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주일이 몹시 기다려진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목사님의 좋은 설교 말씀도 듣고 주일 다락방을 통해 만나고 싶은 교회 사람들도 실컷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락방은 원래 주중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 남편은 주중에 너무 늦게 들어오는고로 우리는 주일 오후(4시부터 무려 9시까지) 다락방을 선택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늘은 우리 다락방 식구 중 돌잔치를 하는 순원이 있어서 우리 가족과 다락방 순원들이 모두 돌잔치에 다녀오기로 했다. 미국 와서 처음 가보는 돌잔치... 한국의 그것과 과연 똑같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돌잔치 장소인 Buena Park의 private golf club인 LOS COYOTE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오늘의 주인공인 한살짜리 성민이. 그리고 오늘 돌잔치 예빼를 인도하시고 설교하시기 위해 오신 우리 교회 고현종 담임 목사님의 모습이다. 나도 하은이 돌잔치를 서초동에서 하고 왔지만 이렇게 예배 형식으로 드리지는 않았었는데 앞으로 둘째 아기 돌잔치라도 꼭 예배로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됬다.



그리고 홀 한 쪽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버블 공연이 있었는데, 난생 처음보는 큰 버블과 그 큰 버블 안에 사람이 들어가기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하은이가 완전히 몰입되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늘의 잔치 음식은 닭고기와 볶음밥, 그리고 구운 야채였다. 닭고기도 아주 맛있게 요리되어 있어서 나는 또 하은이 것까지 두 그릇이나 먹어치우는 괴력(?)을 발휘해 버렸다. 흑흑...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고구마 컵케익과 귀여운 생크림 미니케익은 뚜레주르에 근무하는 성민이 아빠가 어제 밤에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고구마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이것도 완전 먹어치워버렸다. 아빠가 이런 케익 만드는 기술이 있어서 성민이는 참 좋겠다. 우리 남편은 맨날 먹을수도 없는 페이퍼 모델이나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ㅋ



성민이 돌잔치가 끝난 후, 우리 다락방 가족들은 인근 Fullerton에 있는 작은 호수를 낀 산책 코스로 이동하여 약간의 걷기 운동을 하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입덧 때문에 맨날 집에만 있고 자연을 벗삼아 제대로 운동을 즐기지 못한다 하여 순장님과 순원들이 함께 시간을 내어 운동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약 40분 가량 나무 냄새를 맡으면서 땀을 흘리고 걷다 보니 몸상태도 한결 좋아지는 것 같았다. (아래 사진은 우리 다락방의 77년생 동갑내기 현경씨)  



걷기 운동을 마친 후 우리는 바로 옆의 순장님 댁으로 이동하여 간단히 다락방 예배를 드린 후 오직 우리 순모님만이  만들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양념 갈비 BBQ를 먹기로 했다. 20여명에 육박하는 대식구들이 모여 조금씩 돕고 또 고기를 구워서(하지만 오늘도 메인 요리사인 순모님이 엄청 고생하셨다...) 우리는 정말이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배 불렀다는 이유로 벌러덩 누워서 수다 떨고 있다가 고기는 젤로 많이 먹어치웠다... 지송지송.   



끝으로 다음 날인 주일날 내가 킹왕짱 황당했던 일을 하나 소개하련다. 31일 주일은 예전부터 유아부가 헌금송을 하기로 계획된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한 달간 오늘 부를 찬양 씨디도 매일 들려주고 예배 당일 날에도 예쁘게 머리를 삐삐로 묶은채 단체 옷을 입혀서 보냈더랬다.

설교 말미부터 나는 우리 하은이가 과연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서 부르는 헌금송을 잘 부를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설교에도 잘 집중하지 못했는데 곧이어 서른 명 남짓한 아이들과 함께 입장한 하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 뿡 아니라 손과 발도 차렷 자세로 일관하며 그것도 맨 앞 줄에 서서 여러 아이들 중 유일하게 전혀~ 노래와 율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올만에 앞자리에 앉은 나는 헌금송 내내 시종일관 민망하여 속이 많이 상했더랬다. 아니, 내가 무슨 하은이에게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란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앞에서 선생님들이 다 가르쳐 주는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어렵다고, 우리 하은이는 벌써부터 엄마의 이 소박한 기대를 져버린단 말인가!!!  


하루 죙일 속상해하는 나에게 결국 울남편이 한마디 했다. "너 하은이 크면 치맛바람 장난 아니겠다"고. 하은이는 노래를 안부를 자유도 율동을 따라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애라고. 애 키우다 보면 기대에 좀 못미칠 때도 있는데 그럴때마다 애를 다그치지 말고 니 마음이나 잘 다스리란다.

성인군자 인격자 남편이랑 살기 참 힘들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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