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정말 아깝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그냥 사서 먹으면 시간 대비 비용이 얼마나 절약되는데 왜 굳이 집에서 요리를 해먹어야 한단 말인가?

물론 여기서 예전이란 불과 3,4년 전,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서 직장 다니면서 박사과정까지 다니던 나름 무지 바빴던 시절을 의미한다. 그 때, 나는 하은이를 친정 부모님께 거의 하루 종일 맡기다시피 하면서 자기개발에 열중하고 계시었다. 아침은 굶거나 빵으로 때우고(아! 오해는 마시라. 그때도 남편과 시어머니 새벽밥만큼은 언제나 깎듯이 지었으므로^^) 점심은 직장 동료들과 후다닥 먹어치우고 저녁은 대학원 부근 지하철 역에서 종로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나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여기 미국은 외식비가 무지 비싼데다, 여기서 나는 그냥  전!업!주!부!다(사실 직장다닐때보다 애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더 바쁜데도 말이다). 게다가 아직 어린 두 얼라들에게 식당 밥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올 6월에는 큰 맘먹고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할 만한 요리 몇 개에 도전해 봤다.  

 

1. 모밀국수 만들기!

모밀 면발이야 그냥 끓는 물에 삶기만 하면 되지만, 모밀국물이 문제였는데 다행히 교회 집사님께서 모밀국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먼저 표고버섯과 무우, 멸치와 다시마, 양파와 대파를 넣고 푹푹 끓인다. 

 

이게 다 끓으면 불을 끄고 가쓰오부시를 한 줌 넣어 식힌다. 가쓰오부시를 따로 살 필요는 엄었따. 왜냐면 나는 평소 풀무원 우동을 가끔 사다 먹는데 그때마다 가쓰오부시를 안 먹고 남겨 놨기 때문이다 ㅋㅋ 

 

이렇게 식힌 멸치국물과 8 : 1 : 1 의 비율로 미린(요건 일본 마켓에 판다. 한국의 미림과는 다르다)과 간장을 넣으면 모밀국물 완성!  (맨 마지막에 설탕으로 간을 맞추면 되지만, 나는 설탕은 일부러 안 넣었다. 아이들 먹을 거니까 단맛보다는 좀 심심하게...)

너무 간단하지만 해보면 진짜 맛난다.

 

2. 감자계란 샐러드 만들기!

먼저 감자랑 계란을 찜기에 올려 놓고 삶는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으깨준다.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해서 흰자만 섞기도 한단다. 하지만 나는 그냥 한꺼번에 마구 으깼다 ㅋㅋ

 

그리고 맛살과 양파, 오이, 당근, 녹색과 붉은색 파프리카를 잘게 썰어서

 

으깬 감자, 계란과 함께 부드럽게 섞어준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해줘도 되는데 나는 소금도 생략했다. 역시나 애들이 먹을거니깐!

 

쨔잔~ 실은 이게 지난 파더스 데이 저녁식사였다^^

 

모밀국수에 감자계란 샐러드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반찬도 전혀 없고 말이다 ㅋㅋ 하지만 남편은 하루 종일 애들 보느라 정신 없었을 텐데, 파더스 데이를 위해 이렇게 특별히 새로운 요리에 도전한 나를 높이 평가하며 모든 그릇을 싹싹 비워 주었다.

우리 애들이 잘 먹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주은아! 그리도 맛나더냐! ^^

 

3. 바베큐 폭 찹 만들기!

이건 울 남편이 맥주 한 잔 걸치며 안주거리로 먹고 싶다며 특별히 주문한 요리 되시겠다.

먼저 와인에 고기를 몇 십분 절여 준다.

 

그리고 스테이크 소스와 칠리 소스, 머스타드 소스 등을 이용하여 소스를 만들어 준 후,

 

버섯과 양파와 피망, 파프리카 등을 먹기 좋게 썰어서 다같이 볶아주면 된다.

 

울 남편, 첫 도전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이 좋았다며 당연히 립서비스 작렬해 주시었다. (하긴 어쩌겠는가? 만일 사실대로 맛없다고 말하면, 지금 그나마 얻어먹고 있는 삼시세끼가 당장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걸 ㅋㅋ) 

 

4. 단호박 샐러드 만들기!

감자보다는 아무래도 단호박이 더 웰빙이 아니겠는가? 감자 샐러드에 성공한 나는, 다음 날 당장 마트에 가서 단호박을 하나 사왔다. 그리고 찜기에 넣어 푹 찐 다음, 껍질을 벗기고 숟가락으로 눌러서 으깨주었다.

 

그리고 거기에다 우유랑 마요네즈, 머스터드 소스, 꿀을 약간 넣고 잘 섞어주면 초간단 단호박 샐러드 끝!

여기다가 아까 같이 쪘던 당근을 쫑쫑 썰어 예쁘게 올려 주었다. 나는 아주 궁합이 어색하지만 않으면 거의 모든 음식에 당근을 넣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내가 눈이 나쁜 관계로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눈에 좋은 당근을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에서다.

 

5. 마지막으로 월남쌈!

며칠 전, 모 집사님께서 정말 해먹을 것이 생각 안나거든, 그냥 집에 있는 야채들 다 썰어 넣고 라이스 페이퍼에 싸서 물 탄 호이신 소스에 찍어 먹기만 하며 된다길래 정말 순진한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봤다.

나는 내맘대로 맛살, 깻잎, 당근, 오이, 피망과 파프리카, 무순, 햄, 그리고 파인애플을 사용했다.  

 

이 날 단호박 샐러드와 월남쌈에 울 남편과 아이들, 맛있다고 난리났다^^

 

요리는 평생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일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나는 요즘 어쩔 수 없이(?) 요리책을 자주 들춰 본다. 하긴 애들을 젤로 싫어하는 내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것, 그리고 세상에서 전업주부만큼은 되지 않겠노라고 호언장담하던 내가 전업주부 생활 벌써 3년째에 접어든 걸 보면, 세상은 참 아이러니 투성이다.

울 남편은 요즘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이제 애들 교육에만 열올리면 그동안 결코 하지 않겠다던 모든 일을 하는 거라고(나는 예전부터 내가 잘되야지 애들 잘되는거 아무 소용 없다고 얘기해 왔다ㅎㅎ).

남편, 그런데 어쩌지? 나 벌써 울 애들 진로 계획 다 세워 놨는데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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