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우리 가족은 주일 예배를 드린 후, 간만에 LA로 나가 페이지 뮤지엄(Page Museum)이란 곳에 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LA에 있는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을 가지고 있는데, 페이지 뮤지엄이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과 같은 재단이라서,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의 멤버쉽 카드를 제시하면 여기도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주차료는 내야 한다. 우리는 7 달러를 내고 주차한 후, 길을 따라 꽤나 넓은 잔디 광장으로 들어갔다. 넓다란 잔디밭 사이로,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이는 메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 윗 사진에 나온 안내판에서도 보여지듯이 페이지 박물관은 반드시 La Brea Tar Pits라는 수식어를 뒤어 늘 달고 다닌다. 원래 ‘라브레아 타르 핏’(타르 구덩이 : 인터넷을 찾아 보니 '타르 구덩이'는 엄청난 양의 화석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함)은 유명한 빙하기 유적이자 세계적인 화석 유적지 중 하나인데, 이 지역을 관장하면서 유적 발굴 및 보존, 전시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페이지 박물관이다.
그렇다! 화석이 발굴되고 있는 지역 안에 세워진 박물관, 그리고 이미 발굴된 화석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석을 발굴하는 일까지도 담당하는 박물관이, 바로 이 페이지 박물관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디밭 한 켠으로 이렇게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Lake Pit(현재 이 호수 밑에 Tar Pits이 있다고 함)이 자리잡고 있다.
자세히 보면 연못 안 여러 군데에서, 마치 돌을 던진 자리에 여운이 남는 것처럼 무언가가 지속적으로 올록 볼록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쪽 구석에는 이렇게 아직도 발굴중인 구덩이(Excavation Pit)도 있다. 이러한 부지 등에서는 지난 100년간 계속해서 발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근방에 위치한 Tar Pits과 Excavation Pits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거의 상아까지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제드(Zed)’라는 별명의 거대한 매머드 유골과, 검치호(송곳니가 길게 자란 호랑이), 이리, 들소(bison), 말 등 여러 포유류의 뼈(mammal fossils)들이 꾸준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1만~4만년 전 매머드, 마스토돈(mastodons), 검치호, 그리고 다른 빙하기 동물들이 땅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스며 나온 끈적끈적한 아스팔트(asphalt)에 갇히게 되었다고 추측되고, 1906년 이후에만도 약 100만개의 뼈들이 이 끈적끈적한 연못에서 발굴됐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럼 이제 박물관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나?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다른 박물관들이 거의 모든 종류의 잡다구리한 동물까지 다 다루는 것에 비해, 이 페이지 박물관은 이미 멸종되어 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물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기 이전의 초기 생존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신기했던 동물은 바로 '검치 호랑이'였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아주 유명한 매직 트리 하우스라는 책에 이 동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설명을 찾아 보니, 검치호랑이(Saber-toothed tiger)는 약 4,000만 년 전~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고양이과의 육식동물로, 오늘날의 대형 고양이과 동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들에 비해 훨씬 긴 송곳니를 지니고 있던 멸종된 포유류를 가리킨다. 송곳니는 구부러진 칼같이 생겼고 그 길이가 약 20cm나 되었다고 한다. 이 검치호의 화석은 아프리카·유럽·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대표종인 '스밀로돈'은 그 크기가 호랑이만하고 남아메리카에 주로 살았으며, 강한 목의 힘과 어깨, 그리고 몸의 무게를 이용하여 송곳니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검치호랑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는 있지만 이들은 현생 호랑이와는 전혀 다른 계통의 동물이란 사실만 제대로 알아둬도 좋겠다.
그리고 검치호랑이가 왜 멸종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나마 검치호랑이가 최상위의 포식자였음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고양잇과 동물이나 *다이어울프 같은 포식자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들과도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단다. 그 밖에 북미 지역의 스밀로돈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1만 년 전까지도 생존했는데 이때 등장한 인류에 의해 사냥 당하거나 아니면 사람과의 먹잇감 경쟁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평소 언행이 가볍기로 소문난 윤요사의 행태에 비해, 이번 글은 너무도 학구적이라 솔직히 쓰는 나도 좀 당황스럽다 ㅋㅋ)
검치호 다음으로 내 눈길을 끈 동물은 바로 매머드(Mammoth)였다.
매머드는 약 480만년 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했던 포유류이며 긴 코와 4m 길이의 어금니를 가졌다고 한다. 시베리아와 북미의 추운 툰드라 지역에서 살았던 초식동물로 쉽게 말하면 포유류에 속하는 화석코끼리라고 볼 수 있겠다. 크기는 코끼리만큼 컸고 두개의 상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몸에는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수 있게 보온용 털이 덮여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빙하기 때 너무 추워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다음은 다이어 울프(dire wolf). 현존하는 늑대보다 팔다리는 비교적 가늘고 몸과 두개골은 더 크고 무거우나, 뇌는 작아서 지능이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단다. 미시시피 계곡과 멕시코 계곡 등에서 많은 양의 화석이 발견되어 중북부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긴 'Paleontology Laboratory'이다.
paleontology는 고생물학, 화석학이라는 뜻인데(Paleontology is a rich field, imbued with a long and interesting past and an even more intriguing and hopeful future. Many people think paleontology is the study of fossils. In fact, paleontology is much more),
이곳에서는 실험실 내부를 이렇게 통유리로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발굴된 화석들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모습들을 일반인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실험실 내부에서 지금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 다른 전문가가 실험실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었다. 내가 영어만 좀 알아 들을 수 있었어도... 흑흑
그리고 앞서 소개한 검치호나 매머드, 다이어 울프 이외에도 시조새나 고생대 영양(앤텔로프) 등 이미 멸종해 버린 다른 동물들도 많이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아이들이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고
비록 한국에서는 퇴물로 취급받지만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인기가 많았던 스티커 사진 기계도 있었다 ㅋㅋ
내 바로 앞에서 이걸 찍었던 외국인은 우리에게 비록 'Great waste of money'이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올때마다 안찍어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갔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찌나 이 기계에 관심을 보이는지 5달러나 주고 결국 이렇 유치한 스티커 사진을 손에 쥐고 말았다는 ㅋㅋ
이제 라끄마(LACMA)라고 불리우는 LA 카운티 미술관으로 가보자. 아래 표지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이지 박물관과 라끄마는 인접해 있다 못해 아예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워낙 유명한 건물들이라 사이에 담장을 따로 칠만도 한데,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지 그냥 몇 걸음 걸어가면 되도록 따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페이지 박물관에서 라끄마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작은 분수가 있는 쬐끄만 가든을 만나게 되는데, 이 날은 운좋게도 이곳에서 그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그는 '움직이는 것이 예술'이라는 신념으로 수많은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제작해온 모빌의 창시자가 아니던가? 나중에 알고 보니 알렉샅더 칼더의 대규모 회고전이 오늘(11월 24일)부터 내년 7월27일까지 이곳 라끄마에서 열리게 됬단다.
'칼더와 추상'(Calder and Abstraction:From Avant-Garde to Iconic)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알렉산더 칼더가 창작생활을 펼쳐온 40년 내내 미술계를 놀래켜온 추상 조각 50여점을 비롯하여, LACMA가 1964년 행코팍 캠퍼스 오픈 기념으로 칼더에게 특별 의뢰해 설치됐던 대형 분수조각에서부터 천정에 매달린 모빌, 스태빌 등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진다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겠다.
이제 분수공원을 지나 라끄마 정문 안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비싼 입장료(LACMA 입장료는 일반 15달러 18세 이상 학생과 시니어 10달러. 17세 이하는 무료다. 주중 오후 3시 이후에는 LA 카운티 주민의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매달 두번째 화요일과 할러데이 월요일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단다)를 내고 그냥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예술작품을 이해할 수준도 안되고, 우리 역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무언가를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이렇게 라끄마 건물 앞 휴식공간에 앉아 아이들만 놀리기로 했다.
다행히 커피샵과 기프트 샵 옆에 위치한 넓찍한 공간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노란색 스파게티 면같이 생긴 것들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하나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놀아 주었다.
그리고 난 이 조형물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이 혹시 다치진 않을까 계속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해서 주일 오후를 이용하여 잠깐 들러 본 수박 겉핥기식 박물관, 미술관 투어가 모두 끝났다. 물론 아직 무언가를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박물관, 미술관을 계속 돌아 다니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작은 기억과 경험들이 훗낳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하나 둘씩 쌓여서, 그들 안에 조금씩 지혜와 지식의 나무가 자라날 것이라고 한 번 어설프게 믿어 보면서,
나는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박물관과 미술관을 싸돌아 다닐 것을 스스로에게 엄숙히 선서하는 바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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