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카멜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카멜 미션으로 가보자. 여담이지만 이 카멜 미션은 내가 그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개 미션 중, San Juan Capistrano 미션과 Santa Barbara 미션 다음으로, 3번째 방문하는 미션 되시겠다. 

내가 이러한 스패니시 미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미션들이 고풍스럽고 아늑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러한 미션들이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나같은 외국인이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자유스럽고 마냥 평화로웠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렇게 미션을 둘러 보다 보면 그렇게 보이는 캘리포니아도 예전에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8세기 후반 이곳을 점령했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이러한 미션들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혹은 착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21개의 미션이 세워진 것이고, 오늘날 랜치(ranch)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바로 이 미션시대였다고 한다.

아... 또 이노무 역사 이야기! 나는 행정학도지 역사학도는 아닌데 ㅋㅋ 다시 본론이다.

카멜 미션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였던 '운영 시간 간판'과, 너무도 수수하여 다른 근사한 출입구가 따로 또 있을거라고 착각했던 소박한 입구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길은 이렇게 작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이상하게 미션의 정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인가 보다 ㅋ 

 

그리고 정원 뒤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묘지(graveyard)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십자 푯대와 뭐라고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그레한 작은 돌들을 바라 보니, 훗날 쏜살같이 세월이 흐른 후에 나 또한 저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래... 이젠 더이상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고 철없는 불평만 해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 주신 동안 그리고 축복 주신 동안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분께 영광 돌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미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련다. 하도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건물의 외벽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데도 내 눈에는 그것도 마치 일부러 멋스럽게 보이려고 의도한 것처럼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예배당의 모습. 아치형 천정과 샹들리에,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톤 다운된 에메랄드 빛깔 벽면이,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

이 예배당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으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코 끝이 찡하다.

 

건물의 다른 쪽 입구로 나오니 이렇게 널찍한 중앙 광장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치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카멜 미션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하은이와 또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앞에 서본다.   

 

이 미션 건물은 설립자인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실제로 사립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웬만한 종교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수준 높은 기프트 샵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카멜 미션을 떠나, 그 유명한 PCH 1번 도로를 타고 얼바인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카멜에서 이 도로를 타고 30분 가량 내려오면 빅 서(Big Sur)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 앞은 절벽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로스 패드리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 곳.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는 절벽에 걸쳐진 길이 100미터의 다리이자, 자동차 CF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빅스바이 브리지(Bixby Bridge)를 꼽을 수 있다. 참! 마을 북쪽에 있는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등대도 인기 있는 명소란다.

 

빅스바이 브리지 옆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라 본 해안의 모습도 참말 멋졌다.  

 

그리고 빅 서에 오면 이 주립공원에 꼭 들러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늘 안으로 우리는 얼바인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그냥 이곳을 지나치련다. 

입구까지 왔으면 들어가 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제멋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막상 들어가 봤자 별 볼일 없었을 거라고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까지 들어가 주시면 아쉬운 마음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뀐다 ㅋㅋ

 

아! 그리고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건물이 보이는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NEPENTHE 레스토랑이다(내가 아래 아래 사진 오른쪽 구석탱이에 간판까지도 친절히 찍어 놓았다. 우리의 윤요사, 레스토랑 건물과 간판 사진을 한 샷에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ㅋㅋ).

빅 서의 해안 절경을 즐기려면 반드시 저 레스토랑에 가봐야 한다는데, 카멜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리 레스토랑 예약을 안해놔서(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하루 전 예약이 필수란다^^)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스킵! (와우~ 안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나름 맘이 쫌 편한걸? ㅋㅋ)

하지만 이렇게 굳이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들까지 블로그에 소개하는 이유는, 비록 나는 못가봤지만 내 블로그 손님들은 꼭 가보시라는 애틋한 마음에서랄까? ^^ 

 

빅 서에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면 이젠 '샌 시메온(San Semeon)'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유가 있어서 스킵한다! 왜냐구? 허스트 캐슬은 내가 2년 전에 이미 싹~ 훏고 갔으니깐~ (샌 시메온 일대와 허스트 캐슬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제 블로그 2011년 11월 6일자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1시간 이상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캘리포니아 중부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했다. 해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서 있는 모로 락(Morro Rock)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여행 서적을 찾아 보니, 높이 576 피트의 모로 락은 원래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 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높이로 낮아졌고, 이 모로 락은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것인데 이 부근 총 9개의 분화구 지형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닷가에 솟은 모로 락 한 군데 뿐이란다. 참, 모로 베이 일대는 조류 보호지역으로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텃새들이 산란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래 사진의 오른 쪽에 혼자 솟은 저 바위! 난 이렇게 멀리서도 저게 그 모로 락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여보야! 저기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가 모로 락인가보다.' 나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또 아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울 남편은 심드렁하게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라고 대꾸한다. 이렇게 우리가 차 안에서 옥신각신 하던 때, 바로 우리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한 간판이 보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캬아~ 이 사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도 나왔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절묘하게 보인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차 안에서 5년 전에 산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순식간에 이 장면을 담아낸 우리의 윤요사... 정말 장하다. 흑흑...

어이~ 남편! 앞으론 제발 표지판 찍을 땐 차 좀 세워 줘. 맨날 뒷 차 따라와서 사고 위험 있다면서 그대로 달리지 좀 말구~ ㅋ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모로 듄(morro dune)이란다. 여기서는 듄 버기(dune buggy) 한 번 타줘야 되는데...

 

어린 애들 있는 처지에 '듄 버기'까지 타는 건 좀 오버구, 나는 그저 푹푹 빠지는 모래 사이를 걸으며 모로 락을 향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서 찍은 모로 락과 이국적인 모래 사구들의 모습.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T.T

 

그래도 이대로 모로 베이를 떠나는 것은 좀 아쉬워서, 모로 베이에 있는 알버슨 내 스타벅스에서 나의 페이버릿인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잔 사고, 인증샷으로 매장 안에 걸려 있던 모로 베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나! 모로베이에서 스타벅스 마신 뇨자야 !ㅎㅎ

 

모로 베이에서 다시 얼바인으로 출발하려는데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우리가 2시 즈음에 카멜에서 출발했는데 내륙의 쭉 뻗은 프리웨이를 포기하고(이건 어제 얼바인에서 카멜로 올라갈때 타봤는데 빠르긴 해도 진짜 볼 건 엄떠라^^)  바다 경치를 본다며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택한 것도 모자라, 빅 서와 모로 베이까지 들러서 오는 바람에 얼바인 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오늘, 차 안에서 거의 10시간 정도는 보냈나 보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 코스는 1박 2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무리인 코스였다. 물론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1박 2일로 여행 스케줄을 짠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2박 3일로 잡으면 호텔비와 밥 값도 많이 추가되고, 무엇보다도 집 떠나서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리는 건 내가 딱 질색인지라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다녀와 봤다.  

  

내년 2월 중순, 나는 이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몬테레이-카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즐기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잘 다녀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대~충 이번 땡스기빙 여행 포스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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