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은이가 드디어 삼칠일을 눈앞에 두었다. 매일 같이 두시간 마다 일어나서 모유를 주어야 하는 전쟁같은 하루의 연속이지만 요즘 나는 나름 '모성애의 화신(?)'이 된것처럼 기특하게도 하루하루를 잘 견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나를 위로하는 듯, 며칠 전에는  남편 회사에서 아이의 출산을 축하하는 예쁜 곰인형과 꽃바구니를 깜짝 선물로 우리 집에 보내주었다. 하지만 잠시 화색이 돌던 나는 곧이어 나도 모르게  "으이그~ 이런 거 말구 그냥 돈이나 보내주지... 쯧쯧"하고 만다. 그렇다. 슬프지만 난 벌써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여일간 나는 주은이를 데리고 세 번이나 병원에 다녀왔는데, 두 번은 소아과에서 진행되는 일주일차 및 이주일차 정기 체크업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번은 hearing test를 받기 위하여 주은이를 낳은 병원에 다녀왔다.
 
그때마다 이 신생아용 카싯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는데 물론 나는 첫째 하은이 때에는 이런 바구니처럼 생긴 신생아용 카싯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이 신생아용 카싯이 법적으로 꼭 필요하며 길을 가다보면 아이 엄마가 이 신생아용 카싯을 차 혹은 유모차에 장착하거나 혹은 요것만 손에 달랑 들고 다니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우리 주은이의 키가 얼마나 작은지 요 신생아용 카싯의 머리 보호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흑흑...



다음은 우리 주은이 목욕하는 모습. 생후 9일째에 배꼽이 떨어진 이후로 이틀에 한 번씩 나와 아주머니는 주은이를 목욕시키곤 하는데, 미국에서는 생후 몇 달까지는 그냥 씽크대나 세면대에서 목욕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맨날 두 팔을 차려 자세로 꽁꽁 묶어 놓다가 목욕을 시키기 위해서 속싸개를 풀렀더니 우리 주은이 잽싸게 두 팔을 머리 위로 치켜 든다. 쨔쌰! 너 지금 벌서냐?^^



그리고 화장실 세면대에서 이렇게 고양이 목욕을 시키고 나면...



요렇게 로션을 꼼꼼하게 발라줘야 한다. 왜냐구? 다들 알다시피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너무 건조하니깐...



어제는 아이를 낳고 나서 처음으로 남편과 단 둘이서 점심 외식을 했더랬다.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반찬이 그리 맛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스무날 정도를 집 안에서만 갇혀 지내면서 미역국 위주로 먹다 보니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많이 우울해졌다. 그래서 주은이를 아주머니께 맡겨 놓고 평소 내가 젤로 좋아했던 일식을 먹기 위해 마끼 스시를 찾았다.



여기는 우리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시는 가게인데 요즘같은 불황에도 정말 장사가 잘 되어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든 곳이다. 나는 최근들어 처음으로 썬크림도 바르고 가볍게 화장을 한 후 아기 낳기 직전에 할인점에서 새로 샀던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흰색 칠부 면티를 꺼내 입으며 모처럼 나들이에 나셨다.  



오늘의 메뉴는 '우동 앤 롤 세트'와 '스테이크 벤또' 되시겠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실제 먹어보면 더 맛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집사님으로부터 교회 식구가 왔다는 이유로 맛있는 녹차 아이스크림도 꽁짜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나는 하은이를 키워보았잖아... 이제 시작이니까 벌써 지치지 말아야지...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해 본다. 하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주은이에게 모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씻겨주는 일과 한창 말하기 좋아하고 같이 놀아달라고 떼쓰는 하은이를 동시에 감당하는 것이 정말이지 쉽지 않다. 

난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에 열중하는 건 늘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의 작은 일에도 행복의 의미를 부여하며 눈앞의 고생을 견디는 일은 나같은 성격에게는 좀 많이 힘든것 같다.

나는 어서 홀로 훨훨 나돌아다니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쇼핑몰과 커피숍을 그리고 친구네 집을...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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