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에 내가 가장 신났던 일이라면 바로 큰 딸 하은이가 기적적으로(?) 킨더가튼에 합류하게 된 일일 것이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프리스쿨에 다닌 하은이지만, 올해 9월부터 시작하는 새학기에는 2007년 10월생까지만 킨더가튼에 입학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그나마 11월생은 트랜지셔날 킨더가튼이라도 갈 수 있지만, 하은이같이 12월생을 위한 구제방안은 암것두 없었다 T.T) 그녀는 원래 킨더가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백방으로 알아 보다가 그냥 포기하고 있던 차에, 지난 8월 말에 갑자기 하은이 프리스쿨 담임 선생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는데, 그것은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의 킨더가튼 클래스에 마침 빈 자리가 하나 나서, 하은이를 킨더가튼 클래스로 올려 주겠다는 말씀이었다. 우리의 열혈 엄마 윤요사, 그 날 흥분되서 잠도 안오더구만(울 남편 왈, 그 날 마치 내가 하은이가 하버드에 들어간 것만큼 기뻐했다고 ㅋㅋ).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 프리스쿨은 한국의 유치원처럼 선택과정이지만, 킨더가튼부터는 정식 교육 과정에 해당된다. 따라서 사립 프리스쿨이나 사립 킨더가튼은 그 투이션(tuition)은 비슷하지만 교육 과정은 꽤 다른데, 킨더가튼부터는 영어로 읽고 쓰는 것이나 숫자로 계산하는 방법 등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제 남편의 주재원 기간도 1년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가 하은이 학교에 내는 돈에 걸맞게(?) 하은이가 빨랑 빨랑 영어를 배워줘야 할 게 아닌가 ㅋㅋ

어쨌든 그렇게 해서 들어가게 된 하은이의 킨더가튼 클래스 모습을 소개한다^^

 

요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시청각 교육을 실시(뭐 그냥 TV 보여 주고 있단 얘기지 ㅋㅋ)하고 있는 모습^^

 

이렇게 기쁜 9월의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물론 하은이는 싫어할 지 모르지만^^), 그렇잖아도 고마운 학교에서 더 고마운 공지가 날아 왔다. 바로 학생 가족들을 모두 불러 선생님들과 함께 스파게티 파티를 연다는 것이었다. 이게 웬 떡(아니 스파게티)이냐!ㅋㅋ

주은이, 그리고 남편과 함께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하니, 하은이 학교 건물 안쪽으로 펼쳐진 뒷마당에서는 벌써부터 고소한 스파게티 냄새가 풍겨나온다. 그리고 학교 식당에서 방금 만들어진 스파게티와 샐러드를 이렇게 선생님들이 직접 서빙해 준다.

 

저 분홍색 옷을 입은 금발머리 선생님이 바로 하은이의 킨더가튼 담임 선생님이다.  

 

비록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와 빵 한조각, 그리고 샐러드가 전부이지만 이렇게 온 학생 가족들이 함께 모여 학교 뒷뜰에 둘러 앉아 시원한 저녁 바람을 쐬면서 화기애애하게 한 끼의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늘 정말행복했다.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도 열심히 스파게티와 레몬쥬스를 먹고 있다. 하은이는 자기 학교라서 그런지 집에서보다 더욱 어른스럽게 행동할 뿐 아니라 테이블 매너도 아주 훌륭해서 이 엄아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곧이어 스파게티 한 그릇을 뚝딱 비우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놀이터로 자석처럼 끌려 나간다.

다행히 하은이가 주은이를 계속 데리고 놀아 줘서, 나는 별로 할 일 없이 그저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아이들을 바라 보기만 하면 되었다.(누가 보면 되게 자상한 엄만 줄 알았겠다 ㅋㅋ)

 

귀여운 주은이는 이 날 프리스쿨과 킨더가튼 언니 오빠들로부터 인기 만점이었다^^

 

맛나게 스파게티를 먹어 치우니 또 다시 저쪽 테이블에서는 과일과 쿠키 등의 디저트 판이 벌어졌다. 우리의 윤요사, 이미 부를 대로 불러 버린 배에 또 디저트를 우걱우걱 먹어 주신다.

 

디저트까지 전부 맛나게 흡입한 우리 주은이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포효해 본다. 엄마, 아빠, 언니! 오늘 나 너무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제 우리 하은이는 비록 몇 달 차이이긴 해도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의 킨더가튼 클래스에서 가장 어린 아이가 되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순수하게 한국말만 쓰기 때문에, 집에서도 영어를 쓰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말도 많이 어눌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보니, 하은이는 이 에미를 닮아서(^^) 사교성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ㅋㅋ 

"하은아, 세상 사는거 뭐 별 거 없단다. 그냥 지금처럼 매사 자신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살면 그걸로 족한거야... 엄마가 요즘 주은이 때문에 너에게 거의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있지만(사실, 그게 너에겐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엄마가 한 번 관심가지면 심하게 족치는 스따일이거덩 ㅋㅋ) 늘 지금처럼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학교생활하기 바래. 누가 뭐래도 너는 이제 "킨더가튼 걸"이니까. 아랐지?^^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