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바인 인근에서 가장 핫한 몰을 고르라면 그건 아마도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에서 405 프리웨이를 타고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OC Mix' 일 것이다.

사실 이 몰이 조성된 지도 꽤 되었고 나 역시 그동안 이곳에 자주 갔던 터라 새삼스레 포스팅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열린 National Charity League 바자회를 보면서 글 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가구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 있는데, 몰을 운영하는 사람이 머리를 잘 써서 그런지 그냥 가구 매장만 많이 있는게 아니라 맛난 레스토랑은 물론 트렌디한 커피숍이나 의류 및 각종 악세서리 가게에 이르기까지 여러 샵들이 모여 여느 미국 몰답지 않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연출해 내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몰이 아무리 트렌디하다 해도 사실 이곳의 인기는 바로 '포톨라 커피 랩(portola coffee lab)'에서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야 뭐 항상 인스턴트 커피인 맥심 모카골드만 죽어라 먹어대니 커피에 대한 조예는 커녕, 커피에 관해서는 완존 문외한이지만, 주변에 커피맛 좀 안다는 사람들 치고 이곳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면 여기 커피맛이 좋긴 좋은가 보다.  

 

뭐 실험실 기구처럼 이렇게 요상하게 생긴 도구들을 이용하여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흰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들이 마치 예술작품을 뽑아 내듯이 커피를 내려 준다.

 

게다가 얼바인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라떼 아트까지 선보여 주시니 우울한 날, 나를 위한 스페셜 커피는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려는 아줌씨들이 끊이지 않을 법도 하다.

 

참! 포톨라 커피 랩 바로 옆에는 이렇게 세븐스 티 바(seventh tea bar)라는 티 전문점도 있는데, 사실은 포톨라 커피 랩 사장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가게란다.

얼마 전 OC Parents 라는 잡지에 이 부부 이야기가 실렸는데, 남편은 원래 바리스타를 취미로 하는 직장인이었고, 어린 아이가 셋인 아내 역시 평범한 회사에 다녔었는데 아픈 아이의 병원 스케줄을 맞추기 위하여 아내는 좀 더 플렉서블한 자기 사업을 생각하게 됐단다. 이래서 취미가 평생 직업이 될수도 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고된 삶이 때로는 인생의 반전도 가져올 수 있나 보다.

어쨌든 커피믹스 외에는 커피 맛도 잘 모르는 주제에, 티 맛은 더더욱 알리 없는 우리의 윤요사는 그저 하릴없이 사진만 찍어댈 뿐이다 ㅋㅋ 

 

그런데 언제나 한산하던 이 건물이 오늘은(11. 21) 매우 붐비니 이상할 따름이다. 게다가 단순히 여느 사람들로 붐비는 게 아니라, 부티가 철철 흐르는 키 170 이상의 늘씬한 금발 아줌마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을 잔뜩 부리고 루이뷔통이나 샤넬 가방을 든 채 총출동해 주시니 더욱 궁금증이 증폭된다.

무슨 이유일까? 나중에 상인들에게 물어 보니, 오늘이 바로 매년 하루만 열리는 '내셔널 채리티 리그 뉴포트비치 지부'의 나눔 바자행사가 열리는 날이란다.

 

벤더들이 와서 각자 부스를 마련하고 물건들을 진열해 놓으면 돈 많은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이 마구 마구 물건들을 사주고 거기서 남은 수익금으로 좋은 일에 쓴다고 한다.

난 말로만 듣던 뉴포트비치의 사모님들을 떼거지로 본게 오늘이 첨이었는데 수수하게 차리고 온 사람은 하나도 없고 어찌나 다들 돈있는 티를 퍽퍽 냈는지(^^) 멋모르고 무릎 튀어나온 아베크롬비 츄리닝 입고 커피 마시러 간 나만 괜시리 외계에서 온 사람이 되어 버렸다 ㅋㅋ 

 

야! 내가 오늘 옷은 이래도 사실 돈은 좀(?) 있다구! ㅋ  급 자존심 구겨진 우리의 윤요사, 괜히 영어 공부할 때 쓸거라며 즉석에서 그릇이나 문구류에 이름을 써주는 부스로 가, 하잖은 스프링 노트를 16달러나 주고 사는 허세를 부려 본다.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돈이 아깝던지... 저 3000원짜리도 안되는 노트를 거의 2만원이나 주고 샀다는 사실을 울 남편이 알면 어쩌나 ㅋㅋ(역시 나는 태생이 구려서 레알 부자가 될 순 없나보다 ㅋ)

어쨌든 예술가 언니가 자기가 직접 디자인해서 만든 노트에 Young lan이라고 내 이름을 써주고 있다. 솔직히 아까워서 차마 못 쓸것 같고 서랍 안에 잘 간직해야겠다^^

 

여담이지만 내셔널 채리티 리그는 아무나 모이는 모임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7학년에서 12학년 사이의 딸을 둔 엄마가 그 딸과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자선 단체라고 들었다. 그래... 사춘기를 지내는 딸과 함께 엄마가 이렇게 좋은 일에 참여하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일게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내 딸이 나의 삶을 부러워했음 좋겠다. '울 엄마 같이 살기 싫어요'가 아니라 '난 울 엄마처럼 그렇게 살래요'라고 말했음 좋겠다. 그런데 나는 요즘 나의 일이 없이 집에서 아이를만 키우며 살다 보니 내 꿈이 희미해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어지는 것이 너무 슬프다.

오늘 하루, 국은 뭘 끓일까 반찬은 뭘 만들까... 청소할 때가 됬나 빨래감은 쌓였나 애들은 언제 씻길까... 죙일 그런 생각만 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결코 가치 없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 삶 자체를 가치 없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 보는 내 딸이 과연 나의 삶을 가치있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또 넋두리가 길어졌다. 이노무 넋두리에는 약도 없나보다^^ 다시 본론이다. 포톨라 커피 랩이 위치한 건물 밖으로 나오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모습이 펼쳐진다. 이 몰이 좋은 건, 땅 값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초록 자연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는 거다.

 

이제부턴 내 맘대로 아무 샵이나 들어가서 감성지수를 업시키면서 그저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이 몰에는 유명하고 비싼 프랜차이즈 가구점들도 많지만, 나는 이렇게 조그만 아이 가구샵이나 앤틱샵에 더 끌린다.

 

또 아직 시식해 보진 못했지만, 청담동 삘 풀풀 나는 케익 하우스의 데코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무도 귀여운 카툰들을 주종으로 하는 자그마한 갤러리도 맘에 든다. 카툰 그림이 하도 예뻐서 하은이 방에 걸어 주고 싶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한 개에 25만원도 아니고 250만원이란다. 썅!

내가 예술작품을 못알아 보는 건지, 아님 예술이 돈의 가치를 못알아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 ㅋㅋ 

 

그리고 온갖 비싼 가구점들은 다 스킵하고, 하은이가 좋아하는 프린세스 및 헬로 키티가 유치하게 그려진 아이들 가구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아직 하은이 방을 따로 만들어주지 못한 터라, 아이들 가구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싸구려로 ㅋ 

 

거기에 이곳 저곳 둘러보다 눈알을 하도 굴려서, 안구정화하려다 오히려 안구가 피곤해지는 인테리어 샵 구경은 기본이다.  

 

아... 배고프다. 오늘은 여기서 점심을 좀 먹어볼까? 신선한 샐러드를 먹기에는 이곳이 딱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덧 한 시 반. 이제 하은이와 주은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난 매일 아침 9시면 자유의 몸이 되고, 오후 1시 반이 되면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그리고 며느리로 다시 변신하는 줌마렐라이다.

그래도 이 4시간이, 남은 하루의 20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날은 어덜트 스쿨에서 영어를 배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 몰을 돌아 다니기도 한다. 물론 또 어느 날은 그 4시간 동안에 밀린 집 청소와 빨래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감사한다. 하루 중 이 4시간 동안의 자유시간을 얻기 위하여 나는 그동안 이 낯선 미국에서 주은이를 24개월 동안이나 하루 종일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4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제 약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나의 미국 생활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영란아! 이제 더 이상 게으르게 집 소파에 벌렁 누워서 다운 받은 한국 드라마나 보면서 이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꾸나.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또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그렇게 살다 돌아가는 거야. 알았지? 

 

 

Posted by 모델윤
,

미국에서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Veterans Day이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는 쉬지만 울 남편 회사는 안쉬는 이런 날은, 내가 젤로 싫어하는 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학교가 쉬는 날은 아예 남편 회사까지 쉬어서 온가족이 아싸리 놀러 가든가, 아님 학교도 쉬지 말던가 해야 하는데, 이러한 나의 바램과는 전~혀 상관없이 미국에는 이런 휴일들이 꽤나 많다^^ )

하지만 오늘 하루 또 무얼하며 얼라들과 놀아 주어야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하은이 친구 엄마가 갑자기 좋은 제안을 해왔는데 그것은 바로 얼바인 인근 도시인 라구나 힐즈에 최근 생겼다는 '트램폴린 파크'에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워낙 새로운 곳에 가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의 윤요사, 당장 트램폴린 팍으로 고고씽이다!!!  

난 '트램폴린 파크'라기에 첨에는 무슨 야외 공원에 덤블링 시설 몇 개 갖다 놓은 그런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트램폴린 팍은 실내(indoor) 플레이 그라운드 같은 곳이었고. 과연 라구나 힐즈라는 그 위치답게 인근의 온동네 금발머리 백인들은 다 모아 놓은 것처럼 미국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었더랬다.

 

이곳에서 놀려면 아이 1인당 한시간에 10달러, 그리고 두 시간을 한꺼번에 신청하면 15달러만 내면 된다. 결국 나는 15달러를 내고 하은이만 두 시간 동안 놀리기로 했는데, 내가 하은이와 함께 돌아 다니며 놀아줄 동안 감사하게도 울 시엄니는 주은이를 전담해서 봐주시기로 했다.

 

하은이의 첫 코스. 나이 어린 아이들이 제일 많이 노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트램폴린 되시겠다.

 

그 다음 코스. 옆에 있는 비스듬한 벽면을 발판 삼아 도움닫기를 하여 뛰어 오른 후 멋지게 낙하하는 코너다. 우리 하은이, 너무 좋아서 한마디로 난리났다 ㅋㅋ 

 

여긴 도지볼(Dodgeball)을 하는 코너. 트램폴린 위에서 뛰고 있다가 상대방이 던지는 공을 받거나, 아니면 트램폴린의 탄성을 이용하여 멋지게 날아 올라 피구왕 통키처럼 공을 던지면 된다 ㅋㅋ 

나는 혹시나 승부욕에 불타오른 남자 아이들이 공을 세게 던져 하은이가 다칠까봐 걱정했는데, 여기 아이들은 상당히 젠틀해서 하은이에게는 일부러 받을 수 있게 공을 살살 던져 주는게 뻔히 보였다. 하지만 하은이가 자기가 공을 받아냈다며 얼마나 의기양양해 하던지 ^^ 

 

다음은 트램폴린 모양이 제각각인데다가 길이도 꽤나 긴 트램폴린이 깔려 있는 메인 트램폴린 코너다. 이 날은 나름 공휴일인지라 사람들이 좀 많아서 인기 코너는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다음은 농구 섹션이다. 요걸 보니 괜시리 예전 고딩적에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서태웅, 송태섭, 강백호 이런 캐릭터를 보며 열광했던 생각이 떠올라 나는 괜시리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하은이는 아직 어리니 여기서 그저 똥폼이나 좀 잡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하은이는 단번에 슛을 성공시켜 버렸다ㅋ

 

 

마지막으로 하은이와 나는 배틀 빔 코너로 향했다. 다행히 같이 간 하은이 친구가 게임에 응해 주었고 더 나아가 그녀는 하은이에게 져주는 아량(?)까지 베풀어 주었다^^ 우리 하은이, 오늘 기분 째지는구나~

 

그밖에도 인공 암벽타기 코너는(물론 하은이는 암벽이 너무 높아서 바로 포기^^) 물론,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 그리고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꽤 넓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럼 엄마가 돈 아낀다고 표도 끊어 주지 않고, 언니와 두 시간 동안 트램폴린 팍 곳곳을 돌아 다니고 있을 동안, 우리 주은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이렇게 소파 위에서 각종 요가 자세를 선보이며 저렴하게(?) 놀아 주시었다. 쯧쯧~ 미안타. 둘째야~

 

오늘 나는, 나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트램폴린 팍에서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얼바인에서의 4년... 시건방진 말일수도 있지만 이제 이 근방에서 나에게 새로운 것이란 별로 없다. 사실 한국 마트, 한인 교회, 한국 식당만 주로 다니다보니 도대체 내가 한국에 사는 것인지 미국에 사는 것인지 헷갈릴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익숙한 것만 즐기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이렇게 새로운 걸 경험하는게 여전히 참 좋다. 그러면 내가 정말 미국에 살긴 사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오늘도 나에겐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Posted by 모델윤
,

이제 미국 생활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건만 나의 위시 리스트는 여전히 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카멜(Carmel)과 빅서(Big Sur) 쪽으로 놀러 가기, '디즈니 온 아이스' 관람하기, 뮤지컬 '라이언 킹' 관람하기, 크리스마스에 뉴포트 비치에서 열리는 '보트 퍼레이드' 구경하기,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mission inn)'에 가서 더 페스티벌 오브 라이트 경험하기 등등...

하지만 이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그동안 나의 위시 리스트 최상단에 있었던 항목은 생뚱맞게도 바로 '소방서 오픈 하우스 관람하기' 였더랬다^^ 

일년에 이맘때쯤 딱 한 번 밖에 열리지 않는 것이기에, 나는 지난 일년간 이 날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달력이 엄청 큰 하트를 그려 놓았었다. 그리고 미리 소방서 웹사이트를 통해 약 1년 전부터 날짜를 확인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소방서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언제쯤 오픈 하우스 현수막이 붙을까 노심초사 기다리기도 했다.

 

두둥~ 드디어 오렌지 카운티를 총괄하는 이 소방국에 오픈 하우스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으흠... 10월 12일 토요일이라... 매주 토욜 오전은 하은이 한글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긴 한데... 그래, 당연히 이 날 수업은 확! 째야겠군... 나는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로 바루~ 고고씽 하련다.

 

그리고 그렇게 벼르고 별러온 나의 소방서 오픈하우스 체험기에는 갑자기 웬 외국인 두 명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바로 하은이의 절친 케일라와 그 엄마 되시겠다. 아래 사진에 썬그라스를 끼고 나온 엄마가 케일라 엄마구,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가 귀여운 케일라이다. 그녀는 소방서 오픈 하우스 딱 일주일 전, 갑자기 나보고 10월 12일 토요일에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자고 날짜를 콕 찝어서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자기가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주말 플레이데잇을 제안한 것 같았다. 

타이완 아빠와 일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때 미국으로 온 후 여기서 35년을 살았다는 이 케일라 엄마는, 나의 영어가 후달리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언제나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걸어 주는 다소 부담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실 내가 그 날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갈 예정이라 플레이데잇을 하긴 어렵겠다고 슬그머니 거절을 했는데, 그럼 소방서에서 같이 플레이데잇을 하잰다^^

그래, 까짓 거, 같이 가지 뭐. 공원에서 애들 놀리면서 엄마들끼리 멍하니 서서 뻘쭘하게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얘기하느니, 차라리 같이 소방서를 둘러보는게 훨씬 자연스러울수도 있으니깐~^^ 

 

다시 소방서 얘기로 돌아간다. 여기다. 오렌지 카운티 소방국.

미국에는 개별 city마다 작은 규모로 여러 곳의 소방서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픈 하우스는 이렇게 카운티를 총괄하는 큰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것이 규모도 크고 볼 것도 많을 것 같아서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물론 다른 시티에 있는 소방서들이나, 다른 카운티를 총괄하는 소방국도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오픈 하우스를 연다).  

 

제일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소방서 중앙의 광장으로 나가 보니, 이렇게 원격 조정되는 귀여운 미니 소방차가 먼저 와서 아이들의 이목을 확~ 집중시킨다. 내 눈에는 저쪽 뒤에서 어떤 소방관이 요 미니카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이들은 이 미니카가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냐며 금세 눈이 휘둥그래진다^^

 

아이들은 넓은 소방서 대지를 뛰어 다니며 소방국에서 공짜로 나누어 준 소방관 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다소 유치하게 생긴 이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그뿐인가. 어린 아이들을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는 소방서 마스코트 인형들과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실내에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소방 놀이도 잘 준비되어 있다. 

 

또 한 켠에서는 소방관 아줌마의 설명을 들으면서 소방안전과 관련된 컬러링을 해볼 수도 있고

 

야외 부스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직 소방관들의 입을 통해 절연재 관련 건축 소재와 실내 가스렌지 등 방화위험 가전제품의 사용법 등도 친절하게 들을 수 있다.

 

또 소방국의 역사와 소품을 전시하는 작은 뮤지엄 부스에 가서 각종 자료들을 관람할 수도 있고

 

뮤지엄 바로 옆에는 소방관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여 주며 용도를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 주는 코너도 있다.

 

그밖에도 소방 관련  '교육용 트레일러'와

 

소방관들의 옷과 신발을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는 코너도 인기였다.

 

게다가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픈 하우스의 취지답게 소방차고까지 오픈하여 아이들이 소방차고로 직접 들어가 소방차들이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게 정비받고 관리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기 있었던 순서는 자기가 정말 소방관이 된것처럼 소방차에 직접 올라타 보는 것과,

 

만일 단순히 소방차 운전석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게 시시하다면, 이렇게 움직이는 소방트럭에 직접 시승해 보는(fire engine rides) 코너였다.

 

그리고 미래의 꿈나무 소방관들은 자기가 진짜 소방관이 된 것처럼 불이 난 모형물에 직접 호스로 물을 뿌려 진화하는 체험학습(hose squirting)에 트라이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실 오늘 소방서 오픈하우스를 보면서 내가 젤로 놀랐던 건, 소방서 오픈하우스에 '페이스 페인팅' 부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소개한  활동들이야 소방서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일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페이스 페인팅은 불러도 그만 안불러도 그만인 서비스인데 어린 아이들을 위하여 이런 작은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국에서 복지부동에 쩔어 있었던 전직 준공무원이자 골수 행정학도였던 나에게는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실컷 소방서 구경을 마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그리고 케일라는 모두 왕같이 높은 의자에 떡~하니 앉아 자기들이 고른 멋진 캐릭터를 어엿하게 공짜로!!! 팔뚝에 그려 넣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넓은 소방국을 휘저으며 두 시간도 넘게 오픈 하우스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목마르고 촐촐해진 우리는, 소방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도넛(그것도 크리스피 앤 크림 것으로!)과 커피까지 다 챙겨 먹으며 오늘, 그 대단원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소방서 오픈 하우스.

내가 한국에 살 때에는 소방서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보니 소방서는 마냥 불나길 기다리고 있다가 이미 일어난 불들만 끄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 등을 돌면서 정기적으로 어린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이렇게 일년에 한 번씩은 지역 사회에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하여 소방서에서 하는 일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전교육까지 지대로~ 시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소방서 오픈 하우스에 직접 참여해 보니, 모든 소방관들이 토요일에 총출동하여 어찌 보면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을 수행하면서도, 너무도 친절하게 사람들을 맞아주고 또 자기가 배치된 부스에서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직업의식이 얼마나 아름답고 더 나아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오늘, 그동안 내 위시 리스트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항목 하나를 또 지워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들도 나에겐 소중하게 느껴지는게 많다.

모든 일에 감사함으로, 그리고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함으로, 모쪼록 남은 미국생활을 후회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

모든 일의 발단은 약 2년 전, 내가 코스트코(costco)에 갔다가 우연히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는 배(캐털리나 익스프레스)의 기프트 쿠폰을 덥썩 사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100달러짜리 쿠폰을 60달러에 판다기에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생각하며 두 장 사 놨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조금 더 크는 것을 기다리다 보니 벌써 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렇게 2년 동안 서랍 속의 기프트 카드를 바라 보며 벼르고 벼르던 나는, 드디어 2013년 11월 2일 아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 가기 위하여 롱비치항에 도착했다.

롱비치의 아름다운 해안과 등대는 언제 봐도 그림처럼 예쁘다.

 

캐털리나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여기서 여행 Tip 하나! 캐털리나 익스프레스는 롱비치, 데이나 포인트, 샌 페드로 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향하는 선박 운영 회사인데, 사실 내가 사는 얼바인은 뉴포트 비치가 가장 가깝지만 뉴포트 비치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는 캐털리나 플라이어(flyer)라고 회사 자체가 달라서, 이곳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할인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배가 출발한지 정확히 한 시간만에 우리 가족은 드디어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발론 항구에 도착했다.

섬이라 혹시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나는 아이들에게 오리털 점퍼를 입혀서 갔는데 막상 섬에 도착하고 보니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가져간 외투가 오히려 짐만 되었다는^^ (하지만 섬의 날씨는 언제나 육지보다 추운 것이 일반적이므로 쌀쌀한 아침, 저녁을 대비해서라도 옷은 꼭 따뜻하게 입고 가는게 좋을 듯 하다)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렇게 깎아 지른듯한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집들의 정겨운 모습들이다.

이 모습... 많이 익숙하다. 아, 그렇구나... 예전에 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때 이탈리아의 나폴리라는 섬에서 봤던 그 모습이지. 그래서 캐털리나 아일랜드를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나보다. 

그때 난 정말 돈 없고 말 안통해서 맥도날드만 미치게 먹었었더랬지... 썅, 어디 그뿐이냐, 숙박을 사전에 단 하루도 예약하지 않고 달랑 떠나 버리는 바람에, 당시엔 유레일 기차칸에서 자기도 하고 한 방에 여섯 명의 남녀가 혼숙하는 유스호스텔에서 자기도 했었지(말이 잠이지, 그땐 무서워서 정말 밤을 꼴딱 샜었다ㅋㅋ)... 

 

게다가 오늘은 마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서 철인3종경기(triathlon)가 열리는 날이란다.

덕분에 난 난생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건장한 남녀들이 자전거타고, 수영하고, 또 달리는 모습들을 바라 보니,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또 나를 더 사랑하면서 남은 인생을 멋지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 보자. 한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샵들이 몰려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이 아름다운 조화가, 걷는 내내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섬 전체를 통틀어 스타벅스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주제에(?), 발칙하게도 이렇게 귀여운 짝퉁 티셔츠를 버젓이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달려 왔더니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출출하다.

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들어간 가게. 하지만 귀여운 인테리어는 물론, 피자와 샌드위치, 꼬불이 포테이토까지 참으로 맛났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바로 골프 카트. 4인용 짜리 한 시간 빌리는데 40달러인데, 80달러를 내면 3시간까지 탈 수 있다길래, 우리는 80달러를 내고 3시간을 타보기로 했다. 참! 이 골프카트는 온리 현찰만 받으니 혹시 여길 오시는 분들은 약간의 현금도 꼭 준비하심 좋겠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타보는 골프 카트에 아주 신이 났다.

 

골프카트를 타고 덜덜거리며 섬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 본다. 숨막힐듯 멋진 항구가 눈에 들어 온다.

 

동네도 참 이쁘다. 웬지 섬이라면 각박하고 억세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집들이 하나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 섬은 환경보호 때문에 공해 규제가 엄격해서 허락된 차량이 아니면 운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섬 안의 거의 모든 집들은 주된 교통수단으로 차가 아니라 골프카트를 이용한다는데, 집 앞마다 골프카트가 주차되어 있는 풍경들이 낯설면서도 참으로 귀엽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섬 안에는 이렇게 발전소도 있고 소방서도 있다.

 

그리고 여기, 감히(?) 우리 골프카트로 다가오는 귀여운 동물들도 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Bambi를 실제로 봤다며 열광한다. 새는 또 어떻고? 무쟈게 많이 봤다^^ 

 

참! 우리처럼 굳이 골프카트를 타고 섬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세그웨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아님 버스나 트롤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섬 정상 부근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 잠깐 카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참! 이곳은 이 섬을 리조트로 개발한 사람이자 미국의 추잉검 재벌로 유명한 '윌리엄 리글리(wrigley) 주니어'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가든이기도 하단다.

 

입장료를 내고 이 문을 통해서 들어가면

 

좌우로는 각종 선인장이 주를 이루는 보태니컬 가든이 펼쳐지고, 저~ 끝으로는 전망대가 보인다.

 

오늘 이 보태니컬 가든에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볼 각종 희귀 선인장들을 한꺼번에 다 구경한 듯 싶다^^ 

 

이제 전망대로 가까이 올라가 보자. 그동안 숨쉬는 운동 외에는 아무 운동도 하지 않은 얼바인 윤요사, 전망대까지 좀 걸어 가려니까 벌써부터 엉치뼈가 저려 온다. 이런 저질체력 윤요사 같으니 ㅋㅋ

 

그리고 전망대 위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기 놀이에 빠져 본다.

4년 동안의 고된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이제 귀국을 약 4개월 앞둔 울 남편 모습. 그동안 흰머리가 정말 많이 늘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도 참 많이 컸고... 

 

전망대에서 좀전에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다시 저 길을 어찌 내려 간다... ㅋㅋ

 

어쨌든 이 섬에서는 기본적으로 할게 너무도 많다. 골프는 기본이고

 

반점수정인 노틸러스(물론 완전히 물 안으로 들어가는 잠수정도 있다)를 타고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며

 

스릴 넘치는 집라인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그 뿐인가, 패러슈트를 매고 바다 한가운데를 훨훨 날으는 패러세일링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긴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아예 옆에는 이렇게 산소통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하긴 그래야 다이빙을 하지^^).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다이버들 많은 건 첨 봤다.

 

그리고 요트 클럽에서 요트를 탈 수도 있고

 

한가로이 강태공이 되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랜드마크격인 저 원형의 빨간 지붕 건물에 가면 갬블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카지노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단다.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투어든 그냥 둘러보는 투어든 다 소정의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의 윤요사는 절대 요런데 제 돈을 내고 들어가진 않는다. 게다가 신실한 목사님 딸이니 이런 건 걍 과감히 스킵해야 마땅하다!(사실 무료면 한 번 들어가 보는건데 ㅋㅋ)^^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너무 여러 곳을 돌아 다녔을까... 주은이는 결국 내 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우리 주은이도 잠들었으니 이쯤에서 나도 당일치기 캐털리나 아일랜드 여행기를 마쳐야겠다.(4년째 올리는 글이건만 포스팅은 언제나 엔딩 문구가 가장 어렵다 ㅋㅋ) 

캐털리나 아일랜드! 역시 명불허전이다. 어른 한 명당 왕복 배값만도 약 70달러 이상 소요되지만, 그 정도를 들일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 여행은... 땡스 기빙을 맞이하야...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예술인 마을이라는 Carmel로 가볼 생각이다. 

나는 그때까지... 오늘 다녀 온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기를 받아, 또 다시 둘째 아이 똥 기저귀 갈아 가며 시엄니와 남편, 그리고 두 얼라들의 삼시 세끼 밥을 열라리 지어 가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 보련다^^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