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가 7월부터 새 프리스쿨에 다니게 됐다.

보통 미국은 9월부터가 개학이지만 그동안 캘리포니아는 킨더의 입학 시점을 12월 2일 기준 만 5살로 산정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한 달 앞당겨 11월 1일생을 기준으로 만5살이 되는 아이부터 킨더에 입학할 수 있고, 내년은 10월 1일, 그리고 내후년부터는 개학 시점에 맞춰 아예 9월 1일자를 기준으로 만 5살을 산정하는 식으로 법을 바꾸었다고 한다. 따라서 2007년 12월 11일 생인 우리 하은이는 안타깝게도 약 40여일 차이로 올해 9월에 킨더 가튼에 들어가지 못하고 프리스쿨을 1년 더 다녀야 한다.

하은이는 벌써 한국계 드림랜드 프리스쿨 13개월 그리고 미국계 얼바인 몬테소리 프리스쿨을 10개월이나 다녔는데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1년이나 또 프리스쿨을 다녀야 한다니... 물론 하은이야 좋겠지만, 요즘 교육열 심하게 뻗치신(?) 나로서는 참으로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프리스쿨은 그냥 뛰어 노는 게 다반사고 공부는 거의 가르치지 않는 편인데, 킨더라도 좀 일찍 들어가서 간만에 글씨라도 좀 배우게 하나 했더니 그것도 안된단다. 썅!^^

그래도 그나마 기쁜 건, 하은이가 이번 7월 써머부터 그동안 2년 가량 기나 긴 웨이팅을 기다려 왔던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에 드디어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내가 그동안 투어했던 프리스쿨 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에 대해서 소개한다.   

 

이 프리스쿨은 일단 놀이터와 잔디밭을 비롯한 널따란 야외 환경이 젤로 맘에 든다.

아이들은 양쪽에 위치한 두 개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고, 가운데 위치한 원두막 같이 독립된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또 이렇게 바깥에서 아이들이 간식을 먹거나 야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그늘이 쳐진 테이블과 벤치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공간은 바로 건물 중앙에 위치한 널찍한 아트리움이다.

이전의 프리스쿨들은 대부분 길다란 복도를 사이에 두고 교실이 마주보고 있는 다소 답답한 구조였는데, 이 곳은 가운데 널따란 아트리움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방사형 모양으로 교실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다른 반 아이들간의 소통도 훨씬 자유롭고 아이들의 활동 공간도 더 탁 트여 보였다.  

 

이제 교실로 들어가 보자. 교실 문 앞에는 이렇게 학부모를 위한 게시판이 예쁘게 마련되어 았다.

 

앞으로 하은이가 생활하게 될 교실 풍경이다. 나는 이전에도 하은이를 다른 몬테소리 프리스쿨에 보내 봤지만, 이 곳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은 몬테소리 교구 이외에도 일반적인 장난감을 더 많이 구비하고 있는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오해는 마시길! 하은이는 이전의 얼바인 몬테소리 스쿨도 충분히 만족하며 다녔기 때문. 다만 내 주관적인 판단이 그렇다는 얘기임^^)

 

사실 오늘 나는 혹시라도 사진 찍는 게 선생님들께 걸릴까봐 아이폰으로 몰래 찍느라고 고생 좀 했다^^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얼바인에 소재한 프리스쿨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쪽팔림을 무릅쓰고 사진도 찍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 포스팅할 생각을 하게 됐다.(왜냐하면 내가 2년 반 전 처음으로 여기에 이사왔을 때, 하은이 때문에 인터넷으로 '얼바인 프리스쿨'을 이리저리 검색해 봤지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참으로 답답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뉴포트 비치 라이브러리 이야기.  

사실 나는 이곳에 와서 나는 얼바인에 있는 도서관(대체로 좀 낣은 건물임)들은 당연히 몇 군데 가보았다. 하지만 최근에 지어서 깨끗하고 현대식이라는 뉴포트 비치 라이브러리는 맨날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더랬다.

유명한 쇼핑몰인 패션 아일랜드 부근에 있고 나름 시크한 코로나 델 마 몰 바로 옆에 있는 뉴포트 비치 라이브러리는 특히 아이들 관련 섹션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은이 또래의 프리스쿨러나 킨더가튼 아이들이 오면 딱 좋을 곳이 바로 여기, 칠드런스 룸이다.

 

이런 푹신한 의자들에 앉아서 맘껏 책을 볼 수 있다니...(아마도 나, 이런데서 교육 받았음 분명 하버드 갔을게야... 우웩우웩)

 

아이들 키높이에 맞춘 책꽂이와 권장 도서들.

 

한 켠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한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우리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나무 퍼즐과 비스듬한 책상도 여러 개 구비되어 있다. 간만에 우리 주은이 유치한 수준의 나무 퍼즐을 맞추며 아주 신이 났다. "엄마! 여기 너무 신나요. 맨날 쇼핑몰만 돌아 다니지 말고 나 이런데도 많이 데려다 주세요" " 시끄러! 원래 니 엄마 도서관 스따일 아니거덩~" ㅋㅋ

 

그 외에도 2층에 올라 가보니 십대 아이들을 위한 teen center도 따로 구비되어 있고,

 

성인들을 위한 공간도 매우 깨끗하고 편리하게 마련되어 있어서 참 좋았더랬다.

 

2년 반 전,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병행하던 학업 역시 박사과정만 간신히 수료한 상태에서 얼바인에 처음 도착했을때, 나는 괜시리 학업필이 충만하여 UC Irvine의 X교수에게 편지를 보내 무급으로 교수님을 도우면서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싶다는 둥, UC Irvine에서 ESL코스를 수료한 뒤 TESOL 자격증을 따겠다는 둥 온갖 꿈에 부풀어 있었더랬다.

그러다가 첫 6개월은 아직 어린 하은이를 집에서 키우며 시간을 보내다가, 하은이를 프리스쿨에 보냄과 동시에 바로 둘째를 임신해서 입덧 죽을만큼하고, 그것도 모자라 곧바로 임신당뇨 판정 받아 개고생하다가, 결국은 5주나 일찍 조산하는 등 별별 일을 겪으면서 내가 그토록 소망했던 학업 이야기는 그만 쑥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 둘째 주은이가 어느덧 18개월째다. 나도 이젠 영어다운 영어도 꾸준히 배워보고, 이런 도서관도 좀 드나들면서 잠시나마 접어 놓았던 내 꿈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공부는 다 때가 있다는 말, 그거 참 명언이다. 하지만 그 "때"라는 것도 다 마음 먹기 나름일게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고(심지어 남편조차도... 크흐흑), 심지어 아무도 신경써 주지 않는 나의 인생 후반전, 윤요사, 그래도 화이팅이야!!!  으라챠찻!!!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