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요즘 하은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비싼 투이션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보내게 된 사립학교인데 혹시 하은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는 나 역시 내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요즘은 하은이가 너무나도 즐겁게 학교에 다녀 주어서 그런 하은이를 지켜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기쁘다.

물론 이 엄마가 언니에게 재원을 몰빵하는 바람에 우리 주은이는 지금도 프리스쿨에 가지 못하고 홈데이케어를 전전하고 있지만(그래도 좋은 데이케어를 만나 다행이다^^), 아이야! 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 아니더냐?  객관적 입장에서 봤을때 그나마 영어를 배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큰 하은이 언니에게(뭐 그래봤자 킨더지만 ㅋㅋ) 니가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

그리하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혈 엄마의 적극적인 후원(?)하에 요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하은이의 일상을 한 번 소개해 보련다. 

먼저 한 벌 뿐인 교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하은이 모습. 하은이는 지금 한국나이로 7살, 그리고 미국 나이로 almost 6살이다. 처음에 교복 살땐 돈이 아까워 죽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침마다 옷 가지고 투정 부리지 않게 되서 정말 좋다. 

 

 

 

집에서는 한국말만 쓰는 고로 하은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잘 할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보기에 하은이가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잘하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노래'인 것 같다.

페어몬트 킨더에서는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한 10분 정도 부모님들 앞에서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는데 그럴때면 가끔 이렇게 하은이가 앞에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곤 한다. 

지난 번 컨퍼런스 데이 때에도 선생님께서는 나와 남편에게 하은이가 자기 클래스의 song leader라며 자기보다 노래를 더 많이 알고 또 잘 부른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사실 나는 선생님이 하은이가 노래 리더가 아니라 공부 리더라고 말했줬음 하고 기대했다가 다소 실망했다는 ㅋㅋ (아... 엄마의 이 과한 욕심이여^^)

 

물론 하은이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수업 시간에 자기 얼굴을 그리라고 했나본데 나는 이 그림들을 멀리서 바라 보고서도 하은이의 그림이 어떤 건지 단박에 알아 차렸다는(물론 울 남편은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 ㅋㅋ).

 

이건 하은이가 Art 시간에 그린 그림들. 지 아빠 닮아서 그림에 좀 소질이 있는 듯 하다 ㅋㅋ

 

하지만 우리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누가 뭐래도 '체육'이다.

아침마다 수업은 8시 20분에 시작하는데 나는 거의 8시 정도면 반드시 학교에 도착하곤 한다. 그 이유는 하은이가 아침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장에서 줄넘기와 농구, 배구 등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마다 남편 새벽밥에 도시락까지 싸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하은이를 수업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데려다 주고 싶은데, 지금의 하은이는 거의 체대에 갈 기세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내가 도저히 막을 수가 엄따 ㅋㅋ

하은이는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줄넘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그 날 자기 기분에 따라 농구나 배구를 해 주신후,

 

 

마무리는 언제나 암벽타기로 마친다. 그럴때면 주은이 역시 심하게 꼽사리를 끼는데 누가 보면 온가족이 체육 가족인 줄 알겠다.

 

그밖에도 이렇게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여러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 제끼다가, 노는게 지치면 그제서야 공부를 조금 하는 것 같다 ㅎㅎ

 

그래도 '페어런츠 나잇'에 가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은이가 어떤 커리큘럼을 어떻게 배우는지 자세한 설명도 듣고 여러 학부모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눠 보니, 수업이 끝난 후 내가 집에서 하은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외국에서 학교를 안다녀본데다 하은이가 첫 아이라서 그런지 나는 하은이를 어떻게 코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럴때마다 울 남편은 언제나 나의 뻗치는 교육열에 하은이가 말라 죽기 전에 하은이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 가장 큰 코치라고 막말을 해대곤 한다 ㅋㅋ   

 

이렇게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하은이는 집에서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후, 동네 놀이터나 수영장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 집 옆 우드브리지 호수 부근에 있는 라군(lagoon) 수영장에서 하은이가 놀았던 모습이다.

 

 

끝으로 우리 주은이 소식!

요즘 우리 주은이는 한창 potty training 중이다. 벌써 주은이가 32개월이니 potty training 자체가 많이 늦은게 사실이다. 하은이는 32개월 무렵에는 완전히 기저귀를 떼었었는데, 주은이는 둘째인데다가 미숙아로 태어나다 보니 내가 많이 푸쉬하지 못했다.

기저귀 떼는 훈련은 사실 기저귀를 벗겨 놓고 시키는게 가장 효과적인데 우리 집은 바닥이 대부분 카펫으로 되어 있다 보니, 실전 없이 말로만 훈련을 시키는게 쉽지 않다. 하지만 하은이도 그렇게 해서 떼었는데 주은이라고 특별하게 대우할 수는 없기에 요즘은 하루에 일정 시간씩은 무조건 변기에 앉혀 보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를 뺀 채, 그나마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타일이 깔린 현관문 앞 공간에다가 이렇게 신문지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놀거나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야 아이가 혹시 실수를 해도 카펫이 젖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니 오늘의 반찬은 굴비와 계란찜, 그리고 김치와 멸치이다. 참으로 훌륭한 밥상이 아닐 수 없다^^ 기저귀랑 옷을 홀딱 벗은 우리 주은이가 하은이, 어머님과 함께 밥을 먹기 전 식사기도를 하고 있다. 이런 사진은 나중에 잘 남겨 주었다가 주은이 결혼할때 사위에게 보여줘야 제격인데...^^ (그런데 거기 어머니! 이게 무슨 범죄 사진도 아닌데, 뭐가 부끄러우시다고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계신다요? ㅋㅋ)

 

요즘 나는 이 두 아이들을 양쪽 팔에 꼭 껴안으면 세상 부러운 게 없을만큼 마음이 꽉 차고 흐뭇해진다.

내 도움이 없으면 잘 찾아 먹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언제나 내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나에게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와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나는 요즘 이 아이들을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 참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거 이러다가 내 꿈을 잊어 버리고, 엄마가 직접 애들 키우는게 남는 거라며 이참에 집에 그냥 눌러 앉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

야, 윤요사! 너 그동안 애들은 모름지기 엄마가 아니라 남의 손에서 강하게 키우는게 효과적이라고 역설하던 것이 요즘은 집에서 애만 키우는 것도 모자라, 전파가 아깝다며 경멸하던 한국 드라마도 이젠 넋 놓고 바라 보고 말이지(특히 '주군의 태양'이랑 '비밀'^^), 너 요즘 아주 이상해...

어서 정신 차리고 예전의 자칭 페미니스트이자 열혈 커리어우먼이던 그 윤요사로 어서 돌아오시게... 아랐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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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애틀 시내 관광과 함께 최고의 콤비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당연히 '마운트 레이니어'일 것이다. 

사실 나는 20여년전 나보다 먼저 이 산을 구경하셨던 부모님으로부터 지난 20여년간 그 '눈산(울 부모님은 마운트 레이니어라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시면서 눈덮인 산을 줄여서 항상 이렇게 표현하시곤 하셨다^^)' 얘기를 신물나게 들어오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내 부모님의 마음 속에 깊이 간직된 그 곳, '마운트 레이니어'에 도착하게 되었다.  

씨애틀에서 남동쪽으로 95마일 즈음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레이니어 산은 14410 피트의 높이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캐스케이즈 산맥의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레이니어라는 산 이름은 1792년 태평양 연안을 항해하던 유명한 탐험가인 영국 해군의 조지 밴쿠버 함장이 멀리서 이 산을 발견하고 그의 절친인 레이니어 제독의 이름을 따서 산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까지 올라가서 바라 본 마운트 레이니어의 모습.

앞쪽의 나무들은 이렇게 푸른데, 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는 지금이 8월인데도 저렇게 눈이 많이 덮여 있었다. 마치 두 사진을 합성해 놓은 듯한 상반된 풍경이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어릴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벅차 올랐다. 

 

 

여기는 파라다이스 비지터 센터. 내가 그동안 다녀 본 여러 비지터 센터 중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비지터 센터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인'의 모습.

약 100년전(1917년)에 목조로 세워진 이 역사적 건물은 뒤로 보이는 마운트 레이니어와도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보였다. 좀전의 비지터 센터가 초현대식 건물이었다면 이곳은 역사적 운치가 느껴지는 낡은 성 같은 느낌이랄까... 

 

이제 파라다이스 인 안으로 들어가 보자.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도 내부가 이렇게나 멋지다. 통나무와 벽난로만으로도 이렇게 고풍스런 분위기가 연출되다니... 역시 진정한 감동은 조잡한 인테리어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확고한 건축철학에 근거한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가 보다^^

 

그리고 여기 내가 젤로 좋아하는 사진 한 장. 바로 '파라다이스 인'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하은이, 주은이 모습이다. 이 엄마가 계속되는 여행에 지쳐 머리도 제대로 묶어주지 않고, 옷도 한 벌에 5달러씩 주고 산 올드 네이비 옷을 입혔건만, 이 아이들의 빛나는 미소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얘들아! 이 엄마는 낯선 미국 땅에서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박사논문도, 직장도 모두 그만두었단다. 아마도 내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간다해도 엄마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긴 힘들겠지...  하지만 엄만 후회 안할꺼야(사실 후회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래도 우리, 온가족이 함께 이 미국땅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던 이 소중한 추억들을 서로 오래도록 간직하자꾸나. 그리고 엄마의 망가진(?) 인생은 엄마가 눈높이를 대폭 낮춰서 대충 수습할테니 너무 걱정 말구^^(하긴 아직 천지분간 못하는 너희들이 이 엄마까지 신경써 줄거라곤 기대도 안한다만 ㅋㅋ) 

 

이제 건물 밖으로 나와서 '파라다이스 인' 옆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한 번 감상해 볼까나? 이곳은 '파라다이스 히스토릭 디스트릭트(Paradise Historic District)'라는 구역인데,

 

 

 

생태계를 워낙 잘 보존해 놓아서 그런지, 이렇게 노루인지 사슴인지 모를 동물들이 마구 눈 앞에서 뛰어 다닌다. 야생동물들아! 여기가 무슨 뉴질랜드나 호주인줄 아는게야?^^

 

끝으로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했던 '나라다 폭포'의 모습도 올려 본다.

사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아 폭포라고 부르기도 좀 민망하다만, 여행 책자를 보니 '그 높이는 불과 168피트 밖에 안되지만 암벽을 스치면서 낙하하는 물줄기가 마치 수만개의 실오라기를 펴놓은 것처럼 신비롭다'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결과 그 정도로 신비롭진 않다 ㅋㅋ 

그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이 폭포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아마 레이니어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요런 폭포가 먼 곳에 홀로 위치해 있었다면 이렇게 여행책자에 소개될만큼 유명해지진 않았을게다. 이래서 모든 장사는 목이 좋아야 하나부다^^

 

나리다 폭포 앞에서 찍은 하은이와 주은이의 모습. 

하은이야 원래 언니답고 믿음직했지만,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우리 주은이가 이렇게 '눈에 힘 빡주고 고개 빳빳이 치켜든채 도전적인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요런 모습!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든다ㅋㅋ 

 

이렇게 마운트 레이니어 일대를 구경한 우리는, 다시 씨애틀로 차를 몰았다. 

그 이유는 저녁 7시 얼바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 보잉 항공사가 운영한다는 비행 박물관을 한군데 더 들르기 위해서다. 보잉사는 그 본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지만, 씨애틀 근처의 도시 에버릿(Everett)이라는 곳에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 박물관도 씨애틀에 지었나보다.

여기다! 보잉사 비행 박물관!  기계공학을 전공한 울 남편이 같이 왔다면 꽤나 흥미로워 했을텐데 정작 남편은 돈을 버느라 오지 못하고 괜시리 행정학도인 마누라가 왔네그려~ (하지만 남편,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인생은 원래 아이러니 투성이가 아닌교? ㅋㅋ) 

 

박물관 안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여러 가지 사진과 정보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이들이 행여나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감시하느라 이런 정보들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다는 T.T 

 

어쨌든 멀리 여행다니느라 비행기를 타본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들을 밖에서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꽤나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박물관 한 켠에는 이렇게 돈을 따로 내고 비행체험을 즐기게 해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나는 이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서

 

긴 줄을 기다려 공짜로 조종석에 한 번 앉아 보는 걸로 아이들의 요구를 대체해 주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금새 잊어버리고 이렇게 해맑게 웃는다. 그래, 얘들아! 잘 찾아보면 세상엔 이렇게 돈 안쓰고도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단다(그러니까 자꾸 뭐 사달라고 하지맛!!!)^^

 

그리고 비행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근래의 최신형 비행기 뿐 아니라, 예전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비행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인간의 호기심과 노력이 빚어낸 역사적 변천사들도 잘 볼 수 있었는데

하은이, 주은이가 좀 더 커서 이런 역사적, 과학적 의미들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을때 이곳에 왔다면 정말 좋은 산교육이 되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사진. 박물관 안의 여러 사진들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사진 되시겠다.

바로 최초의 비행기 안 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이렇게 두 줄로 앉아야 할 만큼 좁았던 비행기가 요즘엔 승객 수백명을 태우고도 너끈히 날아 오를 수 있을만큼 대중화 되었다니 세월의 변화가 참 놀랍다. 

우린 '에어버스'와 '보잉'사가 2000년대 초 향후 비행시장을 예측하면서 각기 다른 사업적 결정으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나도, 남편도,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 아이들도 앞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시대의 흐름을 바로 읽고 올바른 결정을 내림으로서 역사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사진이었다.(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하누... 정작 아이들은 정신 못차리고 썩소를 지으며 브이자를 그렸다가 기저귀에 똥사고 주저앉았다가 그러는데... 쯧쯧)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남편도 없이 시댁 식구들과 함께 떠났던 윤요사의 워싱턴, 오레건 주 3박 4일 여행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지난 7, 8월 두 달동안 옐로우스톤과 미동부 여행, 이번 씨애틀 인근 여행까지 연달아 다녀온 내용을 담은 나의 포스팅도 끝이 났다.

끝으로 중간에 포스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도 거의 두 달이나 지난 일들을 기억해내며 꾸준히 글을 쓰느라 수고한 우리의 윤요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이게 웬 자화자찬이냐 싶겠지만, 사실 댓글도 잘 달리지 않는 작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마치 허공에 대고 혼자서 헛소리를 해대면서(그것도 꾸준히ㅋㅋ) 글을 써내려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일면식 하나 없는 남의 집안 대소사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클릭질을 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상으로 윤요사 가족의 기나 긴(?) 여름 여행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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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커텐을 열어 초미의 관심사(?)인 오늘의 날씨를 확인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는 앉았지만 언제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비가 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여서 다시금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오늘의 첫번째 관광지는 워싱턴주 남부에 있는 '세인트 헬렌스 화산 준국립공원'(Mt. St. Helens National Volcanic Monument)이다. 밴을 타고 달리다 보니 도로 너머로 구름에 산봉우리를 숨긴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가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은 겨울철에는 눈으로 뒤덮여서 보통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만 일반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 세인트 헬렌스! 내가 지금 너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단다. 내가 올라갈 동안 그 구름 다 걷어내고 너의 산봉우리 모습을 나에게 꼭 보여 주어야해~~~ 

 

사실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미국, 그중에서도 워싱턴주에서는 매우 유명한 산이다. 그 이유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1980년 5월 18일, 화산 대폭발로 인하여 산꼭대기 부분의 400여 미터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화산 폭발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러한 대참변을 겪은 이후 세인트 헬렌스는 지난 30여년간 스스로 자연 치유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시간 이상 달려 우리는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의 '존스턴 리지 전망대(Johnston Ridge Observatory)'에 올랐다. 이 전망대의 이름은 화산 폭발 당시 죽음을 당했던 한 지질학자의 이름인 '존스턴'을 기념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건 당시 잔스턴이 화산 활동을 관찰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아직 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것이라서, 마운트 헬렌스의 산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1980년 5월 18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경. 당시 조만간 이 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여러 지질학자들과 사진작가 등이 산 부근에서 화산의 동태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이었는데, 당시 산으로부터 6마일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화산활동을 관측하고 있던 미국지질학회의 데이빗 잔스턴의 흥분된 목소리가 무선전화를 통해 들려옴과 동시에 큰 폭음과 함께 통신은 끊기고 화산재가 온 인근을 뒤덮었다고 한다.  

화산 폭발로 인해 봉우리로부터 반경 6마일 이내의 숲은 불타는 화산재와 가스로 완전히 뒤덮이고 당시 이를 관측하던 지질학자와 사진작가, 기자 등 57명이 일순간에 희생되었는데, 존스턴 리지 전망대에 가면 당시 이들이 촬영한 최후의 순간들이 사진으로 잘 남아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여행 책과 가이드의 설명, 그리고 전망대의 자료 등을 통해서 여러 각도에서 접하면서 큰 감동(? 아님 슬픔?)을 받았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이 정말로 그렇게 죽을지는 몰랐겠지만, 적어도 죽을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서 관측에 임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당시의 그들처럼 지금의 내 삶에 혹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T.T

 

그렇게 인생에 대한 자세가 불성실한(?) 내가 와서 그런지, 오늘 세인트 헬렌스는 그 봉우리를 구름 속에 감춘 채, 좀처럼 속살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그래서 구름 걷힌 산봉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사진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산이 자기 정상을 안보여주니, 나도 여기 자연을 훼손(?)하는 인물 사진 몇 장 들어가련다~ ㅋㅋ

 

요건 이번 여행을 통틀어 우리 가족이 모두 나온 떼거지 인증샷 되시겠다.

요즘같은 시대에 시엄니 모시고 산다고(사실 시엄니한테 얹혀 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수도 있다ㅋㅋ) 나에게 늘 잘 해주시는 울 형님, 그리고 고된 며느리살이(?)에 마음고생이 많으신 울 시엄니, 그리고 남편 없이 얼라들 데리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느라 얼굴 많이 상한 나까지~ 조카와 주은이는 물론, 시종일관 방방 뛰어대다가 이 사진을 찍기 직전 나한테 따끔하게 혼나 시무룩한 하은이의 표정까지도 넘 귀엽다 ㅋㅋ

 

 

 

우리는 내친 김에 잔스턴 리지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 30여년 전 발생한 화산폭발과 그로 인한 세인트 헬렌스의 자연치유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관람했다.

워낙 사연을 많이 간직한 폭발이어서 영화 역시 매우 감동적이었는데 특히 영화가 끝난 직후, 커튼이 일제히 올라가면서 화산 폭발로 산봉우리가 날아간 세인트 헬렌스의 모습이 창문 밖으로 장엄하게 드러나는 엔딩은 우리의 감동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 감동을 뒤로 하고, 우리는 Oregon주로 향했다. 바로 포틀랜드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사실 오리건주의 주도는 세일럼(Salem)이지만 가장 유명한 도시는 포틀랜드이다.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과 웰러멧 강(Willamette River)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포틀랜드는 여름철에는 화려한 장미축제가 유명하여 흔히 '장미의 도시(City of Roses)'로도 불린다. 그 밖에도 도시를 관통하는 월러멧 강 위로 예쁜 다리가 많아 '브리지 시티(Bridge City)' 혹은 '맥주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그 월러멧 강 위에서 신나는 제트보트를 타며 포틀랜드의 멋진 브리지들을 맘껏 구경할 예정이다.

 

안뇽하세요~ 선장님!  저, 얼바인 윤요사에요~ 오늘, 신나는 운전 부탁드립니다~ 

 

사실 워낙 제트보트가 빠르고 물도 많이 튀어서 사진 찍는게 거의 불가능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사진이 예쁘게 나왔을테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난 감사하련다.

 

제트보트를 타기엔 너무 어리다는 직원들의 만류에도 바락바락 우겨서 제트보트에 오른 우리 주은이. 선장님이 묘기를 부릴 때는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가도, 다시 엔진이 조용해지면 바로 이렇게 해맑은 웃음을 지어 주신다. 

 

이제 월러멧 강에서 신나게 놀았으니 다음은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러 가보자. 푸른 평야와 낮은 구릉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콜럼비아 강을 보니 내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콜럼비아 강의 풍경은 바로 이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 앞에서 봐야 제격이라고 한다. 이 비스타 하우스는 밖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건물 내부 역시 매우 잘 꾸며져 있었는데, 콜럼비아 강 풍경의 변천 모습과 그간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리는 자료는 물론, 예쁘게 꾸며진 기념품 샵까지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비스타 하우스를 뒤로 하고,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멀트노마 폭포'에 도착했다.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서 웬만한 폭포계(?)는 다 졸업한 나이지만 그래도 이 폭포, 참으로 운치있다. 폭포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다 멋있는 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멀트노마. 그리 크지 않은 폭포이건만, 나무와 다리 등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져 정말 이쁘지 않은가?^^

 

이렇게 오늘 나는 화산 폭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와 포틀랜드의 아름다운 브리지를 감상하는 월러멧 강의 제트보트 투어, 그리고 비스타 하우스에 들러 콜럼비아 강의 경치를 감상하고 마지막으로 그림같은 멀트노마 폭포 아래서 맛난 아이스크림와 커피를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요 며칠간 나는 늘 해오던 것처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었고 또 남편과 하은이의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었다. 그 뿐인가! 아이들을 학교로 보낸 후, 나의 아침은 향긋한 커피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그 날의 국을 끓이기 위하여 비린내나는 멸칫국물을 우리는 일부터 시작되는데(우웩! 진짜 이 생활 구리다 ㅋ) 여행을 오니 그런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다시 얼바인으로 돌아가겠구나... 집으로 돌아 가는 건 좋지만, 그런 일상으로 복귀하는 건 정말 싫다. 하지만 지난 3일간 햇반과 종가집 김치로만 버티며 돈을 벌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돌아가긴 가야겠구 ㅋㅋ

내일은 이번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마운트 레이니어'에 가기로 되어 있다. 날씨가 오늘보다는 좀 더 맑았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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