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이 블로그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감격스럽게도(?) 꿈에 그리던 내 나라, 한국의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이다.
지난 2주간, 미국에서 4년 2개월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과정은 예상외로 꽤나 험난했다. 주재원들에게는 무한정으로 귀국 컨테이너가 지원되는 줄 알았다가, 겨우(?) 20큐빅까지만 회사 측에서 부담해 준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알게 된 후, 나는 서둘러 미씨 USA라는 싸이트를 통해 살림살이의 상당량을 팔아 치워야만 했고, 집주인을 위하여 다음 세입자가 결정될 때까지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쇼잉을 해주어야 했다.
그 뿐인가. 한국 들어갈 때 안 사가지고 가면 후회될 것들을 추려서 끝까지 막판 귀국 쇼핑에 열 올려야 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어쩌면 다시 못올 미국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 더 열심히 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 일환으로, 예전에(한 3년도 더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시 헐리우드를 구경하다가 그리피스 천문대 앞 광장까지 왔었는데, 하은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그랬던가 어쨌던가 해서 결국 천문대 건물 안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비록 귀국이 정말 코 앞에 닥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줄을 꼭 붙들고(^^), 마지막으로 LA 나들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은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사진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헐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독사진도 한 번 찍어 주시고...(쯧쯧... 윤요사 저 개털처럼 다 풀린 파마 머리 좀 봐라... 하지만 그래도 여긴 파마 값이 비싸니깐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내 꾹 참아 보련다 ㅋㅋ)
다음으로 그리피스 천문대(참! 나만 몰랐던 사실 하나. 그리피스는 사람 이름이란다^^)의 모습. 천문대 건물은 동그란 지붕 탓에 멀리서 보면 마치 무슬렘 사원처럼 보인다^^
건물 계단 앞에서, 보석 같은 내 딸들의 모습.(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 보석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정작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영혼 없는 것들을 육체만 데리고 다니며 돈지랄하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ㅋㅋ)
메인 엔터런스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광경.
사람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Foucault pendulum인데, 한 박물관 직원이 지구본을 가리키며 이 물체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그 직원의 바로 오른쪽에 매달려 궁뎅이와 다리만 보이는 게 바로 우리 하은이다 ㅋ).
엄마는 영어가 후달려서, 그리고 영어를 좀 하는 딸 아이는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불편한 현실이 서글프다 ㅎㅎ
그리고 Foucault pendulum 위를 보면 천정에 이렇게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요건 바로 Ballin Ceiling Mural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명을 좀 더 읽어보니 이 벽화를 그린 Hugo Ballin이라는 사람은 유명한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다나 뭐래나^^
게다가 천문대 윙의 저쪽 한켠에서는 박물관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번개가 치는 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건만
우리 하은이는 여전히 망원경들에만 관심 충만이다. 요즘 어찌나 진짜 망원경을 사서 학교에서 배운 북두칠성(Big Dipper)을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고 난리를 떠는지 모른다(야 이년아! 그런 걸 정말 보려면 얼마나 비싼 망원경을 사야 하는지 알긴 하는겨?ㅋㅋ).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당연히 요 '플래터리움 쇼'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5세 이상만 볼 수 있다는데 그럼 고작 3세인 우리 주은이는 도대체 워쩌란 말이냐! 흑흑...
게다가 관람료도 비싸고 대기 줄도 길어서 나와 남편은 미련없이 이 쇼를 걍 스킵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은이는 계속 호기심을 보이며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보려고 기다리고 있냐고 자꾸 묻길래, 난 그냥 화장실 가는 줄이라고 뻥치고는 아이 손을 붙잡고 냉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ㅋㅋ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LA 시내의 경관이 아주 장관이다. 하긴 그리피스 천문대하면 젤로 유명한 것이 바로 '야경' 아니겠는가.
나야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일찍 재워야 하고 또 프리웨이 트래픽을 피해서 얼바인까지 돌아가려면 갈길이 바쁘기 때문에 야경까지 보진 못하지만 낮에 보는 LA 시내의 모습도 내게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야외에 나와서도 여전히 망원경만 열심히... 그런데 얘들아! 그거 너무 열심히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단다. 그거 돈 넣어야 보이는 건데 엄마가 돈(겨우 50센트지만)을 안 넣어줘서 사실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니? ㅋㅋ
그리고 한 켠에는 이렇게 패티오가 만들어져 있어 뻥 뚤린 주변 경관을 보면서 맛있는 차 한잔, 그리고 가벼운 스낵 한 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훌룽히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아 끌면서 잔디에 앉아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바나나와 우유를 대충 꺼내 주고 말았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엄마도 낭만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란다. 하지만 이렇게 푼돈이라도 아껴서 엄마는 꼭 토리버치 구두 한 짝이라도 더 사가지고 귀국하련다 ㅋㅋ
이젠 아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저 돔 지붕에 대해서 파헤쳐 볼 시간이다.
첨에 나는 그냥 장식용으로 지붕을 둥글게 만든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태권브이가 나올법한 로봇 창고처럼, 지붕의 일부분이 저렇게 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저 돔 지붕 안에는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단다. 그러니 그것으로 하늘을 관찰할 때에는 저렇게 지붕이 쫙~ 열려 줘야 하는 건 기본 상식이고... 어쨌든 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리 너머로 요로코롬 무시무시하게 큰 기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데 이쯤되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자꾸만 물어보는 하은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평소 손목이 아프다고 잘 끌지도 않던 유모차에 얼른 주은이를 실은채 천문대 앞 잔디밭을 하릴없이 돌아 다니며 남편과 하은이가 나올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ㅎㅎ
어쨌든 오늘 내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 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라 한다면, 이곳은 무슨 대단한 천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 지은 초현대식 천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그리피스 천문대의 입장료가 무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라도 넓다란 건물 앞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고 혹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차 한잔 마시며 LA 시내 구경을 할 수도 있는 LA 시민의 친구와도 같은 친근한 장소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하은이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영구귀국을 앞두고 그리피스 천문대에 잠깐 왔었던 사실조차도 금방 잊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먼 훗날, 이 엄마가 예전에 작성한 글들과 사진들을 보며 그 잊혀진 기억을 쥐어 짜내려 노력하게 되겠지^^
하지만 하은아! 이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보다 친근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플래터리움 쇼도 관람하고 또 어쩌면 연인과 함께 와서 저 근사한 패티오에 앉아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로맨틱하게 같이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을거야.
왜냐구? 넌 어릴 적에 이미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에 와 봤으니까, 그래서 그 느낌 아니까!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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