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음을, 아니 자동차를 재촉하여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인 뉴욕을 향하여 고고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기 전,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에 잠시 들르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19세기 미 부호들의 별장이 밀집해 있는 그 유명한 뉴포트(Newport)에서 맨션 투어(Mansion Tour)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최고의 휴양지이자 '세계 제일의 요트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피츠제럴드의 소설과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밴더빌트가의 맨션(대저택)과 함께 뉴포트 별장지대의 맨션들은 뉴포트 역사 보존협회에 기부되어 현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이중 밴더빌트가의 브레이커스와 엘름즈, 헌터 하우스, 킹스코트, 아이작 벨 하우스 등은 국립유적지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우리가 볼 곳은 '브레이커스' 라는 맨션으로 뉴포트 별장 중 가장 큰 저택으로 꼽히는 곳이다. 코모도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가 1895년에 지은 이 맨션은, 방이 70개에 이르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실내장식과 테라스로 나가면 들어오는 바다경치가 백미라고 알려져 있다.
우와~ 대문도 짱 화려하다.
대문에서 바라 본 저택의 모습. 국립유적지로 보존되어 있어서 대저택 안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중 화장실도 만들지 않았단다(덕분에 나도 저 대문 옆에 있는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는^^).
하지만 나는 간이화장실만 이용하고는 결국 맨션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비싼 입장료 때문이었는데, 입장료가 예상 외로 1인당 30달러 가까이나 하는 것이었다. 뜨앗~
주은이를 제외하고라도 시엄니, 남편, 나, 하은이 이렇게 4명이 구경을 하게 되면 120달러, 즉 15만원 가량이나 내야 하는데, 이깟 대저택 투어에 15만원이 웬말이냐고요~~~ 나는 잠시 동안 과연 이 대저택을 꼭 봐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런 호화저택들은 작년에 갔던 '허스트 캐슬'에서도 실컷 봤었는데, 차라리 15만원을 다른 곳에 내실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나는 과감히 이 저택 투어를 스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음료수나 마시고 한가로이 모래 장난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덕분에 하은이와 주은이도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로드 아일랜드를 빠져 나와,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맨하탄에 들어 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타임스퀘어'의 모습은 나에겐 마치 친숙했던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 혹은 테헤란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맨하탄의 무시무시한 교통 체증이었다. 지난 4년여 동안 얼바인에서만 살아오던 나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며 언제나 감탄하곤 했는데, 뉴욕은 그런 통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한 무법지대였다. 맨하탄은 내가 이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그 어느 곳보다도 무작정 자동차 앞머리 들이밀기와 신호둥 바뀌기 직전 꼬리물기가 엄청 심한 곳이었다고나 할까?
자! 교통체증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갈 차례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911 테러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8년간 관광객의 관람을 중지했다가 지난 2009년에 재오픈했다고 한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페리호를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인 배터리 파크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
드디어 페리호 탑승!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페리호 직원인 흑인 아저씨가 찍어 준 사진이다.
배 안에서 바라 본 뉴욕의 풍경은 내가 평소 꿈꾸던 것처럼 참으로 멋졌다. 맨하탄 마천루들의 기막힌 스카이라인을 보니, 얼바인에서 맨날 2층 건물들만 보고 살던 나의 안구가 급정화됨을 느꼈다^^
건물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감자기 선상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뭐지?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구나, 자유의 여신상!
맨날 사진으로만 봐서 이렇게 큰 줄은 몰랐는데, 아래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크긴 크구나~
별로 아름답진 않지만, 남편이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진이라며 절묘하게 한 컷 찍어준다^^
이 사진은 페리호 측에서 배 타기 전에 일률적으로 찍어 주는 사진. 남편은 돈 아깝다고 사지 말라는 걸, 내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며 빡빡 우겨서 25달러 내고 한 장 샀다(ZEPHYR 는 우리가 탔던 배의 이름이다).
이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볼 차례다.
Empire State Building 은 뉴욕 맨하튼에 있는 102층 높이(86층의 콘크리트 건물과 16층 높이의 철탑)의 건물로 1931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나서 다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단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1인당 비용도 상당했고, 게다가 기다리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 우리는 2시간 동안을 꼬박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뉴욕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2시간 동안 얼라들 데리고 기다리느라 나는 다리 아파 죽을뻔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결국 입성한 전망대는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데다 쇠창살로 촘촘히 막아 놔서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뉴욕의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저 많은 건물, 저 높은 건물에서 이 많은 사람들은 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또 느끼기 위해 이곳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왔을까... 이제 나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갈까... 나는 늘 그렇듯이 이런 상념에 잠겼다.
나는 어떤 종류의 전망대에 올라 가건, 눈에 보이는 것은 도시나 자연의 풍경인데, 머릿 속으로는 늘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을 생각하곤 한다^^ 그건 대학 다닐때 처음 갔었던 남산타워나, 대학을 졸업하고 갔었던 파리 에펠탑에서나, 얼마전 갔었던 씨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개똥철학은 그만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록펠러 센터' 되시겠다.
록펠러 센터는 맨하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48번가와 51번가에 세워진 20여개의 상업용 건물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건물들의 저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반지하 플라자에는 만국의 국기와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이 서 있고 여름에는 카페 테라스,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로 사용된다. 특히 12월이 되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뉴욕 여행은 누가 봐도 월 스트리트도, 5번가(Fifth Avenue)도, 유엔 본부도, 브로드 웨이도,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센트럴 파크조차도 가보지 못한 반쪽 짜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록펠러 센터를 둘러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자기들이 어디에 다니는지도 모른채, 그저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달라고 떼쓰거나 아이패드로 만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때를 맞춰가며 먹이고 재우고 또 화장실을 데려가면서 이 정도라도 여행을 소화해낸 나의 인내심과 체력에 스스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
혹시라도 다음 번에 나에게 다시 미동부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정말이지 여행의 의미를 쫌 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과 함께, 이상 윤요사의 좌충우돌 수박 겉핥기식 동부 여행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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