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의 여섯 번째 생일이 돌아 왔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하은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정식으로 생일 파티를 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못된(?) 엄마라서가 아니라, 지난 4년동안 우리 가족은 해마다 12월이 되면 약 한 달 정도 한국에 들어갔다 왔기 때문에, 12월 11일이 생일인 하은이의 생일에는 정작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이렇게 결심했더랬다. 우리 가족이 미국을 떠나기 전, 이 엄마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모아, 그리고 온 가산을 기울여(?), 반드시 너의 생일잔치를 지!대!로 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나는 지난 48개월동안 정기 휴가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사적인 휴가를 내본 적이 없는 울남편에게 부탁했다. 앞으로 평생 나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상남자' 취급 받기 싫으면, 이번에 하은이 생일에 맞춰서 당장 휴가를 내라고 말이다!!! ㅋㅋ
나는 하은이 생일 파티 장소로 최근 얼바인에 새로 생긴 키즈 카페인 Playland Cafe를 선택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오전 일찍부터 남편과 함께 Party City에 가서 풍선과 생일 축하 배너, 포토존 배경 그림에 이르기까지 각종 돈지랄(?)을 해대며 파티 장소를 꾸밀 재료들을 사가지고 와서 오전 내내 남편과 둘이서 데코레이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데코레이션 컨셉은 하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연두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한 '팅커벨' 이다. 그런데 데코레이션을 끝내고 보니, 이건 무슨 촌스런 돌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그려... 쩝! ㅎㅎ
그리고 요건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베이커리에서 특별 주문한 초대형 생일 케익(사진 상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사실 50여명이 먹고도 4분의 1이나 남을 정도로 꽤 큰 사이즈였당). 요따위 케익이 자그마치 85달러나 하다니... 흑흑, 이번 달 살림비도 월급날 되기 훨~씬 전에 거덜 나겠구나 T.T
끝으로 오늘 초대된 꼬마 손님들에게 구디백 대신 나누어 줄 답례용 책과 DVD 까지 전시 완료! 닥터 수스, 에릭 칼, 디즈니 컬렉션은 물론 스콜라스틱 DVD까지 연령대별로 구비해 놓았으니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때 선물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다^^
내가 생일 파티를 위해 키즈 카페를 빌린 시간은 총 2시간인데, 먼저 앞의 1시간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플레이 룸에 들어가서 노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한 시간이 지나면 오늘 온 모든 친구들과 함께 블럭으로 자리를 만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순서가 돌아 온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들은 이렇게 제각기 대형 소프트 블럭들을 가지고 자기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게 된다.
자리가 완성되면 오늘의 주인공인 하은이와 그의 친구들이 이렇게 기념 사진을 찍는다. 쨔잔~
이제 그동안 노느라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파티룸으로 우르르 몰려 나온다.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갓 배달되어 온 피자와 간식들을 먹기에 바쁘다.
왁자지껄했던 파티룸의 풍경들. 어른 아이 합쳐서 50명이나 왔으니 내가 스케일이 좀 컸나?^^ 하지만 난 하은이 친구들은 딱 16명만 초대했다는 사실. 다만 그 엄마와 형제들까지 세트로 오다 보니 50명을 훌쩍 넘겼을 뿐이다^^
하지만 나도 지난 4년 동안 하은이가 누군가의 생일 초대를 받으면 하은이를 태워 준다는이유로 내가 동행할 뿐 아니라, 내가 돌볼 수 밖에 없는 주은이까지 세트로 데리고 다녔었다. 그동안 나도 하은이 친구 생일잔치에 주은이까지 데리고 다니며(심지어 갈데없는 시엄니까지 모시고 간 적도 있었다. 뜨앗~) 잘 얻어 먹고 다녔으니 오늘 이렇게 여러 명이 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암것두 모르는 울 남편은 50명이 넘게 온 생일 파티를 보고, 나보고 오지랖도 넓다며 무슨 스케일이 이리 크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내가 손님 접대에 정신이 없는 동안, 울 남편은 말없이 한쪽 구석에서 하은이와 주은이를 먹이고 보살펴 주었다. 여자들만 북적대는 공간에서 오늘 외롭게 나를 도와준 남편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아이들이 제일 기다리는 케익을 커팅할 시간이다. 피자로 주린 배를 대충 채운 아이들은 하은이를 위해 큰 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하은이는 촛불을 껐고, 곧이어 케익을 잘라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비싸게 주고 산 케익인데 맛이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들 케익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바람에 나도 어린 아이처럼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포토존에서 오늘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시간이다. 이곳에서 4년을 살면서 만났던 많은 지인들과 하은이의 친구들... 하은이가 점점 자라면서 언젠가는 그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겠지만,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얼바인에서 만났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들을 떠올리며 오래도록 그 추억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실 오늘의 생일 파티, 예상보다 지출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하은이가 여러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그때 하은이가 참 즐거워했던 것처럼, 오늘 온 하은이의 친구들도 오늘의 파티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여러 가지로 바쁜데도 참석해준 하은이 친구들과 그 엄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48개월동안 남편 직장 때문에 이름도 생소했던 이 곳 얼바인에 이사와서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좋은 한국 엄마들을 많이 만났었던가... 뒤돌아 보면 나는 영어도 못하고 외국에 살아본 적도 없어서 처음에는 좌충우돌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넘기고 이제 귀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생일 잔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하은이 학교의 외국 친구들에게 컵케익을 대접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뜨앗~ 사실 하은이는 이 친구들도 생일 잔치에 초대하고 싶어 했지만 그러면 인원이 거의 100명에 육박할 것이 뻔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네들과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관계로, 생일 파티는 한국 아이들만으로 한정하고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는 컵케익을 가지고 따로 방문하기로 하은이와 약속했었다.
하은이 담임 선생님인 Ms. Montague는 내가 컵케익을 들고 클래스로 찾아 가자, 야외 테이블에 아이들을 앉히고 아이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컵케익을 다 먹고 나서, 나는 얼마 남지 않은 하은이의 학교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멋진 걸들과 함께 기념 사진도 한 컷 찍어 주었다.
하은아! 지금의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마음껏 즐기길 바래. 엄마가 말해도 넌 잘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가 미국에 살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어... 내년 3월이면 넌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겠지...
앞으로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면 네가 지금 편하게 사용하는 영어를 일상에서는 더이상 사용할 일이 없을거야. 그리고 네가 그토록 싫어하고 잘 쓰지 못하는 한국말로 말하고 쓰고 읽고 해야겠지...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과 너는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엄마는 3년 전에 영어 한 마디 못했던 네가 미국 프리스쿨에 잘 적응했듯이 또 내년이 되면 네가 한국 학교에도 잘 적응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리고 사실 이 엄마는 여기서 어린 너희들을 낳고 키우느라 하도 개고생(?)을 많이 해서 미국 생활에 별 미련도 없단다^^ 우린 내년 2월에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으로 바로 고고씽하는게야... 오케이?
하은아! 아직 어린 너에게 늘 언니 역할만 강요하고, 또 무조건 한국말과 영어를 둘 다 잘해야 한다며 무식한 억지나 부려댔구나(그건 사실 엄마가 영어를 못하는 컴플렉스 때문이었단다^^)... 엄마가 너에게 인격적으로 부끄러운게 많다는 점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앞으로 엄마도 더 철들고 보다 성숙해지도록 노력할께. 끝으로 너의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엄마가 변함없이 그리고 격하게 널 사랑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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