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이렇게 4년 이상이나 살다 가는데 평소 와이너리 한 곳 쯤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4년을 죽자 살자 아이를 키워봐도 이제야 겨우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처지에게 '나파 밸리'나 '소노마'는 그동안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얼바인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미큘라라는 도시에 나파 밸리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와이너리들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어왔던 터라,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테미큘라 와이너리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테미큘라 역사 이야기를 좀 하자면, 테미큘라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속한 신도시 중 하나인데 원래 '랜초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도시였으나 지난 1989년 도시 이름을 '테미큘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1980년에는 인구가 불과 2000명 수준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으나, 1980년 이후 10년간 1400%라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붐을 이루던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 지금은 2010년 인구 센서스를 기준으로 약 1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되었단다.  

 

어쨌든 우리 가족, 드디어 테미큘라 시티 입장!  생뚱맞게도 테미큘라시의 자매 도시(sister city) 두 곳 중 한 곳이 일본의 '나까야마'라는 글씨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넹 ㅋㅋ

 

그리고 그곳은 정말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포도밭과 집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상 깊은 동네였다. 

 

이곳 테미큘라에는 와이너리들이 줄잡아 열 개도 훨씬 넘게 있지만, 그 중 여러 지인들의 리뷰에 따라 우리가 택한 곳은 '월슨 크릭 와이너리'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되시겠다.

먼저 월슨 크릭 와이너리부터!

이곳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다는 추천을 들었던 곳이었다.

 

가까이 가니 작은 연못과 브리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 같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까지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와이너리 입구에 있는 대형 와인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은이.

 

이 큰 와인병을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저 뒤로 넓은 포도밭이 보이고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와이너리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예쁜 와이너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다.

 

멋드러진 중앙 분수는 물론,

 

정원 한 켠에는 대형 가즈보(gazebo) 안에 와인통을 이용한 귀여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와인 숙성통(배럴)은 포토존 뿐 아니라 이렇게 쓰레기통으로도 쓰이기도^^(배럴이 쓰레기통으로 쓰인 줄도 모르고 옆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ㅋㅋ) 

 

으흠... 닌 디즈니 크루즈만 다녀 왔는데 이렇게 와인 크루즈란 것도 있구나. 타이티와 다뉴브란 곳으로 간다는데 나도 나중에 하은이, 주은이 다 시집 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이런 와인 크루즈나 한 번 다녀 와야겠다(하하... 어느 세월에^^).

 

와인 저장 공간(barrel room) 역시 그 자체로도 제법 분위기 있다.

 

드디어 와인 테이스팅에 들어간 우리 부부. 15달러를 내면 5가지의 와인 맛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며 헤롱헤롱해져 가는 동안, 아이들은 천진하게 기프트 샵을 뛰어 다니며 놀구 있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답게 레스토랑 입구에 와인 조형물은 물론  

 

한쪽 벽면 장식 역시 와인통을 이용하여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내가 음식을 맛없는 것으로 골랐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식사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다음으로 태미큘라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여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매우 볼만한 파머스 마켓이 선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휴일을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왔으니 파머스 마켓을 놓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블로거 분들은 테미큘라까지 오는 김에 파머스 마켓까지 즐기시려거든 토요일에 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와~ 여기 올드 타운 느낌 아주 지대로인걸? 뭐 미국이야 웬만한 도시마다 크든 적든 간에 올드 타운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올드 타운처럼 old feel 지대로인 곳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올드 타운이 규모도 제법 큰데다 예쁜 상점도 많았고 칠드런스 뮤지엄이나 커뮤니티 띠어터 등도 있어서 자세히 둘러 보면 더욱 좋았을텐데, 이날은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싸돌아 다닐 수도 없었고 게다가 휴일이어서 문을 닫은 상점이나 기관들도 꽤나 있어서 우리는 또 윤요사의 주특기인 '대~충 훑어보기'식으로 올드 타운 투어를 마감했다 ㅋㅋ  

 

 

여긴 테미큘라 시청(City Hall)의 모습. 내가 그동안 봤던 시티 홀 중, 베벌리 힐즈 시티 홀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예쁘게 생긴 곳이었다 ㅋㅋ

 

다음으로 우리는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차를 몰았다. 사실 나는 테미큘라 하면 제일 유명하다는 열기구(Hot Balloon)를 타보려고 했지만 준비 미숙으로 여차여차해서 그건 실패하고, 그냥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와이너리나 한 곳 더 들르자는 마음에서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는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달리, 리조트와 스파까지 끼고 있는 꽤나 큰 규모의 와이너리였다.  

 

건물 입구에는 '캘리포니아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됬다는 간판도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참! 와이너리에선 이런 리무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취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외국인들은 아예 이렇게 단체 리무진을 이용하여 와이너리를 돌아다니곤 한단다(이 사람들은 절대로 차가 없어서 단체로 봉고 버스나 빌려타고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 ㅋㅋ). 

 

이제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가 보자. 그 규모가 아까 들렀던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다.  

 

울 남편은 같이 놀러간 회사 동료분과 나무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건물 내부는 물론, 와인 시음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기프트샵도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너리 투어를 두 곳이나 마쳤으니 이젠 테미큘라에서 와이너리 다음으로 꼭 가봐야 할 곳인 페창가(Pechanga) 카지노 호텔에 한 번 가봐야겠다.

이 카지노 호텔은 인근의 인디언 보호 구역의 운영을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 카지노에서 갬블링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고, 바로 대게(King Crab)로 유명한 페창가 호텔의 뷔페를 먹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나 할까?

 

여기다! 그 유명하다는 페창가 뷔페 식당!

 

역시 첨에는 이것 저것 다 골고루 시켜서 먹어 봤지만

 

나중에는 우리도 오직 킹크랩 한 놈만 콕 찝어서 집중적으로 공략 들어가 주신다 ㅋㅋ 이 날 우리가 먹고 버린 게 껍질이 산을 이루었다는 ㅎㅎ

 

끝으로 윌슨 크릭 와이너리에서 여러 번의 시음 끝에 결정한 와인 두 병과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기프트샵에서 구입한 치즈 플레이트를 공개한다. 이번에 귀국 이사짐에 넣어져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실 귀한 몸들이시다 ㅋㅋ 

 

이렇게 얼바인에서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근사한 와이너리는 물론, 훌륭한 골프장과 카지노 호텔, 그리고 뷔페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관광도시 테미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난 왜 그동안 간과했던 것일까... 

그래도 어쨌든 우리의 윤요사, 결국 귀국을 3주 정도 앞두고 테미큘라를 찍고 가긴 가는구나 ㅋ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귀국 이전 마지막 휴일인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알차게 보내고, 바로 다음 날부터 미씨 USA에 살림 내다 팔기 및 짐싸기에 미친듯이 돌입하기 시작했다 ㅎㅎ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