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할로윈 시즌이 돌아왔다. 정작 할로윈은 10월 31일이지만 미국은 적어도 9월 말부터는 할로윈 시즌에 돌입하는 듯 하다.

하은이 유치원도 예외는 아니다. 10월 4일, 올 가을 학기 첫 필드 트립으로 펌킨 패치(호박 밭)를 보러 또!!!  타나까 농장에 간다나?  안돼~ 타나까 농장은 벌써 세번째란 말이야... (맨 처음은 2년 전 드림랜드 프리스쿨 필드 트립이었구, 그 다음은 1년 전 얼바인 몬테소리 스쿨, 그리고 이제는 웨스트팍 몬테소리까지 그곳으로 필드 트립을 간다니 T.T)

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마치 엄마들이 백화점에 자꾸 가도 다시 또 가고 싶은 것처럼 ㅋㅋ). 그리고 마음만은 아직 어린(?) 우리의 윤요사도 주은이를 홈데이케어에 맡기고 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하은이의 필드 트립에 따라나섰다.

 

먼저 스쿨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아트리움에서 놀고 있는 모습부터 시작해 볼까?.

요건 하은이가 베스트 프렌드 Zoe랑 놀고 있는 모습. 하은이가 다니는 킨더 클래스는 차이니즈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라 하은이의 베스트 프렌드들은 모두 차이니즈다. 오죽하면 하은이가 어설픈 만다린어를 구사할까! ㅋㅋ(돈 안들이고 중국어까지 가르치니 오히려 좋다고 해야하나?^^)

 

드디어 타나까 농장에 도착. 하은이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들. 하은이와 레게 머리 남자아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차이니즈다. 

 

그리고 이 날 내가 보호를 맡은 케일린과 하은이 모습.

 

오늘의 첫번째 순서는 언제나 그렇듯 웨곤 라이드이다. 경운기 같이 생긴 걸 타고 농장을 주욱~ 둘러보는 건데 뭐가 그리 좋은지 아이들은 모두 열광, 열광!

 

우리 뒷 칸에 앉은 저 분홍 티셔츠 입은 사람이 킨더반 담임 Miss. Amy 이고(그녀는 아이들에게도 엄한 것으로 유명한데, 나도 그녀 앞에서는 괜히 쫄아서 물어볼 말도 제대로 입을 떼지 못한다는 ㅋㅋ)

 

우리 칸 앞부분에서 파란 모자를 쓰고 사람 좋게 웃고있는 저 분이 부담임 Miss. Erin이다.(나는 개인적으로 그녀를 정말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주는 것은 물론, 나의 서투른 영어를 들을 때면 안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한 마디라도 더 알아들으려고 무지 애쓰곤 한다^^) 

 

비록 덜덜거리는 웨건을 타고 가지만, 파란 하늘에 낮은 구릉, 그리고 넓게 펼쳐진 주황색의 펌킨 패치를 보니 내 마음까지도 왠지 더 풍요로와지는 느낌이다.

그리구 이번이 총 3번째 타나까 농장 방문이지만, 그동안은 스트로베리 시즌과 워터멜론 시즌에 온것이었는데 이렇게 할로윈 시즌에 오니 또 다른  운치가 느껴져서 더 좋았더랬다.

 

웨건을 타고 가다가 내린 곳은 바로 페팅 주(petting zoo). 이 흰 천막이 임시로(?) 설치된 페팅 주 되시겠다.

 

페팅 주의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호자들도 같이 들어가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으악~ 설마! 나보구 저 냄새나는 우리 속으로 고고씽하라구?

그러나 반항의 영어 한마디 못하는 우리의 소심한 윤요사, 쓴웃음을 지으며 제일 먼저! 조용히 우리 안으로 들어가 주시었다 T.T 

 

하은아! 넌 동물 좀 안만지면 안되겠니?

엄마! 여긴 페팅 주여요. 동물을 만지라고 온 곳이라구요.

너 엄마 말 안들을꺼야?

엄마! 다른 친구들은 집에 강아지들도 많이 키우는데, 저는 페팅 주에서 동물도 만지면 안되나요?

... 어따 대고 빠락빠락 말대답이야? 너 이따 집에 가면 주거써! ㅋㅋ

 

페팅 주에서 나온 아이들은 호박이 가득 놓인 포토 존에서 사진도 찍구 지푸라기로 장난도 치면서 또 다시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리구 이것도 미로랍시구 내겐 너무도 뻔하게 출구가 보이는 이 Corn Maze^^조차도, 아이들은 지들끼리 헤매다가 서로를 만나면 자지러질듯 웃곤 했다. 너희들 지금 뭥미?^^  (하긴, 내가 벌써 마냥 동물을 사랑하고 작은 일에도 크게 웃는 아이들의 동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그저 서글플 뿐이다 T.T)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U -pick형 펌킨 패치와 베지터블 패치에 참여할 시간이다.

먼저 야채 농장부터.

아이들은 4개 종류의 채소들 중에서 한 종류당 4개씩 총 16개의 채소들을 직접 뽑아갈 수 있다.

 

4종류의 채소는 양파와 당근,

 

그린빈, 그리구

 

빨간 무 되시겠다.

 

우리 하은이와 내가 보호하는 케일린이 총 16개의 야채를 수확한 후, 당당한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그녀들은 얼마나 뿌듯해 하던지 무거우니까 내가 들어준대도 무조건 자기들이 들겠단다 ㅋㅋ

 

다음은 오늘의 마지막 순서이자 할로윈을 겨냥한 시즌 상품인 펌킨 패치로 고고씽!~

얼바인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호박밭이 있었던가... 하은이에게 할로윈 그림책 읽어줄때나 보곤 했던 펌킨 패치를 막상 이렇게 눈으로 보게 되니 나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연신 놀라워하는 하은이에게는 마치 엄만 이런 거 다 알고 있었다는듯이 최대한 심드렁하게, "야! 얼렁 들어 가서 크고 실한 걸루 하나 골라와! 알았지?" 하고 말해 주었다 ㅋㅋ)   

하은이는 넓은 호박밭을 뛰어 다니며 스케어크로우(허수아비)를 직접 만져 보기도 하고 이 호박 저 호박 두드려 보기도 하면서(엄마가 수박 고를때 두드려 보는 건 배워가지고는 ㅋㅋ) 친구들과 즐거운 U pick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드디어 맘에 드는 큰 호박 하나를 낑낑대며 들고서는 나에게로 정신없이 뛰어 온다.

그래, 잘했어! 이 엄마의 맘에도 꼭 드는구나!!! 나중에 커서 결혼할 때, 남자도 그렇게 잘 골라와야 한다. 알겠느뇨? ㅋㅋ

 

요건 다음 날 하은이가 킨더에서 어제의 펌킨 패치 필드 트립을 회상하며 적은 그녀 생애 첫번째 그림 일기 되시겠다.

아이들이 저마다 작성한 그림 일기가 이렇게 클래스룸 벽에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 하은이 것을 확대해서 들여다 보면(참, 별걸 다 확대해서 보여준다 ㅋㅋ)  우측에는 우리가 탔던 웨곤이, 그리고 중앙에는 페팅 주에서 본 각종 동물들이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 이렇게 벽에 전시해 놓으므로써,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이 날 아이들과 필드 트립을 함께 하지 못한 부모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나와 하은이 사이에는 우리 둘 만이 공유하는 또 하나의 추억이 마음 한 켠에 고이 쌓이게 되었다.

훗날, 하은이가 커서 이 사진들을 보면서 예전에 한때나마 외국에서 유치원을 다녔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리며 웃을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 비교적 젊은 모습의 이 엄마 얼굴도 떠올리게 되겠지...

비록 오늘은 나에게 있어 무진장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하은이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의 포스팅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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