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 시내 관광과 함께 최고의 콤비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당연히 '마운트 레이니어'일 것이다. 

사실 나는 20여년전 나보다 먼저 이 산을 구경하셨던 부모님으로부터 지난 20여년간 그 '눈산(울 부모님은 마운트 레이니어라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시면서 눈덮인 산을 줄여서 항상 이렇게 표현하시곤 하셨다^^)' 얘기를 신물나게 들어오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내 부모님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된 그 곳, '마운트 레이니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씨애틀에서 남동쪽으로 95마일 즈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레이니어 산은 14410 피트의 높이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캐스케이즈 산맥의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레이니어라는 산 이름은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던 유명한 탐험가인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 함장이 멀리서 이 산을 발견하고 그의 절친인 레이니어 제독의 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까지 올라가서 바라 본 마운트 레이니어의 모습.

앞쪽의 나무들은 이렇게 푸른데, 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는 지금이 8월인데도 저렇게 눈이 많이 덮여 있었다. 마치 두 사진을 합성해 놓은 듯한 상반된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어릴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여기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내가 그동안 다녀 본 여러 비지터 센터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비지터 센터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인'의 모습.

약 100년전(1917년)에 목조로 세워진 이 역사적 건물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와도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보였다. 좀전의 비지터 센터가 초현대식 건물이었다면 이곳은 역사적 운치가 느껴지는 낡은 성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파라다이스 인 안으로 들어가 보자.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도 내부가 이렇게나 멋지다. 통나무와 벽난로만으로도 이렇게 고풍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다니... 역시 진정한 감동은 조잡한 인테리어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확고한 건축철학에 근거한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가 보다^^

 

그리고 여기 내가 젤로 좋아하는 사진 한 장. 바로 '파라다이스 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하은이, 주은이 모습이다. 이 엄마가 계속되는 여행에 지쳐 머리도 제대로 묶어주지 않고, 옷도 한 벌에 5달러씩 주고 산 올드 네이비 옷을 입혔건만, 이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얘들아! 이 엄마는 낯선 미국 땅에서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박사논문도, 직장도 모두 그만두었단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간다해도 엄마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엄만 후회 안할꺼야(사실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래도 우리, 온가족이 함께 이 미국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이 소중한 추억들을 서로 오래도록 간직하자꾸나. 그리고 엄마의 망가진(?) 인생은 엄마가 눈높이를 대폭 낮춰서 대충 수습할테니 너무 걱정 말구^^(하긴 아직 천지분간 못하는 너희들이 이 엄마까지 신경써 줄거라곤 기대도 안한다만 ㅋㅋ) 

 

이제 건물 밖으로 나와서 '파라다이스 인' 옆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한 번 감상해 볼까나? 이곳은 '파라다이스 히스토릭 디스트릭트(Paradise Historic District)'라는 구역인데,

 

 

 

생태계를 워낙 잘 보존해 놓아서 그런지, 이렇게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동물들이 마구 눈 앞에서 뛰어 다닌다. 야생동물들아! 여기가 무슨 뉴질랜드나 호주인줄 아는게야?^^

 

끝으로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나라다 폭포'의 모습도 올려 본다.

사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아 폭포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다만, 여행 책자를 보니 '그 높이는 불과 168피트 밖에 안되지만 암벽을 스치면서 낙하하는 물줄기가 마치 수만개의 실오라기를 펴놓은 것처럼 신비롭다'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결과 그 정도로 신비롭진 않다 ㅋㅋ 

그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이 폭포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아마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요런 폭포가 먼 곳에 홀로 위치해 있었다면 이렇게 여행책자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지진 않았을게다. 이래서 모든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나부다^^

 

나리다 폭포 앞에서 찍은 하은이와 주은이의 모습. 

하은이야 원래 언니답고 믿음직했지만,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우리 주은이가 이렇게 '눈에 힘 빡주고 고개 빳빳이 치켜든채 도전적인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요런 모습!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든다ㅋㅋ 

 

이렇게 마운트 레이니어 일대를 구경한 우리는, 다시 씨애틀로 차를 몰았다. 

그 이유는 저녁 7시 얼바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보잉 항공사가 운영한다는 비행 박물관을 한군데 더 들르기 위해서다. 보잉사는 그 본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지만, 씨애틀 근처의 도시 에버릿(Everett)이라는 곳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 박물관도 씨애틀에 지었나보다.

여기다! 보잉사 비행 박물관!  기계공학을 전공한 울 남편이 같이 왔다면 꽤나 흥미로워 했을텐데 정작 남편은 돈을 버느라 오지 못하고 괜시리 행정학도인 마누라가 왔네그려~ (하지만 남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인생은 원래 아이러니 투성이가 아닌교? ㅋㅋ) 

 

박물관 안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여러 가지 사진과 정보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이들이 행여나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감시하느라 이런 정보들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T.T 

 

어쨌든 멀리 여행다니느라 비행기를 타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들을 밖에서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박물관 한 켠에는 이렇게 돈을 따로 내고 비행체험을 즐기게 해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긴 줄을 기다려 공짜로 조종석에 한 번 앉아 보는 걸로 아이들의 요구를 대체해 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금새 잊어버리고 이렇게 해맑게 웃는다. 그래, 얘들아! 잘 찾아보면 세상엔 이렇게 돈 안쓰고도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단다(그러니까 자꾸 뭐 사달라고 하지맛!!!)^^

 

그리고 비행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근래의 최신형 비행기 뿐 아니라, 예전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인간의 호기심과 노력이 빚어낸 역사적 변천사들도 잘 볼 수 있었는데

하은이, 주은이가 좀 더 커서 이런 역사적, 과학적 의미들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을때 이곳에 왔다면 정말 좋은 산교육이 되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사진. 박물관 안의 여러 사진들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 되시겠다.

바로 최초의 비행기 안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두 줄로 앉아야 할 만큼 좁았던 비행기가 요즘엔 승객 수백명을 태우고도 너끈히 날아 오를 수 있을만큼 대중화 되었다니 세월의 변화가 참 놀랍다. 

우린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2000년대 초 향후 비행시장을 예측하면서 각기 다른 사업적 결정으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남편도,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 아이들도 앞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올바른 결정을 내림으로서 역사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진이었다.(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하누... 정작 아이들은 정신 못차리고 썩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다가 기저귀에 똥사고 주저앉았다가 그러는데... 쯧쯧)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남편도 없이 시댁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윤요사의 워싱턴, 오레건 주 3박 4일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지난 7, 8월 두 달동안 옐로우스톤과 미동부 여행, 이번 씨애틀 인근 여행까지 연달아 다녀온 내용을 담은 나의 포스팅도 끝이 났다.

끝으로 중간에 포스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거의 두 달이나 지난 일들을 기억해내며 꾸준히 글을 쓰느라 수고한 우리의 윤요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게 웬 자화자찬이냐 싶겠지만, 사실 댓글도 잘 달리지 않는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자서 헛소리를 해대면서(그것도 꾸준히ㅋㅋ) 글을 써내려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일면식 하나 없는 남의 집안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클릭질을 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윤요사 가족의 기나 긴(?) 여름 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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