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말 그대로, 숨쉬는 것 이외의 모든 운동을 거부한다고나 할까?ㅋㅋ 어렸을 때부터 눈이 많이 나쁜 걸 제외하고는 건강한 편이기도 했고, 또 아무리 단것을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서 운동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월 말 즈음, 나는 나름 중대한 결심을 하나 했다. 그것은 바로 난생 처음으로 피트니스에 다니기로 한 것이다. 그 이유는 작년에 둘째 아이를 낳고 평소 몸무게보다 자그마치 5킬로 그램이나 늘어난데다, 요즘 들어 자꾸 피곤하고 매일 몸이 찌뿌둥하여 최후의 처방으로 운동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9월 1일 아침 댓바람부터 집 앞에 있는 LA 피트니스에 가서 등록을 마치고, 역시 집 근방에 위치한 마샬에 가서 제일 싼 운동복 두 벌을 샀다 (맘 같아선 요즘 트렌디한 아줌마들은 다 입는 다는 '룰루레몬' 운동복을 사고 싶었지만, 사실 언제 맘이 바뀌어 운동을 그만 둘지 몰라서리 ㅋㅋ).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침 35% 세일 가격으로 핫딜에 뜬 리복 핫핑크색 운동화를 오더했다.

 

그리고는 난생 처음으로 운동 좀 해보겠다며, 운동하는 동안 주은이를 맡긴답시고 피트니스 안에 있는 키즈 클럽에 용감히 들어갔다. 머릿 속에서는 주은이를 맡기고 쿨하게 나오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낯선 환경에 봉착한 주은이가 시종일관 울어대는 바람에 애 봐주는 멕시칸 아줌마한테 한참동안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복걸한 것도 모자라, 멕시칸 아줌마와 영어 소통이 잘 안되서 결국은 얼굴 붉히고 싸우고(사실 일방적으로 내가 혼났다)... 흑흑...

여하튼 이러저러한 난관 끝에, 완전 운동 초짜 아줌마인 우리의 윤요사, 드디어 피트니스에 입성하긴 했는데... 

수영은 원래 전혀 못하시고,

 

피트니스가 난생 처음이니 러닝머신조차도 조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리셉셔니스트가 헬스 트레이너로부터 일대일 훈련을 받을 것을 제안했지만, 영어에 대한 소심함과 혹시나 과한 운동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에 급거절했당ㅎㅎ) 

 

그래서 나는 우선 요가와 필라테스, 줌바 등의 클래스 수업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매일같이 피트니스로 출근하여 골고루 여러 클래스에 참여해 봤는데, 2주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결국 나는 줌바(Zumba)가 딱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줌바는 쉽게 말하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격렬하게 댄스(일면 싸구려티 난다는 의미의 싼티 댄스 ㅎㅎ)를 추는 것인데, 예전 우리 엄마세대들이 열올리던 에어로빅보다는 그나마 동작들이 좀 더 세련된데가, 팝송을 들으면서 춤을 추니깐 최신 음악을 통해 황량한 내 정신세계도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다. (참! 아래 사진들은 다 줌바가 아닌 다른 클래스 모습임. 줌바 사진은 내가 정작 열라 흔들어 대느라고 사진을 못찍었음 ㅋㅋ)

 

다음은 운동 말구, 영어공부 이야기.

지난 6월 말부터 방학에 들어갔던 얼바인 어덜트 스쿨이 9월부터 다시 문을 열고 10주간의 first quarter를 시작했다. 예전에 얼바인에 처음 왔을 때에는 괜히 자존심만 앞서서 남편에게 나는 UCI의  ESL만 듣겠다고 난리부르스를 추곤 했는데, 지금은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마당에 어덜트 스쿨도 나에겐 감지덕지가 되어 버렸다(슬픈 현실....흑흑)

일단 나는 월, 수, 금 어덜트 스쿨 수업을 듣기 위하여 9월부터 주은이를 정기적으로 홈데이케어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미 하은이의 킨더가튼에 매달 1200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주은이까지 홈데이케어에 보내는 것은 금전적으로 확실히 무리가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며(^^) 월, 수, 금 4시간씩 그러니까 일주일에 총12시간씩을 데이케어에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금전적 출혈을 감수하고 또 다시 등록하게 된 어덜트 스쿨. 맨날 똑같은 선생님 수업만 듣는 건 별로 발전이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Mimi Kaplan이라는 선생님 수업을 신청해 봤다. 아주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잘 가르치시는 편이라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사실 숙제도 잘 못해가는 처지에 내가 선생님 가릴 처지는 아니다^^)

 

월, 수, 금 영어 수업은 매일 2시간 인데 내가 주은이를 4시간 동안이나 데이케어에 보내는 이유는 바로 나만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갖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월, 수, 금요일마다 수업을 시작하기 한 시간쯤 전에 집 앞에 있는 이 곳 파네라 브래드를 찾곤 한다.

 

여기서 나는 2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시키고는 주로 영어 수업의 예습과 복습, 그리고 성경공부나 가계부 정리, 시간이 남으면 그 날의 신문 등을 읽으면서 한 시간을 아주 알차게 보내곤 한다.   

 

참! 9월부터는 난생 처음으로 교회에서 정기적인 봉사도 시작했다. 바로 1부예배 차일드케어(아이들 부모님이 1부 예배를 드리는 동안 그 아이들을 보는 일)인데, 내가 젤로 힘들어어하는 것이 바로 내 아이들 보는 일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10명도 넘게 남의 아이들을 보게 됐는지 ㅋㅋ(역시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다^^)

1부예배 차일드케어에 오는아이들은 돌쟁이 아이부터 2학년짜리 아이까지 연령대도 아주 다양한데 나는 그냥 오전 9시까지 나가서 1시간 반 동안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자면 같이 그림을 그려 주고 책을 읽자면 같이 책을 읽고 또 화장실 가고 싶다면 화장실에 데려가면 된다.

처음에는 남의 아이들이라 승질이 나도 욕도 못하고 착한 척 하느라 무지 힘들었는데, 이것도 한 대여섯 번 하다보니 아이들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들이 파악되고 그 이면에 있는 순수함들이 보이기 시작되면서, 요즘에는 괜히 애들이 기다려지고 심지어 애들은 혼자 잘 노는데 나 혼자 좋아하는 마음에 괜시리 애들 노는데 끼어들기도 하고 그런다 ㅎㅎ 

 

우리 하은이에게도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하은이는 9월부터 얼떨결에 킨더에 합류한 것도 모자라, 또 처음으로 디사이플 교회의 어와나(AWANA) 프로그램에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어와나가 뭔지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아마도 자기 또래 아이들과 함께 성경 말씀을 배우고 암송하며, 또 그걸 게임과 접목시켜 신앙심은 물론 기억력과 단체 활동, 승부욕까지 키울 수 있는 미국 교회에 널리 퍼진 전국적인 프로그램인듯 했다.

 

이제 20개월이 된 우리 주은이도 많이 컸다. 요즘엔 패션 감각이 날로 상승하여 제 언니가 어렸을 때 쓰던 빵떡 모자와 입던 옷, 신던 신발까지 그대로 매치하여 걸치고 다니는데 아주 재미를 붙였다(야, 이년아! 고만해라. 촌스럽다ㅋㅋ).

 

이렇게 9월을 맞이하여 소소하게나마 시도한 여러 가지 일들이 제자리에 잘 정착되어 훗날 나와 우리 가정을 살찌우는 좋은 결실들을 맺으면 좋겠다.

오늘의 포스팅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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