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의 발단은 약 2년 전, 내가 코스트코(costco)에 갔다가 우연히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는 배(캐털리나 익스프레스)의 기프트 쿠폰을 덥썩 사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100달러짜리 쿠폰을 60달러에 판다기에 언젠가는 가겠지... 하고 생각하며 두 장 사 놨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조금 더 크는 것을 기다리다 보니 벌써 2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그렇게 2년 동안 서랍 속의 기프트 카드를 바라 보며 벼르고 벼르던 나는, 드디어 2013년 11월 2일 아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 가기 위하여 롱비치항에 도착했다.

롱비치의 아름다운 해안과 등대는 언제 봐도 그림처럼 예쁘다.

 

캐털리나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선착장의 모습.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여기서 여행 Tip 하나! 캐털리나 익스프레스는 롱비치, 데이나 포인트, 샌 페드로 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캐털리나 아일랜드로 향하는 선박 운영 회사인데, 사실 내가 사는 얼바인은 뉴포트 비치가 가장 가깝지만 뉴포트 비치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는 캐털리나 플라이어(flyer)라고 회사 자체가 달라서, 이곳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할인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배가 출발한지 정확히 한 시간만에 우리 가족은 드디어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발론 항구에 도착했다.

섬이라 혹시나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나는 아이들에게 오리털 점퍼를 입혀서 갔는데 막상 섬에 도착하고 보니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가져간 외투가 오히려 짐만 되었다는^^ (하지만 섬의 날씨는 언제나 육지보다 추운 것이 일반적이므로 쌀쌀한 아침, 저녁을 대비해서라도 옷은 꼭 따뜻하게 입고 가는게 좋을 듯 하다)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풍경은 이렇게 깎아 지른듯한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집들의 정겨운 모습들이다.

이 모습... 많이 익숙하다. 아, 그렇구나... 예전에 내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때 이탈리아의 나폴리라는 섬에서 봤던 그 모습이지. 그래서 캐털리나 아일랜드를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나보다. 

그때 난 정말 돈 없고 말 안통해서 맥도날드만 미치게 먹었었더랬지... 썅, 어디 그뿐이냐, 숙박을 사전에 단 하루도 예약하지 않고 달랑 떠나 버리는 바람에, 당시엔 유레일 기차칸에서 자기도 하고 한 방에 여섯 명의 남녀가 혼숙하는 유스호스텔에서 자기도 했었지(말이 잠이지, 그땐 무서워서 정말 밤을 꼴딱 샜었다ㅋㅋ)... 

 

게다가 오늘은 마침 캐털리나 아일랜드에서 철인3종경기(triathlon)가 열리는 날이란다.

덕분에 난 난생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이라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건장한 남녀들이 자전거타고, 수영하고, 또 달리는 모습들을 바라 보니, 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또 나를 더 사랑하면서 남은 인생을 멋지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거리를 걸어 보자. 한쪽으로는 아기자기한 샵들이 몰려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드넓은 바다가 보이는 이 아름다운 조화가, 걷는 내내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섬 전체를 통틀어 스타벅스 하나 갖고 있지 못한 주제에(?), 발칙하게도 이렇게 귀여운 짝퉁 티셔츠를 버젓이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달려 왔더니 그리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출출하다.

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들어간 가게. 하지만 귀여운 인테리어는 물론, 피자와 샌드위치, 꼬불이 포테이토까지 참으로 맛났다.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우리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바로 골프 카트. 4인용 짜리 한 시간 빌리는데 40달러인데, 80달러를 내면 3시간까지 탈 수 있다길래, 우리는 80달러를 내고 3시간을 타보기로 했다. 참! 이 골프카트는 온리 현찰만 받으니 혹시 여길 오시는 분들은 약간의 현금도 꼭 준비하심 좋겠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타보는 골프 카트에 아주 신이 났다.

 

골프카트를 타고 덜덜거리며 섬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 본다. 숨막힐듯 멋진 항구가 눈에 들어 온다.

 

동네도 참 이쁘다. 웬지 섬이라면 각박하고 억세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여기 집들이 하나 같이 아기자기하다.

이 섬은 환경보호 때문에 공해 규제가 엄격해서 허락된 차량이 아니면 운전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섬 안의 거의 모든 집들은 주된 교통수단으로 차가 아니라 골프카트를 이용한다는데, 집 앞마다 골프카트가 주차되어 있는 풍경들이 낯설면서도 참으로 귀엽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섬 안에는 이렇게 발전소도 있고 소방서도 있다.

 

그리고 여기, 감히(?) 우리 골프카트로 다가오는 귀여운 동물들도 있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Bambi를 실제로 봤다며 열광한다. 새는 또 어떻고? 무쟈게 많이 봤다^^ 

 

참! 우리처럼 굳이 골프카트를 타고 섬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세그웨이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아님 버스나 트롤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섬 정상 부근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을 구경하기 위해서 잠깐 카트에서 내리기로 했다. 참! 이곳은 이 섬을 리조트로 개발한 사람이자 미국의 추잉검 재벌로 유명한 '윌리엄 리글리(wrigley) 주니어'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메모리얼 가든이기도 하단다.

 

입장료를 내고 이 문을 통해서 들어가면

 

좌우로는 각종 선인장이 주를 이루는 보태니컬 가든이 펼쳐지고, 저~ 끝으로는 전망대가 보인다.

 

오늘 이 보태니컬 가든에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볼 각종 희귀 선인장들을 한꺼번에 다 구경한 듯 싶다^^ 

 

이제 전망대로 가까이 올라가 보자. 그동안 숨쉬는 운동 외에는 아무 운동도 하지 않은 얼바인 윤요사, 전망대까지 좀 걸어 가려니까 벌써부터 엉치뼈가 저려 온다. 이런 저질체력 윤요사 같으니 ㅋㅋ

 

그리고 전망대 위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기 놀이에 빠져 본다.

4년 동안의 고된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이제 귀국을 약 4개월 앞둔 울 남편 모습. 그동안 흰머리가 정말 많이 늘었다. 하은이와 주은이도 참 많이 컸고... 

 

전망대에서 좀전에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다시 저 길을 어찌 내려 간다... ㅋㅋ

 

어쨌든 이 섬에서는 기본적으로 할게 너무도 많다. 골프는 기본이고

 

반점수정인 노틸러스(물론 완전히 물 안으로 들어가는 잠수정도 있다)를 타고 바다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있으며

 

스릴 넘치는 집라인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그 뿐인가, 패러슈트를 매고 바다 한가운데를 훨훨 날으는 패러세일링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여긴 다이빙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아예 옆에는 이렇게 산소통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하긴 그래야 다이빙을 하지^^). 나는 미국에 와서 이렇게 다이버들 많은 건 첨 봤다.

 

그리고 요트 클럽에서 요트를 탈 수도 있고

 

한가로이 강태공이 되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랜드마크격인 저 원형의 빨간 지붕 건물에 가면 갬블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카지노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단다. 아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투어든 그냥 둘러보는 투어든 다 소정의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의 윤요사는 절대 요런데 제 돈을 내고 들어가진 않는다. 게다가 신실한 목사님 딸이니 이런 건 걍 과감히 스킵해야 마땅하다!(사실 무료면 한 번 들어가 보는건데 ㅋㅋ)^^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내가 너무 여러 곳을 돌아 다녔을까... 주은이는 결국 내 품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우리 주은이도 잠들었으니 이쯤에서 나도 당일치기 캐털리나 아일랜드 여행기를 마쳐야겠다.(4년째 올리는 글이건만 포스팅은 언제나 엔딩 문구가 가장 어렵다 ㅋㅋ) 

캐털리나 아일랜드! 역시 명불허전이다. 어른 한 명당 왕복 배값만도 약 70달러 이상 소요되지만, 그 정도를 들일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 여행은... 땡스 기빙을 맞이하야... 캘리포니아의 유일한 예술인 마을이라는 Carmel로 가볼 생각이다. 

나는 그때까지... 오늘 다녀 온 캐털리나 아일랜드의 기를 받아, 또 다시 둘째 아이 똥 기저귀 갈아 가며 시엄니와 남편, 그리고 두 얼라들의 삼시 세끼 밥을 열라리 지어 가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 보련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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