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보낼 마지막 땡스기빙 휴가 여행지로 드디어!!! 카멜(Carmel)과 몬테레이(Monterey)가 간택(?)되었다.
카멜과 몬테레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지만 혹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기에 몇 자 적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테레이 반도'에는 유명한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천연의 미항으로 알려진 '몬테레이'와 자연경관과 예술적 감각의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카멜'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1)몬테레이와 (2)카멜, 그리고 (3)빅서 및 모로베이 등 3개로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이므로, 일단 카멜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몬테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 놓기로 하겠다.
먼저 몬테레이는 역사적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과 그 서쪽 끝에 위치한 피셔맨스 워프, 그리고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과 캐너리 로우(cannery row) 등이 유명하다. 이곳 몬테레이는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산업이 왕성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리조트 타운이자 미국의 국민작가 존 스타인 벡의 연고지(이곳의 캐너리 로우는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배경이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답게(!)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을 구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는데, 1984년에 오픈한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책자에서서 이 수족관은 '23개의 전시장과 83개나 되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테라스에서는 멀리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해저를 볼 수 있는 높이 9미터의 거대한 수족관이 특히 인기'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드디어 부푼 마음으로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가건물 판자집처럼 생긴 것이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어설픈 부자들이나 겉모양에 신경을 쓰지 진짜 부자들은 원래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법이니께 내 다 이해하련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란 말인가?ㅋㅋ)
입장료 역시 별로 착하지 않다. 어른 1인당 거의 4만원, 아이도 거의 2만 5천원이나 한다. 주은이는 아직 어리니 그나마 무료라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아쿠아리움 입장료로만 10만원 이상을 써댔다. 남편! 돈 벌기는 우라지게 힘든데, 돈쓰기 참말로 쉽지요... 잉?^^
하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일단 들어가보니, 내가 지난 1년간 멤버십을 유지했었던 롱비치에 있는 '퍼시픽 아쿠아리움'보다 훨씬 강렬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사실 이렇게 대개 보통의 아쿠아리움이라면 으례히 갖추고 있는 수중 동식물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닐 게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이 아쿠아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는 거다.
하은이는 아쿠아리움 곳곳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각종 해양 동식물들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곳 스태프들로부터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하은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치한 질문들을 던져대도 그들은 항상 웃으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는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둘째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실하게 마련해 놓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했다.
대개의 부모들은 큰 아이들에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정작 두서너 살짜리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올 경우 둘째를 데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세심히 배려하여 공간을 할애한 점이 참 좋았다.
끝으로 아쿠아리움 건물 밖의 테라스로 나가 보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천혜의 인근 자연경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신선해 보였다.
게다가 세계적 아쿠아리움의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기념품샵이 잘 꾸며져 있는데도, 입장료에 이미 큰 돈을 써버린 우리의 윤요사, 그냥 쓰윽~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바로 빠져 나와 주신다 ㅋㅋ
아이구~ 다리 아프다! 이제 온가족이 촌스런 인증샷이나 한 장씩 찍고 나가야겠다^^
인증샷을 찍고 난 우리는, 이제 몬테레이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뒤로 하고 반대편 방향을 향해 걸아가 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 서있는 건물들이 웬지 모를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니고, 그리 옛스런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이곳이 맘에 드는 걸까... (싸구려 B급 감성의 윤요사, 대문호 존 스타인백의 영혼이 갑자기 빙의라도 됐나 보다. 우하하~ )
지금이 땡스기빙 시즌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겨냥하여 거리도 건물들도 일찌감치 꽃단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다들 들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몬테레이 다운타운을 둘러본 우리는, 몬테레이 쪽의 Pacific Grove Gate로 들어가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페블 비치의 전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후 Carmel Gate로 나와 바로 Carmel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하기로 했다.
마침 저녁 5시가 다 되어 곧 해가 질 무렵이라, 우리는 운이 좋으면 페블비치에서 아름다운 Sunset을 볼 수도 있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나는 새도, 무심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페블 비치란다... 이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모든 게 특별해 보인다.
차를 타고 한 10여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을까... 갑자기 막 해가 지려 한다.
선셋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하여 남편과 나는 재빨리 턴아웃 존에 차를 세워 본다.
하지만 3년 전에 산 구식 아이폰으로 일몰을 제대로 찍는다는 건 역시 무리인가 보다(하긴 그건 태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ㅋㅋ)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뭐여... 나 이방원이여?^^). 싸구려 아이폰에 의지하여 찍든, 겁나게 비싼 DSLR 카메라로 찍든, 이미 내 두 눈이 똑똑히 그 장면을 접수해 버렸는걸 ㅋㅋ (이렇게라도 위로해야 쫀심이 덜 상한다 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페블비치에 서서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수평선 밑으로 금방 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다시 카멜로 돌아왔다. 어둠에 묻힌 카멜의 거리가 피곤에 쩔은(?) 우리 가족을 조용히 맞아 주었다...
----- 카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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