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나에게 있어 더이상 화이트데이가 아니다. 그저 주은이를 낳은지 한 달이 되는 역사적인 날일 뿐!^^ 이 첫 한 달이라는 시기는 신생아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간들이지만 산모에게는 그저 가장 정신없고 힘든 시기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나를 위로하기 위하여 지난 한 주에도 많은 축하행렬이 이어졌으니...
먼저 기러기 엄마로 자기 애들 셋을 건사하기도 바쁜 은영언니가 주고 간 예쁜 반팔 원시스 옷 5벌과 



하은이 프리스쿨 친구인 션 엄마가 주신 베이비갭의 예쁜 청색 그러데이션 원피스, 



여기 와서 알게 된 내 동갑내기 친구 헌실이의 아기체육관과 그녀가 자기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는 발도르프 모빌까지... 앞으로 나는 이 사랑의 빚들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며칠 전, 나는 더이상 집 안에서 갇혀 지낼 수만은 없다고 혼자 되뇌이며, 도우미 아주머니께 잠깐 주은이를 맡기고 남가주에서 가장 크다는 바로 그 쇼핑 몰, South coast plaza로 미친듯이 차를 몰았다.

그 광대한 쇼핑몰에 간 이유는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문구류에 열광하는 내가 좋아할만한 Paper source라는 샵이 있다는 추천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곳... 약 30분간 훑어보는 내내 내 가슴을 설레게 한 곳 되시겠다.  

이곳은 단순히 완성된 예쁜 문구류를 파는 곳이 아니라, 어떤 선물포장이나 카드제작, 혹은 간단한 종이공예 작품들을 사람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원재료를 파는 곳이었기에 더욱 나의 흥미를 돋워주었다.  



나는 이 곳에서 주은이를 위해 직접 만들어 줄 '새모양 모빌 키트'와 하은이를 위한 '동물 모양 카드 키트'를 하나씩 구입했다. 그리고 카드공예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모양의 꽃장식과 카드용지도 사고 마지막으로 마음에 드는 미국 지도를 하나 샀다(그동안 미국서점을 뒤지며 미국지도들을 골라봤지만 영 디자인이 구렸었다^^).  



이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막 쇼핑몰을 빠져나오려는데 갑자기 시계로 유명한 Fossil 샵 제일 앞쪽에 걸려있는 예쁜 가방 하나가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치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듯한 머스타드 색깔에다, 캐쥬얼하게 크로스로 맬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작은 사이즈의 가방(장지갑이랑 핸드폰이랑 차 열쇠 넣으면 딱 넉넉할 듯한 사이즈!)이 말이다...

결국 118불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겹쳐서 나는 예정에도 없던 충동구매를 해버린 후 후회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이 얼른 쇼핑몰을 빠져나왔다. 빨리 집에 가지 않으면 모유가 불어서 낭패를 볼 것이기에... 



집에 오자마자 나는 하은이와 함께 팬더모양의 카드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남편 역시 하은이가 주문한 캥거루와 호랑이 종이인형을 며칠 동안 밤늦게까지 작업하며 만들어 주었다.

맨날 동생에게 치여 혼자 구석탱이에서 놀아야했던 우리 하은이... 올만에 좋아서 난리났다. 



이렇게 또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무슨 정신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의 이 시간들이 도대체 서른 다섯살의 '인간 윤영란'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삶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다... 바깥 외출은 상상도 못하고, 두세시간마다 수유와 유축을 하고 나면 찾아오는 허기와 갈증을 면하기 위해 냉장고로 바로 직행하는 동물같은 삶이자, 이런 별 볼일 없는(?) 포스트 하나 올리는데도 큰 결단이 필요한 시간들이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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