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11일이면 하은이의 다섯번째 생일이 돌아온다. 하지만 올해는 물론이고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우리는 12월마다 계속 한국에 들어갔기 때문에 하은이는 언제나 한국에서 돌아온 후 1월 무렵 뒤늦게 생일 잔치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제법 머리통이 굵어진 하은이가 올해는 자기 생일이 지나기 전에 꼭 유치원에서 먼저 생일잔치를 해달라고 조르느 통에, 이번에는 특별히 하은이의 생일 잔치를 '미리' 해주기로 결심했다.

나는 예전처럼 컵케익 좀 준비하고 구디백이나 챙겨서 들여보내주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하은이 선생님께서 하은이가 생일축하 받는 장면을 엄마가 직접 교실에 들어와서 사진도 찍고 함께 인조이해도 좋다고 제안하는 게 아닌가! 평소 영어 울렁증이 심한 우리의 윤요사, 어린 주은이 핑계까지 대가며 정중하게 거절해 보았으나 둘째 아이까지 데려오라는 선생님의 친절한 말씀에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걍 주은이까지 데리고 한 번 구경가 보기로 했다.

그럼 먼저 컵케익을 준비해야지~ 나는 당장 Nothing bundt cake에 가서 25개의 예쁜 컵케익을 샀고, 거기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 위해 13달러나 추가로 내고 데코레이션 세트를 별도로 구매하여 케익마다 꽂아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아~ 아이들이 좋아하면 좋으련만^^(이렇게 컵케익과 데코레이션에 든 가격만 55달러 T.T)

 

주은이를 데리고 교실에 들어 가니 아이들이 이렇게 둥글게 앉아 있었다. 선생님 왈, 이게 바로 birthday circle time 이라나? 어쨌든 미국 유치원에서 아이들 생일잔치 해주는 걸 난생 처음 보는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안되는 영어를 만회하고자 아이들에게 연신 썩소를 날려 주시었다 T.T

곧이어 몇몇 친구들이 나와 원 가운데 둥근 해가 그려진 천을 깔아주었다. 

 

그러자 하은이의 킨더 담임 선생님인 미스 에이미는 하은이에게 미리 만든 종이 왕관을 씌워 주었고 하은이를 자기 오른편에 앉힌 채 하은이에게 지구본과 (나보고 미리 준비해오게 했던) 하은이 한 살 때, 두 살 때, 세 살 때, 네 살 때, 다섯 살 때 사진을 차례로 건네주었다.

 

이윽고 친구들이 'the Earth goes round the Sun'이라는 노래를 부르자 하은이는 지구본을 들고 태양이 그려진 매트를 한 바퀴 돌았다. (그 사이 우리 주은이는 원 가운데 철퍼덕 주저 앉아 신나게 진상 짓을 해댔다 ㅋㅋ)

 

그게 1년이 지났음을 의미하나보다. 원을 한 번 돈 후 하은이는 한 살 때 사진을 척 꺼내들고 아이들에게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누구와 찍은 사진인지를 설명하며 다시 한 번 원을 천천히 돌았다. 그러자 친구들이 귀엽다는 둥 옷이 예쁘다는 둥 저마다 덕담들을 건넨다.

 

사진 설명이 끝나면 아이들이 또 다시 노래를 부르고 하은이는 지구본을 들고 또 한 바퀴를 돈다. 그리고는 두 살 때 사진을 설명하고, 또 지구본을 들고 돌고 또 세 살 때 사진을 설명하고... 이런 식이었다.  

 

이 모든 순서가 끝나자 선생님은 하은이를 자기 옆에다 다시 앉히고는 너희 부모님들은 어떻게 만났는지, 언제 결혼했는지, 부모님 이름은 뭔지, 너는 언제 태어 났고 또 어느 나라 사람인지, 그리고 미국에는 언제, 왜 왔는지 등을 물어 보며 하은이에게 자신의 나라와 가족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는데, 나는 그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생일 축하 노래나 한 번 부르고 케익 먹고 선물이나 나눠주는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철학적(?)인 생일 파티였다고 할까? ^^

이제 드디어 즐거운 간식 타임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하은이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 세 명을 선정해서 자기와 함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인 차이니즈 3총사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ㅋㅋ   

 

그러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도 하은이에게 다가와서 '케익 잘 먹을게' 하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동생 주은이에게 귀엽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하은이는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많이 먹어' 라고 말하거나 '내 동생 귀엽지?'라며 자랑을 해댄다. 이 구여운 것들... 얘들아! 너희들도 뭐 알긴 아는겨?  

 

때마침 찾아온 친구 엄마들도 저마다 하은이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 주자, 하은이의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비록 나는 오늘, 누구네 엄마들처럼 유치원 밖에서 놀이시설이나 레스토랑을 따로 빌려서 거하게(?) 생일 잔치를 해주지는 못했지만, 하은이가 이렇게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내심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은아! 네가 벌써 만 5살이 되었구나... 어린 나이에 동생이 생기는 바람에 일찍부터 많은 것을 양보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부끄러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단다.

지금처럼 늘 자신있는 태도와 배려심있는 마음으로 자라준다면 엄마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공부까지 잘하는 건 기본이고. 알지? ㅋㅋ).  하은아! 끝으로 이 엄마가 격하게 싸랑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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