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미국에 건너 와서 살게 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을 고르라면 아마도 하은이가 아닐까 싶다. 남편은 매일같이 회사와 집만 오가며 거의 하루 12시간 이상씩 노예 수준으로 일하고 있는데다, 이제 17개월된 주은이는 여기가 어딘지도 아직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 역시 그녀를 키우느라 자칭 "얼바인 수치 여사(나는 주은이 때문에 거의 미얀마 수치 여사 수준의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음 ㅋㅋ)" 격으로 활동이 제약된 상태이니... 쯧쯧^^

한국에서라면 내가 아마 계속 직장에 다녔을테니 하은이는 기껏해야 어린이집 종일반을 전전하면서 지냈을텐데, 여기 미국에 와서는 우리 가족의 모든 일상이 전부 하은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그럴법도 하지 않은가?

그 첫번째 예로, 나는 얼마 전 하은이를 위하여 얼바인 스펙트럼 센터 부근에 위치한 칠드런스 뮤지엄인 "프리텐드 시티"의 애뉴얼 패스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프리스쿨에서 하은이를 일찍 데리고 나와 그곳을 방문하곤 한다. 게다가 오늘은 간만에 이전에 다니던 드림랜드 프리스쿨 친구들인 오드리, 브랜든네 식구들을 만나 하은이는 또 한 번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아트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크래프트에 열중하고 있는 하은이와 주은이 모습. (주은아! 넌 근데 뭘 알긴 하는거냐? 맨날 똥만 싸지 말고 말을 좀 해라. 말을!!!)

 

프리텐드 시티에서 이렇게 자동차를 타는 것조차도 아이들에겐 큰 행복이다. 운전하고 올라타고 밀어주는 이런 유치한 일들이 아이들에겐 큰 성취감을 주나 보다. 그래, 집에 있으면 성질 드러운 이 엄마한테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맨날 혼나기만 하는데 차라리 여기에서 맘껏 놀아보려무나~

 

해양구조대와 소방관 놀이를 하기도 하고

 

소꼽놀이를 펼쳐 놓고 한바탕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프리텐드 시티의 문 닫을 시간인 오후 5시가 다가온다. 그러면 모든 아이들은 이렇게 음악에 맞춰 실내를 한바퀴 빙~ 도는 퍼레이드를 끝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이제 하은이는 퍼레이드 시간이 와도 별로 섭섭해 하지 않는다. 그건 담주에 또 올 것을 알기 때문인데, 그래! 비싼 돈 주고 애뉴얼 패스도 끊었는데 이 엄마가 아예 매주마다 여기로 출퇴근해 주마 ㅋㅋ 

 

그 뿐인가! 우리 하은이는 부에나 팍에 위치한 키즈 카페에도 자주 납시신다. 거기서 이런 공주 옷을 입고 친구들과 한참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놀고 나면, 집으로 오는 길에는 으레 입을 쩍 벌리고 졸기 일쑤다.

그동안 나는 뭐 하냐구? 썅!  키즈 카페에서는 주은이 붙들고 하릴없이 시간 보내구, 하은이가 다 놀고 나면 프리웨이를 달려 집으로 운전해 오는 거지 뭐... 말이 좋아 엄마지 아주 몸종이 따로 없다 ㅋㅋ

 

참! 이번 주에는 하은이의 체조 학원 프리 클래스도 있었다. 마침 이웃 언니가 자기 딸이 입던 체조복을 빌려 주었는데, 다행히 하은이에게 꼭 맞았다. 혜승 언니! 고마워요~ 

 

곧이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께서는 하은이가 첫 수업이라 그런지 하은이에게 각별히 신경을 써 주셨는데

 

하은이의 자세 하나 하나를 바로 잡아 주시고 혹시 다칠까봐 옆에서 꼭 잡아 주기도 해서 지켜 보는 내 마음도 흡족했다.

 

하은이의 어설픈 동작이 나올 때마다 어찌나 귀여운지 ^^

 

그래도 하은이는 나름 어릴적부터 자기 아빠와 레슬링하는 걸 즐겨해서 그 조그만 몸으로도 무슨 어려운(혹은 민망한? ㅋ) 동작이든 최선을 다했다. 그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단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지(하지만 나는 애가 크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ㅋㅋ).

 

요즘 내 생활이 이렇다. 어디 놀러 갈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좋은 곳인지 혹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인지를 먼저 따지곤 한다. 아마도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인다 보다.

아, 안돼~~~ 난 자애로운 보통 엄마가 아니라, 유니크하고 이기적인 윤요사로 살고 싶단 말이얏!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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