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결혼한지 만 6년이 되었다. 지난 6년간의 결혼 생활을 가만히 되돌아보니...

우리는 약 2년 정도 만난 후에 결혼했는데, 연애할 때부터 '아...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이렇겠구나...' 라고 생각한 것에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즉 남편이 결혼하고 난 후 딱히 돌변(?)하지 않은 관계로, 뭐야... 연애할 때랑 너무 틀리잖아... 하고 실망한 적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우와~ 우리 남편에게 이런 판타스틱한 면이 있었나? 라고 놀란 적도 별로 없단 얘기다.(하긴 울 남편은 나에게 실망했을수도 있다 ㅋㅋ) 역시 결혼은 환상이 아니고 '생활'이라니깐 ㅋㅋ

어쨌든 결혼 6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남편의 국제적으로(?) 바쁜 출장 스케줄과, 마누라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육아 및 살림 스케줄을 고려하여, 그저 조촐하게 인근 뉴포트 비치 시에 있는 '펠리칸 힐 리조트'에서 소박하게 점심 한 끼만 하기로 합의했다.  

 

펠리칸 힐 리조트 안에도 레스토랑이 여러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가 오늘 선택한 곳은 바로 이 곳, '펠리칸 그릴' 되시겠다.

 

오늘의 날씨는 '캘리포니아 썬샤인' 바로 그 자체인지라, 우리는 일부러 레스토랑 밖에 있는 테라스 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한 손으로는 식전 빵 먹으랴 다른 손으로는 레스토랑 측에서 준 색칠공부 하랴 나름 바쁘시다 ㅋㅋ

 

맨날 집 밥만 먹어대다가 간만에 좋은 레스토랑에 오니, 식전 빵과 크림 치즈까지도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리필해 먹는 촌티 작렬해 주심!

 

게다가 아이들은 집에서 배운대로 식기도에 열올리며 나름 홀리한 영상을 연출해 댄다^^(얘들아! 밖에서는 이렇게까지 생색내지 않아도 되거덩? ㅋㅋ)

 

이 날 우리가 시켰던 메뉴들. 먼저 조개 감칠맛이 가득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던 해물 파스타(텍스 제외하고 27달러나 했음T.T)와

 

가장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34달러)였다. 우리의 윤요사, 고기가 몸에 안좋은 걸 잘 알지만서도 이런 날은 칼질 한 번 지대로 해줘야 한다면서 괜시리 고집을 피웠다ㅋㅋ

 

또한 너무도 친절했던 서버 아저씨는 우리가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자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도 공짜로 가져다 주셨다.

 

결혼 6주년.

지난 6년간 나와 정반대인 진중한 성격으로 가장의 역할을 잘 감당해 온 울 남편(사실 요즘 고된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짜증이 지대로 늘긴 했다^^) 과, 미국 나이로 5살(한국 나이로 6살)이 된 큰 딸 하은이, 그리고 이제 21개월에 접어든 둘째 주은이가 있어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고 말하고 싶다만...

 

사실 이제 좀 해치웠다고 생각하면 너댓 시간마다 또 다시 찾아오는 삼시세끼를 차려내야 하는 부담과, 매일 아침 학교 보내기 전 없는 시간을 쪼개서 그나마 정성껏 머리를 땋아주면, 땋아준 머리가 비뚤어져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입을 쑥 내미는 큰 딸하며, 아직도 하루에 서너번씩 똥을 싸제기고도 마치 안싼것처럼 평화로운 표정으로 엉덩이로 기저귀 곳곳에 똥을 펴바르는 둘째 딸을 생각하면 사실 하루 하루가 고되고 힘들때가 많다.

큰 아이 학교와 교회 간식 당번은, 아이들 목욕 시킬 시간은, 빨래하고 청소해야 할 때는, 장봐서 밥 차리고 설겆이하고 또 다시 다음 끼니 준비를 걱정하는 일은... 정말 금방도 돌아오는 나의 일상 그 자체다.       

남편이 주재원으로 회사의 또 다른 글로벌 업무들을 익히며 커리어를 쌓아갈 때, 큰 아이가 한글보다 먼저 소위 말하는 빠다 발음을 구사하면서 영어를 배워갈 때, 둘째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장래에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을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갈 때,

나는 이렇게 그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오늘도 '투명 인간'처럼 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비겁하게 누굴 원망하고 자시고 하면서 너땜에 내 인생을 희생했네 아니네 하며 넋두리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 내가 지난 3년간 기쁜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부비대며 잘 살았지...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 생활 4년차이자 여기서 보낼 마지막 해가 될 내년에는 말이지... 뭔가 나를 위한 일을 하나쯤 크게 벌여 볼꺼야...

그러니 남편은 빨랑 돈 준비하고 너희들은 학교와 데이케어 종일반에서 또래집단들과 훌륭히 어울리면서 사교성 충만하게 지내야 해! 알았지?^^

                                                                                                     결혼 6주년을 맞이한 윤요사 씀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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