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여름, 하은이의 써머캠프!(7~8월, 2013)

6월 말부터 6주간 하은이의 써머 스쿨이 있었다. 지난 1년간 정들었던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떠나 또 하나의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하여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로 얼바인 인근의 터스틴시에 위치한 Fairmont Private School이었다.

항상 토들러부터 킨더까지만 운영되는 학교에만 다니느라, 4살부터부터 8학년까지 다니는 이런 학교에는 처음 와본 우리 모녀는, 써머스쿨 동안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운동장에 모여 간단하게 조회를 하고 자기 반으로 들어가는 것조차도 재밌고 신나는 경험이었더랬다.    

 

그리고 어느 곳에 가나 친구 잘 사귀기로 유명한 하은이지만, 이번 써머스쿨에서 그녀는 특별한 소울메이트인 케일라를 만나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별히 공주 커스튬을 허용해 주었던 어느 날, 하은이와  Kaila의 모습. 그리고 다른 클래스메이트들과도 함께 찰칵!

학교를 옮긴지 채 며칠도 되지 않아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친하게 지내는 하은이를 보니, 대견한 마음에 우리의 윤요사, 괜히 사진을 찍어주며 울컥했다는 ^^ 

 

그럼 이제 하은이의 여름 속으로 고고씽해 볼까나~

매주 화요일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얼바인 하이스쿨에 있는 윌리엄 울렛 수영장에 가서 신나게 노는 날이다. 매주 화요일을 너무 기다리는 하은이가 수영장에서 어떻게 놀지 너무 궁금해서 장보러 가는 길에 잠깐 얼바인 하이스쿨에 들린 나.

물안경 하나 사주지 않고 달랑 수영복 하나만 입혀 보냈는데도 코를 막고 연신 머리를 물 안으로 들이밀며 잠수 놀이를 즐기고 있는 우리 하은이. 맨날 코 막고 입수하는 포즈와 팔 다리를 쫙쫙 벌리는 모양새를 보니 조만간 싱크로나이즈 선수가 될듯(엄마가 너를 싱크로나이즈계의 김연아로 키워 주랴?ㅋㅋ). 

 

매주 목요일 아침에는 엄마들이 교실까지 들어가서 아이들이 선보이는 노래와 율동을 감상할 수 있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하은이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하는데. 자세히 보면 주은이도 지 언니 옆으로 들어가 슬며시 꼽사리 껴있다 ㅋㅋ 

 

매주 금요일은 필드 트립이 있는 날이다. 나는 다른 곳은 따라가 보지 못했고, 아이들이 뉴포트비치에 있는 코로나 델 마 비치로 수영하러 갔던 날에만, 끝날 때 즈음 하은이 픽업하러 한 번 따라가 봤다(사실 필드 트립 끝나면 다 스쿨버스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에 학교로 픽업가도 되지만 나도 간만에 비치 한 번 나가 볼라구^^).

하은이는 이날 이후 건망증이 심한 엄마가 썬크림을 발라 주지 못한 관계로 얼굴과 몸이 너무 많이 타서 아주 흑인이 되어 버렸다ㅋㅋ(애를 비치로 보내면서 썬크림 안발라주는 엄마가 세상에 어딨냐며 시엄니께 한소리 들었다는 ㅋㅋ)

 

그렇게 6주간의 써머스쿨을 마치고, 나는 긴 시간의 고민 끝에(물론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도 있지만^^)  하은이를 8월부터 정식으로 페어몬트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유치원보다 더욱 비싸진 투이션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하은이를 페어몬트에 보내면, 30개월이 지난 주은이를 프리스쿨에 보내지 못하고 내가 집에서 더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내가 어찌 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하은이가 원했고 또 나 역시 페어몬트의 교육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당분간 주은이를 월수금 오전만 홈데이케어에 보내면서 내가 더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다(뭐냐, 윤요사의 이 높은 교육열은... 쯧쯧). 

그리고 나는 내 결심이 바뀔까봐 얼른 스쿨 유니폼샵으로 가서 하은이의 유니폼을 맞춰 주었다. 이건 하은이에겐 비밀이지만 돈이 아까워서 옵셔널 교복은 당연히 하나도 안사고, 필수 교복 아이템도 매일 빨아 입히기로 결심하고 꼴랑 한벌씩만 구입했다는 ㅋㅋ 

 

8월 20일. 드디어 개학 첫 날이다. 깔끔하게 교복을 갖춰 입은 아이들이 다시금 운동장에 도열했다.

 

그리고 이곳이 오늘부터 하은이가 배우게 될 새교실 되시겠다. 이전 킨더에서는 주로 둥글게 둘러앉아서 수업을 듣곤 했는데, 이제는 모든 일들을 책상에 앉아서 하게 되니 하은이도 마냥 설레이나 보다. 

하은아! 앞으로는 옆에 있는 저 많은 책들을 씹어먹을 기세로, 그리고 네가 앉은 책상을 뚫어버릴 기세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알겠느뇨?(흠흠... 생각해보니 이런 소리는 킨더 아이에게 할소리는아닌듯^^) 하지만 엄마가 너에게 들인 돈이 너무 많고, 또 엄마가 집에서 주은이를 돌보며 감내해야 하는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런 다짐을 받아두지 않을 수 없구나 ㅋㅋ 

 

지금 네 동생은 홈데이케어에서 그것도 매일반은 커녕 주3일 오전반만 다니면서 자기도 언니처럼 매일 학교에 가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고,

 

네 엄마는 역시 제대로 된 학원 한 번 다니지 못하고 이렇게 3년째 어덜트 스쿨만 전전하고 있지 않누?ㅋㅋ(아래 사진은 올 여름에 있었던 얼바인 어덜트 스쿨의 써머과정 사진. 그래도 나는 주은이를 데이케어에 보낸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내가 좋아하는 수잔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넘 행복했다^^) 

 

예전에 나는 자식에게 돈 쳐바르는 일만큼 미련한 짓이 세상에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입바른 소리를 해대곤 했다. 하지만 요즘  나는 내가 좀 희생하더라도 자식에게 돈 쳐바르는 일이 나름 뿌듯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가 미치긴 미쳤나보다 ㅋㅋ 

나는 하은이에게 일관성있는 엄마, 그리고 안정감있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비싼 학교 보냈으니 얼른 아웃풋을 내라고 닥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떤 가시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그게 잘 안된다. 내가 빠듯한 월급으로 생활해가며, 또 아직 어린 주은이를 희생시켜가며, 그리고 나의 교육기회를 제한해 가며 보낸 학교이니 네가 더 잘해줘야 한다고, 내 마음이, 내 표정이, 내 행동이, 더 나아가 내 입술이 쉴새없이 하은이에게 말해대고 있다. 하지만 한편, 그런 생각은 아직 어린 하은이가 이해할 수도 없고 또 이해해서도 안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자식에게 돈을 얼마냐 쓰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해답은 없다. 모든 부모들이 처한 형편과 처지가 다르고 부모들의 가치관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꾸 그 대가를 바라며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면 그건 액수의 과소를 떠나 이미 과다하게 지출된 것이 아닐까?

하은아! 네 엄마가 아직 인격수양이 덜됬나봐. 앞으로 너는 너대로 열심히 생활하고, 또 엄마는 엄마대로 열심히 인격을 수양하면서(미친 교육열을 좀 자제하면서?) 그렇게 미국에서의 남은 6개월을 서로 잘 지내보자꾸나. 참! 엄마는 앞으로 인격수양 뿐 아니라 너의 한 벌 뿐인 교복도 매일 미친듯이 빨아줄 것을 약속한다! 정식으로 킨더에 입학한 우리 큰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