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이 블로그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감격스럽게도(?) 꿈에 그리던 내 나라, 한국의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이다.

지난 2주간, 미국에서 4년 2개월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과정은 예상외로 꽤나 험난했다. 주재원들에게는 무한정으로 귀국 컨테이너가 지원되는 줄 알았다가, 겨우(?) 20큐빅까지만 회사 측에서 부담해 준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알게 된 후, 나는 서둘러 미씨 USA라는 싸이트를 통해 살림살이의 상당량을 팔아 치워야만 했고, 집주인을 위하여 다음 세입자가 결정될 때까지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쇼잉을 해주어야 했다.

그 뿐인가. 한국 들어갈 때 안 사가지고 가면 후회될 것들을 추려서 끝까지 막판 귀국 쇼핑에 열 올려야 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어쩌면 다시 못올 미국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 더 열심히 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 일환으로, 예전에(한 3년도 더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시 헐리우드를 구경하다가 그리피스 천문대 앞 광장까지 왔었는데, 하은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그랬던가 어쨌던가 해서 결국 천문대 건물 안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비록 귀국이 정말 코 앞에 닥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줄을 꼭 붙들고(^^), 마지막으로 LA 나들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은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사진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헐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독사진도 한 번 찍어 주시고...(쯧쯧... 윤요사 저 개털처럼 다 풀린 파마 머리 좀 봐라... 하지만 그래도 여긴 파마 값이 비싸니깐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내 꾹 참아 보련다 ㅋㅋ)

 

다음으로 그리피스 천문대(참! 나만 몰랐던 사실 하나. 그리피스는 사람 이름이란다^^)의 모습. 천문대 건물은 동그란 지붕 탓에 멀리서 보면 마치 무슬렘 사원처럼 보인다^^ 

 

건물 계단 앞에서, 보석 같은 내 딸들의 모습.(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 보석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정작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영혼 없는 것들을 육체만 데리고 다니며 돈지랄하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ㅋㅋ)

 

메인 엔터런스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광경.

 

사람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Foucault pendulum인데, 한 박물관 직원이 지구본을 가리키며 이 물체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그 직원의 바로 오른쪽에 매달려 궁뎅이와 다리만 보이는 게 바로 우리 하은이다 ㅋ). 

엄마는 영어가 후달려서, 그리고 영어를 좀 하는 딸 아이는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불편한 현실이 서글프다 ㅎㅎ  

 

그리고 Foucault pendulum 위를 보면 천정에 이렇게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요건 바로 Ballin Ceiling Mural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명을 좀 더 읽어보니 이 벽화를 그린 Hugo Ballin이라는 사람은 유명한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다나 뭐래나^^

 

게다가 천문대 윙의 저쪽 한켠에서는 박물관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번개가 치는 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건만

 

우리 하은이는 여전히 망원경들에만 관심 충만이다. 요즘 어찌나 진짜 망원경을 사서 학교에서 배운 북두칠성(Big Dipper)을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고 난리를 떠는지 모른다(야 이년아! 그런 걸 정말 보려면 얼마나 비싼 망원경을 사야 하는지 알긴 하는겨?ㅋㅋ).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당연히 요 '플래터리움 쇼'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5세 이상만 볼 수 있다는데 그럼 고작 3세인 우리 주은이는 도대체 워쩌란 말이냐! 흑흑...

게다가 관람료도 비싸고 대기 줄도 길어서 나와 남편은 미련없이 이 쇼를 걍 스킵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은이는 계속 호기심을 보이며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보려고 기다리고 있냐고 자꾸 묻길래, 난 그냥 화장실 가는 줄이라고 뻥치고는 아이 손을 붙잡고 냉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ㅋㅋ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LA 시내의 경관이 아주 장관이다. 하긴 그리피스 천문대하면 젤로 유명한 것이 바로 '야경' 아니겠는가. 

나야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일찍 재워야 하고 또 프리웨이 트래픽을 피해서 얼바인까지 돌아가려면 갈길이 바쁘기 때문에 야경까지 보진 못하지만 낮에 보는 LA 시내의 모습도 내게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야외에 나와서도 여전히 망원경만 열심히... 그런데 얘들아! 그거 너무 열심히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단다. 그거 돈 넣어야 보이는 건데 엄마가 돈(겨우 50센트지만)을 안 넣어줘서 사실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니? ㅋㅋ

 

그리고 한 켠에는 이렇게 패티오가 만들어져 있어 뻥 뚤린 주변 경관을 보면서 맛있는 차 한잔, 그리고 가벼운 스낵 한 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훌룽히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아 끌면서 잔디에 앉아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바나나와 우유를 대충 꺼내 주고 말았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엄마도 낭만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란다. 하지만 이렇게 푼돈이라도 아껴서 엄마는 꼭 토리버치 구두 한 짝이라도 더 사가지고 귀국하련다 ㅋㅋ   

 

이젠 아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저 돔 지붕에 대해서 파헤쳐 볼 시간이다.

 

첨에 나는 그냥 장식용으로 지붕을 둥글게 만든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태권브이가 나올법한 로봇 창고처럼, 지붕의 일부분이 저렇게 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저 돔 지붕 안에는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단다. 그러니 그것으로 하늘을 관찰할 때에는 저렇게 지붕이 쫙~ 열려 줘야 하는 건 기본 상식이고... 어쨌든 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리 너머로 요로코롬 무시무시하게 큰 기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데 이쯤되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자꾸만 물어보는 하은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평소 손목이 아프다고 잘 끌지도 않던 유모차에 얼른 주은이를 실은채 천문대 앞 잔디밭을 하릴없이 돌아 다니며 남편과 하은이가 나올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ㅎㅎ

 

어쨌든 오늘 내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 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라 한다면, 이곳은 무슨 대단한 천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 지은 초현대식 천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그리피스 천문대의 입장료가 무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라도 넓다란 건물 앞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고 혹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차 한잔 마시며 LA 시내 구경을 할 수도 있는 LA 시민의 친구와도 같은 친근한 장소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하은이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영구귀국을 앞두고 그리피스 천문대에 잠깐 왔었던 사실조차도 금방 잊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먼 훗날, 이 엄마가 예전에 작성한 글들과 사진들을 보며 그 잊혀진 기억을 쥐어 짜내려 노력하게 되겠지^^

하지만 하은아! 이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보다 친근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플래터리움 쇼도 관람하고 또 어쩌면 연인과 함께 와서 저 근사한 패티오에 앉아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로맨틱하게 같이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을거야. 

왜냐구? 넌 어릴 적에 이미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에 와 봤으니까, 그래서 그 느낌 아니까! 그치?^^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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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이렇게 4년 이상이나 살다 가는데 평소 와이너리 한 곳 쯤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4년을 죽자 살자 아이를 키워봐도 이제야 겨우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처지에게 '나파 밸리'나 '소노마'는 그동안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얼바인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미큘라라는 도시에 나파 밸리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와이너리들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어왔던 터라,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테미큘라 와이너리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테미큘라 역사 이야기를 좀 하자면, 테미큘라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속한 신도시 중 하나인데 원래 '랜초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도시였으나 지난 1989년 도시 이름을 '테미큘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1980년에는 인구가 불과 2000명 수준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으나, 1980년 이후 10년간 1400%라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붐을 이루던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 지금은 2010년 인구 센서스를 기준으로 약 1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되었단다.  

 

어쨌든 우리 가족, 드디어 테미큘라 시티 입장!  생뚱맞게도 테미큘라시의 자매 도시(sister city) 두 곳 중 한 곳이 일본의 '나까야마'라는 글씨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넹 ㅋㅋ

 

그리고 그곳은 정말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포도밭과 집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상 깊은 동네였다. 

 

이곳 테미큘라에는 와이너리들이 줄잡아 열 개도 훨씬 넘게 있지만, 그 중 여러 지인들의 리뷰에 따라 우리가 택한 곳은 '월슨 크릭 와이너리'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되시겠다.

먼저 월슨 크릭 와이너리부터!

이곳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다는 추천을 들었던 곳이었다.

 

가까이 가니 작은 연못과 브리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 같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까지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와이너리 입구에 있는 대형 와인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은이.

 

이 큰 와인병을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저 뒤로 넓은 포도밭이 보이고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와이너리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예쁜 와이너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다.

 

멋드러진 중앙 분수는 물론,

 

정원 한 켠에는 대형 가즈보(gazebo) 안에 와인통을 이용한 귀여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와인 숙성통(배럴)은 포토존 뿐 아니라 이렇게 쓰레기통으로도 쓰이기도^^(배럴이 쓰레기통으로 쓰인 줄도 모르고 옆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ㅋㅋ) 

 

으흠... 닌 디즈니 크루즈만 다녀 왔는데 이렇게 와인 크루즈란 것도 있구나. 타이티와 다뉴브란 곳으로 간다는데 나도 나중에 하은이, 주은이 다 시집 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이런 와인 크루즈나 한 번 다녀 와야겠다(하하... 어느 세월에^^).

 

와인 저장 공간(barrel room) 역시 그 자체로도 제법 분위기 있다.

 

드디어 와인 테이스팅에 들어간 우리 부부. 15달러를 내면 5가지의 와인 맛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며 헤롱헤롱해져 가는 동안, 아이들은 천진하게 기프트 샵을 뛰어 다니며 놀구 있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답게 레스토랑 입구에 와인 조형물은 물론  

 

한쪽 벽면 장식 역시 와인통을 이용하여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내가 음식을 맛없는 것으로 골랐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식사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다음으로 태미큘라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여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매우 볼만한 파머스 마켓이 선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휴일을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왔으니 파머스 마켓을 놓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블로거 분들은 테미큘라까지 오는 김에 파머스 마켓까지 즐기시려거든 토요일에 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와~ 여기 올드 타운 느낌 아주 지대로인걸? 뭐 미국이야 웬만한 도시마다 크든 적든 간에 올드 타운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올드 타운처럼 old feel 지대로인 곳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올드 타운이 규모도 제법 큰데다 예쁜 상점도 많았고 칠드런스 뮤지엄이나 커뮤니티 띠어터 등도 있어서 자세히 둘러 보면 더욱 좋았을텐데, 이날은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싸돌아 다닐 수도 없었고 게다가 휴일이어서 문을 닫은 상점이나 기관들도 꽤나 있어서 우리는 또 윤요사의 주특기인 '대~충 훑어보기'식으로 올드 타운 투어를 마감했다 ㅋㅋ  

 

 

여긴 테미큘라 시청(City Hall)의 모습. 내가 그동안 봤던 시티 홀 중, 베벌리 힐즈 시티 홀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예쁘게 생긴 곳이었다 ㅋㅋ

 

다음으로 우리는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차를 몰았다. 사실 나는 테미큘라 하면 제일 유명하다는 열기구(Hot Balloon)를 타보려고 했지만 준비 미숙으로 여차여차해서 그건 실패하고, 그냥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와이너리나 한 곳 더 들르자는 마음에서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는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달리, 리조트와 스파까지 끼고 있는 꽤나 큰 규모의 와이너리였다.  

 

건물 입구에는 '캘리포니아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됬다는 간판도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참! 와이너리에선 이런 리무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취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외국인들은 아예 이렇게 단체 리무진을 이용하여 와이너리를 돌아다니곤 한단다(이 사람들은 절대로 차가 없어서 단체로 봉고 버스나 빌려타고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 ㅋㅋ). 

 

이제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가 보자. 그 규모가 아까 들렀던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다.  

 

울 남편은 같이 놀러간 회사 동료분과 나무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건물 내부는 물론, 와인 시음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기프트샵도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너리 투어를 두 곳이나 마쳤으니 이젠 테미큘라에서 와이너리 다음으로 꼭 가봐야 할 곳인 페창가(Pechanga) 카지노 호텔에 한 번 가봐야겠다.

이 카지노 호텔은 인근의 인디언 보호 구역의 운영을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 카지노에서 갬블링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고, 바로 대게(King Crab)로 유명한 페창가 호텔의 뷔페를 먹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나 할까?

 

여기다! 그 유명하다는 페창가 뷔페 식당!

 

역시 첨에는 이것 저것 다 골고루 시켜서 먹어 봤지만

 

나중에는 우리도 오직 킹크랩 한 놈만 콕 찝어서 집중적으로 공략 들어가 주신다 ㅋㅋ 이 날 우리가 먹고 버린 게 껍질이 산을 이루었다는 ㅎㅎ

 

끝으로 윌슨 크릭 와이너리에서 여러 번의 시음 끝에 결정한 와인 두 병과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기프트샵에서 구입한 치즈 플레이트를 공개한다. 이번에 귀국 이사짐에 넣어져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실 귀한 몸들이시다 ㅋㅋ 

 

이렇게 얼바인에서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근사한 와이너리는 물론, 훌륭한 골프장과 카지노 호텔, 그리고 뷔페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관광도시 테미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난 왜 그동안 간과했던 것일까... 

그래도 어쨌든 우리의 윤요사, 결국 귀국을 3주 정도 앞두고 테미큘라를 찍고 가긴 가는구나 ㅋ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귀국 이전 마지막 휴일인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알차게 보내고, 바로 다음 날부터 미씨 USA에 살림 내다 팔기 및 짐싸기에 미친듯이 돌입하기 시작했다 ㅎㅎ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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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우리 가족은 매년12월이면 한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월이면 곧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것이기에 우리 가족은 간만에 미국에서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물론 울 남편은 여전히! 맨날! 아무 생각 엄따^^) 미국에서 보내는 이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그리고 최대한 추억에 남도록 보낼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하다 지난 11월, 드디어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 호텔 앤 스파' 에 가기로 결심하고 예약을 완료했더랬다.

 

내가 오랜 기간의 무한 인터넷 서치 끝에 고른 '미션 인(Mission Inn) 호텔 앤 스파'는 1902년에 지어진 스패니시 양식 건축물로서, 예전에는 말그대로 미션이었지만 오늘날은 4개의 탑 티어 레스토랑과 239개의 객실을 갖춘 명성있는 호텔로 리모텔링되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미국 국립사적지(U.S.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그래서 정식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일 뿐 아니라,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허니문을 즐긴 곳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부가 이곳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실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션 인 호텔 부근에서는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 'Riverside Festival of Lights' 이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이 축제는 인근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연례 행사로 손꼽히곤 한다. 매년 12월, 수 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축제가 열리면, 무려 400만개가 넘는 오색 전구로 미션인 애비뉴 선상이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우리의 윤요사! 어찌 이것을 놓칠소냐~ ^^ 

 

어쨌든, 우리 가족이 얼바인에서 차로 약 45분 가량을 달려 시티 오브 리버사이드에 도착한 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경이었다. 나는 미션 인에 도착하자마자, 미션 인 주변의 풍경을 해가 지기 전 모습과 야경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고자, 호텔 체크인을 먼저 하지 않고 짐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아이들과 함께 미션 인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넓은 호텔 외벽을 빙 돌아 걸어가며 호텔 외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다. 사진기를 들이댈 때마다 하얏트, 메리어트, 리츠 칼튼 등 천편일률적인 초현대식 호텔 체인들과는 달리, 비록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런 미션 인 만의 분위기가 확~ 느껴져서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이제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이 미션 인 호텔의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호텔 곳곳의 데코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냥~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요건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 참말로 멋져 부린다. 이런 데서 밥 먹으면 월매나 분위기있고 또 맛날꼬~ ^^(내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여기서 식사를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오늘 눈으로만 그리고 feel로만 여기서 식사한 셈 치련다^^)

 

호텔 레스토랑 뿐 아니라, 건물 내 로비와 원형 계단의 모습까지도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이제 호텔 밖으로 좀 멀리 걸어가 볼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첨으로 리버사이드라는 도시에 왔는데 어떻게 꼴랑 호텔 주변만 헤맬 수 있겠는가. 다리 힘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열심히 싸돌아 댕겨 봐야지^^

마침 거리 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대충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여긴 무슨 차이니즈 공원이라는 곳이고,

 

요건 성당,

 

그리고 여긴 리버사이드 오디토리움(Auditorium)이란다.

 

리버사이드 박물관과

 

리버사이드 컨벤션 센터는 물론,

 

색색깔의 종이 장식이 인상적인 리버사이드 아트 뮤지엄(Riverside Art Museum)의 모습까지 참말로 귀엽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미션 인 호텔 건너편 광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도 아기자기한 아이스 링크도 있고 예쁜 조각상과 분수대까지 오밀조밀하게 구경할 게 많구나.

 

이렇게 노닥거리는 동안 드디어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온 호텔과 거리가 조명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저 분위기있고 고풍스러워 보였던 호텔 건물이 조명을 입고 나니 이렇게나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야경 감상 및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금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근데.... 저녁을 먹는다면서 왜 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들어가구, 이렇게 밖으로 나오느냐구??? 

음... 그건 바로... 돈.... 아끼려구...

그렇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는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바로 미션 인 호텔 옆 광장의 푸드코트였던 것이다T.T

그래도 루돌프 머리띠를 한 주은이와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하은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푸드 코트의 한 테이블에 앉아 연신 웃음과 수다를 쏟아 낸다. 쯧쯧... 철없는 것들 ㅋㅋ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 메뉴. 통틀어 18달러 들었다. 배만 채우면 됬지 굳이 비싼 거 먹어서 무엇하리...(사실 난 레스토랑에서 비싼 거 먹고 싶었다. 근데 울 남편이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자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T.T)  

그래! 이렇게 돈 아끼면 결국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거지 남편에게만 좋은 건 아니니깐, 오늘은 나도 흔쾌히 수긍하련다! ^^

 

그렇게 푸드코트에서 맛난(?)저녁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렇게 맘씨 좋은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싼타 복장을 하고 나와서 공짜로 하은이와 주은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셨고

 

호텔 옆 광장에 설치된 루돌프 레인 디어를 연상시키는 사슴 우리에서 아이들과 루돌프 사슴 코 노래를 부르며 사슴 뿔을 만져 보기도 했다.

 

그 뿐인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신데렐라 마차도 여러 대 봤다!

한 번 타는데 40달러라는데 눈 딱 감고 애들을 태워줄까도 고민했으나 저녁을 18달러짜리로 먹은 마당에 그건 말도 안되는 사치이기에, 내가 그냥 하은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건 겉으로 볼 때는 이쁘지만 막상 타면 별로 안재밌다고 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하은이가 속아서 고개를 끄덕일때는 어찌나 내 맘이 쨘하던지 ㅎㅎ)

 

벌써 밤이 깊어간다. 이제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 방은 꼴랑 침대 하나가 있는 작은 방이었는데, 침대 두 개 짜리 방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700달러나 줘야 한다길래 지난 11월,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냥 침대 하나 짜리 방으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도 270달러나 줬으니 결코 싼 건 아니다.

오늘 밤 남편은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잘 것이고(그래서 내가 미리 침낭도 다 빌려 왔지롱^^) 나는 두 아이들을 끌어 안고 좁은 침대에서 불편하게나마 하루 밤을 견뎌 볼 생각이다.

 

 

그래도 3층에 자리잡은 우리 방은 뷰가 참 좋았다. 창문을 열면 바로 이런 뷰가 펼쳐졌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불편했던 호텔에서의 밤이 지나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다며 난리가 났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아이들이 잠든 후, 몰래 주차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 숨겨 놓았던 아이들의 선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 머리 맡에 살짝 놔주었는데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어느 경로를 통해 방으로 들어왔는지 추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면 나와 남편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아이들의 추리에 슬쩍 추임새를 넣어줘 본다.

하은이는 늘 갖고 싶어했던 소피아 캐슬을, 주은이는 산타 내복과 소피아 드레스를 받았다.

 

아이들은 알까? 엄마 아빠가 없는 돈에도 저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비록 침대 하나 짜리 작은 방을 고르고 저녁식사도 싸구려 푸드 코트에서 때우면서도, 50달러 짜리 캐슬에 30달러 짜리 내복, 그리고 20달러 짜리 드레스로 선물을 준비한 사실을.

그뿐인가? 하은이와 주은이가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갖고 싶다고 하자, 제 아빠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도 종이로 직접 이렇게 예쁜 리스까지 뚝딱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다시피 추억은 돈 한 푼 안쓰고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는다고 해서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이 필요함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반면 추억을 만든답시고 자꾸 돈을 써버리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지난 4년간 나의 미국 생활은 '추억 만들기'와 '돈 모으기'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좋은 방에서 편하게 자고,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있는 크리스마스 다인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마차까지 태워주었다면 더더욱 좋은 크리스마스 여행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도 우리 가족에겐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리고 특별히 여행은 조금 부족할 때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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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카멜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카멜 미션으로 가보자. 여담이지만 이 카멜 미션은 내가 그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개 미션 중, San Juan Capistrano 미션과 Santa Barbara 미션 다음으로, 3번째 방문하는 미션 되시겠다. 

내가 이러한 스패니시 미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미션들이 고풍스럽고 아늑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러한 미션들이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나같은 외국인이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자유스럽고 마냥 평화로웠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렇게 미션을 둘러 보다 보면 그렇게 보이는 캘리포니아도 예전에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8세기 후반 이곳을 점령했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이러한 미션들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혹은 착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21개의 미션이 세워진 것이고, 오늘날 랜치(ranch)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바로 이 미션시대였다고 한다.

아... 또 이노무 역사 이야기! 나는 행정학도지 역사학도는 아닌데 ㅋㅋ 다시 본론이다.

카멜 미션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였던 '운영 시간 간판'과, 너무도 수수하여 다른 근사한 출입구가 따로 또 있을거라고 착각했던 소박한 입구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길은 이렇게 작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이상하게 미션의 정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인가 보다 ㅋ 

 

그리고 정원 뒤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묘지(graveyard)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십자 푯대와 뭐라고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그레한 작은 돌들을 바라 보니, 훗날 쏜살같이 세월이 흐른 후에 나 또한 저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래... 이젠 더이상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고 철없는 불평만 해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 주신 동안 그리고 축복 주신 동안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분께 영광 돌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미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련다. 하도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건물의 외벽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데도 내 눈에는 그것도 마치 일부러 멋스럽게 보이려고 의도한 것처럼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예배당의 모습. 아치형 천정과 샹들리에,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톤 다운된 에메랄드 빛깔 벽면이,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

이 예배당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으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코 끝이 찡하다.

 

건물의 다른 쪽 입구로 나오니 이렇게 널찍한 중앙 광장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치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카멜 미션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하은이와 또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앞에 서본다.   

 

이 미션 건물은 설립자인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실제로 사립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웬만한 종교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수준 높은 기프트 샵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카멜 미션을 떠나, 그 유명한 PCH 1번 도로를 타고 얼바인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카멜에서 이 도로를 타고 30분 가량 내려오면 빅 서(Big Sur)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 앞은 절벽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로스 패드리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 곳.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는 절벽에 걸쳐진 길이 100미터의 다리이자, 자동차 CF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빅스바이 브리지(Bixby Bridge)를 꼽을 수 있다. 참! 마을 북쪽에 있는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등대도 인기 있는 명소란다.

 

빅스바이 브리지 옆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라 본 해안의 모습도 참말 멋졌다.  

 

그리고 빅 서에 오면 이 주립공원에 꼭 들러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늘 안으로 우리는 얼바인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그냥 이곳을 지나치련다. 

입구까지 왔으면 들어가 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제멋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막상 들어가 봤자 별 볼일 없었을 거라고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까지 들어가 주시면 아쉬운 마음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뀐다 ㅋㅋ

 

아! 그리고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건물이 보이는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NEPENTHE 레스토랑이다(내가 아래 아래 사진 오른쪽 구석탱이에 간판까지도 친절히 찍어 놓았다. 우리의 윤요사, 레스토랑 건물과 간판 사진을 한 샷에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ㅋㅋ).

빅 서의 해안 절경을 즐기려면 반드시 저 레스토랑에 가봐야 한다는데, 카멜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리 레스토랑 예약을 안해놔서(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하루 전 예약이 필수란다^^)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스킵! (와우~ 안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나름 맘이 쫌 편한걸? ㅋㅋ)

하지만 이렇게 굳이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들까지 블로그에 소개하는 이유는, 비록 나는 못가봤지만 내 블로그 손님들은 꼭 가보시라는 애틋한 마음에서랄까? ^^ 

 

빅 서에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면 이젠 '샌 시메온(San Semeon)'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유가 있어서 스킵한다! 왜냐구? 허스트 캐슬은 내가 2년 전에 이미 싹~ 훏고 갔으니깐~ (샌 시메온 일대와 허스트 캐슬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제 블로그 2011년 11월 6일자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1시간 이상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캘리포니아 중부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했다. 해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서 있는 모로 락(Morro Rock)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여행 서적을 찾아 보니, 높이 576 피트의 모로 락은 원래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 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높이로 낮아졌고, 이 모로 락은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것인데 이 부근 총 9개의 분화구 지형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닷가에 솟은 모로 락 한 군데 뿐이란다. 참, 모로 베이 일대는 조류 보호지역으로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텃새들이 산란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래 사진의 오른 쪽에 혼자 솟은 저 바위! 난 이렇게 멀리서도 저게 그 모로 락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여보야! 저기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가 모로 락인가보다.' 나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또 아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울 남편은 심드렁하게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라고 대꾸한다. 이렇게 우리가 차 안에서 옥신각신 하던 때, 바로 우리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한 간판이 보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캬아~ 이 사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도 나왔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절묘하게 보인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차 안에서 5년 전에 산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순식간에 이 장면을 담아낸 우리의 윤요사... 정말 장하다. 흑흑...

어이~ 남편! 앞으론 제발 표지판 찍을 땐 차 좀 세워 줘. 맨날 뒷 차 따라와서 사고 위험 있다면서 그대로 달리지 좀 말구~ ㅋ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모로 듄(morro dune)이란다. 여기서는 듄 버기(dune buggy) 한 번 타줘야 되는데...

 

어린 애들 있는 처지에 '듄 버기'까지 타는 건 좀 오버구, 나는 그저 푹푹 빠지는 모래 사이를 걸으며 모로 락을 향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서 찍은 모로 락과 이국적인 모래 사구들의 모습.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T.T

 

그래도 이대로 모로 베이를 떠나는 것은 좀 아쉬워서, 모로 베이에 있는 알버슨 내 스타벅스에서 나의 페이버릿인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잔 사고, 인증샷으로 매장 안에 걸려 있던 모로 베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나! 모로베이에서 스타벅스 마신 뇨자야 !ㅎㅎ

 

모로 베이에서 다시 얼바인으로 출발하려는데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우리가 2시 즈음에 카멜에서 출발했는데 내륙의 쭉 뻗은 프리웨이를 포기하고(이건 어제 얼바인에서 카멜로 올라갈때 타봤는데 빠르긴 해도 진짜 볼 건 엄떠라^^)  바다 경치를 본다며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택한 것도 모자라, 빅 서와 모로 베이까지 들러서 오는 바람에 얼바인 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오늘, 차 안에서 거의 10시간 정도는 보냈나 보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 코스는 1박 2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무리인 코스였다. 물론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1박 2일로 여행 스케줄을 짠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2박 3일로 잡으면 호텔비와 밥 값도 많이 추가되고, 무엇보다도 집 떠나서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리는 건 내가 딱 질색인지라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다녀와 봤다.  

  

내년 2월 중순, 나는 이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몬테레이-카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즐기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잘 다녀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대~충 이번 땡스기빙 여행 포스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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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에서 돌아오니 카멜은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다가 여긴 북가주이기 때문에 오후 5시면 이렇게 거리가 온통 어두워진다. 

카멜(Carmel)은 몬테레이 반도 남쪽에 형성된 자연도시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세련되고 유니크한 도시 미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카멜은 작가와 음악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할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멜의 중심가 이름은 오션 애비뉴(Ocean Ave)이다. 오션 애비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카멜의 메인 스트릿으로 멕시코풍 건물, 유럽풍 건물, 그리고 컨트리풍 건물은 물론, 그 건물들마다 들어선 고급스러운 500여개의 점포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풀경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이 오션 애비뉴의 끝으로 걸어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카멜 비치'를 만나게 된다.

또한 오션 애비뉴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가면,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미션이자 가장 완벽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San Carlos Borromeo del Rio Carmel Mission(1771년 스페인 전도사 Junipero Serra 신부가 건설했다고 함)도 볼 수 있다(이 카멜 미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카멜의 지리와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윤요사 여행 이야기로 돌아간다.

몬테레이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나... 그래! 카멜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옐프 평점이 좋다는 바로 이곳! 다메트라 카페(Dametra Cafe)에서 먹어야겠군!

 

근데 어랏? 아직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식당의 모든 예약이 꽉 찼다구? 아차차... 오늘 같은 땡스기빙 연휴에는 미리 미리 예약을 때렸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윤요사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탓이로구만... 쯧쯧

아니나 다를까 울 남편, 여행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나에게 가재미 눈을 해댄다(그러나 정작 울 남편은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ㅋ) 

하지만 나도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오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게다가 간식거리까지 다 싸서 얼바인에서 출발한 게 새벽 5시거덩? 그리고 차 안에서 잠깬 아이들 수발을 들어가며 6시간을 차로 쉬지 달려서 카멜에 도착한 게 아침 11시거덩? 그리고 다시 몬테레이로 건너가서 초스피드로 구경 때리고 17마일 드라이브 타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예약은 했어야 했다는 거 맘속으론 인정 T.T)

어쨌든 후회는 짧게! 어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봐야 겠다. 옐프 평점은 약간 낮으면서도 아직까지 자리가 남아 있을 법한 외진 곳으로 말이지...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되시겠다. 하지만 맛은 기냥 평범했으므로 레스토랑 이름까지 적진 않겠다 ㅋㅋ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호텔로 들어가 볼까?

내가 한 달도 훨~씬 전에 미리 예약했던(여행 준비를 미리 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의 숙소는 쨔잔~ 바로 '퀘일 랏지 앤 골프 클럽' 이다. 미리 여기서 묵었던 친구가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숙박 가격은 택스 포함 167달러였는데 리조트 전경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어찌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다른 블로거 분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왔다고 이렇게 자기네 리조트 상징인 퀘일(Quail) 인형도 두 개나 선물로 주었다. 하은이, 주은이는 새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여행 내내 꼭 껴안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밤 체크 인 할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골프 리조트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골프라도 좀 칠 줄 알았다면 더 좋았으련만^^

 

더구나 아침 식사를 공짜로 준단다. 꼴랑 167달러 밖에 안냈는데 그 착한 가격에 아침 식사(비록 전형적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이긴 하지만^^)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야홋! 짱이야요! 

 

참! 여긴 어제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잠시 카멜에 들러 먹었던 '포타 벨라'라는 레스토랑이다.

 

6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가!^^ 역시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다져져서 이제 차로 6시간쯤 이동하는 건 우습지?^^

아 참! 윤요사가 레스토랑 이름을 친절하게 공개한 걸 보면 미리 짐작했겠지만 여긴 맛도 꽤 좋았다. 나는 형편에 걸맞지 않게(?) 여기서 젤로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랍스터 스파게티를 시키는 호기를 부린 후, 나중에 계산서 보고 바로 뒷골 잡았다는 ㅋㅋ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카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오션 애비뉴를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유관으로 직접 보는 오션 애비뉴의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거리 자체가 너무 넓어서 도저히 한 카메라 앵글로는 제대로 조망할 수 없어서, 파워 블로거(우웩우웩)로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션 애비뉴를 걷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 양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세련된 샵 안을 살펴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했다. 하지만 특색있는 샵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종목을 정하지 않으면 며칠을 둘러 봐도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나는 주로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집중하여 발품을 팔아 보았다.

 

그렇게 또 점심이 되었다. 집념의 윤요사, 어제 밤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지 못했전 다메트라 카페에 오전 11시 오픈시간도 되기 전에 줄을 선 결과, 드디어 오늘 점심은 다메트라 카페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ㅋㅋ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노래 동아리 후배인 상영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가 대학시절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단대부고-서초고 연합 노래 동아리 뮤즈(muse)의 후배였던 상영이가 얼마전 Sandiego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카멜 인근 산호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이제는 상아줌마가 된 동아리 선배가 카멜까지 올라왔다고 바쁜 땡스기빙 휴가 중에도 이렇게 카멜까지 왕림해 준 상영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카멜 미션을 구경한 후,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PCH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빅 서(Big Sur)와 모로 베이(Morro Bay)에도 잠시 들를 예정이다.

도로 사정이, 날씨가,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지길 바라며, 이만 카멜 여행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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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보낼 마지막 땡스기빙 휴가 여행지로 드디어!!! 카멜(Carmel)과 몬테레이(Monterey)가 간택(?)되었다. 

카멜과 몬테레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지만 혹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기에 몇 자 적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테레이 반도'에는 유명한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천연의 미항으로 알려진 '몬테레이'와 자연경관과 예술적 감각의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카멜'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1)몬테레이와 (2)카멜, 그리고 (3)빅서 및 모로베이 등 3개로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이므로, 일단 카멜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몬테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 놓기로 하겠다.

먼저 몬테레이는 역사적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과 그 서쪽 끝에 위치한 피셔맨스 워프, 그리고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과 캐너리 로우(cannery row) 등이 유명하다. 이곳 몬테레이는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산업이 왕성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리조트 타운이자 미국의 국민작가 존 스타인 벡의 연고지(이곳의 캐너리 로우는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배경이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답게(!)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을 구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는데, 1984년에 오픈한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책자에서서 이 수족관은 '23개의 전시장과 83개나 되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테라스에서는 멀리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해저를 볼 수 있는 높이 9미터의 거대한 수족관이 특히 인기'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드디어 부푼 마음으로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가건물 판자집처럼 생긴 것이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어설픈 부자들이나 겉모양에 신경을 쓰지 진짜 부자들은 원래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법이니께 내 다 이해하련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란 말인가?ㅋㅋ) 

 

입장료 역시 별로 착하지 않다. 어른 1인당 거의 4만원, 아이도 거의 2만 5천원이나 한다. 주은이는 아직 어리니 그나마 무료라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아쿠아리움 입장료로만 10만원 이상을 써댔다. 남편! 돈 벌기는 우라지게 힘든데, 돈쓰기 참말로 쉽지요... 잉?^^ 

 

하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일단 들어가보니, 내가 지난 1년간 멤버십을 유지했었던 롱비치에 있는 '퍼시픽 아쿠아리움'보다 훨씬 강렬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사실 이렇게 대개 보통의 아쿠아리움이라면 으례히 갖추고 있는 수중 동식물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닐 게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이 아쿠아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는 거다.

하은이는 아쿠아리움 곳곳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각종 해양 동식물들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곳 스태프들로부터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하은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치한 질문들을 던져대도 그들은 항상 웃으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는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둘째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실하게 마련해 놓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했다.

대개의 부모들은 큰 아이들에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정작 두서너 살짜리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올 경우 둘째를 데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세심히 배려하여 공간을 할애한 점이 참 좋았다.  

 

끝으로 아쿠아리움 건물 밖의 테라스로 나가 보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천혜의 인근 자연경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신선해 보였다.   

 

게다가 세계적 아쿠아리움의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기념품샵이 잘 꾸며져 있는데도, 입장료에 이미 큰 돈을 써버린 우리의 윤요사, 그냥 쓰윽~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바로 빠져 나와 주신다 ㅋㅋ 

 

아이구~ 다리 아프다! 이제 온가족이 촌스런 인증샷이나 한 장씩 찍고 나가야겠다^^

 

인증샷을 찍고 난 우리는, 이제 몬테레이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뒤로 하고 반대편 방향을 향해 걸아가 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 서있는 건물들이 웬지 모를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니고, 그리 옛스런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이곳이 맘에 드는 걸까... (싸구려 B급 감성의 윤요사, 대문호 존 스타인백의 영혼이 갑자기 빙의라도 됐나 보다. 우하하~ )

 

지금이 땡스기빙 시즌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겨냥하여 거리도 건물들도 일찌감치 꽃단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다들 들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몬테레이 다운타운을 둘러본 우리는, 몬테레이 쪽의 Pacific Grove Gate로 들어가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페블 비치의 전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후 Carmel Gate로 나와 바로 Carmel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하기로 했다.

마침 저녁 5시가 다 되어 곧 해가 질 무렵이라, 우리는 운이 좋으면 페블비치에서 아름다운 Sunset을 볼 수도 있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나는 새도, 무심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페블 비치란다... 이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모든 게 특별해 보인다.

 

차를 타고 한 10여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을까... 갑자기 막 해가 지려 한다.

선셋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하여 남편과 나는 재빨리 턴아웃 존에 차를 세워 본다.

하지만 3년 전에 산 구식 아이폰으로 일몰을 제대로 찍는다는 건 역시 무리인가 보다(하긴 그건 태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ㅋㅋ)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뭐여... 나 이방원이여?^^). 싸구려 아이폰에 의지하여 찍든, 겁나게 비싼 DSLR 카메라로 찍든, 이미 내 두 눈이 똑똑히 그 장면을 접수해 버렸는걸 ㅋㅋ (이렇게라도 위로해야 쫀심이 덜 상한다 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페블비치에 서서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수평선 밑으로 금방 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다시 카멜로 돌아왔다. 어둠에 묻힌 카멜의 거리가 피곤에 쩔은(?) 우리 가족을 조용히 맞아 주었다...  

                                                                                                      ----- 카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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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요일. 우리 가족은 주일 예배를 드린 후, 간만에 LA로 나가 페이지 뮤지엄(Page Museum)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LA에 있는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을 가지고 있는데, 페이지 뮤지엄이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과 같은 재단이라서,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 카드를 제시하면 여기도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주차료는 내야 한다. 우리는 7 달러를 내고 주차한 후, 길을 따라 꽤나 넓은 잔디 광장으로 들어갔다. 넓다란 잔디밭 사이로,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메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윗 사진에 나온 안내판에서도 보여지듯이 페이지 박물관은 반드시 La Brea Tar Pits라는 수식어를 뒤어 늘 달고 다닌다. 원래 ‘라브레아 타르 핏’(타르 구덩이 : 인터넷을 찾아 보니 '타르 구덩이'는 엄청난 양의 화석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함)은 유명한 빙하기 유적이자 세계적인 화석 유적지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을 관장하면서 유적 발굴 및 보존, 전시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페이지 박물관이다.

그렇다! 화석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 안에 세워진 박물관, 그리고 이미 발굴된 화석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석을 발굴하는 일까지도 담당하는 박물관이, 바로 이 페이지 박물관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디밭 한 켠으로 이렇게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Lake Pit(현재 이 호수 밑에 Tar Pits이 있다고 함)이 자리잡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연못 안 여러 군데에서, 마치 돌을 던진 자리에 여운이 남는 것처럼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올록 볼록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쪽 구석에는 이렇게 아직도 발굴중인 구덩이(Excavation Pit)도 있다. 이러한 부지 등에서는 지난 100년간 계속해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근방에 위치한 Tar Pits과 Excavation Pits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상아까지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제드(Zed)’라는 별명의 거대한 매머드 유골과, 검치호(송곳니가 길게 자란 호랑이), 이리, 들소(bison), 말 등 여러 포유류의 뼈(mammal fossils)들이 꾸준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1만~4만년 전 매머드, 마스토돈(mastodons), 검치호, 그리고 다른 빙하기 동물들이 땅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스며 나온 끈적끈적한 아스팔트(asphalt)에 갇히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1906년 이후에만도 약 100만개의 뼈들이 이 끈적끈적한 연못에서 발굴됐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럼 이제 박물관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나?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다른 박물관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잡다구리한 동물까지 다 다루는 것에 비해, 이 페이지 박물관은 이미 멸종되어 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기 이전의 초기 생존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신기했던 동물은 바로 '검치 호랑이'였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아주 유명한 매직 트리 하우스라는 책에 이 동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찾아 보니, 검치호랑이(Saber-toothed tiger)는 약 4,000만 년 전~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고양이과의 육식동물로, 오늘날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들에 비해 훨씬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던 멸종된 포유류를 가리킨다. 송곳니는 구부러진 칼같이 생겼고 그 길이가 약 20cm나 되었다고 한다. 이 검치호의 화석은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대표종인 '스밀로돈'은 그 크기가 호랑이만하고 남아메리카에 주로 살았으며, 강한 목의 힘과 어깨, 그리고 몸의 무게를 이용하여 송곳니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검치호랑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들은 현생 호랑이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동물이란 사실만 제대로 알아둬도 좋겠다.

그리고 검치호랑이가 왜 멸종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나마 검치호랑이가 최상위의 포식자였음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고양잇과 동물이나 *다이어울프 같은 포식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들과도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단다. 그 밖에 북미 지역의 스밀로돈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 년 전까지도 생존했는데 이때 등장한 인류에 의해 사냥 당하거나 아니면 사람과의 먹잇감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평소 언행이 가볍기로 소문난 윤요사의 행태에 비해, 이번 글은 너무도 학구적이라 솔직히 쓰는 나도 좀 당황스럽다 ㅋㅋ)

 

검치호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끈 동물은 바로 매머드(Mammoth)였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했던 포유류이며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와 북미의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았던 초식동물로 쉽게 말하면 포유류에 속하는 화석코끼리라고 볼 수 있겠다. 크기는 코끼리만큼 컸고 두개의 상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몸에는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수 있게 보온용 털이 덮여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빙하기 때 너무 추워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다음은 다이어 울프(dire wolf). 현존하는 늑대보다 팔다리는 비교적 가늘고 몸과 두개골은 더 크고 무거우나, 뇌는 작아서 지능이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단다. 미시시피 계곡과 멕시코 계곡 등에서 많은 양의 화석이 발견되어 중북부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긴 'Paleontology Laboratory'이다.

paleontology는 고생물학, 화석학이라는 뜻인데(Paleontology is a rich field, imbued with a long and interesting past and an even more intriguing and hopeful future. Many people think paleontology is the study of fossils. In fact, paleontology is much more),

 

이곳에서는 실험실 내부를 이렇게 통유리로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발굴된 화석들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모습들을 일반인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실험실 내부에서 지금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다른 전문가가 실험실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었다. 내가 영어만 좀 알아 들을 수 있었어도... 흑흑

 

그리고 앞서 소개한 검치호나 매머드, 다이어 울프 이외에도 시조새나 고생대 영양(앤텔로프) 등 이미 멸종해 버린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고

 

비록 한국에서는 퇴물로 취급받지만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스티커 사진 기계도 있었다 ㅋㅋ 

내 바로 앞에서 이걸 찍었던 외국인은 우리에게 비록 'Great waste of money'이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올때마다 안찍어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갔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찌나 이 기계에 관심을 보이는지 5달러나 주고 결국 이렇 유치한 스티커 사진을 손에 쥐고 말았다는 ㅋㅋ

 

이제 라끄마(LACMA)라고 불리우는 LA 카운티 미술관으로 가보자. 아래 표지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이지 박물관과 라끄마는 인접해 있다 못해 아예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워낙 유명한 건물들이라 사이에 담장을 따로 칠만도 한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지 그냥 몇 걸음 걸어가면 되도록 따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페이지 박물관에서 라끄마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분수가 있는 쬐끄만 가든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날은 운좋게도 이곳에서 그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움직이는 것이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수많은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제작해온 모빌의 창시자가 아니던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렉샅더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이 오늘(11월 24일)부터 내년 7월27일까지 이곳 라끄마에서 열리게 됬단다.

'칼더와 추상'(Calder and Abstraction:From Avant-Garde to Iconic)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알렉산더 칼더가 창작생활을 펼쳐온 40년 내내 미술계를 놀래켜온 추상 조각 50여점을 비롯하여, LACMA가 1964년 행코팍 캠퍼스 오픈 기념으로 칼더에게 특별 의뢰해 설치됐던 대형 분수조각에서부터 천정에 매달린 모빌, 스태빌 등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진다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겠다.

 

이제 분수공원을 지나 라끄마 정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비싼 입장료(LACMA 입장료는 일반 15달러 18세 이상 학생과 시니어 10달러. 17세 이하는 무료다. 주중 오후 3시 이후에는 LA 카운티 주민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매달 두번째 화요일과 할러데이 월요일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단다)를 내고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준도 안되고, 우리 역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무언가를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라끄마 건물 앞 휴식공간에 앉아 아이들만 놀리기로 했다.
 

 

다행히 커피샵과 기프트 샵 옆에 위치한 넓찍한 공간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노란색 스파게티 면같이 생긴 것들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하나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놀아 주었다.

그리고 난 이 조형물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혹시 다치진 않을까 계속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해서 주일 오후를 이용하여 잠깐 들러 본 수박 겉핥기식 박물관, 미술관 투어가 모두 끝났다. 물론 아직 무언가를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박물관, 미술관을 계속 돌아 다니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작은 기억과 경험들이 훗낳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 둘씩 쌓여서, 그들 안에 조금씩 지혜와 지식의 나무가 자라날 것이라고 한 번 어설프게 믿어 보면서,

나는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싸돌아 다닐 것을 스스로에게 엄숙히 선서하는 바이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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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발단은 약 2년 전, 내가 코스트코(costco)에 갔다가 우연히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는 배(캐털리나 익스프레스)의 기프트 쿠폰을 덥썩 사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100달러짜리 쿠폰을 60달러에 판다기에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생각하며 두 장 사 놨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조금 더 크는 것을 기다리다 보니 벌써 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렇게 2년 동안 서랍 속의 기프트 카드를 바라 보며 벼르고 벼르던 나는, 드디어 2013년 11월 2일 아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 가기 위하여 롱비치항에 도착했다.

롱비치의 아름다운 해안과 등대는 언제 봐도 그림처럼 예쁘다.

 

캐털리나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여기서 여행 Tip 하나! 캐털리나 익스프레스는 롱비치, 데이나 포인트, 샌 페드로 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향하는 선박 운영 회사인데, 사실 내가 사는 얼바인은 뉴포트 비치가 가장 가깝지만 뉴포트 비치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는 캐털리나 플라이어(flyer)라고 회사 자체가 달라서, 이곳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할인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배가 출발한지 정확히 한 시간만에 우리 가족은 드디어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발론 항구에 도착했다.

섬이라 혹시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나는 아이들에게 오리털 점퍼를 입혀서 갔는데 막상 섬에 도착하고 보니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가져간 외투가 오히려 짐만 되었다는^^ (하지만 섬의 날씨는 언제나 육지보다 추운 것이 일반적이므로 쌀쌀한 아침, 저녁을 대비해서라도 옷은 꼭 따뜻하게 입고 가는게 좋을 듯 하다)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렇게 깎아 지른듯한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집들의 정겨운 모습들이다.

이 모습... 많이 익숙하다. 아, 그렇구나... 예전에 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때 이탈리아의 나폴리라는 섬에서 봤던 그 모습이지. 그래서 캐털리나 아일랜드를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나보다. 

그때 난 정말 돈 없고 말 안통해서 맥도날드만 미치게 먹었었더랬지... 썅, 어디 그뿐이냐, 숙박을 사전에 단 하루도 예약하지 않고 달랑 떠나 버리는 바람에, 당시엔 유레일 기차칸에서 자기도 하고 한 방에 여섯 명의 남녀가 혼숙하는 유스호스텔에서 자기도 했었지(말이 잠이지, 그땐 무서워서 정말 밤을 꼴딱 샜었다ㅋㅋ)... 

 

게다가 오늘은 마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서 철인3종경기(triathlon)가 열리는 날이란다.

덕분에 난 난생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건장한 남녀들이 자전거타고, 수영하고, 또 달리는 모습들을 바라 보니,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또 나를 더 사랑하면서 남은 인생을 멋지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 보자. 한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샵들이 몰려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이 아름다운 조화가, 걷는 내내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섬 전체를 통틀어 스타벅스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주제에(?), 발칙하게도 이렇게 귀여운 짝퉁 티셔츠를 버젓이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달려 왔더니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출출하다.

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들어간 가게. 하지만 귀여운 인테리어는 물론, 피자와 샌드위치, 꼬불이 포테이토까지 참으로 맛났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바로 골프 카트. 4인용 짜리 한 시간 빌리는데 40달러인데, 80달러를 내면 3시간까지 탈 수 있다길래, 우리는 80달러를 내고 3시간을 타보기로 했다. 참! 이 골프카트는 온리 현찰만 받으니 혹시 여길 오시는 분들은 약간의 현금도 꼭 준비하심 좋겠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타보는 골프 카트에 아주 신이 났다.

 

골프카트를 타고 덜덜거리며 섬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 본다. 숨막힐듯 멋진 항구가 눈에 들어 온다.

 

동네도 참 이쁘다. 웬지 섬이라면 각박하고 억세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집들이 하나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 섬은 환경보호 때문에 공해 규제가 엄격해서 허락된 차량이 아니면 운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섬 안의 거의 모든 집들은 주된 교통수단으로 차가 아니라 골프카트를 이용한다는데, 집 앞마다 골프카트가 주차되어 있는 풍경들이 낯설면서도 참으로 귀엽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섬 안에는 이렇게 발전소도 있고 소방서도 있다.

 

그리고 여기, 감히(?) 우리 골프카트로 다가오는 귀여운 동물들도 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Bambi를 실제로 봤다며 열광한다. 새는 또 어떻고? 무쟈게 많이 봤다^^ 

 

참! 우리처럼 굳이 골프카트를 타고 섬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세그웨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아님 버스나 트롤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섬 정상 부근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 잠깐 카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참! 이곳은 이 섬을 리조트로 개발한 사람이자 미국의 추잉검 재벌로 유명한 '윌리엄 리글리(wrigley) 주니어'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가든이기도 하단다.

 

입장료를 내고 이 문을 통해서 들어가면

 

좌우로는 각종 선인장이 주를 이루는 보태니컬 가든이 펼쳐지고, 저~ 끝으로는 전망대가 보인다.

 

오늘 이 보태니컬 가든에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볼 각종 희귀 선인장들을 한꺼번에 다 구경한 듯 싶다^^ 

 

이제 전망대로 가까이 올라가 보자. 그동안 숨쉬는 운동 외에는 아무 운동도 하지 않은 얼바인 윤요사, 전망대까지 좀 걸어 가려니까 벌써부터 엉치뼈가 저려 온다. 이런 저질체력 윤요사 같으니 ㅋㅋ

 

그리고 전망대 위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기 놀이에 빠져 본다.

4년 동안의 고된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이제 귀국을 약 4개월 앞둔 울 남편 모습. 그동안 흰머리가 정말 많이 늘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도 참 많이 컸고... 

 

전망대에서 좀전에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다시 저 길을 어찌 내려 간다... ㅋㅋ

 

어쨌든 이 섬에서는 기본적으로 할게 너무도 많다. 골프는 기본이고

 

반점수정인 노틸러스(물론 완전히 물 안으로 들어가는 잠수정도 있다)를 타고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며

 

스릴 넘치는 집라인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그 뿐인가, 패러슈트를 매고 바다 한가운데를 훨훨 날으는 패러세일링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긴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아예 옆에는 이렇게 산소통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하긴 그래야 다이빙을 하지^^).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다이버들 많은 건 첨 봤다.

 

그리고 요트 클럽에서 요트를 탈 수도 있고

 

한가로이 강태공이 되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랜드마크격인 저 원형의 빨간 지붕 건물에 가면 갬블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카지노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단다.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투어든 그냥 둘러보는 투어든 다 소정의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의 윤요사는 절대 요런데 제 돈을 내고 들어가진 않는다. 게다가 신실한 목사님 딸이니 이런 건 걍 과감히 스킵해야 마땅하다!(사실 무료면 한 번 들어가 보는건데 ㅋㅋ)^^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너무 여러 곳을 돌아 다녔을까... 주은이는 결국 내 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우리 주은이도 잠들었으니 이쯤에서 나도 당일치기 캐털리나 아일랜드 여행기를 마쳐야겠다.(4년째 올리는 글이건만 포스팅은 언제나 엔딩 문구가 가장 어렵다 ㅋㅋ) 

캐털리나 아일랜드! 역시 명불허전이다. 어른 한 명당 왕복 배값만도 약 70달러 이상 소요되지만, 그 정도를 들일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 여행은... 땡스 기빙을 맞이하야...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예술인 마을이라는 Carmel로 가볼 생각이다. 

나는 그때까지... 오늘 다녀 온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기를 받아, 또 다시 둘째 아이 똥 기저귀 갈아 가며 시엄니와 남편, 그리고 두 얼라들의 삼시 세끼 밥을 열라리 지어 가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 보련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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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애틀 시내 관광과 함께 최고의 콤비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당연히 '마운트 레이니어'일 것이다. 

사실 나는 20여년전 나보다 먼저 이 산을 구경하셨던 부모님으로부터 지난 20여년간 그 '눈산(울 부모님은 마운트 레이니어라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시면서 눈덮인 산을 줄여서 항상 이렇게 표현하시곤 하셨다^^)' 얘기를 신물나게 들어오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내 부모님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된 그 곳, '마운트 레이니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씨애틀에서 남동쪽으로 95마일 즈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레이니어 산은 14410 피트의 높이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캐스케이즈 산맥의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레이니어라는 산 이름은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던 유명한 탐험가인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 함장이 멀리서 이 산을 발견하고 그의 절친인 레이니어 제독의 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까지 올라가서 바라 본 마운트 레이니어의 모습.

앞쪽의 나무들은 이렇게 푸른데, 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는 지금이 8월인데도 저렇게 눈이 많이 덮여 있었다. 마치 두 사진을 합성해 놓은 듯한 상반된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어릴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여기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내가 그동안 다녀 본 여러 비지터 센터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비지터 센터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인'의 모습.

약 100년전(1917년)에 목조로 세워진 이 역사적 건물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와도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보였다. 좀전의 비지터 센터가 초현대식 건물이었다면 이곳은 역사적 운치가 느껴지는 낡은 성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파라다이스 인 안으로 들어가 보자.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도 내부가 이렇게나 멋지다. 통나무와 벽난로만으로도 이렇게 고풍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다니... 역시 진정한 감동은 조잡한 인테리어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확고한 건축철학에 근거한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가 보다^^

 

그리고 여기 내가 젤로 좋아하는 사진 한 장. 바로 '파라다이스 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하은이, 주은이 모습이다. 이 엄마가 계속되는 여행에 지쳐 머리도 제대로 묶어주지 않고, 옷도 한 벌에 5달러씩 주고 산 올드 네이비 옷을 입혔건만, 이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얘들아! 이 엄마는 낯선 미국 땅에서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박사논문도, 직장도 모두 그만두었단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간다해도 엄마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엄만 후회 안할꺼야(사실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래도 우리, 온가족이 함께 이 미국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이 소중한 추억들을 서로 오래도록 간직하자꾸나. 그리고 엄마의 망가진(?) 인생은 엄마가 눈높이를 대폭 낮춰서 대충 수습할테니 너무 걱정 말구^^(하긴 아직 천지분간 못하는 너희들이 이 엄마까지 신경써 줄거라곤 기대도 안한다만 ㅋㅋ) 

 

이제 건물 밖으로 나와서 '파라다이스 인' 옆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한 번 감상해 볼까나? 이곳은 '파라다이스 히스토릭 디스트릭트(Paradise Historic District)'라는 구역인데,

 

 

 

생태계를 워낙 잘 보존해 놓아서 그런지, 이렇게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동물들이 마구 눈 앞에서 뛰어 다닌다. 야생동물들아! 여기가 무슨 뉴질랜드나 호주인줄 아는게야?^^

 

끝으로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나라다 폭포'의 모습도 올려 본다.

사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아 폭포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다만, 여행 책자를 보니 '그 높이는 불과 168피트 밖에 안되지만 암벽을 스치면서 낙하하는 물줄기가 마치 수만개의 실오라기를 펴놓은 것처럼 신비롭다'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결과 그 정도로 신비롭진 않다 ㅋㅋ 

그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이 폭포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아마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요런 폭포가 먼 곳에 홀로 위치해 있었다면 이렇게 여행책자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지진 않았을게다. 이래서 모든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나부다^^

 

나리다 폭포 앞에서 찍은 하은이와 주은이의 모습. 

하은이야 원래 언니답고 믿음직했지만,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우리 주은이가 이렇게 '눈에 힘 빡주고 고개 빳빳이 치켜든채 도전적인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요런 모습!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든다ㅋㅋ 

 

이렇게 마운트 레이니어 일대를 구경한 우리는, 다시 씨애틀로 차를 몰았다. 

그 이유는 저녁 7시 얼바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보잉 항공사가 운영한다는 비행 박물관을 한군데 더 들르기 위해서다. 보잉사는 그 본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지만, 씨애틀 근처의 도시 에버릿(Everett)이라는 곳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 박물관도 씨애틀에 지었나보다.

여기다! 보잉사 비행 박물관!  기계공학을 전공한 울 남편이 같이 왔다면 꽤나 흥미로워 했을텐데 정작 남편은 돈을 버느라 오지 못하고 괜시리 행정학도인 마누라가 왔네그려~ (하지만 남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인생은 원래 아이러니 투성이가 아닌교? ㅋㅋ) 

 

박물관 안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여러 가지 사진과 정보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이들이 행여나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감시하느라 이런 정보들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T.T 

 

어쨌든 멀리 여행다니느라 비행기를 타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들을 밖에서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박물관 한 켠에는 이렇게 돈을 따로 내고 비행체험을 즐기게 해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긴 줄을 기다려 공짜로 조종석에 한 번 앉아 보는 걸로 아이들의 요구를 대체해 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금새 잊어버리고 이렇게 해맑게 웃는다. 그래, 얘들아! 잘 찾아보면 세상엔 이렇게 돈 안쓰고도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단다(그러니까 자꾸 뭐 사달라고 하지맛!!!)^^

 

그리고 비행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근래의 최신형 비행기 뿐 아니라, 예전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인간의 호기심과 노력이 빚어낸 역사적 변천사들도 잘 볼 수 있었는데

하은이, 주은이가 좀 더 커서 이런 역사적, 과학적 의미들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을때 이곳에 왔다면 정말 좋은 산교육이 되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사진. 박물관 안의 여러 사진들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 되시겠다.

바로 최초의 비행기 안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두 줄로 앉아야 할 만큼 좁았던 비행기가 요즘엔 승객 수백명을 태우고도 너끈히 날아 오를 수 있을만큼 대중화 되었다니 세월의 변화가 참 놀랍다. 

우린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2000년대 초 향후 비행시장을 예측하면서 각기 다른 사업적 결정으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남편도,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 아이들도 앞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올바른 결정을 내림으로서 역사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진이었다.(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하누... 정작 아이들은 정신 못차리고 썩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다가 기저귀에 똥사고 주저앉았다가 그러는데... 쯧쯧)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남편도 없이 시댁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윤요사의 워싱턴, 오레건 주 3박 4일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지난 7, 8월 두 달동안 옐로우스톤과 미동부 여행, 이번 씨애틀 인근 여행까지 연달아 다녀온 내용을 담은 나의 포스팅도 끝이 났다.

끝으로 중간에 포스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거의 두 달이나 지난 일들을 기억해내며 꾸준히 글을 쓰느라 수고한 우리의 윤요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게 웬 자화자찬이냐 싶겠지만, 사실 댓글도 잘 달리지 않는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자서 헛소리를 해대면서(그것도 꾸준히ㅋㅋ) 글을 써내려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일면식 하나 없는 남의 집안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클릭질을 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윤요사 가족의 기나 긴(?) 여름 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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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커텐을 열어 초미의 관심사(?)인 오늘의 날씨를 확인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는 앉았지만 언제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다시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오늘의 첫번째 관광지는 워싱턴주 남부에 있는 '세인트 헬렌스 화산 준국립공원'(Mt. St. Helens National Volcanic Monument)이다. 밴을 타고 달리다 보니 도로 너머로 구름에 산봉우리를 숨긴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가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겨울철에는 눈으로 뒤덮여서 보통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일반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 세인트 헬렌스! 내가 지금 너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단다. 내가 올라갈 동안 그 구름 다 걷어내고 너의 산봉우리 모습을 나에게 꼭 보여 주어야해~~~ 

 

사실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미국, 그중에서도 워싱턴주에서는 매우 유명한 산이다. 그 이유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1980년 5월 18일, 화산 대폭발로 인하여 산꼭대기 부분의 400여 미터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화산 폭발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러한 대참변을 겪은 이후 세인트 헬렌스는 지난 30여년간 스스로 자연 치유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시간 이상 달려 우리는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의 '존스턴 리지 전망대(Johnston Ridge Observatory)'에 올랐다. 이 전망대의 이름은 화산 폭발 당시 죽음을 당했던 한 지질학자의 이름인 '존스턴'을 기념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건 당시 잔스턴이 화산 활동을 관찰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아직 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것이라서, 마운트 헬렌스의 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1980년 5월 18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당시 조만간 이 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여러 지질학자들과 사진작가 등이 산 부근에서 화산의 동태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이었는데, 당시 산으로부터 6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화산활동을 관측하고 있던 미국지질학회의 데이빗 잔스턴의 흥분된 목소리가 무선전화를 통해 들려옴과 동시에 큰 폭음과 함께 통신은 끊기고 화산재가 온 인근을 뒤덮었다고 한다.  

화산 폭발로 인해 봉우리로부터 반경 6마일 이내의 숲은 불타는 화산재와 가스로 완전히 뒤덮이고 당시 이를 관측하던 지질학자와 사진작가, 기자 등 57명이 일순간에 희생되었는데, 존스턴 리지 전망대에 가면 당시 이들이 촬영한 최후의 순간들이 사진으로 잘 남아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여행 책과 가이드의 설명, 그리고 전망대의 자료 등을 통해서 여러 각도에서 접하면서 큰 감동(? 아님 슬픔?)을 받았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정말로 그렇게 죽을지는 몰랐겠지만, 적어도 죽을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서 관측에 임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당시의 그들처럼 지금의 내 삶에 혹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T.T

 

그렇게 인생에 대한 자세가 불성실한(?) 내가 와서 그런지, 오늘 세인트 헬렌스는 그 봉우리를 구름 속에 감춘 채, 좀처럼 속살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그래서 구름 걷힌 산봉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사진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산이 자기 정상을 안보여주니, 나도 여기 자연을 훼손(?)하는 인물 사진 몇 장 들어가련다~ ㅋㅋ

 

요건 이번 여행을 통틀어 우리 가족이 모두 나온 떼거지 인증샷 되시겠다.

요즘같은 시대에 시엄니 모시고 산다고(사실 시엄니한테 얹혀 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수도 있다ㅋㅋ) 나에게 늘 잘 해주시는 울 형님, 그리고 고된 며느리살이(?)에 마음고생이 많으신 울 시엄니, 그리고 남편 없이 얼라들 데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느라 얼굴 많이 상한 나까지~ 조카와 주은이는 물론, 시종일관 방방 뛰어대다가 이 사진을 찍기 직전 나한테 따끔하게 혼나 시무룩한 하은이의 표정까지도 넘 귀엽다 ㅋㅋ

 

 

 

우리는 내친 김에 잔스턴 리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 30여년 전 발생한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세인트 헬렌스의 자연치유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관람했다.

워낙 사연을 많이 간직한 폭발이어서 영화 역시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특히 영화가 끝난 직후, 커튼이 일제히 올라가면서 화산 폭발로 산봉우리가 날아간 세인트 헬렌스의 모습이 창문 밖으로 장엄하게 드러나는 엔딩은 우리의 감동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리는 Oregon주로 향했다. 바로 포틀랜드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사실 오리건주의 주도는 세일럼(Salem)이지만 가장 유명한 도시는 포틀랜드이다.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과 웰러멧 강(Willamette River)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포틀랜드는 여름철에는 화려한 장미축제가 유명하여 흔히 '장미의 도시(City of Roses)'로도 불린다. 그 밖에도 도시를 관통하는 월러멧 강 위로 예쁜 다리가 많아 '브리지 시티(Bridge City)' 혹은 '맥주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월러멧 강 위에서 신나는 제트보트를 타며 포틀랜드의 멋진 브리지들을 맘껏 구경할 예정이다.

 

안뇽하세요~ 선장님!  저, 얼바인 윤요사에요~ 오늘, 신나는 운전 부탁드립니다~ 

 

사실 워낙 제트보트가 빠르고 물도 많이 튀어서 사진 찍는게 거의 불가능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사진이 예쁘게 나왔을테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감사하련다.

 

제트보트를 타기엔 너무 어리다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바락바락 우겨서 제트보트에 오른 우리 주은이. 선장님이 묘기를 부릴 때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가도, 다시 엔진이 조용해지면 바로 이렇게 해맑은 웃음을 지어 주신다. 

 

이제 월러멧 강에서 신나게 놀았으니 다음은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러 가보자. 푸른 평야와 낮은 구릉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콜럼비아 강을 보니 내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콜럼비아 강의 풍경은 바로 이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 앞에서 봐야 제격이라고 한다. 이 비스타 하우스는 밖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건물 내부 역시 매우 잘 꾸며져 있었는데, 콜럼비아 강 풍경의 변천 모습과 그간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리는 자료는 물론, 예쁘게 꾸며진 기념품 샵까지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비스타 하우스를 뒤로 하고,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멀트노마 폭포'에 도착했다.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서 웬만한 폭포계(?)는 다 졸업한 나이지만 그래도 이 폭포, 참으로 운치있다. 폭포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다 멋있는 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멀트노마.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건만, 나무와 다리 등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정말 이쁘지 않은가?^^

 

이렇게 오늘 나는 화산 폭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와 포틀랜드의 아름다운 브리지를 감상하는 월러멧 강의 제트보트 투어, 그리고 비스타 하우스에 들러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그림같은 멀트노마 폭포 아래서 맛난 아이스크림와 커피를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요 며칠간 나는 늘 해오던 것처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었고 또 남편과 하은이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었다. 그 뿐인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 후, 나의 아침은 향긋한 커피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 날의 국을 끓이기 위하여 비린내나는 멸칫국물을 우리는 일부터 시작되는데(우웩! 진짜 이 생활 구리다 ㅋ) 여행을 오니 그런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다시 얼바인으로 돌아가겠구나... 집으로 돌아 가는 건 좋지만, 그런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정말 싫다. 하지만 지난 3일간 햇반과 종가집 김치로만 버티며 돈을 벌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돌아가긴 가야겠구 ㅋㅋ

내일은 이번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운트 레이니어'에 가기로 되어 있다. 날씨가 오늘보다는 좀 더 맑았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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