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미동부여행에 있어서 보스턴 관광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아가라와 워싱턴 D.C, 그리고 뉴욕만 돌아 보는 5박 6일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에 보스턴을 추가하는 6박 7일 코스를 선택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다시 미동부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동부에 온김에 아이비리그 대학들까지 한 번 둘러보면 나중에 주변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간다고 난리칠때 괜시리 들뜨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하버드? 나 거기 가봤어. 막상 가보니 별거 아니더라구' 하고 말이다 ^^

어찌보면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은 별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진짜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업을 청강해 볼 수도 없고 학교측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이나 교수들과 이야기 한 번 나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 가이드 한 분과 함께 이제 킨더를 다니는 큰 아이, 그리고 기저귀도 떼지 않은 둘째 아이를 데리고, 그저 겉에서 건물 껍데기 바라 보기, 아님 캠퍼스 잔디밭 밟아 보기, 그것도 아님 모두에게 개방되는 도서관 정도에나 들어가 보는 이런 여행에 애초부터 나는 그닥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부여행 온김에, 그리고 앞으로 평생 하은이, 주은이에게 '이 엄마는 너희들 다섯 살, 두 살때 하버드, 예일, MIT 를 섭렵시킨 열혈 엄마'라고 생색을 내기 위해(ㅋㅋ), 나는 오늘도 이 무더운 날씨에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에 나섰다^^     

 

오늘의 첫번째 방문지는 코네티컷(Connecticut) 주, 뉴헤이븐(New Haven)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예일대학교이다.

큰맘먹고 방문한 예일대학교는 아쉽게도 방학을 맞이하여 캠퍼스 이곳 저곳이 공사중이었다. 학기 중에 갔더라면 이런 공사 현장을 피해서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학생들이 생동감있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긴 했다.

 

요건 매년 예일대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의 숫자가 쓰여진 편평한 돌판 분수란다. 돌판에 새겨진 수치들을 보니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남학생들만 다녔다는 이 학교에 여학생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있구나... 하은아, 주은아! 나중에 너희들도 이 숫자안에 꼭 카운트되길 바란다 ㅋㅋ

 

이곳은 예일대의 도서관 중 하나인 '바이넥 희귀 장서 도서관(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이다. 건물의 외관도 특이한데다 관광객들도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우리는 유일하게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커다란 돌판을 이어서 만든 이 건물은,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햇빛이 자연스럽게 돌판을 뚫고 실내로 들어오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특히 오래된 고서들만을 따로 모아서 보관하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저 유리곽 안에 있는 책들이 다 전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분류된 도서들이고

 

이건 뭐 쿠텐베르크 활자로 찍힌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성경이라나? 영어로 뭐라고 설명이 씌여져 있었는데, 여행으로 피곤하고 애들보느라 요즘 난독증(^^)에 걸려 버린 나는 기냥 사진만 찰칵 찍고 설명 따윈 읽어 보지도 않았다 ㅋ

 

그리고 이곳은 예일대 안에 있는 수많은 학생식당들 중 한 곳이라는데, 뭐라고 쓰여 있는지도 모르는 무슨 돌판 앞에서 주은이랑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 주시고^^(참 영혼없는 캠퍼스 투어가 아닐 수 없다 ㅋㅋ)

 

학생식당 내부로 한 번 들어가보니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식당에 이런 하이 실링과 고풍스런 앤틱풍 가구라니...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학교 촬영장으로 쓰여도 좋을 듯 하다 ㅋㅋ

 

 

이제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으로 가보자. 보스턴의 서쪽에 위치한 '케임브리지'라는 도시는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스 공과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 도시인데, 이곳에 1636년 하버드 대학교가 설립됐고, 케임브리지라는 지명은 영국의 학술 도시인 케임브리지의 이름을 따라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하버드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하버드 스퀘어'이다. 지하철역 중 하버드 스퀘어 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곳으로 나오게 된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둥근 지붕의 작은 건물이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이다. 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간단한 정보를 얻거나 지도를 구입할 수도 있고, 하버드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 역시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무식한 윤요사, 여기가 하버드 캠퍼스의 무슨 문인지도 모르면서 제법 멋지게 생긴 문 앞에서 포즈도 한 번 취해 주시공^^  

 

그 유명한 존 하버드의 동상(John Harvard Statue)을 찾기 위하여 이 넓은 잔디밭도 기꺼이 헤매 주신다.

 

하긴 뭐 헤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엄따. 사람들이 젤로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면,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전설 때문에 왼쪽 발이 하얗게 변해 버린 이 동상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동상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결코 손쉽게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이 동상 앞에 줄을 서 있는지, 꽤 오래동안 기다려서 나도 간신히 하은이와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하은아! 이 엄마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동상의 왼쪽 발 따위에는 절대 손대지 않았단다. 너도 알다시피 이 엄마는 그런 미신 따위는 절대 믿지 않아!!! 다만 너의 가능성을 믿을 뿐이지!(더 무섭지?^)  엄마가 조만간 이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네 방 벽에 붙여 줄테니 앞으로 이 사진을 보면서 미친듯이 공부하는거야... 오케이? ㅋㅋ(쯧쯧, 불쌍한 우리 하은이...^^) 

 

이곳은 30개가 넘는 하버드 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는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Library)이다. 미국 국회 도서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이라는데, 우리가 광고나 영화 등에서 하버드대생들이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벗어 던질때면 꼭 나오던 계단이 바로 이 와이드너 도서관의 계단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졸업생이었던 아들이 타이태닉 호의 침몰과 함께 생을 마감하자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리기 위해 평생 수집한 책을 기증함은 물론, 도서관을 짓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기부해서 만들어진 도서관이란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도서관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도서관을 배경으로 애꿎게 사진만 또 한 장 찍어본다. 도대체 이런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이냐 ㅋㅋ

 

여기는 우리가 잠깐 들렀던 하버드 기념품샵. 하버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나 노트, 컵 등이 무지 탐났지만 다 너무 비싸서 요즘 초절약모드에 들어간 우리의 윤여사, 모든 물욕을 버리고 그냥 눈으로만 초정밀 스캔에 들어간다~~~

그래... 여기서 하버드 기념품 몇 개 사서 뭐하겠냐, 그럴 돈 아껴서 애들 영어학원비에 보태련다 ㅋㅋ 

 

 

마지막으로 하버드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는 MIT까지 둘러 봤다.

하버드와 MIT는 마치 신촌의 연대와 이대처럼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는데(걸어서 한 10분정도?), MIT에서도 하버드에서처럼 이쁘게 생긴 게이트 앞에서 사진이나 한 컷 찍으려고 정문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가이드 아저씨 왈, MIT에는 딱히 게이트랄게 없고, 저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사람 키 정도되는 나무 bush 사이가 잘려져 있는 조~기가 바로 학교 입구란다^^  이런 소박한 문을 봤나 ㅋㅋ

 

그래서 이번엔 가장 웅장한 건물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우리의 윤요사, 해마다 졸업식이 열린다는 넓직한 잔디밭 위에서 웅장한 학교 건물(건물 위쪽을 자세히 보면 '매사추세츠 인스티튜트 오브 페크놀로지'라고 쓰여 있다)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함께 또다시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주신다.

 

그 밖에 학교 운동장에도 가보고 특이하게 생긴 여러 건물들도 찍어 봤지만 대학교 캠퍼스들이 다 그렇듯이 그닥 포스팅할만한 꺼리는 없었당^^

 

이상 완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본 아이비리그 투어를 마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하버드, MIT 투어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뉴욕에서 너무 먼게 흠이다. 편도 거리만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그건 서울에서 부산 거리나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동부라고 다 같은 동부가 아닌데, 그저 미국 지도만 보고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D.C간의 실제 거리를 우습게 본게 실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와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단순히 하버드, MIT를 보러 보스턴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보스턴이라는 도시 자체를 보러 온다면 아마도 그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배낭을 메고 걸어서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를 해본다거나, 170년 전통을 자랑하는 퀸시 마켓에 들러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있는 식사를 한 끼 해볼 수도 있겠고, 보스턴의 랜드마크인 푸르덴셜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면서 와인 한 잔을 즐겨도 좋겠다. 이른 아침에는 보스턴 커먼 옆에 위치한 멋진 퍼블릭 가든에서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을 것 같고, 찰스 강 위로 난 다리를 따라 조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나같은 행정학도는 황금 돔이 인상적이었던 주의사당에 들어가 셀프투어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푸르덴셜 타워)

 

 (황금 돔의 주의사당)

 

 (퀸시 마켓)

 

이상은 내가 보스턴으로 가기 전, 집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보스턴에 관한 여행책자를 읽으며 준비한 내 나름대로의 여행 코스였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그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보거나 아주 잠깐 내려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보스턴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보스턴은 이제껏 내가 미국에서 가본 대도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올 수 없다면  매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생중계라도 꼭 볼 예정이다. 화면이 마라토너를 비추면서 도시 곳곳도 보여줄 테니까 말이다. 어떤가?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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