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을 떠나기 약 한 달 전. 우리 집 현관 앞에는 드디어 집을 내놓는다는 간판이 세워졌다. 지난 4년 2개월동안 우리 가족은 단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 집에서 잘 살아 왔는데, 벌써 주재원 임기가 다 끝나고 이 집을 떠날 때가 되었다니 세월 참 빠르다.  

사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주택 자금의 한도에 맞추다 보니 우리는 얼바인 내에서도 우드버리나 터틀리지 같이 새로 지은 동네에는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했고 웨스트팍에 위치한 나름 오래된(17년) 집을 렌트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집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파트나 타운홈이 아니라 2층 짜리 detached house에 살아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집안에서 맘껏 뛰놀며 살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사하기 일주일 전. 우리집 뒤쪽 거라지 앞에는 우리가 쓰레기 처리 회사로부터 빌린 대형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서서히 귀국 이사짐을 정리하면서 나는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안 곳곳에 처박아 두었던 묵은 쓰레기들을 이곳에 버릴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이 집에 살면서 혹시나 내 맘 속에 남아 있는 얼바인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그것마저도 이 컨테이너에 다 버리고 가련다^^ 

 

이사를 며칠 앞 둔 집 안의 모습 역시 아수선하기 짝이 없다. 거실의 소파와 부엌의 식탁은 물론, 심지어 창문의 커텐까지 전부 다 내다 팔고(역시 미씨 USA 싸이트가 물건 내다 파는데는 짱!^^) 책과 그릇을 비롯한 짐들도 거의 다 박스에 포장해 버려서 이사 3일 전, 우리 집 거실과 부엌의 모습은 이렇게도 황량해졌다.   

아! 물론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새로 산 나뚜지 소파와 포터리반 식탁, 그리고 하은이를 위한 포터리반 키즈 책상 등은 거라지 안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고이 모셔 두긴 했다^^

 

그리고 지난 2주간, 나는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어 가면서 마치 연예인처럼 빡빡하게 환송회 일정을 소화해 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송회는 자발적으로 그네들이 해준 것이라기 보다는, 전부 나의 강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잡힌 것들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ㅋㅋ 

그 중에서 잠시 소개할 곳은 내가 베스트 프렌드 정민과 헌실, 그리고 페어몬트 엄마들과의 마지막 모임 장소로 활용한 요즘 얼바인 인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레스토랑 Fig & Olive 의 모습이다.

 

헌실아, 정민아! 우리 이제 당분간은 못보겠구나. 너희들이 없었으면 내 얼바인 생활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내가 쑥스러워서 표현은 잘 못했다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너희들의 이별 선물인 'Jo Malone' 향수도 기쁘게 받을께. 너희들 덕분에 내가 평생 처음으로 향수 한 번 뿌려 보겠구나 ㅋㅋ  

 

또한 이사짐을 싸고 환송회를 뛰는 그 바쁜 와중에도 나는 마지막으로 싸우스 코스트 플라자에 있는 레고샵으로 달려가 100만원 어치가 넘는 레고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쟁여 오는 것은 물론(아마 이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레고 사달란 말은 안할게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가장 좋아했던 회전목마도 마지막으로 태워 주었다. 처음엔 무서워서 이 회전 목마를 보기만 해도 울던 아이들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내 손을 잡고 울음 반 웃음 반으로 회전 목마를 타곤 했는데 이제는 둘 다 스스로 말 위에 올라가 한 손으로는 봉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흔드는 경지가 되었으니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귀국을 준비하던 나에게도 가슴 아픈 일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디사이플 교회 식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미국으로 온 바로 다음 날부터 지난 4년 2개월 동안 우리는 캐나다와 하와이 등 장거리 여행으로 교회를 나갈 수 없었던 3일을 제외하고는 매주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더랬다.

4년 전 남편 직장 때문에 아무 연고 없는 이곳 얼바인에 와서 난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블로그라도 해야 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할 정도로 못견디게 외로웠었다. 게다가 엉겁결에 둘째 아이까지 낳고 키워야 했던 힘든 시간이 계속되었는데 그 동안 내 부모 형제도 형편상 나를 가까이에서 돌봐주지 못했는데, 정작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디사이플 식구들은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나와 우리 가족에게 값없이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나는 아마도 이 사랑의 빚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디사이플 교회에서 내 첫 다락방 순장님이셨던 김희범 순장님 내외분께서는 우리에게 마끼 스시에서 맛난 저녁 식사를 사주셨고, 두번째 다락방의 이은창 순장님 내외분께서는 집에서 근사한 스테이크를 구워 주셨다.

 

또한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열매 다락방 식구들은 이렇게 예쁜 케익과 정성 어린 선물을 준비해 주었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막판에 무리한 귀국이사 레이스를 펼치던 우리를 위해, 박혁성 순장님 내외분은 필요한 때마다 기꺼이 아이를 봐주시는 것은 물론 여러 번이나 따뜻한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시곤 했다.  

 

그외에도 귀국 하루 전날에는 이곳에서 만들었던 소중한 인연 중 하나인 희찬이/희온이네 가정, 그리고 도윤이/나윤이네 가정과 함께 언젠가 그리워하게 될 우리의 마지막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아 봤다.

 

그리고 이 블로그로 만나 아직 제대로 친해지지도 못했는데(사실 딱 한 번 만났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예고도 없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 현관문 앞에서 이 선물만 전해 주고 금방 돌아간 수진 언니까지... 언니! 감사해요. 이 옷들, 언니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잘 입힐게요^^

우리 가족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4년 2개월간 얼바인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드디어 2월 14일. 출국 당일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어제(13일) 하루 죙일 미친 듯이 귀국 이사짐을 부치고 하룻밤을 호텔에서 보낸 나는, 오늘도 결코 맘편히 쉴 수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오늘이 바로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하은이 학교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파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 힘들다는 귀국 이사를 막 끝낸 나였지만 열혈 엄마인 우리의 윤요사, 아침에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재빨리 생일 케익을 사가지고 주은이의 데이케어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 주은이에게 조촐한 생일 잔치를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그 생일 잔치가 끝나자마자 다시 차를 몰아 어제 밤 늦게까지 호텔에서 준비한 초컬릿 선물 20개와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하은이 학교로 전달했음은 물론이다^^

여기다. 지난 8개월간 주은이가 하루 5시간씩 다녔던 홈데이케어. 원래 원생이 모두 여섯 명인데 오늘은 4명 밖에 안나왔네^^  영은 자매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자매님 덕분에 제가 주은이를 맘편히 맡기고 조금이나마 제 생활을 가질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별 선물로 직접 떠 주신 하은이와 주은이 목도리도 잘 쓰고 또 가보로 길이길이 간직하겠습니당^^  

 

지금 분당 정자동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솔직히 얼바인 라이프에 대한 요만큼의 미련도 없다. 그만큼 비록 어린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제약된 여건 속에서 4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 다니고 또 최선을 다해 얼바인 라이프를 즐겼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소중했던 사람들을 이제 자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마지막으로 자기 주장도 강하고, 말도 많고, 게다가 넋두리도 한다발인 나를 그동안 따뜻하게 품어 주었던 얼바인 지인들과, 내용도 사진도 구리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블로그에 꾸준히 찾아와 주신 얼굴도 모르는 블로거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블로그를 계속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얼바인과 관련하여 아직 올리지 못한 포스팅이 한 십 여개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나도 드디어 그저께 미국에서 짐이 도착한 고로, 당분간 글 쓸 시간이 날지는 미지수다. 

또한 정자동 카페골목 탐방기, 리터니(returnee)의 영어 학원 구하기 에피소드, 하은이의 정자 초등학교 입학식, 윤요사의 생애 첫 학부모 총회 이야기 등, 이곳에서의 일들도 제법 흥미있게 진행되고 있긴 하나 이제 얼바인 이야기도 아닌데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굳이 포스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외치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하련다. 아듀~ 얼바인!^^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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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가 페어몬트 프라이빗 스쿨을 다닌지도 벌써 8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처음에는 집에서도 좀 먼데다(차로 한 15분쯤 걸린다), 프리스쿨부터 8학년까지 운영되는 학교라서 고작 킨더에 다니는 하은이가 언니 오빠들에게 치이지 않으려나 내심 걱정도 되었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하은이가 잘 적응해 주어서 많이 기뻤더랬다.

하지만 하은이는 우리가 2월 14일이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영원히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당연히 그동안 누누히 얘기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릿 속엔 이별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듯 했다^^) 곧 다가올 페어몬트 친구들과의 이별을 예감하지도 못한 채, 매일 매일 집에만 돌아 오면 그날 그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와 곧 있을 친구들의 생일 파티 이야기로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얼바인을 떠나기 전인 2월 초순, 하은이의 친구 3명이 한꺼번에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고 하은이는 마지막으로 그네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부터 Team OC, Build-a-bear in Downtown Disney, 그리고 Pretend City에서 열렸던 하은이와 그 친구들의 생일 파티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우선 얼바인 인근에서 제일 유명한 짐네지움(gymnasium)을 꼽으라면 아마도 터스틴에 있는 Wild Fire와 코스타 메사에 있는 Team OC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와일드 파이어는 예전에 한 번 가봤었는데 Team OC 는 오늘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라 내 마음도 아이처럼 설랬다.

사실 예전에 와일드 파이어에 처음 갔었을 때는,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에는 그닥 보편화되지 않은 운동이었던 기계체조(짐네스틱스) 전문 시설(?)이 외국에서는 이렇게 지대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다. 하은이네 반 남자 아이 코너(Connor)의 생일파티가 열릴 Team OC. 존웨인 공항 부근에 위치한 관계로 간판 뒤쪽으로 비행 시설이 보인다^^

 

얼핏 보면 내부 시설은 와일드 파이어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와일드 파이어는 체조관 특유의 락스 냄새가 많이 났었었는데(당시 난 솔직히 그 냄새가 많이 역했다^^) 이곳은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체조 시설도 이것 저것 복잡하게 많이 들여 놓지 않아 전반적으로 체육관이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초대된 아이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생일 프로그램에 따라 소속 체조 선생님들과 함께 가볍게 몸풀기를 한 후, 남녀로 나뉘어 연령대에 맞는 여러 가지 시설을 체험하며 즐겁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체육관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파티룸으로 자리를 옮겨, 맛있는 간식과 쿠키를 먹으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끝으로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생일 맞은 아이의 아빠가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 캔디와 학용품이 들어 있는 피나타(pinata)를 터트려 주자, 저마다 작은 비닐백에 캔디와 학욤품을 담기 바빴다.

이때가 되면 매사 굼뜬 우리 하은이도 눈에 쌍불을 켜고 자기가 좋아하는 캔디와 과자들을 정신없이 집어 담곤 한다. 하은아! 너 앞으로 그런 정신상태로만 공부한다면 아마 전교 1등은 문제 없을거야 ㅋㅋ 

 

다음은 애너하임의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열렸던 절친 로렌의 생일 이야기다.

다운타운 디즈니는 디즈니랜드 옆에 위치한 작은 문화 및 쇼핑 복합 공간인데,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는 돈을 내야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는 누구나 자유롭게 돌아 다니며 놀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디즈니랜드가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나는 그동안 비싼 입장료와 어린 주은이를 핑계로 이곳까지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로렌의 생일 잔치에 참석할 겸, 간만에 다운타운 디즈니에 와서 콧바람을 쐬니 오늘 역시 하은이보다 내가 더 신난 듯하다^^

 

이곳은 내가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젤로 좋아하는 대형 레고샵 되시겠다. 굳이 50분 거리의 레고랜드까지 차를 몰고 가지 않아도, 20분 거리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 레고샵에 오면 이렇게 귀여운 초대형 레고 작품들과 함께 실컷 사진 찍고 놀 수 있다. 

이 대형 조형물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레고조각과 인력이 동원되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숙연한 마음이 ㅋㅋ 

 

하지만 오늘 로렌의 생일파티 장소는 레고샵이 아니라 바로 이 곳, 빌드 어 베어 샵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생일 프로그램은 초대된 아이들이 직접 인형의 종류를 고른 후, 그 안에 솜을 채우고 바느질을 한 후, 털을 빗기고 옷과 악세사리를 골라 입혀 자신 만의 인형을 완성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친절한 로렌 엄마는 하은이가 곧 한국으로 돌아 가는데 로렌의 생일을 통해 인형을 선물해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잘됐다며 매우 좋아해 주었다.

나는 도대체 이런 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했는데 한 직원이 기본적으로 생일을 맞은 아이 측에서 1인당 30달러까지는 비용을 대지만, 초대받은 아이들이 비싼 옵션을 골라 30달러가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추가 비용은 아이들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귀뜸해 주었다.    

 

우선 건물 입구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로렌에게 먼저 생일 선물을 전달해 주시고...(오늘 로렌 엄마 머리 세팅이 너무 과하신듯 ^^)

 

인형을 만들기 전, 건물 앞에서 직원의 인솔 아래 친구들끼리 잠시 즐거운 게임 시간을 갖는다. 아마도 실내에서 인형만 만들면 너무 단조로우니까 이런 코너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아이들은 건물 안으로 입장한 후,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게 될지 간단한 설명을 듣게 된다.

 

우리 하은이는 트래디셔널한 베어보다는 요즘 한창 유행인 마이 리틀 포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속살이 없는 포니 인형 껍질을 먼저 고르면, 요 기계 안에서 즉석으로 뽑아져 나온 보송보송한 솜을 포니 인형 안으로 집어 넣게 된다. 솜이 나올 동안 직원들은 이 기계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 저런 스몰 토크를 나누다가 드디어 인형 안으로 솜이 다 주입되면,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바느질로 솜을 채운 인형에 대한 마감 처리를 한다(하지만 말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거지 사실 하은이 같이 어린 아이들은 직원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는 정도다 ㅋㅋ).  

 

이렇게 말이 own build 인형이지 아이들이 직접 한 건 거의 없지만서도(^^),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인형을 다 만든양 의기양양해 하면서 완성된 인형들을 예쁘게 빗질하고 털들을 정리해 주신다.

 

이제 완성된 인형에게 수많은 인형 옷과 악세서리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 치장을 해 줄 차례다. 하은이는 인형 자체가 25달러 짜리였기 때문에 악세서리를 조금만 과하게 해도 30달러가 넘어 내가 추가 비용을 부담할 처치여서, 나는 하은이에게 심플한 게 가장 예쁜 거라고 강력하게(?) 설득하여 결국 집에서 가져간 하은이 팔찌를 리틀 포니의 목에 걸어 주어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쾌거(?)를 이룩했다 ㅋㅋ

 

이제 각자 완성된 인형을 가진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으면서 생일 파티를 마감하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얼바인의 하나 뿐인 칠드런스 뮤지엄인 '프리텐드 시티'에서 열린 케이티의 생일 파티로 가보자.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앞니 빠진 하은이가 초코 쿠키를 들고 친구 앨런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오늘 케이티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엔터테이너는, 주문만 하면 그 자리에서 능숙하게 작품을 만들어 주는 벌룬 아티스트와(우리 하은이는 꽃을 주문했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 주는 아티스트(영어로 이런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ㅎ), 이렇게 두 명이었다. 하은이는 자신의 손바닥 그림으로 분홍빛 플라밍고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는데 작품이 제법 그럴싸하게 나왔다(지금 이 작품도 우리 짐에 당당히 포함되어 태평양 건너 유유히 오고 있다) ^^

 

게다가 오늘의 생일 케익은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로즌'을 테마로 만든 케익이었다. 프로즌 매니아인 하은이는 엘사와 아나 인형과 함께 눈사람 올라프가 장식된 케익을 보자마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룸맘(room mom)이기도 한 케이티 엄마는 사실 아이 넷의 엄마로서 눈코뜰새 없이 바쁠텐데도(게다가 오늘 6세를 맞이한 케이티가 제일 큰 아이이다. 뜨앗~)  이렇게 케이티의 생일 파티를 훌륭하게 준비한 것에 대해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겨우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맨날 힘들다 죽겠다 난리치며 넋두리가 장난 아닌데, 케이티 엄마는 아이 넷의 엄마 노릇도 모자라 룸맘까지 맡아서 학교 대소사 때마다 원더우먼처럼 나타날 뿐 아니라 아이 생일 파티도 이렇게 척척 준비해내니 내 어찌 기죽지 않을 소냐 T.T 

 

게다가 그녀는 구디백조차도 외부에서 주문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병에 코코아 가루를 담고 별모양 쿠키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서 나눠 주는 센스까지... 나도 이젠 애들 때문에 경력단절녀 됐다고 고만 좀 징징대고, 똑부러지게 살림이나 육아라도 지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참! 즐거웠던 파티가 끝나자 아이들은 모두 칠드런스 뮤지엄으로 뛰어 나가 또 이렇게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요즘 한국의 사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워 보니 이곳은 생일 파티가 단순히 주인공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전에 한국에서 내가 자랄 때에는 생일이 되면 엄마들은 음식을 대접하고 초대받은 아이들은 선물을 가져오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미국에서는 구디백이라 하여 생일 맞은 아이들 측에서도 초대된 아이들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선물을 반드시 마련한다. 그리고 생일 파티를 집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놀이터가 딸린 공원이나, 아님 이렇게 생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 시설을 이용하여 비단 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날 하루, 초대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즐거운 액티비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생일 파티에 아이들만 초대되기 보다는 그 아이들을 태워다 줘야 하니깐 당연히(?) 엄마들과 그 형제자매들도 같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생일 파티가 열리면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내 아이 친구의 언니가 누구인지 동생이 누구인지도 잘 알게 되어 가족끼리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미국식 생일 파티가 좋다. 최소한 2~3주 전에 누군가의 생일 파티가 있다는 인비테이션을 받게 되면 RSVP를 해준 후, 나도 달력에 크케 표시를 해놓고 마치 집안의 대소사가 있는 날처럼 그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간만에 엄마들끼리 만남의 장이 열리는 것은 물론, 아이들끼리도 서로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나이를 잊고 어우러져 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며칠 전인 3월 3일, 성남 정자 초등학교에서 하은이의 입학식이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겨우 2주 만에, 그리고 아직 미국에서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아서 2주전에 이민 가방에 들고 왔던 거지 같은 옷들과 세면도구를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며 생활하던 그 와중에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마음이 아팠던 건,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던 하은이가 그 친구들을 모두 미국에 남겨 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에 와서 쓸쓸히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입학식에 가보니 이곳에서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 혹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미리부터 알고 지낸 아이들과 스 엄마들은 저마다 아는 척하며 삼삼 오오 모여 앉았지만, 나와 하은이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입학식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입학식장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은이의 손을 붙잡고 힘주어 말했다. 하은아! 너도 곧 저 많은 친구들을 다 사귀게 될 거야. 그리고 비록 지금은 네가 한국말이 서툴러서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기죽지 말렴. 넌 금방 한국말을 배우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오히려 저 아이들에게 조만간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될거야...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애써 위로한들 무엇하랴. 지금 당장 지척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은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온갖 자원 봉사 신청서에 마구 예쓰 표시를 해대고 있다. 녹색 어머니회, 엄마 폴리스회, 학생 예절 도우미, 학교 급식 지키미 등 나에게는 이름도 역할도 생소한 것들 뿐이지만, 온갖 자원 봉사에 이 한 몸 희생하여 우리 하은이에게 친구 네트워크가 얼른 형성되기만 한다면야 무엇이 대수이겠는가 ㅋ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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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이 블로그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감격스럽게도(?) 꿈에 그리던 내 나라, 한국의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이다.

지난 2주간, 미국에서 4년 2개월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과정은 예상외로 꽤나 험난했다. 주재원들에게는 무한정으로 귀국 컨테이너가 지원되는 줄 알았다가, 겨우(?) 20큐빅까지만 회사 측에서 부담해 준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알게 된 후, 나는 서둘러 미씨 USA라는 싸이트를 통해 살림살이의 상당량을 팔아 치워야만 했고, 집주인을 위하여 다음 세입자가 결정될 때까지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쇼잉을 해주어야 했다.

그 뿐인가. 한국 들어갈 때 안 사가지고 가면 후회될 것들을 추려서 끝까지 막판 귀국 쇼핑에 열 올려야 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어쩌면 다시 못올 미국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 더 열심히 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 일환으로, 예전에(한 3년도 더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시 헐리우드를 구경하다가 그리피스 천문대 앞 광장까지 왔었는데, 하은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그랬던가 어쨌던가 해서 결국 천문대 건물 안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비록 귀국이 정말 코 앞에 닥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줄을 꼭 붙들고(^^), 마지막으로 LA 나들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은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사진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헐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독사진도 한 번 찍어 주시고...(쯧쯧... 윤요사 저 개털처럼 다 풀린 파마 머리 좀 봐라... 하지만 그래도 여긴 파마 값이 비싸니깐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내 꾹 참아 보련다 ㅋㅋ)

 

다음으로 그리피스 천문대(참! 나만 몰랐던 사실 하나. 그리피스는 사람 이름이란다^^)의 모습. 천문대 건물은 동그란 지붕 탓에 멀리서 보면 마치 무슬렘 사원처럼 보인다^^ 

 

건물 계단 앞에서, 보석 같은 내 딸들의 모습.(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 보석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정작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영혼 없는 것들을 육체만 데리고 다니며 돈지랄하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ㅋㅋ)

 

메인 엔터런스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광경.

 

사람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Foucault pendulum인데, 한 박물관 직원이 지구본을 가리키며 이 물체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그 직원의 바로 오른쪽에 매달려 궁뎅이와 다리만 보이는 게 바로 우리 하은이다 ㅋ). 

엄마는 영어가 후달려서, 그리고 영어를 좀 하는 딸 아이는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불편한 현실이 서글프다 ㅎㅎ  

 

그리고 Foucault pendulum 위를 보면 천정에 이렇게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요건 바로 Ballin Ceiling Mural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명을 좀 더 읽어보니 이 벽화를 그린 Hugo Ballin이라는 사람은 유명한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다나 뭐래나^^

 

게다가 천문대 윙의 저쪽 한켠에서는 박물관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번개가 치는 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건만

 

우리 하은이는 여전히 망원경들에만 관심 충만이다. 요즘 어찌나 진짜 망원경을 사서 학교에서 배운 북두칠성(Big Dipper)을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고 난리를 떠는지 모른다(야 이년아! 그런 걸 정말 보려면 얼마나 비싼 망원경을 사야 하는지 알긴 하는겨?ㅋㅋ).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당연히 요 '플래터리움 쇼'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5세 이상만 볼 수 있다는데 그럼 고작 3세인 우리 주은이는 도대체 워쩌란 말이냐! 흑흑...

게다가 관람료도 비싸고 대기 줄도 길어서 나와 남편은 미련없이 이 쇼를 걍 스킵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은이는 계속 호기심을 보이며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보려고 기다리고 있냐고 자꾸 묻길래, 난 그냥 화장실 가는 줄이라고 뻥치고는 아이 손을 붙잡고 냉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ㅋㅋ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LA 시내의 경관이 아주 장관이다. 하긴 그리피스 천문대하면 젤로 유명한 것이 바로 '야경' 아니겠는가. 

나야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일찍 재워야 하고 또 프리웨이 트래픽을 피해서 얼바인까지 돌아가려면 갈길이 바쁘기 때문에 야경까지 보진 못하지만 낮에 보는 LA 시내의 모습도 내게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야외에 나와서도 여전히 망원경만 열심히... 그런데 얘들아! 그거 너무 열심히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단다. 그거 돈 넣어야 보이는 건데 엄마가 돈(겨우 50센트지만)을 안 넣어줘서 사실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니? ㅋㅋ

 

그리고 한 켠에는 이렇게 패티오가 만들어져 있어 뻥 뚤린 주변 경관을 보면서 맛있는 차 한잔, 그리고 가벼운 스낵 한 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훌룽히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아 끌면서 잔디에 앉아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바나나와 우유를 대충 꺼내 주고 말았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엄마도 낭만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란다. 하지만 이렇게 푼돈이라도 아껴서 엄마는 꼭 토리버치 구두 한 짝이라도 더 사가지고 귀국하련다 ㅋㅋ   

 

이젠 아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저 돔 지붕에 대해서 파헤쳐 볼 시간이다.

 

첨에 나는 그냥 장식용으로 지붕을 둥글게 만든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태권브이가 나올법한 로봇 창고처럼, 지붕의 일부분이 저렇게 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저 돔 지붕 안에는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단다. 그러니 그것으로 하늘을 관찰할 때에는 저렇게 지붕이 쫙~ 열려 줘야 하는 건 기본 상식이고... 어쨌든 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리 너머로 요로코롬 무시무시하게 큰 기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데 이쯤되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자꾸만 물어보는 하은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평소 손목이 아프다고 잘 끌지도 않던 유모차에 얼른 주은이를 실은채 천문대 앞 잔디밭을 하릴없이 돌아 다니며 남편과 하은이가 나올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ㅎㅎ

 

어쨌든 오늘 내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 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라 한다면, 이곳은 무슨 대단한 천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 지은 초현대식 천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그리피스 천문대의 입장료가 무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라도 넓다란 건물 앞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고 혹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차 한잔 마시며 LA 시내 구경을 할 수도 있는 LA 시민의 친구와도 같은 친근한 장소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하은이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영구귀국을 앞두고 그리피스 천문대에 잠깐 왔었던 사실조차도 금방 잊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먼 훗날, 이 엄마가 예전에 작성한 글들과 사진들을 보며 그 잊혀진 기억을 쥐어 짜내려 노력하게 되겠지^^

하지만 하은아! 이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보다 친근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플래터리움 쇼도 관람하고 또 어쩌면 연인과 함께 와서 저 근사한 패티오에 앉아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로맨틱하게 같이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을거야. 

왜냐구? 넌 어릴 적에 이미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에 와 봤으니까, 그래서 그 느낌 아니까! 그치?^^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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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이렇게 4년 이상이나 살다 가는데 평소 와이너리 한 곳 쯤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4년을 죽자 살자 아이를 키워봐도 이제야 겨우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처지에게 '나파 밸리'나 '소노마'는 그동안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얼바인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미큘라라는 도시에 나파 밸리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와이너리들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어왔던 터라,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테미큘라 와이너리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테미큘라 역사 이야기를 좀 하자면, 테미큘라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속한 신도시 중 하나인데 원래 '랜초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도시였으나 지난 1989년 도시 이름을 '테미큘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1980년에는 인구가 불과 2000명 수준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으나, 1980년 이후 10년간 1400%라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붐을 이루던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 지금은 2010년 인구 센서스를 기준으로 약 1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되었단다.  

 

어쨌든 우리 가족, 드디어 테미큘라 시티 입장!  생뚱맞게도 테미큘라시의 자매 도시(sister city) 두 곳 중 한 곳이 일본의 '나까야마'라는 글씨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넹 ㅋㅋ

 

그리고 그곳은 정말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포도밭과 집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상 깊은 동네였다. 

 

이곳 테미큘라에는 와이너리들이 줄잡아 열 개도 훨씬 넘게 있지만, 그 중 여러 지인들의 리뷰에 따라 우리가 택한 곳은 '월슨 크릭 와이너리'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되시겠다.

먼저 월슨 크릭 와이너리부터!

이곳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다는 추천을 들었던 곳이었다.

 

가까이 가니 작은 연못과 브리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 같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까지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와이너리 입구에 있는 대형 와인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은이.

 

이 큰 와인병을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저 뒤로 넓은 포도밭이 보이고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와이너리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예쁜 와이너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다.

 

멋드러진 중앙 분수는 물론,

 

정원 한 켠에는 대형 가즈보(gazebo) 안에 와인통을 이용한 귀여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와인 숙성통(배럴)은 포토존 뿐 아니라 이렇게 쓰레기통으로도 쓰이기도^^(배럴이 쓰레기통으로 쓰인 줄도 모르고 옆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ㅋㅋ) 

 

으흠... 닌 디즈니 크루즈만 다녀 왔는데 이렇게 와인 크루즈란 것도 있구나. 타이티와 다뉴브란 곳으로 간다는데 나도 나중에 하은이, 주은이 다 시집 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이런 와인 크루즈나 한 번 다녀 와야겠다(하하... 어느 세월에^^).

 

와인 저장 공간(barrel room) 역시 그 자체로도 제법 분위기 있다.

 

드디어 와인 테이스팅에 들어간 우리 부부. 15달러를 내면 5가지의 와인 맛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며 헤롱헤롱해져 가는 동안, 아이들은 천진하게 기프트 샵을 뛰어 다니며 놀구 있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답게 레스토랑 입구에 와인 조형물은 물론  

 

한쪽 벽면 장식 역시 와인통을 이용하여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내가 음식을 맛없는 것으로 골랐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식사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다음으로 태미큘라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여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매우 볼만한 파머스 마켓이 선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휴일을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왔으니 파머스 마켓을 놓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블로거 분들은 테미큘라까지 오는 김에 파머스 마켓까지 즐기시려거든 토요일에 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와~ 여기 올드 타운 느낌 아주 지대로인걸? 뭐 미국이야 웬만한 도시마다 크든 적든 간에 올드 타운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올드 타운처럼 old feel 지대로인 곳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올드 타운이 규모도 제법 큰데다 예쁜 상점도 많았고 칠드런스 뮤지엄이나 커뮤니티 띠어터 등도 있어서 자세히 둘러 보면 더욱 좋았을텐데, 이날은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싸돌아 다닐 수도 없었고 게다가 휴일이어서 문을 닫은 상점이나 기관들도 꽤나 있어서 우리는 또 윤요사의 주특기인 '대~충 훑어보기'식으로 올드 타운 투어를 마감했다 ㅋㅋ  

 

 

여긴 테미큘라 시청(City Hall)의 모습. 내가 그동안 봤던 시티 홀 중, 베벌리 힐즈 시티 홀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예쁘게 생긴 곳이었다 ㅋㅋ

 

다음으로 우리는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차를 몰았다. 사실 나는 테미큘라 하면 제일 유명하다는 열기구(Hot Balloon)를 타보려고 했지만 준비 미숙으로 여차여차해서 그건 실패하고, 그냥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와이너리나 한 곳 더 들르자는 마음에서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는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달리, 리조트와 스파까지 끼고 있는 꽤나 큰 규모의 와이너리였다.  

 

건물 입구에는 '캘리포니아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됬다는 간판도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참! 와이너리에선 이런 리무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취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외국인들은 아예 이렇게 단체 리무진을 이용하여 와이너리를 돌아다니곤 한단다(이 사람들은 절대로 차가 없어서 단체로 봉고 버스나 빌려타고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 ㅋㅋ). 

 

이제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가 보자. 그 규모가 아까 들렀던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다.  

 

울 남편은 같이 놀러간 회사 동료분과 나무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건물 내부는 물론, 와인 시음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기프트샵도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너리 투어를 두 곳이나 마쳤으니 이젠 테미큘라에서 와이너리 다음으로 꼭 가봐야 할 곳인 페창가(Pechanga) 카지노 호텔에 한 번 가봐야겠다.

이 카지노 호텔은 인근의 인디언 보호 구역의 운영을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 카지노에서 갬블링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고, 바로 대게(King Crab)로 유명한 페창가 호텔의 뷔페를 먹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나 할까?

 

여기다! 그 유명하다는 페창가 뷔페 식당!

 

역시 첨에는 이것 저것 다 골고루 시켜서 먹어 봤지만

 

나중에는 우리도 오직 킹크랩 한 놈만 콕 찝어서 집중적으로 공략 들어가 주신다 ㅋㅋ 이 날 우리가 먹고 버린 게 껍질이 산을 이루었다는 ㅎㅎ

 

끝으로 윌슨 크릭 와이너리에서 여러 번의 시음 끝에 결정한 와인 두 병과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기프트샵에서 구입한 치즈 플레이트를 공개한다. 이번에 귀국 이사짐에 넣어져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실 귀한 몸들이시다 ㅋㅋ 

 

이렇게 얼바인에서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근사한 와이너리는 물론, 훌륭한 골프장과 카지노 호텔, 그리고 뷔페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관광도시 테미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난 왜 그동안 간과했던 것일까... 

그래도 어쨌든 우리의 윤요사, 결국 귀국을 3주 정도 앞두고 테미큘라를 찍고 가긴 가는구나 ㅋ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귀국 이전 마지막 휴일인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알차게 보내고, 바로 다음 날부터 미씨 USA에 살림 내다 팔기 및 짐싸기에 미친듯이 돌입하기 시작했다 ㅎㅎ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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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내게 될 12월... 그래서 사실 난 11월부터 우리 가족만의 '멋진 12월'을 기획하기에 바빴더랬다. 이전에 포스팅 한대로 크리스마스는 '미션 인 호텔'에서 보내기로 진즉에 결정했지만, 사실 12월은 크리스마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마침 동부에서 LA로 장기 공연을 왔다는 '라이언 킹 뮤지컬'과, 인근 도시 애너하임에 위치한 혼다 센터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 쇼'를 관람함과 동시에,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시즌 축제라고 말 할 수 있는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에 갈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놈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보트 퍼레이드야 사람이 좀 많이 몰리는 것이 흠일 뿐 따로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공연들을 보자면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 때문에 추억을 희생할 순 없는 법! 나는 늘 그랬듯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하지만 이 모든 추억을 지대로 즐겨보자고 맘 먹었다. 

 

우선, 디즈니 온 아이스!

이건 제일 앞쪽 줄에서 관람하는 비용이 1인당 약 70달러 정도했는데, 나와 하은이는 제일 싼 22.50달러 짜리 좌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이스 쇼는 개별 스케이팅 선수들의 개인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스 링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썅! 구차한 변명은... 사실 모든 공연은 무조건 앞에서 볼수록 더욱 실감난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ㅋㅋ)

여긴 오늘의 아이스 쇼가 펼쳐질 혼다 센터.

 

건물 외벽에 이렇게 디즈니 아이스 쇼(부제 : Rockin' ever after)를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곳에선 12월 17일에서 22일까지 딱 6일만 공연된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 보니, 저~편에서 웬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참! 여긴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이지... 디즈니랜드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여기서도 보이는구낭...^^(이것으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도 본 셈 치련다 ㅋ)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디즈니사의 상술이 마구 마구 돋보이는 이런 부스들이 열 개도 넘게 차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하은이에게 눈요기는 다 시켜 주면서도 작은 수첩 하나 사주지 않았으니..(이런 잔인한 엄마 같으니... 쯧쯧). 하지만 요즘 초절약 모드인 우리의 윤요사, 이런데 절대 1달러도 쓸 수 없다 ㅎㅎ 

 

드디어 아이스 쇼가 시작되었다.

'리틀 멀메이드'를 시작으로(나중에 인어 공주가 천정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갑자기 공중 곡예를 펼치는데 순간 넘 감동 받아서 깜놀했다는 ㅋ).

 

'브레이브(Brave)'- 이것 역시 나중에 화살로 과녁이 부서지는 모습을 완전 실감나게 재현해서 또 한 번 깜놀^^ ,

 

그리고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얼나마 연습했는지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점프 실수도 없이 고난이도 기술을 화려하게 펼쳤고,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더 예쁘게 변형된 무대 의상과, 각 스토리에 맞게 적절하게 꾸며진 멋드러진 무대 장식까지 삼박자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잘 어우러져 나와 하은이는 보는 내내 연신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게다가 쇼 말미에는 미키, 미니를 비롯하여, 오늘 등장한 모든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화려한 피날레 쇼까지 보여주어 마치 환상 속에 있는 듯 했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다음은 뮤지컬 '라이언 킹' 이야기다.

우리 하은이는 작년에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졸업하면서 졸업 퍼포먼스로 라이언 킹 주제곡들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라이언 킹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좋아라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여름, 뉴욕 여행을 갔을때 하은이에게 라이언 킹 뮤지컬을 꼭 보여 주고 싶었었는데 그룹투어로 가는 바람에 자유시간이 없어서 그 기회를 놓쳤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더랬다. 하지만 이번에 마침 라이언 킹 공연팀이 LA로 장기 순회 공연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하은이에게 이 뮤지컬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내가 처음 인터넷으로 가격표를 확인한 순간부터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나는 장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왕 라이브 쇼를 볼거면 최대한 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하은이에게 배우들의 숨소리와 얼굴 주름까지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표들은 1인당 250달러에서 300달러 이상을 호가하니 내가 아무리 하은이의 문화지수 함양에 관심이 있다 한들 평범한 월급쟁이 아빠를 둔 가정에서 그게 과연 될법이나 한 소리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은이를 케어한다는 목적으로 눈물을 머금고 빠져 주시고(사실 나도 엄청 보고 싶었다 T.T), 남편은 LA까지 운전하고 가야 하니깐 뺄 순 없고, 결국 남편이랑 하은이 둘이서만 보는 것으로 하고, 자리도 약간 중간 쪽으로 후퇴해서 1인당 180(수수료 포함)달러, 그러니까 하은이와 남편 자리를 합쳐 총 360달러 정도 지출하는 선에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내가 뭐 무식하게 연극이나 뮤지컬의 관람료가 영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 자리 정도도 1인당 20만원 가량이나 내야 한다면 어떤 서민이 기꺼이 라이브 공연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겠냔 말이다~~~(흐흑)

 

어쨌든 여기는 라이언 킹 공연이 열리는 할리우드 펜테이지스(Pantages) 띠어터.

하은이가 스타 사인이 그려진 보도에서 그녀의 페이버릿인 소피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긴 펜테이지스 극장 내부 모습.

이 사진을 찍어 온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하은이는 두 시간도 넘는 공연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어로 주요 노래들을 연신 따라 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간 민폐가 아니었다는 ㅋㅋ 

 

이건 하은이가 가져다 준 연극 브로셔 되시겠다. 난 연극 광고 안내문을 영어로 playbill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오늘 첨 알았다. 윤요사, 요즘 무식이 아주 쩔었다^^

 

끝으로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 이야기.

올해로 105회째를 맞는 뉴포트비치의 크리스마스 보트 퍼레이드가 12월 18일에서 22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는데, 뉴포트 비치 상공회의소 주최로 벌써 100년도 넘게 치러진 이 행사는, 남가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매우 유명한 행사라고들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는 뉴포트 비치에 자리잡은 발보아 아일랜드의 부티나는(?)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기가 소유한 요트나 보트를 스스로 꾸며서 바다에 띄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가 열린 발보아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다리의 입구 모습. 뒷차가 따라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상태에서 찍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물론 이 다리는 날이 어두워지면 이렇게 멋진 불빛으로 곱게 단장한다.

 

그리고 그 다리 너머로 이따 6시가 되면 화려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매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다는 초인기 이벤트답게 우리 가족은 오후 4시 반쯤 도착해서 벌써 1시간 가량이나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도 여전히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섬 안은 1년에 딱 몇 일 열리는 이 이벤트를 보려고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섬 안을 빙빙 돌고 있을테니, 나라도 발보아 섬 곳곳을 돌아 다니며 구경하라고 배려를 해 주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토끼처럼 깡총 차에서 뛰어 내려 물만난 고기처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워낙 잘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수준이 우리 동네와는 격이 다르다 ㅋㅋ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점점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전부 무슨 쇼핑몰이나 대로변에 있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히 자기 동네에서 자기가 사는 집을 치장한 수준이라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역시 돈이 있어야 마음도 여유로워지나 보다. 나 같으면 이렇게 제 돈 들여 라이트나 소품을 사다가 아기자기하게 집을 장식하기는 커녕, 남들이 거져 준 라이트라 할지라도 아마 전기세가 아까워 못 켤 것 같은데 ㅋㅋ 

어찌됐든 울 남편은 무수한 차량의 행렬 속에 끝까지 차 댈 곳을 찾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 6시, 막 보트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직전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아쉽게도 그냥 섬을 빠져 나올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2013년 12월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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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느덧 1월의 끝자락이다. 그리고 내일 모레면 벌써 2월이다. 받아 놓은 날짜는 빨리도 다가 온다는 말, 요즘들어 정말 실감난다. 다가오는 2월 14일, 그러니까 둘째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발렌타인 데이 날, 우린 50개월의 미국 생활을 접고 드디어 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난 오히려 그 날이 기다려진다. 마치 50개월 전 직장과 학업을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맨몸으로 태평양을 건너올 때 설레였던 그 때처럼 말이다. 

비록 얼바인에서 보낼 시간이 채 스무 날도 남지 않았지만 그 하루 하루들 역시 최선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2월 14일, 이곳을 떠나는 내 발걸음이 더욱 가뿐하도록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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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우리 가족은 매년12월이면 한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월이면 곧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것이기에 우리 가족은 간만에 미국에서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물론 울 남편은 여전히! 맨날! 아무 생각 엄따^^) 미국에서 보내는 이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그리고 최대한 추억에 남도록 보낼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하다 지난 11월, 드디어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 호텔 앤 스파' 에 가기로 결심하고 예약을 완료했더랬다.

 

내가 오랜 기간의 무한 인터넷 서치 끝에 고른 '미션 인(Mission Inn) 호텔 앤 스파'는 1902년에 지어진 스패니시 양식 건축물로서, 예전에는 말그대로 미션이었지만 오늘날은 4개의 탑 티어 레스토랑과 239개의 객실을 갖춘 명성있는 호텔로 리모텔링되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미국 국립사적지(U.S.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그래서 정식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일 뿐 아니라,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허니문을 즐긴 곳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부가 이곳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실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션 인 호텔 부근에서는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 'Riverside Festival of Lights' 이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이 축제는 인근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연례 행사로 손꼽히곤 한다. 매년 12월, 수 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축제가 열리면, 무려 400만개가 넘는 오색 전구로 미션인 애비뉴 선상이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우리의 윤요사! 어찌 이것을 놓칠소냐~ ^^ 

 

어쨌든, 우리 가족이 얼바인에서 차로 약 45분 가량을 달려 시티 오브 리버사이드에 도착한 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경이었다. 나는 미션 인에 도착하자마자, 미션 인 주변의 풍경을 해가 지기 전 모습과 야경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고자, 호텔 체크인을 먼저 하지 않고 짐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아이들과 함께 미션 인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넓은 호텔 외벽을 빙 돌아 걸어가며 호텔 외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다. 사진기를 들이댈 때마다 하얏트, 메리어트, 리츠 칼튼 등 천편일률적인 초현대식 호텔 체인들과는 달리, 비록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런 미션 인 만의 분위기가 확~ 느껴져서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이제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이 미션 인 호텔의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호텔 곳곳의 데코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냥~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요건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 참말로 멋져 부린다. 이런 데서 밥 먹으면 월매나 분위기있고 또 맛날꼬~ ^^(내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여기서 식사를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오늘 눈으로만 그리고 feel로만 여기서 식사한 셈 치련다^^)

 

호텔 레스토랑 뿐 아니라, 건물 내 로비와 원형 계단의 모습까지도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이제 호텔 밖으로 좀 멀리 걸어가 볼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첨으로 리버사이드라는 도시에 왔는데 어떻게 꼴랑 호텔 주변만 헤맬 수 있겠는가. 다리 힘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열심히 싸돌아 댕겨 봐야지^^

마침 거리 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대충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여긴 무슨 차이니즈 공원이라는 곳이고,

 

요건 성당,

 

그리고 여긴 리버사이드 오디토리움(Auditorium)이란다.

 

리버사이드 박물관과

 

리버사이드 컨벤션 센터는 물론,

 

색색깔의 종이 장식이 인상적인 리버사이드 아트 뮤지엄(Riverside Art Museum)의 모습까지 참말로 귀엽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미션 인 호텔 건너편 광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도 아기자기한 아이스 링크도 있고 예쁜 조각상과 분수대까지 오밀조밀하게 구경할 게 많구나.

 

이렇게 노닥거리는 동안 드디어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온 호텔과 거리가 조명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저 분위기있고 고풍스러워 보였던 호텔 건물이 조명을 입고 나니 이렇게나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야경 감상 및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금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근데.... 저녁을 먹는다면서 왜 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들어가구, 이렇게 밖으로 나오느냐구??? 

음... 그건 바로... 돈.... 아끼려구...

그렇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는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바로 미션 인 호텔 옆 광장의 푸드코트였던 것이다T.T

그래도 루돌프 머리띠를 한 주은이와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하은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푸드 코트의 한 테이블에 앉아 연신 웃음과 수다를 쏟아 낸다. 쯧쯧... 철없는 것들 ㅋㅋ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 메뉴. 통틀어 18달러 들었다. 배만 채우면 됬지 굳이 비싼 거 먹어서 무엇하리...(사실 난 레스토랑에서 비싼 거 먹고 싶었다. 근데 울 남편이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자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T.T)  

그래! 이렇게 돈 아끼면 결국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거지 남편에게만 좋은 건 아니니깐, 오늘은 나도 흔쾌히 수긍하련다! ^^

 

그렇게 푸드코트에서 맛난(?)저녁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렇게 맘씨 좋은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싼타 복장을 하고 나와서 공짜로 하은이와 주은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셨고

 

호텔 옆 광장에 설치된 루돌프 레인 디어를 연상시키는 사슴 우리에서 아이들과 루돌프 사슴 코 노래를 부르며 사슴 뿔을 만져 보기도 했다.

 

그 뿐인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신데렐라 마차도 여러 대 봤다!

한 번 타는데 40달러라는데 눈 딱 감고 애들을 태워줄까도 고민했으나 저녁을 18달러짜리로 먹은 마당에 그건 말도 안되는 사치이기에, 내가 그냥 하은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건 겉으로 볼 때는 이쁘지만 막상 타면 별로 안재밌다고 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하은이가 속아서 고개를 끄덕일때는 어찌나 내 맘이 쨘하던지 ㅎㅎ)

 

벌써 밤이 깊어간다. 이제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 방은 꼴랑 침대 하나가 있는 작은 방이었는데, 침대 두 개 짜리 방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700달러나 줘야 한다길래 지난 11월,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냥 침대 하나 짜리 방으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도 270달러나 줬으니 결코 싼 건 아니다.

오늘 밤 남편은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잘 것이고(그래서 내가 미리 침낭도 다 빌려 왔지롱^^) 나는 두 아이들을 끌어 안고 좁은 침대에서 불편하게나마 하루 밤을 견뎌 볼 생각이다.

 

 

그래도 3층에 자리잡은 우리 방은 뷰가 참 좋았다. 창문을 열면 바로 이런 뷰가 펼쳐졌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불편했던 호텔에서의 밤이 지나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다며 난리가 났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아이들이 잠든 후, 몰래 주차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 숨겨 놓았던 아이들의 선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 머리 맡에 살짝 놔주었는데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어느 경로를 통해 방으로 들어왔는지 추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면 나와 남편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아이들의 추리에 슬쩍 추임새를 넣어줘 본다.

하은이는 늘 갖고 싶어했던 소피아 캐슬을, 주은이는 산타 내복과 소피아 드레스를 받았다.

 

아이들은 알까? 엄마 아빠가 없는 돈에도 저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비록 침대 하나 짜리 작은 방을 고르고 저녁식사도 싸구려 푸드 코트에서 때우면서도, 50달러 짜리 캐슬에 30달러 짜리 내복, 그리고 20달러 짜리 드레스로 선물을 준비한 사실을.

그뿐인가? 하은이와 주은이가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갖고 싶다고 하자, 제 아빠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도 종이로 직접 이렇게 예쁜 리스까지 뚝딱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다시피 추억은 돈 한 푼 안쓰고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는다고 해서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이 필요함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반면 추억을 만든답시고 자꾸 돈을 써버리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지난 4년간 나의 미국 생활은 '추억 만들기'와 '돈 모으기'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좋은 방에서 편하게 자고,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있는 크리스마스 다인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마차까지 태워주었다면 더더욱 좋은 크리스마스 여행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도 우리 가족에겐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리고 특별히 여행은 조금 부족할 때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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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카멜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카멜 미션으로 가보자. 여담이지만 이 카멜 미션은 내가 그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개 미션 중, San Juan Capistrano 미션과 Santa Barbara 미션 다음으로, 3번째 방문하는 미션 되시겠다. 

내가 이러한 스패니시 미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미션들이 고풍스럽고 아늑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러한 미션들이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나같은 외국인이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자유스럽고 마냥 평화로웠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렇게 미션을 둘러 보다 보면 그렇게 보이는 캘리포니아도 예전에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8세기 후반 이곳을 점령했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이러한 미션들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혹은 착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21개의 미션이 세워진 것이고, 오늘날 랜치(ranch)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바로 이 미션시대였다고 한다.

아... 또 이노무 역사 이야기! 나는 행정학도지 역사학도는 아닌데 ㅋㅋ 다시 본론이다.

카멜 미션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였던 '운영 시간 간판'과, 너무도 수수하여 다른 근사한 출입구가 따로 또 있을거라고 착각했던 소박한 입구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길은 이렇게 작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이상하게 미션의 정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인가 보다 ㅋ 

 

그리고 정원 뒤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묘지(graveyard)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십자 푯대와 뭐라고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그레한 작은 돌들을 바라 보니, 훗날 쏜살같이 세월이 흐른 후에 나 또한 저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래... 이젠 더이상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고 철없는 불평만 해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 주신 동안 그리고 축복 주신 동안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분께 영광 돌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미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련다. 하도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건물의 외벽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데도 내 눈에는 그것도 마치 일부러 멋스럽게 보이려고 의도한 것처럼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예배당의 모습. 아치형 천정과 샹들리에,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톤 다운된 에메랄드 빛깔 벽면이,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

이 예배당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으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코 끝이 찡하다.

 

건물의 다른 쪽 입구로 나오니 이렇게 널찍한 중앙 광장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치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카멜 미션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하은이와 또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앞에 서본다.   

 

이 미션 건물은 설립자인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실제로 사립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웬만한 종교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수준 높은 기프트 샵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카멜 미션을 떠나, 그 유명한 PCH 1번 도로를 타고 얼바인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카멜에서 이 도로를 타고 30분 가량 내려오면 빅 서(Big Sur)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 앞은 절벽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로스 패드리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 곳.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는 절벽에 걸쳐진 길이 100미터의 다리이자, 자동차 CF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빅스바이 브리지(Bixby Bridge)를 꼽을 수 있다. 참! 마을 북쪽에 있는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등대도 인기 있는 명소란다.

 

빅스바이 브리지 옆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라 본 해안의 모습도 참말 멋졌다.  

 

그리고 빅 서에 오면 이 주립공원에 꼭 들러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늘 안으로 우리는 얼바인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그냥 이곳을 지나치련다. 

입구까지 왔으면 들어가 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제멋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막상 들어가 봤자 별 볼일 없었을 거라고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까지 들어가 주시면 아쉬운 마음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뀐다 ㅋㅋ

 

아! 그리고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건물이 보이는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NEPENTHE 레스토랑이다(내가 아래 아래 사진 오른쪽 구석탱이에 간판까지도 친절히 찍어 놓았다. 우리의 윤요사, 레스토랑 건물과 간판 사진을 한 샷에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ㅋㅋ).

빅 서의 해안 절경을 즐기려면 반드시 저 레스토랑에 가봐야 한다는데, 카멜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리 레스토랑 예약을 안해놔서(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하루 전 예약이 필수란다^^)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스킵! (와우~ 안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나름 맘이 쫌 편한걸? ㅋㅋ)

하지만 이렇게 굳이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들까지 블로그에 소개하는 이유는, 비록 나는 못가봤지만 내 블로그 손님들은 꼭 가보시라는 애틋한 마음에서랄까? ^^ 

 

빅 서에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면 이젠 '샌 시메온(San Semeon)'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유가 있어서 스킵한다! 왜냐구? 허스트 캐슬은 내가 2년 전에 이미 싹~ 훏고 갔으니깐~ (샌 시메온 일대와 허스트 캐슬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제 블로그 2011년 11월 6일자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1시간 이상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캘리포니아 중부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했다. 해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서 있는 모로 락(Morro Rock)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여행 서적을 찾아 보니, 높이 576 피트의 모로 락은 원래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 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높이로 낮아졌고, 이 모로 락은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것인데 이 부근 총 9개의 분화구 지형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닷가에 솟은 모로 락 한 군데 뿐이란다. 참, 모로 베이 일대는 조류 보호지역으로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텃새들이 산란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래 사진의 오른 쪽에 혼자 솟은 저 바위! 난 이렇게 멀리서도 저게 그 모로 락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여보야! 저기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가 모로 락인가보다.' 나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또 아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울 남편은 심드렁하게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라고 대꾸한다. 이렇게 우리가 차 안에서 옥신각신 하던 때, 바로 우리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한 간판이 보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캬아~ 이 사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도 나왔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절묘하게 보인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차 안에서 5년 전에 산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순식간에 이 장면을 담아낸 우리의 윤요사... 정말 장하다. 흑흑...

어이~ 남편! 앞으론 제발 표지판 찍을 땐 차 좀 세워 줘. 맨날 뒷 차 따라와서 사고 위험 있다면서 그대로 달리지 좀 말구~ ㅋ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모로 듄(morro dune)이란다. 여기서는 듄 버기(dune buggy) 한 번 타줘야 되는데...

 

어린 애들 있는 처지에 '듄 버기'까지 타는 건 좀 오버구, 나는 그저 푹푹 빠지는 모래 사이를 걸으며 모로 락을 향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서 찍은 모로 락과 이국적인 모래 사구들의 모습.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T.T

 

그래도 이대로 모로 베이를 떠나는 것은 좀 아쉬워서, 모로 베이에 있는 알버슨 내 스타벅스에서 나의 페이버릿인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잔 사고, 인증샷으로 매장 안에 걸려 있던 모로 베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나! 모로베이에서 스타벅스 마신 뇨자야 !ㅎㅎ

 

모로 베이에서 다시 얼바인으로 출발하려는데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우리가 2시 즈음에 카멜에서 출발했는데 내륙의 쭉 뻗은 프리웨이를 포기하고(이건 어제 얼바인에서 카멜로 올라갈때 타봤는데 빠르긴 해도 진짜 볼 건 엄떠라^^)  바다 경치를 본다며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택한 것도 모자라, 빅 서와 모로 베이까지 들러서 오는 바람에 얼바인 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오늘, 차 안에서 거의 10시간 정도는 보냈나 보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 코스는 1박 2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무리인 코스였다. 물론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1박 2일로 여행 스케줄을 짠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2박 3일로 잡으면 호텔비와 밥 값도 많이 추가되고, 무엇보다도 집 떠나서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리는 건 내가 딱 질색인지라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다녀와 봤다.  

  

내년 2월 중순, 나는 이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몬테레이-카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즐기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잘 다녀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대~충 이번 땡스기빙 여행 포스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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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에서 돌아오니 카멜은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다가 여긴 북가주이기 때문에 오후 5시면 이렇게 거리가 온통 어두워진다. 

카멜(Carmel)은 몬테레이 반도 남쪽에 형성된 자연도시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세련되고 유니크한 도시 미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카멜은 작가와 음악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할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멜의 중심가 이름은 오션 애비뉴(Ocean Ave)이다. 오션 애비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카멜의 메인 스트릿으로 멕시코풍 건물, 유럽풍 건물, 그리고 컨트리풍 건물은 물론, 그 건물들마다 들어선 고급스러운 500여개의 점포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풀경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이 오션 애비뉴의 끝으로 걸어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카멜 비치'를 만나게 된다.

또한 오션 애비뉴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가면,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미션이자 가장 완벽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San Carlos Borromeo del Rio Carmel Mission(1771년 스페인 전도사 Junipero Serra 신부가 건설했다고 함)도 볼 수 있다(이 카멜 미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카멜의 지리와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윤요사 여행 이야기로 돌아간다.

몬테레이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나... 그래! 카멜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옐프 평점이 좋다는 바로 이곳! 다메트라 카페(Dametra Cafe)에서 먹어야겠군!

 

근데 어랏? 아직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식당의 모든 예약이 꽉 찼다구? 아차차... 오늘 같은 땡스기빙 연휴에는 미리 미리 예약을 때렸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윤요사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탓이로구만... 쯧쯧

아니나 다를까 울 남편, 여행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나에게 가재미 눈을 해댄다(그러나 정작 울 남편은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ㅋ) 

하지만 나도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오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게다가 간식거리까지 다 싸서 얼바인에서 출발한 게 새벽 5시거덩? 그리고 차 안에서 잠깬 아이들 수발을 들어가며 6시간을 차로 쉬지 달려서 카멜에 도착한 게 아침 11시거덩? 그리고 다시 몬테레이로 건너가서 초스피드로 구경 때리고 17마일 드라이브 타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예약은 했어야 했다는 거 맘속으론 인정 T.T)

어쨌든 후회는 짧게! 어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봐야 겠다. 옐프 평점은 약간 낮으면서도 아직까지 자리가 남아 있을 법한 외진 곳으로 말이지...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되시겠다. 하지만 맛은 기냥 평범했으므로 레스토랑 이름까지 적진 않겠다 ㅋㅋ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호텔로 들어가 볼까?

내가 한 달도 훨~씬 전에 미리 예약했던(여행 준비를 미리 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의 숙소는 쨔잔~ 바로 '퀘일 랏지 앤 골프 클럽' 이다. 미리 여기서 묵었던 친구가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숙박 가격은 택스 포함 167달러였는데 리조트 전경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어찌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다른 블로거 분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왔다고 이렇게 자기네 리조트 상징인 퀘일(Quail) 인형도 두 개나 선물로 주었다. 하은이, 주은이는 새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여행 내내 꼭 껴안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밤 체크 인 할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골프 리조트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골프라도 좀 칠 줄 알았다면 더 좋았으련만^^

 

더구나 아침 식사를 공짜로 준단다. 꼴랑 167달러 밖에 안냈는데 그 착한 가격에 아침 식사(비록 전형적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이긴 하지만^^)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야홋! 짱이야요! 

 

참! 여긴 어제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잠시 카멜에 들러 먹었던 '포타 벨라'라는 레스토랑이다.

 

6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가!^^ 역시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다져져서 이제 차로 6시간쯤 이동하는 건 우습지?^^

아 참! 윤요사가 레스토랑 이름을 친절하게 공개한 걸 보면 미리 짐작했겠지만 여긴 맛도 꽤 좋았다. 나는 형편에 걸맞지 않게(?) 여기서 젤로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랍스터 스파게티를 시키는 호기를 부린 후, 나중에 계산서 보고 바로 뒷골 잡았다는 ㅋㅋ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카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오션 애비뉴를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유관으로 직접 보는 오션 애비뉴의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거리 자체가 너무 넓어서 도저히 한 카메라 앵글로는 제대로 조망할 수 없어서, 파워 블로거(우웩우웩)로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션 애비뉴를 걷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 양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세련된 샵 안을 살펴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했다. 하지만 특색있는 샵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종목을 정하지 않으면 며칠을 둘러 봐도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나는 주로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집중하여 발품을 팔아 보았다.

 

그렇게 또 점심이 되었다. 집념의 윤요사, 어제 밤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지 못했전 다메트라 카페에 오전 11시 오픈시간도 되기 전에 줄을 선 결과, 드디어 오늘 점심은 다메트라 카페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ㅋㅋ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노래 동아리 후배인 상영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가 대학시절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단대부고-서초고 연합 노래 동아리 뮤즈(muse)의 후배였던 상영이가 얼마전 Sandiego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카멜 인근 산호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이제는 상아줌마가 된 동아리 선배가 카멜까지 올라왔다고 바쁜 땡스기빙 휴가 중에도 이렇게 카멜까지 왕림해 준 상영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카멜 미션을 구경한 후,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PCH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빅 서(Big Sur)와 모로 베이(Morro Bay)에도 잠시 들를 예정이다.

도로 사정이, 날씨가,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지길 바라며, 이만 카멜 여행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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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보낼 마지막 땡스기빙 휴가 여행지로 드디어!!! 카멜(Carmel)과 몬테레이(Monterey)가 간택(?)되었다. 

카멜과 몬테레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지만 혹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기에 몇 자 적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테레이 반도'에는 유명한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천연의 미항으로 알려진 '몬테레이'와 자연경관과 예술적 감각의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카멜'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1)몬테레이와 (2)카멜, 그리고 (3)빅서 및 모로베이 등 3개로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이므로, 일단 카멜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몬테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 놓기로 하겠다.

먼저 몬테레이는 역사적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과 그 서쪽 끝에 위치한 피셔맨스 워프, 그리고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과 캐너리 로우(cannery row) 등이 유명하다. 이곳 몬테레이는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산업이 왕성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리조트 타운이자 미국의 국민작가 존 스타인 벡의 연고지(이곳의 캐너리 로우는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배경이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답게(!)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을 구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는데, 1984년에 오픈한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책자에서서 이 수족관은 '23개의 전시장과 83개나 되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테라스에서는 멀리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해저를 볼 수 있는 높이 9미터의 거대한 수족관이 특히 인기'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드디어 부푼 마음으로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가건물 판자집처럼 생긴 것이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어설픈 부자들이나 겉모양에 신경을 쓰지 진짜 부자들은 원래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법이니께 내 다 이해하련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란 말인가?ㅋㅋ) 

 

입장료 역시 별로 착하지 않다. 어른 1인당 거의 4만원, 아이도 거의 2만 5천원이나 한다. 주은이는 아직 어리니 그나마 무료라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아쿠아리움 입장료로만 10만원 이상을 써댔다. 남편! 돈 벌기는 우라지게 힘든데, 돈쓰기 참말로 쉽지요... 잉?^^ 

 

하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일단 들어가보니, 내가 지난 1년간 멤버십을 유지했었던 롱비치에 있는 '퍼시픽 아쿠아리움'보다 훨씬 강렬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사실 이렇게 대개 보통의 아쿠아리움이라면 으례히 갖추고 있는 수중 동식물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닐 게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이 아쿠아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는 거다.

하은이는 아쿠아리움 곳곳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각종 해양 동식물들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곳 스태프들로부터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하은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치한 질문들을 던져대도 그들은 항상 웃으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는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둘째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실하게 마련해 놓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했다.

대개의 부모들은 큰 아이들에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정작 두서너 살짜리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올 경우 둘째를 데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세심히 배려하여 공간을 할애한 점이 참 좋았다.  

 

끝으로 아쿠아리움 건물 밖의 테라스로 나가 보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천혜의 인근 자연경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신선해 보였다.   

 

게다가 세계적 아쿠아리움의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기념품샵이 잘 꾸며져 있는데도, 입장료에 이미 큰 돈을 써버린 우리의 윤요사, 그냥 쓰윽~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바로 빠져 나와 주신다 ㅋㅋ 

 

아이구~ 다리 아프다! 이제 온가족이 촌스런 인증샷이나 한 장씩 찍고 나가야겠다^^

 

인증샷을 찍고 난 우리는, 이제 몬테레이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뒤로 하고 반대편 방향을 향해 걸아가 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 서있는 건물들이 웬지 모를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니고, 그리 옛스런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이곳이 맘에 드는 걸까... (싸구려 B급 감성의 윤요사, 대문호 존 스타인백의 영혼이 갑자기 빙의라도 됐나 보다. 우하하~ )

 

지금이 땡스기빙 시즌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겨냥하여 거리도 건물들도 일찌감치 꽃단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다들 들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몬테레이 다운타운을 둘러본 우리는, 몬테레이 쪽의 Pacific Grove Gate로 들어가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페블 비치의 전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후 Carmel Gate로 나와 바로 Carmel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하기로 했다.

마침 저녁 5시가 다 되어 곧 해가 질 무렵이라, 우리는 운이 좋으면 페블비치에서 아름다운 Sunset을 볼 수도 있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나는 새도, 무심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페블 비치란다... 이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모든 게 특별해 보인다.

 

차를 타고 한 10여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을까... 갑자기 막 해가 지려 한다.

선셋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하여 남편과 나는 재빨리 턴아웃 존에 차를 세워 본다.

하지만 3년 전에 산 구식 아이폰으로 일몰을 제대로 찍는다는 건 역시 무리인가 보다(하긴 그건 태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ㅋㅋ)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뭐여... 나 이방원이여?^^). 싸구려 아이폰에 의지하여 찍든, 겁나게 비싼 DSLR 카메라로 찍든, 이미 내 두 눈이 똑똑히 그 장면을 접수해 버렸는걸 ㅋㅋ (이렇게라도 위로해야 쫀심이 덜 상한다 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페블비치에 서서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수평선 밑으로 금방 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다시 카멜로 돌아왔다. 어둠에 묻힌 카멜의 거리가 피곤에 쩔은(?) 우리 가족을 조용히 맞아 주었다...  

                                                                                                      ----- 카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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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의 여섯 번째 생일이 돌아 왔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하은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정식으로 생일 파티를 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못된(?) 엄마라서가 아니라, 지난 4년동안 우리 가족은 해마다 12월이 되면 약 한 달 정도 한국에 들어갔다 왔기 때문에, 12월 11일이 생일인 하은이의 생일에는 정작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이렇게 결심했더랬다. 우리 가족이 미국을 떠나기 전, 이 엄마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모아, 그리고 온 가산을 기울여(?), 반드시 너의 생일잔치를 지!대!로 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나는 지난 48개월동안 정기 휴가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사적인 휴가를 내본 적이 없는 울남편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평생 나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남자' 취급 받기 싫으면, 이번에 하은이 생일에 맞춰서 당장 휴가를 내라고 말이다!!! ㅋㅋ

나는 하은이 생일 파티 장소로 최근 얼바인에 새로 생긴 키즈 카페인 Playland Cafe를 선택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오전 일찍부터 남편과 함께 Party City에 가서 풍선과 생일 축하 배너, 포토존 배경 그림에 이르기까지 각종 돈지랄(?)을 해대며 파티 장소를 꾸밀 재료들을 사가지고 와서 오전 내내 남편과 둘이서 데코레이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데코레이션 컨셉은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연두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한 '팅커벨' 이다. 그런데 데코레이션을 끝내고 보니, 이건 무슨 촌스런 돌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그려... 쩝! ㅎㅎ 

 

그리고 요건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베이커리에서 특별 주문한 초대형 생일 케익(사진 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사실 50여명이 먹고도 4분의 1이나 남을 정도로 꽤 큰 사이즈였당). 요따위 케익이 자그마치 85달러나 하다니... 흑흑, 이번 달 살림비도 월급날 되기 훨~씬 전에 거덜 나겠구나 T.T

 

끝으로 오늘 초대된 꼬마 손님들에게 구디백 대신 나누어 줄 답례용 책과 DVD 까지 전시 완료! 닥터 수스, 에릭 칼, 디즈니 컬렉션은 물론 스콜라스틱 DVD까지 연령대별로 구비해 놓았으니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때 선물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내가 생일 파티를 위해 키즈 카페를 빌린 시간은 총 2시간인데, 먼저 앞의 1시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플레이 룸에 들어가서 노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한 시간이 지나면 오늘 온 모든 친구들과 함께 블럭으로 자리를 만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순서가 돌아 온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들은 이렇게 제각기 대형 소프트 블럭들을 가지고 자기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게 된다.

 

자리가 완성되면 오늘의 주인공인 하은이와 그의 친구들이 이렇게 기념 사진을 찍는다. 쨔잔~

 

이제 그동안 노느라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파티룸으로 우르르 몰려 나온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갓 배달되어 온 피자와 간식들을 먹기에 바쁘다.  

왁자지껄했던 파티룸의 풍경들. 어른 아이 합쳐서 50명이나 왔으니 내가 스케일이 좀 컸나?^^  하지만 난 하은이 친구들은 딱 16명만 초대했다는 사실. 다만 그 엄마와 형제들까지 세트로 오다 보니 50명을 훌쩍 넘겼을 뿐이다^^

하지만 나도 지난 4년 동안 하은이가 누군가의 생일 초대를 받으면 하은이를 태워 준다는이유로 내가 동행할 뿐 아니라, 내가 돌볼 수 밖에 없는 주은이까지 세트로 데리고 다녔었다. 그동안 나도 하은이 친구 생일잔치에 주은이까지 데리고 다니며(심지어 갈데없는 시엄니까지 모시고 간 적도 있었다. 뜨앗~) 잘 얻어 먹고 다녔으니 오늘 이렇게 여러 명이 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암것두 모르는 울 남편은 50명이 넘게 온 생일 파티를 보고, 나보고 오지랖도 넓다며 무슨 스케일이 이리 크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내가 손님 접대에 정신이 없는 동안, 울 남편은 말없이 한쪽 구석에서 하은이와 주은이를 먹이고 보살펴 주었다. 여자들만 북적대는 공간에서 오늘 외롭게 나를 도와준 남편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아이들이 제일 기다리는 케익을 커팅할 시간이다. 피자로 주린 배를 대충 채운 아이들은 하은이를 위해 큰 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하은이는 촛불을 껐고, 곧이어 케익을 잘라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비싸게 주고 산 케익인데 맛이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들 케익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바람에 나도 어린 아이처럼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포토존에서 오늘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시간이다. 이곳에서 4년을 살면서 만났던 많은 지인들과 하은이의 친구들... 하은이가 점점 자라면서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겠지만,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얼바인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떠올리며 오래도록 그 추억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오늘의 생일 파티,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하은이가 여러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그때 하은이가 참 즐거워했던 것처럼, 오늘 온 하은이의 친구들도 오늘의 파티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여러 가지로 바쁜데도 참석해준 하은이 친구들과 그 엄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48개월동안 남편 직장 때문에 이름도 생소했던 이 곳 얼바인에 이사와서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좋은 한국 엄마들을 많이 만났었던가... 뒤돌아 보면 나는 영어도 못하고 외국에 살아본 적도 없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넘기고 이제 귀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생일 잔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하은이 학교의 외국 친구들에게 컵케익을 대접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뜨앗~ 사실 하은이는 이 친구들도 생일 잔치에 초대하고 싶어 했지만 그러면 인원이 거의 100명에 육박할 것이 뻔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네들과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로, 생일 파티는 한국 아이들만으로 한정하고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는 컵케익을 가지고 따로 방문하기로 하은이와 약속했었다.

하은이 담임 선생님인 Ms. Montague는 내가 컵케익을 들고 클래스로 찾아 가자, 야외 테이블에 아이들을 앉히고 아이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컵케익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하은이의 학교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멋진 걸들과 함께 기념 사진도 한 컷 찍어 주었다.  

 

하은아! 지금의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마음껏 즐기길 바래. 엄마가 말해도 넌 잘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가 미국에 살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어... 내년 3월이면 넌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겠지...

앞으로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면 네가 지금 편하게 사용하는 영어를 일상에서는 더이상 사용할 일이 없을거야. 그리고 네가 그토록 싫어하고 잘 쓰지 못하는 한국말로 말하고 쓰고 읽고 해야겠지...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과 너는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엄마는 3년 전에 영어 한 마디 못했던 네가 미국 프리스쿨에 잘 적응했듯이 또 내년이 되면 네가 한국 학교에도 잘 적응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리고 사실 이 엄마는 여기서 어린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하도 개고생(?)을 많이 해서 미국 생활에 별 미련도 없단다^^ 우린 내년 2월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으로 바로 고고씽하는게야... 오케이?

하은아! 아직 어린 너에게 늘 언니 역할만 강요하고, 또 무조건 한국말과 영어를 둘 다 잘해야 한다며 무식한 억지나 부려댔구나(그건 사실 엄마가 영어를 못하는 컴플렉스 때문이었단다^^)... 엄마가 너에게 인격적으로 부끄러운게 많다는 점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엄마도 더 철들고 보다 성숙해지도록 노력할께. 끝으로 너의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엄마가 변함없이 그리고 격하게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렴~~~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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