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보낼 마지막 땡스기빙 휴가 여행지로 드디어!!! 카멜(Carmel)과 몬테레이(Monterey)가 간택(?)되었다. 

카멜과 몬테레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지만 혹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기에 몇 자 적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테레이 반도'에는 유명한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천연의 미항으로 알려진 '몬테레이'와 자연경관과 예술적 감각의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카멜'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1)몬테레이와 (2)카멜, 그리고 (3)빅서 및 모로베이 등 3개로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이므로, 일단 카멜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몬테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 놓기로 하겠다.

먼저 몬테레이는 역사적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과 그 서쪽 끝에 위치한 피셔맨스 워프, 그리고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과 캐너리 로우(cannery row) 등이 유명하다. 이곳 몬테레이는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산업이 왕성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리조트 타운이자 미국의 국민작가 존 스타인 벡의 연고지(이곳의 캐너리 로우는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배경이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답게(!)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을 구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는데, 1984년에 오픈한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책자에서서 이 수족관은 '23개의 전시장과 83개나 되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테라스에서는 멀리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해저를 볼 수 있는 높이 9미터의 거대한 수족관이 특히 인기'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드디어 부푼 마음으로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가건물 판자집처럼 생긴 것이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어설픈 부자들이나 겉모양에 신경을 쓰지 진짜 부자들은 원래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법이니께 내 다 이해하련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란 말인가?ㅋㅋ) 

 

입장료 역시 별로 착하지 않다. 어른 1인당 거의 4만원, 아이도 거의 2만 5천원이나 한다. 주은이는 아직 어리니 그나마 무료라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아쿠아리움 입장료로만 10만원 이상을 써댔다. 남편! 돈 벌기는 우라지게 힘든데, 돈쓰기 참말로 쉽지요... 잉?^^ 

 

하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일단 들어가보니, 내가 지난 1년간 멤버십을 유지했었던 롱비치에 있는 '퍼시픽 아쿠아리움'보다 훨씬 강렬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사실 이렇게 대개 보통의 아쿠아리움이라면 으례히 갖추고 있는 수중 동식물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닐 게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이 아쿠아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는 거다.

하은이는 아쿠아리움 곳곳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각종 해양 동식물들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곳 스태프들로부터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하은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치한 질문들을 던져대도 그들은 항상 웃으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는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둘째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실하게 마련해 놓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했다.

대개의 부모들은 큰 아이들에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정작 두서너 살짜리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올 경우 둘째를 데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세심히 배려하여 공간을 할애한 점이 참 좋았다.  

 

끝으로 아쿠아리움 건물 밖의 테라스로 나가 보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천혜의 인근 자연경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신선해 보였다.   

 

게다가 세계적 아쿠아리움의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기념품샵이 잘 꾸며져 있는데도, 입장료에 이미 큰 돈을 써버린 우리의 윤요사, 그냥 쓰윽~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바로 빠져 나와 주신다 ㅋㅋ 

 

아이구~ 다리 아프다! 이제 온가족이 촌스런 인증샷이나 한 장씩 찍고 나가야겠다^^

 

인증샷을 찍고 난 우리는, 이제 몬테레이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뒤로 하고 반대편 방향을 향해 걸아가 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 서있는 건물들이 웬지 모를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니고, 그리 옛스런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이곳이 맘에 드는 걸까... (싸구려 B급 감성의 윤요사, 대문호 존 스타인백의 영혼이 갑자기 빙의라도 됐나 보다. 우하하~ )

 

지금이 땡스기빙 시즌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겨냥하여 거리도 건물들도 일찌감치 꽃단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다들 들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몬테레이 다운타운을 둘러본 우리는, 몬테레이 쪽의 Pacific Grove Gate로 들어가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페블 비치의 전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후 Carmel Gate로 나와 바로 Carmel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하기로 했다.

마침 저녁 5시가 다 되어 곧 해가 질 무렵이라, 우리는 운이 좋으면 페블비치에서 아름다운 Sunset을 볼 수도 있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나는 새도, 무심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페블 비치란다... 이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모든 게 특별해 보인다.

 

차를 타고 한 10여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을까... 갑자기 막 해가 지려 한다.

선셋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하여 남편과 나는 재빨리 턴아웃 존에 차를 세워 본다.

하지만 3년 전에 산 구식 아이폰으로 일몰을 제대로 찍는다는 건 역시 무리인가 보다(하긴 그건 태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ㅋㅋ)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뭐여... 나 이방원이여?^^). 싸구려 아이폰에 의지하여 찍든, 겁나게 비싼 DSLR 카메라로 찍든, 이미 내 두 눈이 똑똑히 그 장면을 접수해 버렸는걸 ㅋㅋ (이렇게라도 위로해야 쫀심이 덜 상한다 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페블비치에 서서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수평선 밑으로 금방 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다시 카멜로 돌아왔다. 어둠에 묻힌 카멜의 거리가 피곤에 쩔은(?) 우리 가족을 조용히 맞아 주었다...  

                                                                                                      ----- 카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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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의 여섯 번째 생일이 돌아 왔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하은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정식으로 생일 파티를 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못된(?) 엄마라서가 아니라, 지난 4년동안 우리 가족은 해마다 12월이 되면 약 한 달 정도 한국에 들어갔다 왔기 때문에, 12월 11일이 생일인 하은이의 생일에는 정작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이렇게 결심했더랬다. 우리 가족이 미국을 떠나기 전, 이 엄마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모아, 그리고 온 가산을 기울여(?), 반드시 너의 생일잔치를 지!대!로 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나는 지난 48개월동안 정기 휴가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사적인 휴가를 내본 적이 없는 울남편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평생 나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남자' 취급 받기 싫으면, 이번에 하은이 생일에 맞춰서 당장 휴가를 내라고 말이다!!! ㅋㅋ

나는 하은이 생일 파티 장소로 최근 얼바인에 새로 생긴 키즈 카페인 Playland Cafe를 선택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오전 일찍부터 남편과 함께 Party City에 가서 풍선과 생일 축하 배너, 포토존 배경 그림에 이르기까지 각종 돈지랄(?)을 해대며 파티 장소를 꾸밀 재료들을 사가지고 와서 오전 내내 남편과 둘이서 데코레이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데코레이션 컨셉은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연두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한 '팅커벨' 이다. 그런데 데코레이션을 끝내고 보니, 이건 무슨 촌스런 돌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그려... 쩝! ㅎㅎ 

 

그리고 요건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베이커리에서 특별 주문한 초대형 생일 케익(사진 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사실 50여명이 먹고도 4분의 1이나 남을 정도로 꽤 큰 사이즈였당). 요따위 케익이 자그마치 85달러나 하다니... 흑흑, 이번 달 살림비도 월급날 되기 훨~씬 전에 거덜 나겠구나 T.T

 

끝으로 오늘 초대된 꼬마 손님들에게 구디백 대신 나누어 줄 답례용 책과 DVD 까지 전시 완료! 닥터 수스, 에릭 칼, 디즈니 컬렉션은 물론 스콜라스틱 DVD까지 연령대별로 구비해 놓았으니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때 선물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내가 생일 파티를 위해 키즈 카페를 빌린 시간은 총 2시간인데, 먼저 앞의 1시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플레이 룸에 들어가서 노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한 시간이 지나면 오늘 온 모든 친구들과 함께 블럭으로 자리를 만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순서가 돌아 온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들은 이렇게 제각기 대형 소프트 블럭들을 가지고 자기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게 된다.

 

자리가 완성되면 오늘의 주인공인 하은이와 그의 친구들이 이렇게 기념 사진을 찍는다. 쨔잔~

 

이제 그동안 노느라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파티룸으로 우르르 몰려 나온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갓 배달되어 온 피자와 간식들을 먹기에 바쁘다.  

왁자지껄했던 파티룸의 풍경들. 어른 아이 합쳐서 50명이나 왔으니 내가 스케일이 좀 컸나?^^  하지만 난 하은이 친구들은 딱 16명만 초대했다는 사실. 다만 그 엄마와 형제들까지 세트로 오다 보니 50명을 훌쩍 넘겼을 뿐이다^^

하지만 나도 지난 4년 동안 하은이가 누군가의 생일 초대를 받으면 하은이를 태워 준다는이유로 내가 동행할 뿐 아니라, 내가 돌볼 수 밖에 없는 주은이까지 세트로 데리고 다녔었다. 그동안 나도 하은이 친구 생일잔치에 주은이까지 데리고 다니며(심지어 갈데없는 시엄니까지 모시고 간 적도 있었다. 뜨앗~) 잘 얻어 먹고 다녔으니 오늘 이렇게 여러 명이 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암것두 모르는 울 남편은 50명이 넘게 온 생일 파티를 보고, 나보고 오지랖도 넓다며 무슨 스케일이 이리 크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내가 손님 접대에 정신이 없는 동안, 울 남편은 말없이 한쪽 구석에서 하은이와 주은이를 먹이고 보살펴 주었다. 여자들만 북적대는 공간에서 오늘 외롭게 나를 도와준 남편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아이들이 제일 기다리는 케익을 커팅할 시간이다. 피자로 주린 배를 대충 채운 아이들은 하은이를 위해 큰 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하은이는 촛불을 껐고, 곧이어 케익을 잘라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비싸게 주고 산 케익인데 맛이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들 케익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바람에 나도 어린 아이처럼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포토존에서 오늘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시간이다. 이곳에서 4년을 살면서 만났던 많은 지인들과 하은이의 친구들... 하은이가 점점 자라면서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겠지만,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얼바인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떠올리며 오래도록 그 추억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오늘의 생일 파티,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하은이가 여러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그때 하은이가 참 즐거워했던 것처럼, 오늘 온 하은이의 친구들도 오늘의 파티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여러 가지로 바쁜데도 참석해준 하은이 친구들과 그 엄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48개월동안 남편 직장 때문에 이름도 생소했던 이 곳 얼바인에 이사와서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좋은 한국 엄마들을 많이 만났었던가... 뒤돌아 보면 나는 영어도 못하고 외국에 살아본 적도 없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넘기고 이제 귀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생일 잔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하은이 학교의 외국 친구들에게 컵케익을 대접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뜨앗~ 사실 하은이는 이 친구들도 생일 잔치에 초대하고 싶어 했지만 그러면 인원이 거의 100명에 육박할 것이 뻔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네들과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로, 생일 파티는 한국 아이들만으로 한정하고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는 컵케익을 가지고 따로 방문하기로 하은이와 약속했었다.

하은이 담임 선생님인 Ms. Montague는 내가 컵케익을 들고 클래스로 찾아 가자, 야외 테이블에 아이들을 앉히고 아이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컵케익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하은이의 학교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멋진 걸들과 함께 기념 사진도 한 컷 찍어 주었다.  

 

하은아! 지금의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마음껏 즐기길 바래. 엄마가 말해도 넌 잘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가 미국에 살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어... 내년 3월이면 넌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겠지...

앞으로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면 네가 지금 편하게 사용하는 영어를 일상에서는 더이상 사용할 일이 없을거야. 그리고 네가 그토록 싫어하고 잘 쓰지 못하는 한국말로 말하고 쓰고 읽고 해야겠지...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과 너는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엄마는 3년 전에 영어 한 마디 못했던 네가 미국 프리스쿨에 잘 적응했듯이 또 내년이 되면 네가 한국 학교에도 잘 적응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리고 사실 이 엄마는 여기서 어린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하도 개고생(?)을 많이 해서 미국 생활에 별 미련도 없단다^^ 우린 내년 2월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으로 바로 고고씽하는게야... 오케이?

하은아! 아직 어린 너에게 늘 언니 역할만 강요하고, 또 무조건 한국말과 영어를 둘 다 잘해야 한다며 무식한 억지나 부려댔구나(그건 사실 엄마가 영어를 못하는 컴플렉스 때문이었단다^^)... 엄마가 너에게 인격적으로 부끄러운게 많다는 점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엄마도 더 철들고 보다 성숙해지도록 노력할께. 끝으로 너의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엄마가 변함없이 그리고 격하게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렴~~~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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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 우리 가족은 주일 예배를 드린 후, 간만에 LA로 나가 페이지 뮤지엄(Page Museum)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LA에 있는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을 가지고 있는데, 페이지 뮤지엄이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과 같은 재단이라서,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 카드를 제시하면 여기도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주차료는 내야 한다. 우리는 7 달러를 내고 주차한 후, 길을 따라 꽤나 넓은 잔디 광장으로 들어갔다. 넓다란 잔디밭 사이로,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메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윗 사진에 나온 안내판에서도 보여지듯이 페이지 박물관은 반드시 La Brea Tar Pits라는 수식어를 뒤어 늘 달고 다닌다. 원래 ‘라브레아 타르 핏’(타르 구덩이 : 인터넷을 찾아 보니 '타르 구덩이'는 엄청난 양의 화석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함)은 유명한 빙하기 유적이자 세계적인 화석 유적지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을 관장하면서 유적 발굴 및 보존, 전시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페이지 박물관이다.

그렇다! 화석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 안에 세워진 박물관, 그리고 이미 발굴된 화석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석을 발굴하는 일까지도 담당하는 박물관이, 바로 이 페이지 박물관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디밭 한 켠으로 이렇게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Lake Pit(현재 이 호수 밑에 Tar Pits이 있다고 함)이 자리잡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연못 안 여러 군데에서, 마치 돌을 던진 자리에 여운이 남는 것처럼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올록 볼록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쪽 구석에는 이렇게 아직도 발굴중인 구덩이(Excavation Pit)도 있다. 이러한 부지 등에서는 지난 100년간 계속해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근방에 위치한 Tar Pits과 Excavation Pits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상아까지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제드(Zed)’라는 별명의 거대한 매머드 유골과, 검치호(송곳니가 길게 자란 호랑이), 이리, 들소(bison), 말 등 여러 포유류의 뼈(mammal fossils)들이 꾸준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1만~4만년 전 매머드, 마스토돈(mastodons), 검치호, 그리고 다른 빙하기 동물들이 땅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스며 나온 끈적끈적한 아스팔트(asphalt)에 갇히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1906년 이후에만도 약 100만개의 뼈들이 이 끈적끈적한 연못에서 발굴됐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럼 이제 박물관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나?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다른 박물관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잡다구리한 동물까지 다 다루는 것에 비해, 이 페이지 박물관은 이미 멸종되어 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기 이전의 초기 생존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신기했던 동물은 바로 '검치 호랑이'였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아주 유명한 매직 트리 하우스라는 책에 이 동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찾아 보니, 검치호랑이(Saber-toothed tiger)는 약 4,000만 년 전~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고양이과의 육식동물로, 오늘날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들에 비해 훨씬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던 멸종된 포유류를 가리킨다. 송곳니는 구부러진 칼같이 생겼고 그 길이가 약 20cm나 되었다고 한다. 이 검치호의 화석은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대표종인 '스밀로돈'은 그 크기가 호랑이만하고 남아메리카에 주로 살았으며, 강한 목의 힘과 어깨, 그리고 몸의 무게를 이용하여 송곳니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검치호랑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들은 현생 호랑이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동물이란 사실만 제대로 알아둬도 좋겠다.

그리고 검치호랑이가 왜 멸종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나마 검치호랑이가 최상위의 포식자였음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고양잇과 동물이나 *다이어울프 같은 포식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들과도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단다. 그 밖에 북미 지역의 스밀로돈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 년 전까지도 생존했는데 이때 등장한 인류에 의해 사냥 당하거나 아니면 사람과의 먹잇감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평소 언행이 가볍기로 소문난 윤요사의 행태에 비해, 이번 글은 너무도 학구적이라 솔직히 쓰는 나도 좀 당황스럽다 ㅋㅋ)

 

검치호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끈 동물은 바로 매머드(Mammoth)였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했던 포유류이며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와 북미의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았던 초식동물로 쉽게 말하면 포유류에 속하는 화석코끼리라고 볼 수 있겠다. 크기는 코끼리만큼 컸고 두개의 상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몸에는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수 있게 보온용 털이 덮여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빙하기 때 너무 추워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다음은 다이어 울프(dire wolf). 현존하는 늑대보다 팔다리는 비교적 가늘고 몸과 두개골은 더 크고 무거우나, 뇌는 작아서 지능이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단다. 미시시피 계곡과 멕시코 계곡 등에서 많은 양의 화석이 발견되어 중북부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긴 'Paleontology Laboratory'이다.

paleontology는 고생물학, 화석학이라는 뜻인데(Paleontology is a rich field, imbued with a long and interesting past and an even more intriguing and hopeful future. Many people think paleontology is the study of fossils. In fact, paleontology is much more),

 

이곳에서는 실험실 내부를 이렇게 통유리로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발굴된 화석들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모습들을 일반인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실험실 내부에서 지금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다른 전문가가 실험실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었다. 내가 영어만 좀 알아 들을 수 있었어도... 흑흑

 

그리고 앞서 소개한 검치호나 매머드, 다이어 울프 이외에도 시조새나 고생대 영양(앤텔로프) 등 이미 멸종해 버린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고

 

비록 한국에서는 퇴물로 취급받지만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스티커 사진 기계도 있었다 ㅋㅋ 

내 바로 앞에서 이걸 찍었던 외국인은 우리에게 비록 'Great waste of money'이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올때마다 안찍어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갔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찌나 이 기계에 관심을 보이는지 5달러나 주고 결국 이렇 유치한 스티커 사진을 손에 쥐고 말았다는 ㅋㅋ

 

이제 라끄마(LACMA)라고 불리우는 LA 카운티 미술관으로 가보자. 아래 표지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이지 박물관과 라끄마는 인접해 있다 못해 아예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워낙 유명한 건물들이라 사이에 담장을 따로 칠만도 한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지 그냥 몇 걸음 걸어가면 되도록 따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페이지 박물관에서 라끄마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분수가 있는 쬐끄만 가든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날은 운좋게도 이곳에서 그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움직이는 것이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수많은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제작해온 모빌의 창시자가 아니던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렉샅더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이 오늘(11월 24일)부터 내년 7월27일까지 이곳 라끄마에서 열리게 됬단다.

'칼더와 추상'(Calder and Abstraction:From Avant-Garde to Iconic)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알렉산더 칼더가 창작생활을 펼쳐온 40년 내내 미술계를 놀래켜온 추상 조각 50여점을 비롯하여, LACMA가 1964년 행코팍 캠퍼스 오픈 기념으로 칼더에게 특별 의뢰해 설치됐던 대형 분수조각에서부터 천정에 매달린 모빌, 스태빌 등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진다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겠다.

 

이제 분수공원을 지나 라끄마 정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비싼 입장료(LACMA 입장료는 일반 15달러 18세 이상 학생과 시니어 10달러. 17세 이하는 무료다. 주중 오후 3시 이후에는 LA 카운티 주민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매달 두번째 화요일과 할러데이 월요일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단다)를 내고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준도 안되고, 우리 역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무언가를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라끄마 건물 앞 휴식공간에 앉아 아이들만 놀리기로 했다.
 

 

다행히 커피샵과 기프트 샵 옆에 위치한 넓찍한 공간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노란색 스파게티 면같이 생긴 것들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하나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놀아 주었다.

그리고 난 이 조형물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혹시 다치진 않을까 계속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해서 주일 오후를 이용하여 잠깐 들러 본 수박 겉핥기식 박물관, 미술관 투어가 모두 끝났다. 물론 아직 무언가를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박물관, 미술관을 계속 돌아 다니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작은 기억과 경험들이 훗낳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 둘씩 쌓여서, 그들 안에 조금씩 지혜와 지식의 나무가 자라날 것이라고 한 번 어설프게 믿어 보면서,

나는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싸돌아 다닐 것을 스스로에게 엄숙히 선서하는 바이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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