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에서 돌아오니 카멜은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다가 여긴 북가주이기 때문에 오후 5시면 이렇게 거리가 온통 어두워진다.
카멜(Carmel)은 몬테레이 반도 남쪽에 형성된 자연도시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세련되고 유니크한 도시 미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카멜은 작가와 음악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할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멜의 중심가 이름은 오션 애비뉴(Ocean Ave)이다. 오션 애비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카멜의 메인 스트릿으로 멕시코풍 건물, 유럽풍 건물, 그리고 컨트리풍 건물은 물론, 그 건물들마다 들어선 고급스러운 500여개의 점포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풀경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이 오션 애비뉴의 끝으로 걸어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카멜 비치'를 만나게 된다.
또한 오션 애비뉴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가면,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미션이자 가장 완벽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San Carlos Borromeo del Rio Carmel Mission(1771년 스페인 전도사 Junipero Serra 신부가 건설했다고 함)도 볼 수 있다(이 카멜 미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카멜의 지리와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윤요사 여행 이야기로 돌아간다.
몬테레이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나... 그래! 카멜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옐프 평점이 좋다는 바로 이곳! 다메트라 카페(Dametra Cafe)에서 먹어야겠군!
근데 어랏? 아직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식당의 모든 예약이 꽉 찼다구? 아차차... 오늘 같은 땡스기빙 연휴에는 미리 미리 예약을 때렸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윤요사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탓이로구만... 쯧쯧
아니나 다를까 울 남편, 여행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나에게 가재미 눈을 해댄다(그러나 정작 울 남편은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ㅋ)
하지만 나도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오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게다가 간식거리까지 다 싸서 얼바인에서 출발한 게 새벽 5시거덩? 그리고 차 안에서 잠깬 아이들 수발을 들어가며 6시간을 차로 쉬지 달려서 카멜에 도착한 게 아침 11시거덩? 그리고 다시 몬테레이로 건너가서 초스피드로 구경 때리고 17마일 드라이브 타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예약은 했어야 했다는 거 맘속으론 인정 T.T)
어쨌든 후회는 짧게! 어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봐야 겠다. 옐프 평점은 약간 낮으면서도 아직까지 자리가 남아 있을 법한 외진 곳으로 말이지...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되시겠다. 하지만 맛은 기냥 평범했으므로 레스토랑 이름까지 적진 않겠다 ㅋㅋ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호텔로 들어가 볼까?
내가 한 달도 훨~씬 전에 미리 예약했던(여행 준비를 미리 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의 숙소는 쨔잔~ 바로 '퀘일 랏지 앤 골프 클럽' 이다. 미리 여기서 묵었던 친구가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숙박 가격은 택스 포함 167달러였는데 리조트 전경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어찌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다른 블로거 분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왔다고 이렇게 자기네 리조트 상징인 퀘일(Quail) 인형도 두 개나 선물로 주었다. 하은이, 주은이는 새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여행 내내 꼭 껴안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밤 체크 인 할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골프 리조트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골프라도 좀 칠 줄 알았다면 더 좋았으련만^^
더구나 아침 식사를 공짜로 준단다. 꼴랑 167달러 밖에 안냈는데 그 착한 가격에 아침 식사(비록 전형적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이긴 하지만^^)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야홋! 짱이야요!
참! 여긴 어제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잠시 카멜에 들러 먹었던 '포타 벨라'라는 레스토랑이다.
6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가!^^ 역시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다져져서 이제 차로 6시간쯤 이동하는 건 우습지?^^
아 참! 윤요사가 레스토랑 이름을 친절하게 공개한 걸 보면 미리 짐작했겠지만 여긴 맛도 꽤 좋았다. 나는 형편에 걸맞지 않게(?) 여기서 젤로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랍스터 스파게티를 시키는 호기를 부린 후, 나중에 계산서 보고 바로 뒷골 잡았다는 ㅋㅋ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카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오션 애비뉴를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유관으로 직접 보는 오션 애비뉴의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거리 자체가 너무 넓어서 도저히 한 카메라 앵글로는 제대로 조망할 수 없어서, 파워 블로거(우웩우웩)로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션 애비뉴를 걷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 양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세련된 샵 안을 살펴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했다. 하지만 특색있는 샵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종목을 정하지 않으면 며칠을 둘러 봐도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나는 주로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집중하여 발품을 팔아 보았다.
그렇게 또 점심이 되었다. 집념의 윤요사, 어제 밤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지 못했전 다메트라 카페에 오전 11시 오픈시간도 되기 전에 줄을 선 결과, 드디어 오늘 점심은 다메트라 카페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ㅋㅋ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노래 동아리 후배인 상영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가 대학시절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단대부고-서초고 연합 노래 동아리 뮤즈(muse)의 후배였던 상영이가 얼마전 Sandiego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카멜 인근 산호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이제는 상아줌마가 된 동아리 선배가 카멜까지 올라왔다고 바쁜 땡스기빙 휴가 중에도 이렇게 카멜까지 왕림해 준 상영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카멜 미션을 구경한 후,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PCH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빅 서(Big Sur)와 모로 베이(Morro Bay)에도 잠시 들를 예정이다.
도로 사정이, 날씨가,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지길 바라며, 이만 카멜 여행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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