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은이가 다니는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에서 킨더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하지만 하은이는 오늘 진짜로 졸업을 하는 것은 아니고 졸업식에서 공연(performance)만 같이 하게 되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이유는 이 스쿨에는 한 개의 킨더 클래스가 있는데 이 클래스의 총 25명의 아이들 중, 지난 1년 동안 같은 반에서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들었지만,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2007년 11.1일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은 정식으로 킨더를 졸업하게 되고, 하은이처럼 11월,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2008년생들과 함께 올 9월부터 킨더를 한 번 더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렇게 미리 졸업식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좋은 기회가 아니던가? 나는 하은이가 혹시 같이 졸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속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선생님들이 이미 잘 설득시켜 놓았는지 하은이는 졸업 가운과 모자, 디플로마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의 공연을 즐기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졸업 공연이 열리는 오후 5시가 가까와 오자, 오늘의 공연 장소인 유치원 주차장으로 많은 학부모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킨더가튼 클래스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졸업 공연이 시작되였다.
빨간 바지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하은이도 맨 앞줄에 섰다. 내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드레스를 입혀 준다고 했건만, 굳이 바지를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하은이는 오늘 졸업식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은 여자 아이가 되었다^^
정식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5명의 Pre-K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에서는 Pre-K 학생들에게 졸업식의 시작을 알리고 그동안 이 공연을 위해서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을 전할 수 있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하은이도 제 차례가 되자 그동안 공연을 위해 힘써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영어로 단 두 문장을 말하는 것인데도 나는 하은이가 혹시나 버벅거릴까봐 내심 노심초사했다는ㅋㅋ 하지만 하은이는 이 엄마를 닮아 무대 체질인지, 연습할 때보다도 오히려 더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을해서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킨더의 졸업 공연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이언 킹'과 '정글북'의 삽입곡 4개를 부르는 것이었는데, 여기 이 날 아이들이 부른 노래 중 하나인 I'm gonna be a mighty king이라는 노래를 동영상으로 올려 본다. 근데 내가 동영상을 잘 안올려봐서 이게 제대로 구현될랑가 모르겠네 ㅎㅎ
여하튼 이 4곡의 노래를 부르기 위하여 지난 한 달간 아이들이 얼마나 맹연습을 하였는지 ㅋㅋ
킨더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곧이어 3 클래스의 프리스쿨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프리스쿨 아이들의 장기자랑까지 모두 끝나자, 드디어 정식으로 킨더의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20명의 킨더 아이들은 밝은 하늘색 가운과 모자를 쓰고 걸어나와 먼저 교장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담임 선생님인 미스 에이미에게 가서 디플로마를 받았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졸업장을 받아든 후 졸업생들이 모자에 달린 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오늘의 졸업식은 끝이 났다. 이에 객석에서는 드디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어린 자녀들을 응원하는 부모들의 함성과 박수가 가득히 울려퍼졌다.
다시 Pre-K 아이들이 입장하고 모두들 손을 흔들며 피날레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노래가 끝날 때 즈음, 상자에 가두어 놓았던 비둘기를 풀어주며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지만, 겁많은 우리 하은이는 갑자기 비둘기들이 쏟아져 나오자 무서워서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는ㅋㅋ
졸업식 공식 행사가 끝나고 학교 측에서는 간단히 레몬주스와 쿠키를 마련해 주었고, 사람들은 이를 먹으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면서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는 반면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들이었다.
하은아, 네가 작년 7월 1일에 이 학교에 왔으니 꼭 1년 동안 이 학교를 다녔구나. 그동안 킨더 클래스의 막둥이로서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이 기억들은 앞으로 너의 인생에서 즐거운 추억들이 될것이야...
내년부터 다니게 될 한국의 공립 초등학교는 아마 만만치 않겠지? 우리 각오를 단단히 하자꾸나. (너 한국 가서 공부 못하믄 아주 이 엄마한테 주거써 ㅋㅋ)
졸업식 다음 날. 이번 주까지만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다니는 하은이를 위해서 나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하은이가 잠시나마 미국에 살았던 즐거운 기억들을 다시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동안 하은이의 담임 선생님으로서 하은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던 미스 에이미와도 사진을 찍었다.
학부모 상담 때마다 내가 영어를 버벅거리면 그녀는 나에게 자기는 영어 하나 밖에 못하는데 애슐리 엄마는 한국어 이외에 영어를 이정도라도(?)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며 천천히 다시 말해보라고 위로해 주곤 하였는데... 미스 에이미! 이제 애슐리 엄마의 말도 안되는 영어를 들을 일은 없겠군요! ㅎㅎ
이제 다음 주부터 하은이는 새로운 학교에서 써머를 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하은이를 위하여 고심 끝에 선택한 학교는 바로 이 곳! 페어몬트 프라이빗 스쿨 되시겠다.
비록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보다 집에서 더 멀고 돈도 더 비싸지만, 이제 나는 하은이에게 더 이상 유치원이 아니라 학교다운 학교에 다니게 해주고 싶었다. 여기는 8학년까지 운영하는 학교인데다 공부도 많이 시킨다고 하니 한 번 다녀 주시겠다^^
하은아! 여기서 다음 주부터 6주간의 써머 스쿨이 시작된단다. 새로운 선생님은 물론 모두 새로운 친구들이라서 처음에는 많이 낯설겠지만 그런 것도 극복할 줄 알아야겠지?
만일 니가 여길 많이 좋아하면 엄마 아빠는 너에게 앞으로 여기서 정식 킨더를 다니게 해줄까도 생각 중이야. 근데 여긴 투이션이 너무 비싸서 사실 좀 더 고민해 보긴 해야겠다...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너만을 위한 것은 아니잖니? 이제 또래와 놀기를 간절히 원하는 니 동생도 프리스쿨을 보낼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ㅋㅋ
이제 새로운 학교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 큰 딸의 앞길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며, 갑자기 거룩 모드로 바뀐 엄마의 포스팅은 여기서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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