을 써내려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일면식 하나 없는 남의 집안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클릭질을 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윤요사 가족의 기나 긴(?) 여름 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커텐을 열어 초미의 관심사(?)인 오늘의 날씨를 확인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는 앉았지만 언제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다시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오늘의 첫번째 관광지는 워싱턴주 남부에 있는 '세인트 헬렌스 화산 준국립공원'(Mt. St. Helens National Volcanic Monument)이다. 밴을 타고 달리다 보니 도로 너머로 구름에 산봉우리를 숨긴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가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겨울철에는 눈으로 뒤덮여서 보통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일반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 세인트 헬렌스! 내가 지금 너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단다. 내가 올라갈 동안 그 구름 다 걷어내고 너의 산봉우리 모습을 나에게 꼭 보여 주어야해~~~ 

 

사실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미국, 그중에서도 워싱턴주에서는 매우 유명한 산이다. 그 이유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1980년 5월 18일, 화산 대폭발로 인하여 산꼭대기 부분의 400여 미터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화산 폭발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러한 대참변을 겪은 이후 세인트 헬렌스는 지난 30여년간 스스로 자연 치유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시간 이상 달려 우리는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의 '존스턴 리지 전망대(Johnston Ridge Observatory)'에 올랐다. 이 전망대의 이름은 화산 폭발 당시 죽음을 당했던 한 지질학자의 이름인 '존스턴'을 기념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건 당시 잔스턴이 화산 활동을 관찰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아직 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것이라서, 마운트 헬렌스의 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1980년 5월 18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당시 조만간 이 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여러 지질학자들과 사진작가 등이 산 부근에서 화산의 동태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이었는데, 당시 산으로부터 6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화산활동을 관측하고 있던 미국지질학회의 데이빗 잔스턴의 흥분된 목소리가 무선전화를 통해 들려옴과 동시에 큰 폭음과 함께 통신은 끊기고 화산재가 온 인근을 뒤덮었다고 한다.  

화산 폭발로 인해 봉우리로부터 반경 6마일 이내의 숲은 불타는 화산재와 가스로 완전히 뒤덮이고 당시 이를 관측하던 지질학자와 사진작가, 기자 등 57명이 일순간에 희생되었는데, 존스턴 리지 전망대에 가면 당시 이들이 촬영한 최후의 순간들이 사진으로 잘 남아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여행 책과 가이드의 설명, 그리고 전망대의 자료 등을 통해서 여러 각도에서 접하면서 큰 감동(? 아님 슬픔?)을 받았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정말로 그렇게 죽을지는 몰랐겠지만, 적어도 죽을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서 관측에 임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당시의 그들처럼 지금의 내 삶에 혹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T.T

 

그렇게 인생에 대한 자세가 불성실한(?) 내가 와서 그런지, 오늘 세인트 헬렌스는 그 봉우리를 구름 속에 감춘 채, 좀처럼 속살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그래서 구름 걷힌 산봉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사진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산이 자기 정상을 안보여주니, 나도 여기 자연을 훼손(?)하는 인물 사진 몇 장 들어가련다~ ㅋㅋ

 

요건 이번 여행을 통틀어 우리 가족이 모두 나온 떼거지 인증샷 되시겠다.

요즘같은 시대에 시엄니 모시고 산다고(사실 시엄니한테 얹혀 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수도 있다ㅋㅋ) 나에게 늘 잘 해주시는 울 형님, 그리고 고된 며느리살이(?)에 마음고생이 많으신 울 시엄니, 그리고 남편 없이 얼라들 데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느라 얼굴 많이 상한 나까지~ 조카와 주은이는 물론, 시종일관 방방 뛰어대다가 이 사진을 찍기 직전 나한테 따끔하게 혼나 시무룩한 하은이의 표정까지도 넘 귀엽다 ㅋㅋ

 

 

 

우리는 내친 김에 잔스턴 리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 30여년 전 발생한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세인트 헬렌스의 자연치유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관람했다.

워낙 사연을 많이 간직한 폭발이어서 영화 역시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특히 영화가 끝난 직후, 커튼이 일제히 올라가면서 화산 폭발로 산봉우리가 날아간 세인트 헬렌스의 모습이 창문 밖으로 장엄하게 드러나는 엔딩은 우리의 감동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리는 Oregon주로 향했다. 바로 포틀랜드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사실 오리건주의 주도는 세일럼(Salem)이지만 가장 유명한 도시는 포틀랜드이다.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과 웰러멧 강(Willamette River)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포틀랜드는 여름철에는 화려한 장미축제가 유명하여 흔히 '장미의 도시(City of Roses)'로도 불린다. 그 밖에도 도시를 관통하는 월러멧 강 위로 예쁜 다리가 많아 '브리지 시티(Bridge City)' 혹은 '맥주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월러멧 강 위에서 신나는 제트보트를 타며 포틀랜드의 멋진 브리지들을 맘껏 구경할 예정이다.

 

안뇽하세요~ 선장님!  저, 얼바인 윤요사에요~ 오늘, 신나는 운전 부탁드립니다~ 

 

사실 워낙 제트보트가 빠르고 물도 많이 튀어서 사진 찍는게 거의 불가능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사진이 예쁘게 나왔을테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감사하련다.

 

제트보트를 타기엔 너무 어리다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바락바락 우겨서 제트보트에 오른 우리 주은이. 선장님이 묘기를 부릴 때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가도, 다시 엔진이 조용해지면 바로 이렇게 해맑은 웃음을 지어 주신다. 

 

이제 월러멧 강에서 신나게 놀았으니 다음은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러 가보자. 푸른 평야와 낮은 구릉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콜럼비아 강을 보니 내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콜럼비아 강의 풍경은 바로 이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 앞에서 봐야 제격이라고 한다. 이 비스타 하우스는 밖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건물 내부 역시 매우 잘 꾸며져 있었는데, 콜럼비아 강 풍경의 변천 모습과 그간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리는 자료는 물론, 예쁘게 꾸며진 기념품 샵까지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비스타 하우스를 뒤로 하고,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멀트노마 폭포'에 도착했다.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서 웬만한 폭포계(?)는 다 졸업한 나이지만 그래도 이 폭포, 참으로 운치있다. 폭포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다 멋있는 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멀트노마.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건만, 나무와 다리 등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정말 이쁘지 않은가?^^

 

이렇게 오늘 나는 화산 폭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와 포틀랜드의 아름다운 브리지를 감상하는 월러멧 강의 제트보트 투어, 그리고 비스타 하우스에 들러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그림같은 멀트노마 폭포 아래서 맛난 아이스크림와 커피를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요 며칠간 나는 늘 해오던 것처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었고 또 남편과 하은이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었다. 그 뿐인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 후, 나의 아침은 향긋한 커피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 날의 국을 끓이기 위하여 비린내나는 멸칫국물을 우리는 일부터 시작되는데(우웩! 진짜 이 생활 구리다 ㅋ) 여행을 오니 그런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다시 얼바인으로 돌아가겠구나... 집으로 돌아 가는 건 좋지만, 그런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정말 싫다. 하지만 지난 3일간 햇반과 종가집 김치로만 버티며 돈을 벌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돌아가긴 가야겠구 ㅋㅋ

내일은 이번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운트 레이니어'에 가기로 되어 있다. 날씨가 오늘보다는 좀 더 맑았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

이번 여행 중 또 나를 기쁘게 했던 건 좋은 호텔이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은 이 호텔은 워싱턴주의 주도인 올림피아시에 있는 레드 라이언 호텔이었는데 어찌나 깨끗하고 운치있던지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접근성을 고려하여 프리웨이나 로컬 도로변에 위치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호텔은 호텔 뒤로 작은 강과 얕은 구릉(언덕배기)을 끼고 있어서 객실에서 바라보는 뷰가 참 좋았던데다 이렇게 제법 괜찮은 수영장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아침 일찍 출발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관계로 창문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뷰도 땅거미가 어스름히 깔릴때에만 볼 수 있었고 수영장도 저녁엔 추워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게 좀 흠이긴 하다. 이를테면 이 모든게 '그림의 떡'이었다고나 할끼?ㅋㅋ

 

어쨌든 오늘은 워싱턴주에 있는 올림픽 국립공원, 그 중에서도 솔덕 온천(Sol Duc Hot Springs)과 호 열대우림 숲길(Hoh river trail)을 둘러 볼 예정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193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데, 이곳이 바로 올림픽 내셔날 파크 요금징수소이다. 훗날 이 블로그를 보고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하여 친절한 윤요사,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요금표를 찰칵 찍어주는 센스!!! ^^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자연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 온다.  

 

드디어 미네럴 온천과 광천수 풀장으로 유명하다는 솔덕 온천에 도착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온천 풍경은 지난 번 옐로스톤에서도 워낙 많이 봐서 그닥 새롭진 않다.

 

이제부터는 하은이와 주은이를 위한 시간이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어딜 가나 온천이나 수영장만 있으면 사족을 못쓴다. 온천을 싫어하는 나는 오늘도 꿋꿋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대신 울 시엄니가 손녀 둘을 데리고 척척 들어가시니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 역시 영문도 모르는채 또 끌려와서(?), 차에서 자라면 자야 하고, 화장실에서 싸라면 싸야 하고, 끼니 때가 되면 싫어하는 음식도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하은이와 주은이. 그래도 물에만 들어가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엄마가 없어도 저희들끼리 잘도 논다. 이럴때면 아이를 둘 낳기 잘했다는 자부심이 밀려온다. 하긴 이런 자부심은 아주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두 배로 힘들다 ㅋㅋ  

 

게다가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이번엔 한국에서 온 사촌언니까지 합세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어쨌든 이날 솔덕 온천은 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는 ㅎㅎ

 

이제는 온천욕을 마치고 트레킹을 하러 갈 차례이다. 앗! 그런데 온천을 할때도 멀쩡했던 날씨가 트레킹을 하려니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하다. 어느덧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엘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워싱턴주의 별명은 '에버그린 스테이트'이다. 그만큼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숲과 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워싱턴주를 여행하면서 비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게다. 하지만 실내 투어가 아니라 간만에 트레킹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오니 참으로 아쉽긴 하다.

 

그래도 우리는 빗속 트레킹을 각오하고, 미국에서 오직 올림픽 반도에만 있다는 열대 우림(Rain Forest)인, Hoh Rain Forest에 도착했다. 비지터 센터에서부터 트레일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마치 원시 그대로를 간직한 듯한 신비로운 초록 숲을 만나게 된단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비지터 센터에 들렀다가

 

그래도 비가 잦아들지 않자 그냥 과감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트레킹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텐데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하은이와 주은이는 시엄니가 맡아서 van 안에서 놀아 주신다길래, 나는 형님(남편의 누나)과 함께 둘이서 오붓히 트레킹 코스에 나설 수 있었다.

오~~~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가 이럴려고 꼭 어머니를 모시고 온 건 아니지만(뜨끔!^^), 어머니 안모시고 왔으면 제가 이 빗속에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고 트레킹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어쨌거나 열대우림의 실체는 대단했다. 축축 늘어진 나무마다 신비로운 이끼들이 가득 덮여 있어 마치 Spooky Forest의 이미지를 연출해 냈다.

 

다음은 내 구린 사진 몇 장.

썅! 우산도 안가져 갔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츄리닝 모자를 뒤집어 쓴 것도 추해 죽겠는데, 오늘따라 왜 하필 꽉 끼는 바지를 입고 나왔단 말이냐! 

하긴 이런 상황이면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는게 아니라, 비가 와서 바지가 달라 붙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긴 하다(쯧쯧... 옆에서 남편이 코웃음을 치는구만 ㅋㅋ).

 

결국 우리 일행은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1시간 가량의 트레킹을 완수해 냈다. 사실, 비가 오니 더 좋은 점도 있긴했다. 축축한 삼림에서 뻗어 나오는 묘한 나무 냄새와 자연의 기운이 코 끝을 향긋하게 하고 온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루비 비치(Ruby beach)'로 가보자.

캘리포니아에서 맨날 햇빛 쨍하니 내리쬐이는 반짝거리는 바다만 보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음산한 바다를 보니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무들이 해변가에 마구 쓰러진 풍경을 보니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긴 시간의 차량 이동과 비맞으며 트레킹을 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억지 웃음을 지으려는 나와는 달리, 조카 아이와 하은이는 자연스런 실리 페이스를 연출해 낸다. 이래서 아이들은 마냥 해맑고 그 자체로 즐거운 존재들인가보다.

 

이제 다시 올림피아에 있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벌써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다시금 차 안에서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본다. 

온천에서 신나게 놀던 내 아이들의 웃음 소리, 트레킹 코스에서 형님과 단둘이 나눈 즐거운 이야기들, 아이들을 봐주시며 나에게 더 좋은 여행을 만들어주시고자 했던 어머니의 노력, 지금도 얼바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남편의 모습, 그리고 숲속과 바다에서 나를 감싸던 차가운 빗줄기와 시원한 공기들까지...  

어제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화려한 시내 투어를 누렸다면, 오늘은 빗속에서 오롯히 자연 안으로만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긴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눈'이 즐거웠다기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즐거웠다.

가끔은 이렇게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며(얼바인에서는 충분히 내리는 비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나온 날들을 조용히 돌아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게다. 그래서 나는 오늘, 비록 흔들리는 차 안에서나마 메모지 몇 장을 나만의 생각들로 너끈히 채울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나는 아이들과 뒤엉켜 지내느라 일기 한 줄 제대로 쓸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만큼 생각해 보고 또 이만큼 글로 토해냈으니 제법 큰 정신적 호사를 누린 날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모델윤
,

나에게 '쉼'이란 이 한 장의 사진과도 같다. 즉 나에게 여행이란 쉬러 가는게 주목적이 아니란 뜻이다. 나에게 '쉼'이란, 비록 손바닥만한 거실이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며 이렇게 퍼질러 있는 것이 가장 훌륭한 휴식이고,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그런 일상이 싫어졌을때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배우러 그리고 느끼러 가는 일종의 전투적(?)인 일정인 것이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뒹굴거리며 신문을 보던 나는, 신생 여행사인 '넥스트 투어'라는 곳에서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연계한 3박 4일짜리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사실 평소 나는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말구, 그 위에 있는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 즉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은 그룹 투어 상품이 전무하여 그동안 아예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제야 그 여행 상품을 발견한 것이다.  

그 다음은 남편 휴가가 문제인데... 사실 남편은 여름 정기 휴가를 다녀온 직후라 더이상 휴가를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나는 긴 고민 끝에 남편에게, 하은이와 주은이는 물론 시엄니와 얼마 전 놀러 오신 당신 누나와 조카까지 내가 다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테니, 그동안 당신은 혼자 회사 다니며 열심히 돈벌고 있을 수 있겠냐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남편은 예상외로 걱정말라며 나보고 잘 다녀오라하는 것이 아닌가?(아마도 자기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조카까지 데리고 간다니 그랬나보다 ㅋ)  어쨌든 남편, 미안해! 내가 당신 대신 다녀올께. 부부는 일심동체라잖아? ㅋㅋ 

 

그렇게 해서 나와 시엄니, 하은이, 주은이, 그리고 형님과 조카, 이렇게 우리 여섯 명은 8월 13일. 아침 일찍 얼바인 인근 존웨인 공항에서 씨애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2시간 좀 넘게 날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씨애틀의 '씨택 공항(Sea-Tac, Seattle-Tacoma Airport)'이었는데,

우린 거기서 우리를 마중 나오신 가이드분과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탈 차량은 벤츠에서 만든 이 최신형 밴이었는데, 어찌나 차량의 상태가 좋은지 그동안 내가 미국 와서 여러 그룹투어를 경험했지만 이 밴만큼 좋은 밴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ㅋㅋ 어쨌든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헤헤~  

 

가이드분은 오늘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씨애틀을 둘러 본 후, 워싱턴의 주도인 올림피아(Olympia)로 가서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여기서 일정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는 오늘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를 구경한 후, 수륙양용차인 '덕 보트'를 타고 씨애틀 곳곳을 둘러 보는 '덕 보트 투어'를 즐기고,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가 시애틀의 시내 경치를 바라보는 일정이다(항공사 보잉에서 세웠다는 '비행 박물관'은 맨 마지막 날 보기로 했다).

 

씨애틀은 모두 잘 알다시피, 영화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와서 유명해진 도시다. 미국 내에서도 영국 런던처럼 언제나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로 유명하기도 하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나 씨애틀 여행을 계획했지만 9월부터 6월까지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춥다기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날씨가 가장 따뜻하고 비도 적게 온다는 7, 8월을 무지 기다렸는데, 다행히 오늘 날씨는 정말 굿~굿~굿~이다.

먼저 1907년부터 명성을 이어온 시애틀 최고의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으로 가보자. 여기엔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단다. 나는 예전에 한국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곤 했는데 그때 씨애틀 편을 보면서 이곳 스타벅스 1호점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오늘 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스타벅스 1호점은 실제로 보니, 이처럼 생각보다 훨씬 소박하게, 아니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 생겼다.

 

사람들이 이렇게 나래비로 줄을 서있지 않으면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스타벅스 샵으로 오해할 것 같다.

 

매장 안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많은 줄을 보고 여기서 커피 한 잔 사먹는 건 그냥 깔끔히 포기했다. 여기서 줄서서 커피 사먹을 시간에 빨리 씨애틀을 한 군데라도 더 둘러봐야 하니깐^^ 

 

이젠 재래시장으로 한 번 눈을 돌려 볼까? 먼저 시장 밖의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씨애틀이라서 그런지 재래시장의 겉모습도 참 이쁘다. 이처럼 파라솔과 행잉부케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으니 말이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레이첼'이라는 예쁜 이름의 청동 돼지상 사진도 한 컷! 

 

이젠 진짜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가이드 아저씨 왈, 여기 물건들은 단순히 어디서 도매로 떼어와서 파는게 아니라 전부 상인들이 직접 키우거나 만든 것들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된 물건들에서 남다른 기운(?)이 뿜어나오는 듯 하다. 자기가 만든 물건들을 설명하는 상인들에게서도 마치 예술가와 같은 자부심이 느껴짐은 물론이다. 

 

여긴 예전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생선 가게. 생선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손질하여 터프하게 던져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여기서 기념으로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씨애틀의 특산품이라는 요 초컬릿 체리를 샀다. 초컬릿 안에 여러 종류의 베리류들을 넣은 것인데 참 절묘하게 맛있었다.

나는 이곳에서만 이 상품을 파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씨애틀 국제 공항에도 이 상품이 들어가 있었다. 아마 씨애틀에서는 꽤 유명한 초컬릿인가보다.

 

다음은 덕보트를 타고 씨애틀 시내 투어를 해볼 차례다. 이 덕보트 투어는 사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면 어디라도 있는 관광상품이지만, 특히 이 씨애틀에서는 더욱 유명한 필수 코스라고 한다.  

 

이 덕보트 투어는 나래이션을 하면서 운전도 하는 기사 아저씨의 원맨쇼에 상당 부분 재미가 좌우되므로 이 기사 어저씨를 잘 만나는 것이 우선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우연히 승선한 이 덕보트의 캡틴, '보(Beau)' 아저씨는 다소 썰렁한 관객들의 리액션에도 불구하고 매우 노련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우리를 아주 재밌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캡틴 보 아저씨는 먼저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좌우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씨애틀의 명물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얘기를 이끌어 가면서 농담도 던지고, 이렇게 귀여운 모자를 여러 번 갈아 쓰면서 몸개그 실력도 발휘해 주셨다.

 

이곳은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뮤지엄이란다. 빌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 소프트를 공동창업한 폴 앨런이라는 사람이 만든 박물관인데, 그는 요 현수막에 나와 있는 시애틀이 낳은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물론 무식한 윤요사는 절대 모르는 사람이다 ㅋㅋ).

어쨌든 EMP 박물관은 그 겉모습이 열라 아방가르드하게 생겼다. 기타를 형상화한 건축물이라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해안을 향해 언덕을 내려가면 52번 부두에서 70번 부두까지 다 만날 수 있다. 설명 상으로는 59번 부두가 가장 번화하다는데 내가 찍은 건 66번 부두 모습 되시겠다.

 

여긴 씨애틀 아트 뮤지엄이다. 정문 입구에 있는 대형 조형물인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망치를 든 손이 1분에 4번씩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한 작품이라는데,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도 설치되어 있어 우리에게도 낯익은 작품이다.

 

그리고 요건 '씨애틀 매리너스'라는 야구팀의 retractable roof 스테디움. 나야 뭐 야구 문외한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깐 이 경기장도 씨애틀의 손꼽히는 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씨애틀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렇게 트램카 혹은 트롤리라 불리우는 rail vehicle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반인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씨애틀의 별명인 '에메랄드 시티'라고 쓰여 있는 개방형 트롤리는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제 보 아저씨가 운전하는 우리의 덕보트가 강물로 들어갈 차례이다. 이 지점에 이르자 한 20분 정도 육지를 달리던 우리의 덕보트는 갑자기 바퀴를 집어 넣고 순식간에 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강물에서 바라보는 씨애틀의 모습은 육지에서 본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 감격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배를 타고 바라본 모습이 더욱 운치있었다고 해야 할까? ^^ 

 

게다가 자세히 보니, 강물 주변에는 Floating Homes, Houseboat라고 불리우는 집처럼 생긴 배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부자들이 이 집처럼 생긴 배를 구입해서 별장처럼 활용하는 듯 했다.

 

이제 1962년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시애틀 센터'와 '스페이스 니들'로 가보자.

먼저 스페이스 니들은 605피트 높이의 첨탑인데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520피트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의 시내 전경은 물론 눈덮인 레이니어 산의 장관까지 볼 수 있는 명실공히 씨애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서 주은이가 '엄마, 높이 올라오니 훨훨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아요~'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바라 본 시애틀의 풍경. 서부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가 있었구나... LA와는 비교도 안되게 깨끗하고 멋진 시내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말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 좋아! 내가 본 도시 중 동부는 보스턴, 서부는 씨애틀을 최고의 도시로 인정하노라~!!!

 

그리고 나는 스페이스 니들 1층에 자리잡은 멋진 기념품 샵에 들러, 아래의 장식용 접시를 한 개 샀다. 세금 포함해서 20달러쯤 주었는데 지금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내 책상 앞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온 우리는 바로 옆에 위치한, 1962년 세계박람회가 열렸었고 지금도 시애틀 문화의 심장이라는 씨애틀 센터에 잠깐 들러, 결국엔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씨애틀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기어이 목구멍으로 넘겨 주시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굳이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 올라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저 멀리 마운트 레이니어가 선명하게 보였다. 가이드 아저씨 왈 씨애틀은 항상 비가 내리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인데 1년 중 이렇게 날씨가 맑아서 마운트 레이니어가 보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시댁식구와 어린 애들을 데리고 먼길 달려온 이 얼바인 윤요사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렇게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나보다(끔보단 해몽 ㅋㅋ).

 

이래서 난 그룹투어 예찬론자다. 남편 없이도 그리고 내가 운전하지 않고도 하루 동안에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며 쉬며 아이들 컨디션 다 맞춰가며 여행 다니가단 몇 군데 못 돌아보기 일쑤다. 일단 돈을 내고 여행을 떠났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밟고 와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쯧쯧... 이런 무식한 표현이 있나 ㅋㅋ) 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난 여행 전, 여행 책자를 적어도 두 세번 이상 정독하는 편인데, 책을 통해서 내가 가볼 곳의 역사와 특징을 최대한 미리 공부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는 늘 지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전체적인 위치와 모습을 확인한 후,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와서, 집에 와서는 이렇게 그 내용들을 블로그로 정리하면 생각보다 여행의 기억이 오래 남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여행은 나에게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그룹투어라고 명명하기도 좀 민망한 10명의 사람들만 모여서 편안한 차량을 타고 내 맘에 꼭드는 일정대로 씨애틀을 둘러볼 수 있어서 말이다. 

내일 둘러볼 올림픽 내셔날 파크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