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얼바인에 온지 정확히 2년하고도 10개월이 지났다. 그러다보니 이번 추석이 벌써 미국에서 3번째로 맞이하는 추석이 되어 버렸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내가 직장다닐때만 해도 추석이 되면 나라에서 보장하는 긴 휴일은 물론, 회사에서 주는 추석 보너스나 선물세트에 늘 설레곤 했는데, 여기 주재원의 삶이야 추석 휴가도 없고 한국처럼 온나라가 명절로 들썩이지도 않으니까 명절 기분이 정말 안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한 이후부터 주욱 시엄니와 함께 살아온데다 명절이면 유독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각을 많이 하시는 시엄니 때문에, 우리가 기독교 가정이라 제사를 드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명절이 찾아오면 이런 저런 명절 음식을 만들곤 했다. 작년엔 둘째가 너무 어려서 추석 음식을 거의 만들지 못했지만, 올해는 그래도 둘째가 돌도 지나고 해서 간만에 시엄니와 함께 추석 음식 몇 가지 만들어 봤다.(물론 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만,그것도 극히 간단하게ㅋㅋ)

먼저 내가 젤로 좋아하는 소고기파전, 준비 들어간다~

 

다음은 하은이와 주은이가 좋아하는 잡채 대령이오!

 

다음은 시엄니가 좋아하는 토란국 되시겠다. 근데 잘라놓고 보니 토란이 무슨 무우 같다 ㅋㅋ

 

이제 재료 손질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STOVE 위에서 요리 좀 시작해 볼까나?

 

서서히 내가 생각했던 음식들이 그 형체를 잡아 가고 있다. 어쨌든 이 날 전부치느라 계란 한 판은 물론 올리브유도 엄청 들어갔다 ㅋㅋ

 

드디어 식탁위에 디스플레이 시작! 고기파전과 잡채, 그리고 숙주나물 하나 무쳐봤다.

 

남편이 간단하게 명절 맞이 특별 가정예배를 인도한 후, 하은이에게 식사 기도를 시켜 보았다...

근데 이 사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주은이다 ㅋㅋ 20개월된 주은이가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이고 기도하는 저 모습을 좀 보라. 아멘은 또 얼마나 크게 하는지! 누가 지 외할아버지가 목사님 아니랄까봐. 우하하~

 

직접 담은 깎뚜기는 물론, 시온마트에서 갓 사온 뜨끈한 송편이랑 과일까지... 이제는 맛있게 인조이~ 하면 된다.

 

다음 날인 주일 아침.

나는 교회에 가기 전, 아이들에게 간만에 옷장 안에서 잠자고 있던 한복을 꺼내 입혀 봤다. 하은이 한복은 예전에 얼바인 살았던 혜정 언니 딸이 물려준 것이고 주은이 한복은 하은이가 어렸을 적 입던 것 되시겠다. 하지만 두 벌 다 오래된 한복 같지 않게 너무 예쁘다. (사실 주은이가 입은 한복은 내가 3년 전에 한국 고속버스 터미널 7층에서 단돈 5만원 주고 구입한건데^^)

먼저 요즘 큰 아이들과 킨더수업 듣느라 가랑이 찢어지는 하은 공주 납시요 ㅋㅋ

 

다음은 언니의 모든 일에 참견하느라 공사다망하신 둘째 주은 공주 납시오~

 

끝으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두 공주의 합동 사진을 유포하오~ 그러나 어서 주일 예배 드리러 교회에 가야하니 이제 그만 폼잡고 빨랑빨랑 차에들 타시오 ㅋㅋ

 

이렇게 미국에서의 세번째 추석이 지나갔다.

비록 음식 하느라 설겆이가 싱크대에서 산을 이루고 온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 버렸지만, 그리고 얼라들 한복 한 번 입혀서 교회 보낸답시고 애꿎은 드라이 값만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의 추석은 이렇게 나름 행복했다.

혹자들은 말한다. 홀시엄니 모시고 사는게 힘들지 않냐고. 또 남편 도시락까지 매일 삼시세끼를 차려 내는게 힘들지 않냐고. 게다가 어린 아이 둘 뒤치닥거리 하는 건 또 얼마냐 힘드냐고. 맞다, 맞다. 모두 맞는 소리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행복한 일들도 많다. 이번 추석은 나에게 그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날들이었다고나 할까?^^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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