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중 또 나를 기쁘게 했던 건 좋은 호텔이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은 이 호텔은 워싱턴주의 주도인 올림피아시에 있는 레드 라이언 호텔이었는데 어찌나 깨끗하고 운치있던지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접근성을 고려하여 프리웨이나 로컬 도로변에 위치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호텔은 호텔 뒤로 작은 강과 얕은 구릉(언덕배기)을 끼고 있어서 객실에서 바라보는 뷰가 참 좋았던데다 이렇게 제법 괜찮은 수영장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아침 일찍 출발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관계로 창문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뷰도 땅거미가 어스름히 깔릴때에만 볼 수 있었고 수영장도 저녁엔 추워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게 좀 흠이긴 하다. 이를테면 이 모든게 '그림의 떡'이었다고나 할끼?ㅋㅋ

 

어쨌든 오늘은 워싱턴주에 있는 올림픽 국립공원, 그 중에서도 솔덕 온천(Sol Duc Hot Springs)과 호 열대우림 숲길(Hoh river trail)을 둘러 볼 예정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193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데, 이곳이 바로 올림픽 내셔날 파크 요금징수소이다. 훗날 이 블로그를 보고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하여 친절한 윤요사,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요금표를 찰칵 찍어주는 센스!!! ^^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자연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 온다.  

 

드디어 미네럴 온천과 광천수 풀장으로 유명하다는 솔덕 온천에 도착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온천 풍경은 지난 번 옐로스톤에서도 워낙 많이 봐서 그닥 새롭진 않다.

 

이제부터는 하은이와 주은이를 위한 시간이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어딜 가나 온천이나 수영장만 있으면 사족을 못쓴다. 온천을 싫어하는 나는 오늘도 꿋꿋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대신 울 시엄니가 손녀 둘을 데리고 척척 들어가시니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 역시 영문도 모르는채 또 끌려와서(?), 차에서 자라면 자야 하고, 화장실에서 싸라면 싸야 하고, 끼니 때가 되면 싫어하는 음식도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하은이와 주은이. 그래도 물에만 들어가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엄마가 없어도 저희들끼리 잘도 논다. 이럴때면 아이를 둘 낳기 잘했다는 자부심이 밀려온다. 하긴 이런 자부심은 아주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두 배로 힘들다 ㅋㅋ  

 

게다가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이번엔 한국에서 온 사촌언니까지 합세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어쨌든 이날 솔덕 온천은 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는 ㅎㅎ

 

이제는 온천욕을 마치고 트레킹을 하러 갈 차례이다. 앗! 그런데 온천을 할때도 멀쩡했던 날씨가 트레킹을 하려니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하다. 어느덧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엘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워싱턴주의 별명은 '에버그린 스테이트'이다. 그만큼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숲과 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워싱턴주를 여행하면서 비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게다. 하지만 실내 투어가 아니라 간만에 트레킹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오니 참으로 아쉽긴 하다.

 

그래도 우리는 빗속 트레킹을 각오하고, 미국에서 오직 올림픽 반도에만 있다는 열대 우림(Rain Forest)인, Hoh Rain Forest에 도착했다. 비지터 센터에서부터 트레일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마치 원시 그대로를 간직한 듯한 신비로운 초록 숲을 만나게 된단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비지터 센터에 들렀다가

 

그래도 비가 잦아들지 않자 그냥 과감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트레킹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텐데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하은이와 주은이는 시엄니가 맡아서 van 안에서 놀아 주신다길래, 나는 형님(남편의 누나)과 함께 둘이서 오붓히 트레킹 코스에 나설 수 있었다.

오~~~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가 이럴려고 꼭 어머니를 모시고 온 건 아니지만(뜨끔!^^), 어머니 안모시고 왔으면 제가 이 빗속에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고 트레킹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어쨌거나 열대우림의 실체는 대단했다. 축축 늘어진 나무마다 신비로운 이끼들이 가득 덮여 있어 마치 Spooky Forest의 이미지를 연출해 냈다.

 

다음은 내 구린 사진 몇 장.

썅! 우산도 안가져 갔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츄리닝 모자를 뒤집어 쓴 것도 추해 죽겠는데, 오늘따라 왜 하필 꽉 끼는 바지를 입고 나왔단 말이냐! 

하긴 이런 상황이면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는게 아니라, 비가 와서 바지가 달라 붙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긴 하다(쯧쯧... 옆에서 남편이 코웃음을 치는구만 ㅋㅋ).

 

결국 우리 일행은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1시간 가량의 트레킹을 완수해 냈다. 사실, 비가 오니 더 좋은 점도 있긴했다. 축축한 삼림에서 뻗어 나오는 묘한 나무 냄새와 자연의 기운이 코 끝을 향긋하게 하고 온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루비 비치(Ruby beach)'로 가보자.

캘리포니아에서 맨날 햇빛 쨍하니 내리쬐이는 반짝거리는 바다만 보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음산한 바다를 보니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무들이 해변가에 마구 쓰러진 풍경을 보니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긴 시간의 차량 이동과 비맞으며 트레킹을 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억지 웃음을 지으려는 나와는 달리, 조카 아이와 하은이는 자연스런 실리 페이스를 연출해 낸다. 이래서 아이들은 마냥 해맑고 그 자체로 즐거운 존재들인가보다.

 

이제 다시 올림피아에 있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벌써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다시금 차 안에서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본다. 

온천에서 신나게 놀던 내 아이들의 웃음 소리, 트레킹 코스에서 형님과 단둘이 나눈 즐거운 이야기들, 아이들을 봐주시며 나에게 더 좋은 여행을 만들어주시고자 했던 어머니의 노력, 지금도 얼바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남편의 모습, 그리고 숲속과 바다에서 나를 감싸던 차가운 빗줄기와 시원한 공기들까지...  

어제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화려한 시내 투어를 누렸다면, 오늘은 빗속에서 오롯히 자연 안으로만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긴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눈'이 즐거웠다기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즐거웠다.

가끔은 이렇게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며(얼바인에서는 충분히 내리는 비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나온 날들을 조용히 돌아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게다. 그래서 나는 오늘, 비록 흔들리는 차 안에서나마 메모지 몇 장을 나만의 생각들로 너끈히 채울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나는 아이들과 뒤엉켜 지내느라 일기 한 줄 제대로 쓸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만큼 생각해 보고 또 이만큼 글로 토해냈으니 제법 큰 정신적 호사를 누린 날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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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쉼'이란 이 한 장의 사진과도 같다. 즉 나에게 여행이란 쉬러 가는게 주목적이 아니란 뜻이다. 나에게 '쉼'이란, 비록 손바닥만한 거실이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며 이렇게 퍼질러 있는 것이 가장 훌륭한 휴식이고,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그런 일상이 싫어졌을때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배우러 그리고 느끼러 가는 일종의 전투적(?)인 일정인 것이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뒹굴거리며 신문을 보던 나는, 신생 여행사인 '넥스트 투어'라는 곳에서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연계한 3박 4일짜리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사실 평소 나는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말구, 그 위에 있는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 즉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은 그룹 투어 상품이 전무하여 그동안 아예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제야 그 여행 상품을 발견한 것이다.  

그 다음은 남편 휴가가 문제인데... 사실 남편은 여름 정기 휴가를 다녀온 직후라 더이상 휴가를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나는 긴 고민 끝에 남편에게, 하은이와 주은이는 물론 시엄니와 얼마 전 놀러 오신 당신 누나와 조카까지 내가 다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테니, 그동안 당신은 혼자 회사 다니며 열심히 돈벌고 있을 수 있겠냐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남편은 예상외로 걱정말라며 나보고 잘 다녀오라하는 것이 아닌가?(아마도 자기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조카까지 데리고 간다니 그랬나보다 ㅋ)  어쨌든 남편, 미안해! 내가 당신 대신 다녀올께. 부부는 일심동체라잖아? ㅋㅋ 

 

그렇게 해서 나와 시엄니, 하은이, 주은이, 그리고 형님과 조카, 이렇게 우리 여섯 명은 8월 13일. 아침 일찍 얼바인 인근 존웨인 공항에서 씨애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2시간 좀 넘게 날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씨애틀의 '씨택 공항(Sea-Tac, Seattle-Tacoma Airport)'이었는데,

우린 거기서 우리를 마중 나오신 가이드분과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탈 차량은 벤츠에서 만든 이 최신형 밴이었는데, 어찌나 차량의 상태가 좋은지 그동안 내가 미국 와서 여러 그룹투어를 경험했지만 이 밴만큼 좋은 밴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ㅋㅋ 어쨌든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헤헤~  

 

가이드분은 오늘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씨애틀을 둘러 본 후, 워싱턴의 주도인 올림피아(Olympia)로 가서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여기서 일정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는 오늘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를 구경한 후, 수륙양용차인 '덕 보트'를 타고 씨애틀 곳곳을 둘러 보는 '덕 보트 투어'를 즐기고,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가 시애틀의 시내 경치를 바라보는 일정이다(항공사 보잉에서 세웠다는 '비행 박물관'은 맨 마지막 날 보기로 했다).

 

씨애틀은 모두 잘 알다시피, 영화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와서 유명해진 도시다. 미국 내에서도 영국 런던처럼 언제나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로 유명하기도 하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나 씨애틀 여행을 계획했지만 9월부터 6월까지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춥다기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날씨가 가장 따뜻하고 비도 적게 온다는 7, 8월을 무지 기다렸는데, 다행히 오늘 날씨는 정말 굿~굿~굿~이다.

먼저 1907년부터 명성을 이어온 시애틀 최고의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으로 가보자. 여기엔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단다. 나는 예전에 한국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곤 했는데 그때 씨애틀 편을 보면서 이곳 스타벅스 1호점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오늘 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스타벅스 1호점은 실제로 보니, 이처럼 생각보다 훨씬 소박하게, 아니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 생겼다.

 

사람들이 이렇게 나래비로 줄을 서있지 않으면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스타벅스 샵으로 오해할 것 같다.

 

매장 안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많은 줄을 보고 여기서 커피 한 잔 사먹는 건 그냥 깔끔히 포기했다. 여기서 줄서서 커피 사먹을 시간에 빨리 씨애틀을 한 군데라도 더 둘러봐야 하니깐^^ 

 

이젠 재래시장으로 한 번 눈을 돌려 볼까? 먼저 시장 밖의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씨애틀이라서 그런지 재래시장의 겉모습도 참 이쁘다. 이처럼 파라솔과 행잉부케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으니 말이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레이첼'이라는 예쁜 이름의 청동 돼지상 사진도 한 컷! 

 

이젠 진짜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가이드 아저씨 왈, 여기 물건들은 단순히 어디서 도매로 떼어와서 파는게 아니라 전부 상인들이 직접 키우거나 만든 것들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된 물건들에서 남다른 기운(?)이 뿜어나오는 듯 하다. 자기가 만든 물건들을 설명하는 상인들에게서도 마치 예술가와 같은 자부심이 느껴짐은 물론이다. 

 

여긴 예전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생선 가게. 생선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손질하여 터프하게 던져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여기서 기념으로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씨애틀의 특산품이라는 요 초컬릿 체리를 샀다. 초컬릿 안에 여러 종류의 베리류들을 넣은 것인데 참 절묘하게 맛있었다.

나는 이곳에서만 이 상품을 파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씨애틀 국제 공항에도 이 상품이 들어가 있었다. 아마 씨애틀에서는 꽤 유명한 초컬릿인가보다.

 

다음은 덕보트를 타고 씨애틀 시내 투어를 해볼 차례다. 이 덕보트 투어는 사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면 어디라도 있는 관광상품이지만, 특히 이 씨애틀에서는 더욱 유명한 필수 코스라고 한다.  

 

이 덕보트 투어는 나래이션을 하면서 운전도 하는 기사 아저씨의 원맨쇼에 상당 부분 재미가 좌우되므로 이 기사 어저씨를 잘 만나는 것이 우선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우연히 승선한 이 덕보트의 캡틴, '보(Beau)' 아저씨는 다소 썰렁한 관객들의 리액션에도 불구하고 매우 노련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우리를 아주 재밌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캡틴 보 아저씨는 먼저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좌우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씨애틀의 명물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얘기를 이끌어 가면서 농담도 던지고, 이렇게 귀여운 모자를 여러 번 갈아 쓰면서 몸개그 실력도 발휘해 주셨다.

 

이곳은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뮤지엄이란다. 빌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 소프트를 공동창업한 폴 앨런이라는 사람이 만든 박물관인데, 그는 요 현수막에 나와 있는 시애틀이 낳은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물론 무식한 윤요사는 절대 모르는 사람이다 ㅋㅋ).

어쨌든 EMP 박물관은 그 겉모습이 열라 아방가르드하게 생겼다. 기타를 형상화한 건축물이라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해안을 향해 언덕을 내려가면 52번 부두에서 70번 부두까지 다 만날 수 있다. 설명 상으로는 59번 부두가 가장 번화하다는데 내가 찍은 건 66번 부두 모습 되시겠다.

 

여긴 씨애틀 아트 뮤지엄이다. 정문 입구에 있는 대형 조형물인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망치를 든 손이 1분에 4번씩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한 작품이라는데,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도 설치되어 있어 우리에게도 낯익은 작품이다.

 

그리고 요건 '씨애틀 매리너스'라는 야구팀의 retractable roof 스테디움. 나야 뭐 야구 문외한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깐 이 경기장도 씨애틀의 손꼽히는 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씨애틀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렇게 트램카 혹은 트롤리라 불리우는 rail vehicle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반인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씨애틀의 별명인 '에메랄드 시티'라고 쓰여 있는 개방형 트롤리는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제 보 아저씨가 운전하는 우리의 덕보트가 강물로 들어갈 차례이다. 이 지점에 이르자 한 20분 정도 육지를 달리던 우리의 덕보트는 갑자기 바퀴를 집어 넣고 순식간에 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강물에서 바라보는 씨애틀의 모습은 육지에서 본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 감격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배를 타고 바라본 모습이 더욱 운치있었다고 해야 할까? ^^ 

 

게다가 자세히 보니, 강물 주변에는 Floating Homes, Houseboat라고 불리우는 집처럼 생긴 배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부자들이 이 집처럼 생긴 배를 구입해서 별장처럼 활용하는 듯 했다.

 

이제 1962년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시애틀 센터'와 '스페이스 니들'로 가보자.

먼저 스페이스 니들은 605피트 높이의 첨탑인데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520피트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의 시내 전경은 물론 눈덮인 레이니어 산의 장관까지 볼 수 있는 명실공히 씨애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서 주은이가 '엄마, 높이 올라오니 훨훨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아요~'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바라 본 시애틀의 풍경. 서부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가 있었구나... LA와는 비교도 안되게 깨끗하고 멋진 시내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말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 좋아! 내가 본 도시 중 동부는 보스턴, 서부는 씨애틀을 최고의 도시로 인정하노라~!!!

 

그리고 나는 스페이스 니들 1층에 자리잡은 멋진 기념품 샵에 들러, 아래의 장식용 접시를 한 개 샀다. 세금 포함해서 20달러쯤 주었는데 지금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내 책상 앞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온 우리는 바로 옆에 위치한, 1962년 세계박람회가 열렸었고 지금도 시애틀 문화의 심장이라는 씨애틀 센터에 잠깐 들러, 결국엔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씨애틀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기어이 목구멍으로 넘겨 주시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굳이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 올라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저 멀리 마운트 레이니어가 선명하게 보였다. 가이드 아저씨 왈 씨애틀은 항상 비가 내리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인데 1년 중 이렇게 날씨가 맑아서 마운트 레이니어가 보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시댁식구와 어린 애들을 데리고 먼길 달려온 이 얼바인 윤요사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렇게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나보다(끔보단 해몽 ㅋㅋ).

 

이래서 난 그룹투어 예찬론자다. 남편 없이도 그리고 내가 운전하지 않고도 하루 동안에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며 쉬며 아이들 컨디션 다 맞춰가며 여행 다니가단 몇 군데 못 돌아보기 일쑤다. 일단 돈을 내고 여행을 떠났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밟고 와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쯧쯧... 이런 무식한 표현이 있나 ㅋㅋ) 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난 여행 전, 여행 책자를 적어도 두 세번 이상 정독하는 편인데, 책을 통해서 내가 가볼 곳의 역사와 특징을 최대한 미리 공부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는 늘 지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전체적인 위치와 모습을 확인한 후,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와서, 집에 와서는 이렇게 그 내용들을 블로그로 정리하면 생각보다 여행의 기억이 오래 남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여행은 나에게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그룹투어라고 명명하기도 좀 민망한 10명의 사람들만 모여서 편안한 차량을 타고 내 맘에 꼭드는 일정대로 씨애틀을 둘러볼 수 있어서 말이다. 

내일 둘러볼 올림픽 내셔날 파크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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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음을, 아니 자동차를 재촉하여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인 뉴욕을 향하여 고고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기 전,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에 잠시 들르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19세기 미 부호들의 별장이 밀집해 있는 그 유명한 뉴포트(Newport)에서 맨션 투어(Mansion Tour)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최고의 휴양지이자 '세계 제일의 요트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피츠제럴드의 소설과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밴더빌트가의 맨션(대저택)과 함께 뉴포트 별장지대의 맨션들은 뉴포트 역사 보존협회에 기부되어 현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이중 밴더빌트가의 브레이커스와 엘름즈, 헌터 하우스, 킹스코트, 아이작 벨 하우스 등은 국립유적지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우리가 볼 곳은 '브레이커스' 라는 맨션으로 뉴포트 별장 중 가장 큰 저택으로 꼽히는 곳이다. 코모도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가 1895년에 지은 이 맨션은, 방이 70개에 이르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실내장식과 테라스로 나가면 들어오는 바다경치가 백미라고 알려져 있다.

우와~ 대문도 짱 화려하다.

 

대문에서 바라 본 저택의 모습. 국립유적지로 보존되어 있어서 대저택 안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중 화장실도 만들지 않았단다(덕분에 나도 저 대문 옆에 있는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는^^). 

 

하지만 나는 간이화장실만 이용하고는 결국 맨션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비싼 입장료 때문이었는데, 입장료가 예상 외로 1인당 30달러 가까이나 하는 것이었다. 뜨앗~ 

주은이를 제외하고라도 시엄니, 남편, 나, 하은이 이렇게 4명이 구경을 하게 되면 120달러, 즉 15만원 가량이나 내야 하는데, 이깟 대저택 투어에 15만원이 웬말이냐고요~~~ 나는 잠시 동안 과연 이 대저택을 꼭 봐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런 호화저택들은 작년에 갔던 '허스트 캐슬'에서도 실컷 봤었는데, 차라리 15만원을 다른 곳에 내실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나는 과감히 이 저택 투어를 스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음료수나 마시고 한가로이 모래 장난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덕분에 하은이와 주은이도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로드 아일랜드를 빠져 나와,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맨하탄에 들어 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타임스퀘어'의 모습은 나에겐 마치 친숙했던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 혹은 테헤란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맨하탄의 무시무시한 교통 체증이었다. 지난 4년여 동안 얼바인에서만 살아오던 나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며 언제나 감탄하곤 했는데, 뉴욕은 그런 통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한 무법지대였다. 맨하탄은 내가 이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그 어느 곳보다도 무작정 자동차 앞머리 들이밀기와 신호둥 바뀌기 직전 꼬리물기가 엄청 심한 곳이었다고나 할까?  

 

자! 교통체증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갈 차례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911 테러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8년간 관광객의 관람을 중지했다가 지난 2009년에 재오픈했다고 한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페리호를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인 배터리 파크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

 

 

드디어 페리호 탑승!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페리호 직원인 흑인 아저씨가 찍어 준 사진이다.

 

배 안에서 바라 본 뉴욕의 풍경은 내가 평소 꿈꾸던 것처럼 참으로 멋졌다. 맨하탄 마천루들의 기막힌 스카이라인을 보니, 얼바인에서 맨날 2층 건물들만 보고 살던 나의 안구가 급정화됨을 느꼈다^^ 

 

건물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감자기 선상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뭐지?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구나, 자유의 여신상! 

맨날 사진으로만 봐서 이렇게 큰 줄은 몰랐는데, 아래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크긴 크구나~

 

별로 아름답진 않지만, 남편이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진이라며 절묘하게 한 컷 찍어준다^^

 

이 사진은 페리호 측에서 배 타기 전에 일률적으로 찍어 주는 사진. 남편은 돈 아깝다고 사지 말라는 걸, 내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며 빡빡 우겨서 25달러 내고 한 장 샀다(ZEPHYR 는 우리가 탔던 배의 이름이다).

 

이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볼 차례다.

Empire State Building 은 뉴욕 맨하튼에 있는 102층 높이(86층의 콘크리트 건물과 16층 높이의 철탑)의 건물로 1931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나서 다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단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1인당 비용도 상당했고, 게다가 기다리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 우리는 2시간 동안을 꼬박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뉴욕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2시간 동안 얼라들 데리고 기다리느라 나는 다리 아파 죽을뻔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결국 입성한 전망대는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데다 쇠창살로 촘촘히 막아 놔서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뉴욕의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저 많은 건물, 저 높은 건물에서 이 많은 사람들은 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또 느끼기 위해 이곳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왔을까... 이제 나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갈까... 나는 늘 그렇듯이 이런 상념에 잠겼다. 

나는 어떤 종류의 전망대에 올라 가건, 눈에 보이는 것은 도시나 자연의 풍경인데, 머릿 속으로는 늘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을 생각하곤 한다^^  그건 대학 다닐때 처음 갔었던 남산타워나, 대학을 졸업하고 갔었던 파리 에펠탑에서나, 얼마전 갔었던 씨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개똥철학은 그만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록펠러 센터' 되시겠다.

록펠러 센터는 맨하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48번가와 51번가에 세워진 20여개의 상업용 건물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건물들의 저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반지하 플라자에는 만국의 국기와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이 서 있고 여름에는 카페 테라스,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로 사용된다. 특히 12월이 되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뉴욕 여행은 누가 봐도 월 스트리트도, 5번가(Fifth Avenue)도, 유엔 본부도, 브로드 웨이도,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센트럴 파크조차도 가보지 못한 반쪽 짜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록펠러 센터를 둘러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자기들이 어디에 다니는지도 모른채, 그저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달라고 떼쓰거나 아이패드로 만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때를 맞춰가며 먹이고 재우고 또 화장실을 데려가면서 이 정도라도 여행을 소화해낸 나의 인내심과 체력에 스스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

혹시라도 다음 번에 나에게 다시 미동부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정말이지 여행의 의미를 쫌 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과 함께, 이상 윤요사의 좌충우돌 수박 겉핥기식 동부 여행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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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미동부여행에 있어서 보스턴 관광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아가라와 워싱턴 D.C, 그리고 뉴욕만 돌아 보는 5박 6일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에 보스턴을 추가하는 6박 7일 코스를 선택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다시 미동부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동부에 온김에 아이비리그 대학들까지 한 번 둘러보면 나중에 주변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간다고 난리칠때 괜시리 들뜨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하버드? 나 거기 가봤어. 막상 가보니 별거 아니더라구' 하고 말이다 ^^

어찌보면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은 별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진짜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업을 청강해 볼 수도 없고 학교측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이나 교수들과 이야기 한 번 나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 가이드 한 분과 함께 이제 킨더를 다니는 큰 아이, 그리고 기저귀도 떼지 않은 둘째 아이를 데리고, 그저 겉에서 건물 껍데기 바라 보기, 아님 캠퍼스 잔디밭 밟아 보기, 그것도 아님 모두에게 개방되는 도서관 정도에나 들어가 보는 이런 여행에 애초부터 나는 그닥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부여행 온김에, 그리고 앞으로 평생 하은이, 주은이에게 '이 엄마는 너희들 다섯 살, 두 살때 하버드, 예일, MIT 를 섭렵시킨 열혈 엄마'라고 생색을 내기 위해(ㅋㅋ), 나는 오늘도 이 무더운 날씨에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에 나섰다^^     

 

오늘의 첫번째 방문지는 코네티컷(Connecticut) 주, 뉴헤이븐(New Haven)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예일대학교이다.

큰맘먹고 방문한 예일대학교는 아쉽게도 방학을 맞이하여 캠퍼스 이곳 저곳이 공사중이었다. 학기 중에 갔더라면 이런 공사 현장을 피해서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학생들이 생동감있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긴 했다.

 

요건 매년 예일대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의 숫자가 쓰여진 편평한 돌판 분수란다. 돌판에 새겨진 수치들을 보니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남학생들만 다녔다는 이 학교에 여학생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있구나... 하은아, 주은아! 나중에 너희들도 이 숫자안에 꼭 카운트되길 바란다 ㅋㅋ

 

이곳은 예일대의 도서관 중 하나인 '바이넥 희귀 장서 도서관(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이다. 건물의 외관도 특이한데다 관광객들도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우리는 유일하게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커다란 돌판을 이어서 만든 이 건물은,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햇빛이 자연스럽게 돌판을 뚫고 실내로 들어오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특히 오래된 고서들만을 따로 모아서 보관하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저 유리곽 안에 있는 책들이 다 전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분류된 도서들이고

 

이건 뭐 쿠텐베르크 활자로 찍힌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성경이라나? 영어로 뭐라고 설명이 씌여져 있었는데, 여행으로 피곤하고 애들보느라 요즘 난독증(^^)에 걸려 버린 나는 기냥 사진만 찰칵 찍고 설명 따윈 읽어 보지도 않았다 ㅋ

 

그리고 이곳은 예일대 안에 있는 수많은 학생식당들 중 한 곳이라는데, 뭐라고 쓰여 있는지도 모르는 무슨 돌판 앞에서 주은이랑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 주시고^^(참 영혼없는 캠퍼스 투어가 아닐 수 없다 ㅋㅋ)

 

학생식당 내부로 한 번 들어가보니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식당에 이런 하이 실링과 고풍스런 앤틱풍 가구라니...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학교 촬영장으로 쓰여도 좋을 듯 하다 ㅋㅋ

 

 

이제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으로 가보자. 보스턴의 서쪽에 위치한 '케임브리지'라는 도시는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스 공과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 도시인데, 이곳에 1636년 하버드 대학교가 설립됐고, 케임브리지라는 지명은 영국의 학술 도시인 케임브리지의 이름을 따라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하버드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하버드 스퀘어'이다. 지하철역 중 하버드 스퀘어 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곳으로 나오게 된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둥근 지붕의 작은 건물이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이다. 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간단한 정보를 얻거나 지도를 구입할 수도 있고, 하버드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 역시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무식한 윤요사, 여기가 하버드 캠퍼스의 무슨 문인지도 모르면서 제법 멋지게 생긴 문 앞에서 포즈도 한 번 취해 주시공^^  

 

그 유명한 존 하버드의 동상(John Harvard Statue)을 찾기 위하여 이 넓은 잔디밭도 기꺼이 헤매 주신다.

 

하긴 뭐 헤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엄따. 사람들이 젤로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면,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전설 때문에 왼쪽 발이 하얗게 변해 버린 이 동상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동상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결코 손쉽게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이 동상 앞에 줄을 서 있는지, 꽤 오래동안 기다려서 나도 간신히 하은이와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하은아! 이 엄마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동상의 왼쪽 발 따위에는 절대 손대지 않았단다. 너도 알다시피 이 엄마는 그런 미신 따위는 절대 믿지 않아!!! 다만 너의 가능성을 믿을 뿐이지!(더 무섭지?^)  엄마가 조만간 이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네 방 벽에 붙여 줄테니 앞으로 이 사진을 보면서 미친듯이 공부하는거야... 오케이? ㅋㅋ(쯧쯧, 불쌍한 우리 하은이...^^) 

 

이곳은 30개가 넘는 하버드 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는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Library)이다. 미국 국회 도서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이라는데, 우리가 광고나 영화 등에서 하버드대생들이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벗어 던질때면 꼭 나오던 계단이 바로 이 와이드너 도서관의 계단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졸업생이었던 아들이 타이태닉 호의 침몰과 함께 생을 마감하자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리기 위해 평생 수집한 책을 기증함은 물론, 도서관을 짓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기부해서 만들어진 도서관이란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도서관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도서관을 배경으로 애꿎게 사진만 또 한 장 찍어본다. 도대체 이런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이냐 ㅋㅋ

 

여기는 우리가 잠깐 들렀던 하버드 기념품샵. 하버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나 노트, 컵 등이 무지 탐났지만 다 너무 비싸서 요즘 초절약모드에 들어간 우리의 윤여사, 모든 물욕을 버리고 그냥 눈으로만 초정밀 스캔에 들어간다~~~

그래... 여기서 하버드 기념품 몇 개 사서 뭐하겠냐, 그럴 돈 아껴서 애들 영어학원비에 보태련다 ㅋㅋ 

 

 

마지막으로 하버드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는 MIT까지 둘러 봤다.

하버드와 MIT는 마치 신촌의 연대와 이대처럼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는데(걸어서 한 10분정도?), MIT에서도 하버드에서처럼 이쁘게 생긴 게이트 앞에서 사진이나 한 컷 찍으려고 정문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가이드 아저씨 왈, MIT에는 딱히 게이트랄게 없고, 저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사람 키 정도되는 나무 bush 사이가 잘려져 있는 조~기가 바로 학교 입구란다^^  이런 소박한 문을 봤나 ㅋㅋ

 

그래서 이번엔 가장 웅장한 건물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우리의 윤요사, 해마다 졸업식이 열린다는 넓직한 잔디밭 위에서 웅장한 학교 건물(건물 위쪽을 자세히 보면 '매사추세츠 인스티튜트 오브 페크놀로지'라고 쓰여 있다)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함께 또다시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주신다.

 

그 밖에 학교 운동장에도 가보고 특이하게 생긴 여러 건물들도 찍어 봤지만 대학교 캠퍼스들이 다 그렇듯이 그닥 포스팅할만한 꺼리는 없었당^^

 

이상 완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본 아이비리그 투어를 마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하버드, MIT 투어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뉴욕에서 너무 먼게 흠이다. 편도 거리만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그건 서울에서 부산 거리나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동부라고 다 같은 동부가 아닌데, 그저 미국 지도만 보고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D.C간의 실제 거리를 우습게 본게 실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와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단순히 하버드, MIT를 보러 보스턴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보스턴이라는 도시 자체를 보러 온다면 아마도 그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배낭을 메고 걸어서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를 해본다거나, 170년 전통을 자랑하는 퀸시 마켓에 들러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있는 식사를 한 끼 해볼 수도 있겠고, 보스턴의 랜드마크인 푸르덴셜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면서 와인 한 잔을 즐겨도 좋겠다. 이른 아침에는 보스턴 커먼 옆에 위치한 멋진 퍼블릭 가든에서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을 것 같고, 찰스 강 위로 난 다리를 따라 조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나같은 행정학도는 황금 돔이 인상적이었던 주의사당에 들어가 셀프투어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푸르덴셜 타워)

 

 (황금 돔의 주의사당)

 

 (퀸시 마켓)

 

이상은 내가 보스턴으로 가기 전, 집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보스턴에 관한 여행책자를 읽으며 준비한 내 나름대로의 여행 코스였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그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보거나 아주 잠깐 내려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보스턴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보스턴은 이제껏 내가 미국에서 가본 대도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올 수 없다면  매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생중계라도 꼭 볼 예정이다. 화면이 마라토너를 비추면서 도시 곳곳도 보여줄 테니까 말이다. 어떤가?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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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나이아가라의 날'이다. 그동안 만 36년을 살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맨날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말만 들어왔지 그게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난 폭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모처럼 맘잡고 정독한 여행 책자와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에 의해 대충 아래와 같은 지식 정도는 알게 됐다.

먼저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국경을 이루는 나이아가라 강에 위치한 폭포로서, 이리 호에서 흘러나온 나이아가라 강이 온타리오 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호수 간에 서로 다른 높이로 인해 형성되었단다. 

또한 나이아가라 폭포는 두개의 대형 폭포와 하나의 소형 폭포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염소 섬(Goat Island)을 기준으로 캐나다령인 캐나다 폭포(말발굽 폭포, Horseshoe Falls)와 미국령인 미국 폭포(American Falls)로 구별되며, 소형 폭포인 브라이달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역시 미국 영토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위치한 도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도시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의 다리가 바로 그 레인보우 브릿지 되시겠다.  이 다리 주변으로 이렇게 무지개가 자주 떠서 교각 이름이 레인보우 브릿지라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사전 공부를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나이아가라 속으로 고고씽 해 볼까나?^^

우리는 미국 측에서 먼저 나이아가라를 즐긴 뒤,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건너가는 루트를 택했다. 고로 미국 측에 있는 나이아가라 폴스 스테이트 파크에 먼저 가보자.

 

이곳에는 우리 같이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보다는 가족 단위로 자기 차를 끌고 와서 요런 버스를 타고 나이아가라를 둘러 보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듯 했다. 

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더 선호하고 또 그런 여행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만 난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고 단체여행을 이용한다고 해서 쪽팔리지도 않는다. 왜냐구? 난 지금은 이렇게 애 둘 데리고 가이드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여행조차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글구 나도 영어 능통하고 얼라들 쫌만 더 컸으면 너희처럼 폼나게 다녔을껴! 하지만 워쪄냐? 영어도 짧은데다 여행을 준비해야 할 시간도 없고, 애들 컨디션 운운하며 자유여행을 고집하다간 하루에 몇 곳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할게 뻔한데... 차라리 내 처지를 쿨하게 인정하고 단체여행을 활용할 수 밖에 ㅋㅋ(이상은 폼안나는 단체여행만 이용하는 윤요사의 구차한 변명이었음^^)

 

참! 이 공원에 와서 이상했던 점 하나! 그것은 바로 이곳에 생뚱맞게 전기 관련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이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테슬라는 토마스 에디슨이 직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활동하던 시절, 교류 전기 시스템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던가?(지금은 뭐 테슬라 회사의 전기차가 훨씬 유명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이용한 수력발전소와 테슬라가 무슨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아님 말구! ㅋㅋ (우리의 불친절한 윤요사는 인터넷을 서치에서 이런 걸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왜냐구? 안그래도 무지 바쁘기 때문이다 ㅎㅎ) 

 

자, 다시 본론이다! 우리는 원래 '바람의 동굴(Cave of the Winds)'을 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아! 이름이 요렇다고 해서 진짜 동굴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이아가라 밑으로 동굴을 파려고 하다가 무너져서 실패했는데 그래도 이름을 그냥 쓰기로 했다나?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미국 측 염소섬에서 폭포 계단을 통하여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로 눈앞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입장료에는 1회용 슬리퍼와 노오란 우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 착용하지 않으면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온몸을 적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워낙 가까이에서 튀기는 폭포의 물보라 때문에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 여기 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초등학교 졸업 후 얼마나 오랜만에 입어 보는 노란 우비인지 온가족이 노란 우비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나도 괜히 동심으로 돌아간듯 하다.

 

바람의 동굴을 본 후, 우리는 월풀 젯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젯보트 투어란 온타리오 호수가 시작되는 지역에서 출발하여 월풀 협곡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레프팅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는 1인당 120달러나 내야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은 40달러 정도면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간 여행사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1인당 120달러라는 말도 안되는 폭리를 취한 것이었다. 미동부 여행, 그중에도 특히 나이아가라 여행은 5월에서 9월 정도까지만 이루어지는 한철 장사라 그런지, 연중으로 운영되는 다른 미국의 관광코스들에 비해서 한인 관광회사들이 아무래도 바가지를 많이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도 레프팅 자체는 대단히 재밌었는데 다행히 시엄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나랑 남편만 두 손 꼭잡고 레프팅을 즐길 수 있었다^^ (참! 여기도 레프팅할때 배 안으로 물이 많이 튀어서 사진기를 가지고 배에 오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 사진기는 워낙 꼬져서 방수가 전혀 안되지 않나 ㅋ 하긴, 흔들리는 배 속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기도 바빠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레프팅의 종착점이었던 월풀(Whirlpool) 계곡을 전망대에서 조망한 모습. 자세히 보면 케이블카 선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오픈 스타일의 앤티크 케이블카를 타고 월풀 계곡을 왕복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선택관광으로 나이아가라를 헬리콥터를 타고 볼 수 있는 '헬기투어'도 있었는데, 몸이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울 시엄니는 가이드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야심차게 이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꼴랑 20여분 타는데 150달러나 내버렸다며 나중에 어찌나 속상해 하시던지...  (어머니는 나중에 스카이론 타워에 올라가 보시고는 차라리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다 보는 게 훨싼 낫다면서 바가지를 썼다고 못내 아쉬워하셨다^^)

 

이제 캐나다 쪽으로 건너가 보자.

먼저 우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기에 딱 좋은 테이블 록 센터(Table Rock Center)로 향했다. 게다가 우리는 운좋게도 때마침 멋지게 뜬 무지개까지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이렇게 눈높이에서 바라 본 나이아가라도 좋았지만 사실 나이아가라는 높은 곳에서 조망해야 제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아가라의 유일한 전망대인 스카이론을 찾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가 보다. 우리도 절대 빠질 수 없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초만에 타워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아까 테이블 록 센터에서는 부분적으로만 보였던 나이아가라의 장엄한 풍광이 드디어 한눈에 들어 온다. 

 

감격스럽던 (스카이론에서 내려다 보는 나이아가라의 모습이 어찌나 숨막히게 멋있던지 20달러의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온 우리는 자리를 옮겨 내친 김에 나이아가라 관련 아이맥스 영화까지 관람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맥스 영화들을 하도 많이 봐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보면 후회할 뻔 했더라는.

영화의 내용은 역사 속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서 폭포를 타고 밑으로 내려 오려는 여러 사람들의 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웃기고도 눈물나는 시도들이 많았는지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인간의 모험심, 호기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대망의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에 승선할 차례이다. 이 안개 속의 숙녀호는 나이아가라 폭포 투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파란색 우비를 입고 배를 탄 채 폭포 가까이까지 다가가는 스릴 만점의 프로그램이다. 1850여년 경부터 운행이 시작되어 벌써 16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니 그 역사가 놀랍기도 하다.

이 프로스펙트 전망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승선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역시 4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저 아래 승선장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저 배를 타고 이렇게 물보라 충만한 폭포 속으로 돌진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드디어 파란색 우비 착샷!

 

 

배 안에서 남편은 주은이를, 시엄니는 하은이를 각각 맡아서 케어하는 동안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신나게 배의 이쪽 저쪽을 돌아다니며 나이아가라의 모습을 찍어댈 수 있었다.

 

끝으로, 나이아가라 꽃시계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 한 컷까지!

 

이렇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니, 아마도 나는 앞으로 웬만한 폭포를 봐서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할 것 같다(혹시모르지... 이과수 폭포라면^^). 그만큼 오늘 나에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 쪽에서도 보기도 하고 캐나다 쪽에서도 바라보기도 하고... 코 앞까지 가서 보기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도 보기도 하고... 눈높이에서도 보기도 하고 또 높이 올라가서 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던지 간에 나이아가라는 참으로 멋진 천의 얼굴을 가진 폭포였다.

 

나는 오늘의 여행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한 것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이아가라의 기운이 지친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한 달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이 포스팅을 쓰다 보니 그때의 흥분이 다시 전해진다.  

아... 동부여행! 어린 얼라들 데리고 시엄니까지 모시고 다니려니 진짜 힘들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이동 거리도 열라 길다. 하지만 오기 정말 잘했다. 앞으로 다른 일정이 다 구릴지라도 오늘의 나이아가라 여행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보스턴으로 내려가 하버드와 MIT 등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할 예정이란다.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 나에겐 너무 때늦은 경험이 될테고, 이제 다섯살과 두살인 두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이른 경험이 될 것이다(아니, 너무 이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억이 안날수도 있다 ㅋㅋ).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들 때문에 보스턴에 가는 건 아니다.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처럼, 내가 큰맘먹고 동부여행을 왔는데 보스턴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나는 내일 보스턴에 한 번 가보련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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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일주일 동안 주어지는 남편의 여름 휴가가 드디어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 휴가는 우리가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 휴가가 될 것이기에, 나는 이번 휴가를 이용하여 그동안 아끼고 아껴 왔던 히든카드(?)인 6박 7일간 동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미국에 온지 벌써 3년 반이 지났건만 나는 그동안 '동부'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작년에 디즈니 크루즈를 위해 다녀온 플로리다는 '남부'로 생각하련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집에서 애들이랑 지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나이아가라 폭포와 뉴욕, 워싱턴 D.C, 그리고 보스턴을 잇는 대장정을 어찌 감히 도전해 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와 내가 젤로 좋아하는 미드인 '가십걸'의 무대가 되었던 맨하탄을 비롯한 뉴욕,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르기까지, 미동부여행은 그동안 나의 로망이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섯살과 두살 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과연 이 힘든 여행을 소화해 낼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야 이년아! 너 한국가서 평생 후회할테냐!'고 나를 다그치곤 했다ㅋㅋ 

 

7월 27일. 새벽 3시. 우리 가족은 아직 칠흙같은 어둠 속을 뚫고 얼바인 집을 떠나 약 4시경에 LAX 공항에 도착했다(여행 초반부터 우리 아이들의 컨디션이 어떠했을지는 가히 짐작할만 하다^^) 그리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고 LAX를 출발하여 거의 6시간을 날아 미국 반대편에 있는 느왁(Newark)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 날은 그렇게 뉴욕의 한 공항에 도착한 후, 점심 겸 저녁의 애매한(?) 식사를 하고는, 다시 뉴저지에 있는 어느 호텔로 이동하여(뉴욕에 있는 호텔은 넘 비싸니깐^^) 여정을 풀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7월 28일 일요일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후 우리는 차를 타고 3시간 가량을 달려 드디어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 D.C에 도착함으로서 본격적인 동부관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워싱턴 D.C.의 첫 관광 일정은 미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이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때 국회에서 인턴 및 정책비서 생활을 했었던(물론 그때의 기억은 그지같기 이를데 없다. 나는 그때 하도 험하고 드러운 꼴을 많이 봐서 지금도 국회의원 뉴스나 기사는 보지도 않는다^^) 우리의 윤요사, 미국회의사당이 여행 코스에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ㅋㅋ

하지만 순진한 윤요사, 여행일정에는 버젓이 '국회의사당 투어'라고 써있었지만, 그것은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기는 커녕, 밖에서 그냥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는 코스였음을 알게 된 후, 뜨앗~ 할수밖에...  아니! 적어도 안에 들어가서 셀프 가이디드 투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하긴 나를 제외한 50여명의 다른 단체관광객들 중 안으로 들어가서 투어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의 윤요사는 급생각을 선회하기에 이른다... '그래, 여행일정표에 의하면 오늘 하루동안 국회의사당, 백악관, 자연사 박물관,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링컨 메모리얼 파크 이렇게 6군데나 돌아야 하는데 어떻게 한가롭게 건물 안까지 누빌 수 있겠어? 한 곳만 깊게 둘러볼 바엔 차라리 대충 대충 돌아보면서 여러 군데를 뛰는게 나을 수도 있어' 라고 ㅋㅋ  

 

그리고 이것 봐! 아예 내리지도 않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그저 덕보트(수륙양용차)나 더블 덱커를 타고 둘러보기만 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는걸 뭐 ㅋㅋ

 

다음 목적지는 워싱턴 D.C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이란다.

이 역시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 그룹 중 하나인데, 요즘엔 아래 광고판에서도 볼 수 있듯이 Gem and Mineral 전시도 같이 하고 있나보다. 가이드 아저씨 왈, 영화 타이타닉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목에 걸고 나왔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전시되어 있다니, 어디 한 번 구경해 주실까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로툰다((Rotunda)에 이렇게 큰 코끼리가 전시되어 있다. LA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중앙홀에는 공룡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것만 빼고는 로툰다의 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네~

 

먼저 자연사 박물관 방문 본연의 취지를 살려, 공룡이나 동물들을 좀 감상해 주시고...

 

이제 원석 및 보석 전시 코너로 한 번 가볼까나?  한참 공주병에 빠져 있는 우리 하은이도 예쁜 목걸이와 귀걸이의 재료가 되는 원석을 보니 너무도 좋아라 한다. 

 

아니,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겨?  아하! 이게 바로 그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인가 보구나! 경비원들이 다이아몬드 주변을 삼엄하게 지키는데도, 다들 사진기와 아이폰을 들이 대고 찍느라고 관광객들이 아주 난리가 난걸 보면 이게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다음 코스는 오바마 오빠가 사는 백악관(The Whute House)!

우와~ 우리의 윤요사, 예전엔 회사 다닐 적에 울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어느 장애우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기 백악관은 청와대보다도 훨씬 넓고 화려하겠지? 주요 건물들이야 보안 때문에 들어갈 수 없을지라도, 운이 좋으면 미셸 오바마 여사가 키운다는 텃발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지 몰라... 라고 기대를 만빵하면서 버스에서 내린 것까진 좋았는데...

젠장! 이게 웬일인가? 청와대랑 비교해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가이드가 백악관 앞문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생뚱맞게 백악관 뒤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냥 이렇게 밖에서, 그것도 백악관 정문 쪽도 아니고 뒤쪽을 배경으로 겨우 사진만 몇 장 찍는게 전부란다... 아~ 관광회사들의 상술이여! (그래서 나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사진에서도 썩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는 ㅋㅋ )

 

게다가 우리처럼 저 코딱지만한 백악관 건물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어찌나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 들던지, 이 사진도 줄서서 찍어야만 했다 T.T

 

네번째 코스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무슨 그리스 신전 같이 생긴 요런 건물에 들어가면  

 

중앙에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주요 저자였던 토마스 제퍼슨의 큰 동상이 서있고 이 동상을 둘러싼 둥그런 외벽에는 그가 쓴 글들이 발췌되어 적혀져 있었다.

 

제퍼슨 기념관의 계단에 앉으면 호수 건너편으로 백악관(사진 중앙에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바로 저 흰 건물! ㅋㅋ)과 워싱턴 마뉴먼트(Washington Monument)가 선명하게 보였다.

 

다섯번째로 우리가 찾은 곳은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Korean War Memorial)가 있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에 여행 일정표에서 이 코스를 봤을때는 '에구~ 인기도 없는 코스일텐데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코스에 넣었나보다... ' 하고 생각했었는제 막상 들어가보니 절대 그렇지 않았다.

이 추모공원은 한국전에 참전한 150만명의 미군과 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데, 정작 전쟁 당사자국인 한국 사람들은 6.25에 대한 추모와 기억이 점점 식어가는데, 오히려 미국에서는 이렇게 수도 한복판에가다 이런 상징물을 만들고 지나간 전쟁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였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과 함께

 

공원을 아우르는 회색 돌판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죽은 병사들의 모습들이 특수 코팅되어 그려져 있었다.

 

바닥에 새겨져 있던 짧은 글귀와

 

완전 군장을 한 채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의 지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수십 개의 동상들을 보면서, 나는 당시 이름도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전쟁을 도와 주러 왔다가 목숨을 잃고 간 그들이, 그리고 그들을 잃은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괜히 먹먹해졌다.

 

우리 나라의 수도에도 이런 추모의 공간이 없는데 오히려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는 이런 공간이 있다니...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둘러 보고 가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 저기서 투어 가이드를 신청하여 한국전의 의미와 그 영향 등을 주의깊게 듣는 모습을 보며 새삼 놀랍기도 했다.  이 여자분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설명하던지 그 열정이 지나가던 한국 사람인 나조차도 귀를 기울이게 할 정도였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링컨 메모리얼 파크 도착!  아까 갔었던 제퍼슨 기념관 보다도 훨씬 크고 멋지게 생겼다. 참! 이곳은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I have a dream 이라는 연설을 한 장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건물을 뒤로 하고 계단 앞에 서면 이렇게 맞은편에 연못 너머로 워싱턴 모뉴먼트가 그림처럼 보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네의 눈에도 익숙한 에이브라함 링컨의 웅장한 동상과 

 

벽면에 쫘악~ 적혀진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눈에 들어온다.

 

찌는 듯한 더위에, 어린 아이들을 업고 안은채 이 미친 일정을 단 6시간만에 소화해 낸 윤요사가 오늘의 소회를 간단히 말하자면... 사실 윤요사의 동부 입성에 대하여 뭔가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만 당연 그런 건 절라리 없고...

그냥  맨날 캘리포니아 한쪽 구석의 시골마을(?) 얼바인 근방에서만 지내다가 이렇게 미국의 수도에 와보니, 괜시리 들뜨고 신나는 것이 뭔가 시골 소녀가 서울에 상경해서 뭣모르고 헤벌레 좋아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우습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은 들어가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ㅋㅋ)

하긴 하은이는 또 어떻고! 내가 하은이에게 '하은아! 여기는 워싱턴 디씨라고 미국의 수도야. 너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 알지?' 하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우리 하은이 왈 '당연히 알지, 엄마! 워싱턴 대통령의 라스트 네임이 디씨 잖아' 뜨앗! 야 이년아, 그게 아니라 초대 대통령 이름은 조지 워싱턴이거덩? ㅋㅋㅋ  

어쨌든 내일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들어간단다. 아싸라비야! 아무래도 오늘 밤은 너무 설레서 잠이 안올테니 일찌감치 수면제 한 알 복용하고 약기운을 빌어 잠을 청해봐야겠다^^

                                                                                --- 이상 B급 감성 시골 아짐 윤요사의 서울 구경기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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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옐로우스톤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 일정은 아침을 먹은 후 간단히 온천욕을 즐긴 뒤, 유타주로 이동하여 몰몬 사원을 투어하고, 유타 주청사를 방문한 후 비행기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식 후 온천욕을 즐기기 위하여 도착한 곳은, 역시 첫날과 같은 라바 핫스프링스에 위치한 또 다른 소금 온천이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온천욕을(아니 대중욕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번 옐로우스톤 여행에 온천욕이 두 번이나 껴있는게 싫었지만, 시엄니와 아이들이 워낙 물에 몸 담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그럭저럭 따라줄 수 밖에.  더구나 내가 직접 물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과 시엄니가 애들을 다 데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볼멘소리를 해댈 처지도 아니긴 하다^^

 

요건 이날 하은이가 제일 좋아했던 워터 슬라이드. 아래 사진을 보면 남편이 하은이를 안고 초고속(?)으로 내려오고 있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온 하은이는 재미와 두려움으로 연신 울면서 웃는 묘한 행태를 연출했다는 후문이ㅋㅋ

 

그래... 너희들이 이글거리는 가이저나 연기나는 호수를 본들 무슨 감흥이 있겠니... 그저 이렇게 수영하는게 젤로 좋지...  

 

온천욕을 끝낸 뒤 엄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있는 하은이와 주은이 모습. 사진만 보니 여기가 미국 옐로우 스톤이 아니라 마치 한국 시골 읍내의 무슨 구멍가게 앞 같다^^  행여 지 엄마가 한입 달라고 할까봐 숨도 안쉬고 먹는 모습들이 넘 귀엽다 ㅎㅎ

 

온천욕을 마친 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의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금욕적 생활과 근면함으로 유명한 몰몬교도의 본산지답게, 무지하게 깔끔하고 차분해 보이는 솔트레이크의 전경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다음은 몰몬 사원 투어에 참여할 차례. 하지만 사원 어디에서도 몰몬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몰몬교의 정식 이름이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이기 때문인가보다.

그리고 이건 종교적 체험이 아니라 그저 문화 체험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투어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투어 내내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던건 역시 기독교 모태신앙이라는 내 배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투어에 참여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사원 안에 들어가니 자칭 선교사라 부르는 사람들이 약 30분간 사원투어를 해 주었다. 우리는 한국인 관광객이라 울산에서 왔다는 한 여대생 선교사가 배정되어 우리를 위한 투어를 진행해 주었다. 사원내의 건물들의 겉모습은 이러했고

 

사원 내 정원의 한가운데에서 조셉 스미스라는 몰몬교의 창시자의 동상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투어 진행자는 이 동상 앞에서 조셉 스미스가 창시한 몰몬교를 믿은 초기 몰몬교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브리검 영의 지도 아래 긴 여행을 계속한 끝에 이곳 유타주에 정착했다는 유타 주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건 예배당 건물 안의 모습.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파이프 오르간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내가 4년간 채플 예배를 드리곤 했던 이대 대강당에도 요런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는데... 어쨌든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사원 투어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유타주 청사(Capitol)로 향했다. 다른 관광객들은 이런 주청사에 와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투덜댔지만,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보는 주청사이기에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나는 세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청사에도 아직 못가봤다^^).

지난 10년간 행정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나는 백악관, 국회의사당, 주청사는 물론 하다 못해 시티홀까지 공공기관 건물은 무조건 다 좋아한다^^ (이러다 행정학도가 아니라 공공건물 건축학도가 될듯 ㅋㅋ)

빗속으로 드디어 웅장한 유타주청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유타주의 별명은 벌집(Beehive) 스테이트인데, 유타주의 근간인 몰몬교가 벌처럼 근면과 성실을 강조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렇듯 주청사 1층 로비에 마련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면서 우리는 유타주의 역사와 정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주청사들도 이렇게 호화로운지 잘 모르겠지만 유타주 청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멋있었는데, 천정에는 근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벽면 곳곳에도 멋진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더랬다.

 

이건 2층에 세워져 있었던 몰몬교 2대 교주이자 유타주 주지사였던 Brigham Young의 동상인데,

어쨌든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나는 몰몬교가 조셉 스미스가 창시하고 브리검 영이 발전시킨 종교라는 것과, 그동안 상식 수준에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몰몬교와 유타주의 깊은 관계에 대하여 보다 깊게 알게 되었다.

 

여기서 옐로우스톤 여행기를 마친다. 경이로운 자연과 함께 보냈던 3일은 물론, 접근 공항이 유타주에 있는 관계로 약간의 솔트레이크 시티 시내 관광까지 곁들여진 이번 여행이 나는 참 좋았다.

신비로운 자연을 경험하면서 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고, 정교가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는 미국 내 다른 주나 도시와는 달리, 종교색이 짙은 유타주와 솔트레이크 시티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다.

목사님의 딸로 살면서 때론 버겁게 느껴졌던 나의 신앙적 무게와, 마음 속으로는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지만 웬만하면 내 삶 속에서는 잘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종교적 신념을, 이토록 자부심있게 드러내며 살고 있는 개인과 집단, 그리고 그들이 모여 이룬 도시의 삶을 보면서, 나는 깨닫는 바가 많았다.

 

이제 다시 일상이다. 집에 오니 산더미 같은 빨래와 쌓인 먼지들, 그리고 찍어 먹을 찬거리 하나 없이 텅빈 냉장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답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미친듯이 세탁기와 배큠을 돌려대고 바리바리 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면 된다. 썅! 이걸 누가 하겠는가? 당연히 전부 '내'가 해야지^^ 그래, 여행의 약빨이 다하기 전에 기분 좋게 내가 다 할란다.

                                                                                 이상, 윤요사가 제멋대로 쓴 옐로우스톤 여행기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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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벌써 8월 12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7월 초에 다녀온 옐로우스톤 국립 공원 포스팅조차도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그 뒤로 LA 베버리힐즈와 미동부 6박 7일 여행, 그리고 라구나 아트 페어까지 다녀와서 밀린 포스팅이 산더미인데다 내일부턴 또 씨애틀 3박 4일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

썅! 이렇게 한 일도, 그리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그걸 반추하거나 정리할 시간은 없이 인생이 정신없이 흘러가다니... 아마도 인생이란 차분히 되돌아 보며 정리하기는 커녕,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내기조차 힘든 것인다 보다(갑자기 이게 웬 개똥철학이냐ㅋㅋ) 어쨌든 밀린 포스팅이 많은 고로, 지금부터 옐로우스톤 여행 세째 날의 기억을 열심히 되살려 보련다.

 

어제 저녁에는 비가 꽤 뿌리더니 오늘 아침은 이렇게 날씨가 화창해져서 다행이다. 

 

오늘도 새벽같이 아이를 깨워, 언제나처럼 버스에 올라 창 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나를 반겨준 옐로우스톤의 야생 동물들은

버팔로와 사슴,

 

그리고 인생을 착하게 살아오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이건 순전 내 생각이다ㅋㅋ) 야생 곰들이었다.          얘들아!  나, 어린 얼라 둘 데리고 얼바인에서부터 먼길 떠나온 바로 그 윤요사야, 굿모닝~~~ ㅎㅎ

 

길에서 만난 야생동물을 뒤로한 채 달려간 오늘의 첫 코스는 '브링크 오브 어퍼 폴스'. 그닥 큰 폭포는 아니었지만(하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온 나에게 더이상 어떤 폭포가 의미있을꼬 ㅋㅋ), 그래도 국립공원까지 왔으니 구색을 맞춰서 요런 아기자기한 폭포를 보는 재미도 있어줘야겠지?^^

 

다음 여행지는 바로, 너무 유명해서 '옐로우스톤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는 '아티스트 포인트' 되시겠다. 이건 내가 만든 닉네임이 아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간판에도 버젓이 그렇게 써있으니깐 ㅎㅎ 

하지만 나는 그랜드 캐년 스타일보다는 브라이스 캐년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아줌씨이기 때문에, 솔직히 여기서 그닥 감동을 받진 못했다는^^

 

오늘의 세번째 코스는 '머드 볼케이노 에어리어'다. 그런데 머드라는 이름만으로도 갑자기 충남 보령의 진흙축제가 생각나는 건 웬일일까? ^^

 

이 부글거리는 진흙을 얼굴에 바르면 육아로 지친 내 얼굴도 뽀샤시해질랑가? ㅋㅋ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드래곤스 마우스 스프링'까지 곧이어 고고씽! 여기도 뭐 유명하는데 근래 며칠간 하도 연기랑 부글거리는 가이저들을 많이 봤더니 이젠 별루 감흥이 엄따^^

 

그래서 이 드넓은 옐로우스톤 호수가 더욱 기억에 남았나 보다. 호수로 가는 길에 나는 먼저 영롱한 바닥 색깔을 자랑했던 요 연기를 내뿜는 웨스트 떰 가이저를 만날 수 있었고

 

뒤이어 그 끝을 알 수 없을만큼 넓고도 맑았던 옐로우스톤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서 한가롭게 카약을 타는 사람들은 물론, 맑디 맑은 호수 바닥에는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분화구(가이저)들도 볼 수 있었다. 분화구야! 너도 다른 가이저들처럼 연기깨나 내뿜으며 부글부글 끓고 싶었는데 호수의 차디 찬 물에 덮여 제 모습을 잃었구나... 나도 요즘 밖에서 사회생활하고 싶은데 애들 보느라 너처럼 제모습을 잃은채 살고 있단다 T.T 

 

옐로우스톤 레이크를 떠나,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이곳 Colter's Bay.

작은 보트를 렌탈해서 개인적으로 탈 수도 있고 크루즈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와이오밍 주의 낚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여기서 직접 낚시를 할 수도 있단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 도착!  이곳은 '와이오밍(Wyoming) 주'에 위치한 '그랜드 티톤(Teton) 내셔날 파크'의 주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Jackson City 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잭슨 시티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Jackson Hole Mountain Resort에 둘러싸인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약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어느 줄이 길게 늘어선 아이스크림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려준 후, 나혼자 중심거리를 쇼핑하기도 하고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녹각공원(아래 사진이 바로 진짜 녹각으로 만들었다는 그 아치 -arches of shed elk antler- 이다)에서 잠시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맨날 캘리포니아에서 그것도 남가주 LA 부근과 샌디에고 주변에서만 복닥복닥 지내다가, 이렇게 아이다호(Idaho), 몬태나(Montana), 와이오밍(Wyoming)이라는 낯선 3개 주에 걸쳐져 있는 옐로우스톤을 여행하다보니,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이 어느 주의 어느 도시인지 괜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와는 전혀 다른 지리와 문화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여행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U.S. 쿼터 맵(Quarter Map)을 사서 컬렉팅을 해보기도 하고, 침대 옆에다가 큰 미국 지도를 붙여 놓고 맨날 미국의 50개 주 위치를 외워보려 해도 잘 안되던 것이, 이렇게 여행에 와서 내가 발로 밟아본 유타 주, 아이다호 주, 몬태나 주, 와이오밍 주는 어찌나 그 위치가 정확하게 머리에 들어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여행을 살아있는 교육이라 부르나보다.  

만약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외국에 한 번이라도 나와 봤다면 내 꿈이,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시 내 관심사는 오로지 '행정고시' 하나였었는데, 요즘 들어 이렇게 뒤늦게나마 미국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 보니, 참으로 넓은 세상 앞에서 한편으로는 겸손해지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도전의식이 꿈틀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번 옐로우스톤 여행을 통해서 대자연을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연과 문화에 대하여, 그리고 더 이상 하은이, 주은이의 엄마가 아닌, '윤영란'이라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의 마지막 날인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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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 Yellowstone City에 도착한 우리는, 제일 먼저 옐로스톤의 절경을 담은 아이맥스 영화을 약 30분 동안 관람했다. 사실 스토리는 별것 없었지만, 워낙 큰 화면으로 그리고 헬기로 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찍은 풍경 등, 내 눈높이에서 미처 담을 수 없는 옐로스톤의 광대한 모습을 3D로 감상하니 새삼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가 끝나자 우리는 더 빠르고 신속한 여행을 위하여(?) 영화관 앞에 있는 작은 햄버거 집 BBQ BARN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비록 작은 가게였지만 주인 아저씨가 바로 옆에서 이렇게 직접 등갈비에 양념을 발라 햄버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믿음이 갔다.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본격적인 옐로우스톤 관광에 들어가 볼까나?

차를 타고 옐로우스톤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다 보니, 물이나 땅으로부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풍경들이 숱하게 눈에 들어 왔다. 그저 산발적인 온천지대인가보다고 생각하기엔 그 지역이 너무도 넓고 연기 또한 매우 거대했다.

 

이제 내 눈으로 직접, 그리고 가까이에서 그 진기한 풍경들을 확인할 차례다. 우리의 첫번째 행선지는 바로 그 유명하다는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old faithful geyser)'였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저 많은 사람들을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이렇게나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유 하나 없이, 단지 약 1시간 20분마다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용솟음 친다는 그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를 보기 위하여 온 사람들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떼거지로 관광하는거 잘 못봤는데,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저마다 사진기를 하나씩 들고 이제나 저제나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용솟음치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줄잡아 수천명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저 가이저에서 언제쯤 물이 분출할까를 하릴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언젠가 어떤 박사님이 저 가이저 밑으로 뜨거운 온도에서도 녹지 않는 일련의 장비들을 넣어서 물이 용솟음치는 시간대를 유추하는 산식을 발견한 후 이렇게 친절하게도 다음 분출 시간대를 표시해 주셨다고 한다^^ 내가 구경할 시간은 바로 여기 표시된대로, 7월 5일 오후 2시 반경 되시겠다.

 

정말로 2시 반이 다가오자 고요하게 연기만 피어오르던 가이저 안에서 조금씩 물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더 높게 그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는데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저절로 이렇게 장관이 연출된다니 참으로 놀라왔다. 마음 속에 막힌 것들도 같이 확 뚫리는 기분이랄까...

 

이제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 만큼이나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인(inn)'으로 들어가 보자.사실 말이 inn이지 이건 거의 메머드급 호텔 규모나 다름 없었다.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이걸 지은 건축가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는데(가이드 아저씨께 이름을 들었는데도 까먹었다 ㅋㅋ) 그 건축가 왈,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주변의 자연과 조화되는 건물을 짓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나? 그러나 그는 그 어려운 미션을 해낸 듯이 보였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이 건물은 주변의 옐로스톤 경관과 매우 잘 어우러져 보였으니깐^^

어쨌든 이 유명한 건물 안에도 관광객들이 와글와글 했더랬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와 inn을 구경한 우리는 다음 코스로 엑셀시어 가이저 크레이터로 향했다.

 

우왕~ 이건 또 뭥미~ 크레이터 부근에 다가가자 온천 냄새와 함께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장관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말 scenery beyond description 이 따로 없다. 괜한 미사여구 동원 없이 사진으로 말하련다.(사실 내가 지금 주저리 주저리 쓸 시간이 좀 없다 ㅋㅋ)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Fountain Paint Pot 에서는 액체가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상으로 그 거품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라면 끓이기 직전에 물이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팔팔 끓는 모습을 상상하면 딱 맞는 표현일 듯 싶다.  

 

게다가 거기서 나는 운좋게도 또 다른 가이저가 용솟음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설마 내가 지나갈때 분출되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기를 손에 꼭 쥐고 있어서, 채 30초도 안되는 이 짧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더랬다.  

 

 

그런데 여기까지 구경하고 난 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정말이지 금방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산속의 날씨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더니 이렇게 햇빛이 작렬하다가 어떻게 또 이렇게 금방 비가 내릴 수 있는지, 정말이지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는 그저 겸손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일행은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다음 일정인 맘모스 핫 스프링스 트레일 코스를, 비를 맞으면서도 강행할 사람과 그냥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사람을 나누기로 했는데, 나는 어린 아이들 때문에 도저히 이 빗 속을 뚫고 트레킹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차 안에 남아 창문 밖의 광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남편과 함께 비를 맞으면서 옐로우스톤의 절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을텐데 참 안타까웠다.

 

아래 사진은 비가 좀 잦아든 후, 차가 서있던 주차장에서 내려 맘모스 스프링스 트레일 길을 찍은 모습이다. 그렇게 굵은 빗줄기도 지면 깊숙이에서 솟아나오는 연기를 막진 못해서 이렇게 연기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한식을 거의 먹을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 옐로우스톤 쪽은 워낙 한인들도 적게 사는데다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어서 우리는 거의 삼시세끼를 모두 햄버거나 스테이크 등으로 때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좀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오늘 저녁 식사는 나름 특식이란다. 옐로스톤 특산품인 송어(trout)와 버팔로 스테이크, 그리고 아이다호 특산품인 감자까지... 뭐 맛있어 죽겠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추억을 만들기에는 괜찮은 메뉴였다 ㅋㅋ

 

오늘 밤 우리가 묵을 도시는 가디나(Gardiner)라는 작은 마을인데 우리는 여기서 '옐로스톤 빌리지 모텔'이라는 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맨날 미주 중앙일보 신문 광고를 보면 삼호관광에서는 가디너 안 고급 시설에서 숙박한다고 대문짝만하게 광고가 나곤 했는데, 오늘 와서 직접 보니 이곳은 정말 가디너 안에서는 손에 꼽을만큼 괜찮은 숙소여서 여장을 푸는 내 기분도 좋아졌다.

여긴 우리 숙소 주변의 가디너 마을 풍경.

 

그리고 옐로우스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옐로우스톤 빌리지 모텔'의 실내 모습.

 

아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버스 안에서 별로 말썽을 부리지도 않고 제법 잘 놀아주었다.

 

얘들아, 엄마도 안다. 너희들의 마음을. 그리고 대자연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인생의 밑거름으로 삼기에는 너희들이 아직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도...

하지만 엄마의 마음도 급하단다. 우리의 미국 생활 얼마 안남았잖니... 24개월된 첫째를 데리고 미국에 와서 그 이듬해에 바로 둘째를 낳고 또 키우면서, 엄마가 지난 3년 동안 말이 미국생활이지 너희들을 키우느라 미국생활을 뭐 제대로 즐긴 것이 있어야지... 흑흑!  그러니 이젠 니들이 엄마의 힐링여행을 위해서 고생을 좀 해다오. 그것이 피차 공평하지 않겠니?^^

너희들이 깨어 있으면 앞으로 많이 차타고 가야 하니까 얼른 자라고 윽박지르고, 또 자고 있으면 이제 목적지에 다 왔으니까 빨랑 일어나라고 또 깨우고, 너희들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식당에서는 밥 많이 먹으라고 강요하고, 또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도 나중에 너희들 때문에 버스를 세울 수 없으니 빨리 여기서 똥 오줌을 누라고 억지부리고...

비록 다른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표면적으로 둘러대기는 했지만, 사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이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 너희들에게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해댔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미안하다, 얘들아! 이 엄마가 너희들의 동심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해서.,.. 사실 너희들이 이런 여행이 뭐가 그리 좋겠니... 그저 엄마가 여행 가자니까 새벽 댓바람부터 끌려나와서 뜻도 모른채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엄마가 이번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진짜로 진짜로 잘해줄께~ 이 엄마가 격하게 싸랑한다!!!

                                                                                                                - 옐로우스톤 여행 중,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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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대자연의 풍경과 인공미 넘치는 도시 중 어느 것을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도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웅대한 산이나 광활한 들판, 드넓은 바다보다는 높은 고층 빌딩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번잡한 도시의 삶을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여행 위시리스트에서 옐로스톤, 요세미티, 레드우드, 세콰이야 등등 국립공원 명단은 진즉에 다 제껴 놓았었는데,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 미리 계획했던 씨애틀 도시 투어가 비행기표가 솔드 아웃되어 갑자기 무산되는 바람에, 급하게 차선책을 모색하던 중 나는 하는 수 없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에 한 번 가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예전 내가 20대 중반이었을 때, 당시 미국 버클리대에서 지질학을 공부하던 조인트 동아리 선배 오빠가(그는 그로부터 몇년 후 서울대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방학때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라고 쓰여진 작은 열쇠고리를 하나 선물해 주었는데, 그 오빠 왈, '영란아! 나중에 미국에 오게 되면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 번 꼭 가보렴. 나도 10년 이상 지질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거긴 진짜 신기하더라'고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래, 준기오빠의 추천도 그렇고, 옐로스톤이 괜히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지는 않았을게야... 아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니까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재빠르게 여행계획을 통째로 수정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었다(사실 뭐 센스랄 것두 엄따. 걍 관광회사에 다시 전화만 하면 된다 ㅋㅋ).

 

그렇게 해서 독립기념일 연휴 첫날인 목요일 새벽, 우리 가족은 며칠 전 미국으로 놀러 오신 시엄니와 함께 캘리포니아 롱비치 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약 2시간 가량을 날아 드디어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공항에 도착했다. 유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몰몬교의 본산이라서 그런지, 솔트레이크 공항 여기 저기에는 몰몬 사원을 구경하라는 이런 광고판이 여러 개 붙어 있는 등 다른 공항과는 웬지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 기독교 종파 목사님의 딸인 우리의 윤요사, 요런 종교적 색채에 약간 거부감이 들법도 하지만 한편 10년 행정학도인 나로서는 유타라는 주 자체가 몰몬교와 그 뿌리를 같이 하기 때문에 학문적 호기심의 일환으로라도 몰몬 사원과 유타 주청사(Capitol)는 한 번 쯤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마지막 날 일정에 이 두 곳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옐로우스톤 쪽으로 고고씽! ^^  

 

어쨌든 우리는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가이드 및 다른 그룹투어 손님들과 합류하여 50인승 버스를 타고, 우리의 첫번째 여행지인 온천지대 라바 핫스프링스로 향했다. 

 

이곳은 아담한 노천 온천 뒤로 귀여운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 산속 휴양 마을이었는데, 어른들은 주로 온천욕을 하고 젊은이들은 수영장에서 우리 나라의 캐러비안 베이에서나 볼 법한 고난이도 슬라이드를 즐기는 그런 휴양지인듯 했다.

 

다행히 주은이는 남편이 그리고 하은이는 시엄니가 각각 케어해 줘서, 온천욕(혹은 단체 욕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냥 다리만 살짝 걷어 올린 채 찰방거리며 사진 놀이나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 놀이를 하다보니 루틴한 일상에서 벗어난 두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사실 나는 수영장 특유의 락스냄새를 싫어해서 나도 수영을 안할 뿐더러, 내 아이들에게도 수영을 잘 시키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와서 젤로 좋아하는 물장난을 하는 것은 물론, 7개월만에 한국에서 놀러오신 할머니와, 그리고 이상하게(?) 낮에도 회사에 가지 않는 아빠와도 같이 놀게 되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았겠는가?^^

 

예전에 디즈니 스토어에서 산 공주님 수영복을 입고 미스코리아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그래, 몸매는 훌륭하지만(?) 역시 눈은 좀 찝어줘야 겠구나. 걱정 마라, 딸아! 요즘 쌍수는 수술도 아니란다 ㅋㅋ

 

그렇게 온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아이다호(Idaho) 주에 있는 포카텔로(City of Pocatello)라는 곳으로 이동하여 여유롭게 저녁을 먹은 후, 역시 같은 도시에 있는 레드라이언 호텔이라는 곳에 여장을 풀고 잠을 청했다. 

첫날 일정은 이렇게 심플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유타 주 땅을 밟았다는 사실과, 옐로스톤 국립공원 부근까지 와서 그 지류에서나마 온천욕을 즐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가슴 설렜던 날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느라 기저귀에 물티슈, 아이들 여벌 옷 등 짐은 하나 가득이었고, 게다가 아침 6시에 롱비치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얼바인 집에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온갖 준비를 하느라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하루였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또 다시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기뻐서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었다(결국 뒤늦게 수면제 한 알 복용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어설픈 잠을 청했던 밤이 지나고 드디어 아침 해가 밝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체여행이 그러하듯이 새벽 5시 반에 기상하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자마자, 우리는 또 다시 어제의 그 버스에 몸을 싣고 베어 월드(Yellowstone Bear World)라는 곳으로 향했는데, 여기는 우리 숙소에서 옐로우스톤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무슨 야생동물농장인 것 같았다.

 

이곳에 도착하면 베어 월드 관계자가 이렇게 투어 버스에 올라와서 곰과 늑대, 사슴 등 자기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들려 주는 가이디드 투어를 해준다. 물론 이 여자 영어가 워찌나 빠른지 나는 거의 알아 듣기 힘들었다만 T.T

 

어쨌든 나는 친절한 가이드 아저씨의 배려로 어린 주은이를 안고 동물이 제일 잘 보인다는 버스 제일 앞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닥거리는 사슴들은 물론,

 

그리즐리 베어와 블랙 베어 등 여러 마리의 곰들과

 

이곳에서 곰들과 함께 풀어 놓고 키운다는 늑대녀석들까지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곰들을 한 마리씩 줌으로 땡겨서 관찰해 볼까나?^^

 

아! 여긴 아기 곰들(cubs)만 따로 사육하는 곳인데, 이 우리 안에서 어린 곰들을 키우다가 어느 정도 크면 아까처럼 농장에 풀어 놓고 기른다고 한다. 우잉~ 아기 곰들 정말 귀여워~

 

여기는 베어월드 한 켠에 따로 마련된 페팅 주. 하지만 여기 동물들은 어찌나 인간들에게 적극적으로 달라드는지, 인간이 동물을 만지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이 인간을 만지는 곳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박제와 동물가죽을 벗겨내서 벽에 붙여 놓은 '핸드 온' 전시장의 모습인데, 막상 직접 둘러 보니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 놨는지 감탄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 T.T

 

끝으로 곰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기프트샵까지.

 

베어월드 구경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본격적인 옐로스톤 관광을 시작하기 위하여 West Yellowstone City를 향해 출발했다.

가이드 아저씨는 그곳에서 옐로우스톤에 관한 아이맥스 영화 관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옐로우스톤 탐방을 시작하게 될거라고 말했다.

(이후 일정은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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