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하루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다. 그저 두 세 시간마다 수유하고 또 때마다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면 하루가 덧없이 지나가 버릴 뿐이다. 따라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혹은 몇일인지에 대한 개념도 물론 없다.
 
다만 둘째 주은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걸 보는 건 요즘 나의 유일한 기쁨이다. 5주 전에 4.4파운드의 여린 몸으로 태어났던 아기는 자신의 분만예정일(3월 20일)에 이르러 어느덧 8파운드까지 성장했다. 며칠 전, 한 달 정기 체크업을 하기 위하여 소아과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도 우리 주은이의 최근 발달상황을 매우 대견하게 생각하셨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하은이는 주은이를 무지 예뻐라 한다. 어서 동생이 컸음 좋겠다고 밤마다 열심히 기도할 뿐 아니라, 동생 침대 옆에 조용히 서서 마치 어른처럼 '주은아! 엄마 말씀 잘듣고 쭈쭈도 많이 먹어야 빨리 큰단다. 니가 걸어다니게 되면 이 언니가 잘 돌봐줄께"라고 말하곤 한다.

 



요즘 나의 단 하나의 걱정은 아직도 남아있는 주은이의 황달 증세이다. 그도 그럴것이 황달 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모유를 줄이고 분유를 많이 먹여야 하는데 요즘 나는 초유를 몽땅 먹이고 싶은 욕심에 완전 모유수유에만 하고 있어 황달증세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대신 나는 모유를 줄이는 대신 틈나는대로 자외선을 쐬어 주는 2차적인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 큰 일거리이다. 왜냐하면 햇빛이 드는 곳으로 아이를 옮겨가며 몸을 골고루 뒤집어 주고 또 눈이 부시지 않게 눈을 가려주는 것은 물론 속싸개에서 갑자기 풀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아이를 잘 잡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유하고 기저귀를 가는 일도 힘든데 두세시간마다 자외선까지 쐬어야 하는 일은 분명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 주은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면야!!!(갑자기 이게 웬 모성애냐 ㅋㅋ) 



다음은 우리 큰 딸 하은이의 일상!^^

지난 주 목요일은 성 패트릭 데이였다. 뭐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의 명절 중 하나라는데 이 날은 프리스쿨 학생들이 모두 녹색 계통의 옷을 입고 학교에 가야 한단다. 그래서 나는 바쁜 와중에도 타겟 매장에 가서 하은이를 위해 녹색 팅커벨 옷을 하나 사왔다. 

우리 하은이, 프리스쿨 앞에서 팅커벨 옷을 입고 흐뭇해하고 있다.  



요즘 나와 하은이는 함께 동물 카드를 만드는데 열올리고 있다. 하은이는 프리스쿨이 끝나고 나서 저녁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이 미술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물론... 나는 이 시간을 매우 귀찮아한다 ㅋㅋ

또 하은이는 지도 보는 것도 좋아해서 내가 안방 벽에 붙여 놓은 세계지도와 미국지도를 가리키며 세계지도 중에서도 자기가 사는 미국은 어디이고, 또 미국 중에서도 우리가 사는 얼바인은 어디라며 손으로 콕 집어내곤 한다^^  나는 하은이가 지도를 보며 넓은 세상이 있음을 배우고 또 그 속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키워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윤영란, 벌써부터 치맛바람인가? ㅋㅋ) 



한편 남편은 하은이가 어렸을 때 자신이 직접 모빌을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주은이에게도 또다른 종이모빌을 만들어 주었다. 상어, 여우, 펭귄, 토끼, 닭 등 귀여운 종이인형들이 남편이 만든 모빌 안에 모두 들어있다. 요즘 우리 집은 마치 미술학원이 된 것 같다(장난감 대신에 돈안드는 방법을 택하다 보니... ㅋㅋ) 



어제는 이곳으로 출장을 오신 정대리님을 모처럼 우리 집으로 초청했다. 우리 부부는 정대리님의 와이프가 임신 4개월이라는 소식에 prenatal vitamin을 선물로 준비했다.  



오늘의 메뉴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만들어주신 LA 갈비와 Napa Valley 산 와인이었는데, 우리는 갈비를 뜯고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그동안 밀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요즘의 나는 마치 알콜중독자가 술에 쩔어 살듯이 졸음에 쩔어 살고 있다. 두시간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실제로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은 거의 열시간 가까이 되는데도 늘상 머리가 밍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 하은이랑 주은이는 하루하루 커간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약간이라도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일은... 제발 내게도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났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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