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늦잠을 자도 되는 토요일 아침이건만 나는 혼자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아직 자고 있는 하은이와 남편을 뒤로 한채 홀로 차를 몰고 아침 7시에 우드버리에 도착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우드버리에서 커뮤니티 그라지 세일이 열리는 날이고, 아침 일찍 가야 남들이 내놓은 물건들 중 그나마 상태가 좋은 것들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토요일 아침 7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그라지 세일을 하는 파킹랏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개인이 하는 그라지 세일은 솔직히 별로 건질 것이 없지만 줄잡아 50여명 이상의 셀러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그라지 세일'은 특히 나같이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건질 것이 꽤 많았다. 한 시간도 넘게 이리 저리 발품을 팔면서 주로 아기 옷과 장난감, 책 위주로 중고물품을 구입하고 나서, 나는 우드버리 아파트에 사는 윤전언니 집에 잠시 들러 언니가 손수  만들어 준 샌드위치로 제법 훌륭한 아침을 때울 수 있었다.



내가 그라지 세일 쇼핑이 끝났는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언니 집에서 아침을 얻어먹은 이유는 다름 아니라 오늘 아침 9시 30분부터 얼바인 베델교회에서 바자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베델교회는 얼바인에서 가장 큰 교회인데 성도가 5천명 가까이나 된다고 들었다. 나는 얼바인에 이사오자마자 디사이플 교회를 주욱~ 다니고 있기 때문에 베델교회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보는 신문에 베델교회 바자회 광고지가 껴 있어서 호기심에 바자회에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과연 베델교회 바자회는 규모도 꽤 클 뿐 아니라, 권사님들이 직접 담그신 김치나 밑반찬, 그리고 퀼트 취미반에서 만든 작품 등 내가 흥미있어하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러 부스에서 호박죽, 고기 타코, 순대볶음, 떡복이, 우동, 닭꼬치 등 즉석 요리들을 팔고 있어서 볼거리 뿐 아니라 먹을거리도 풍성했다.



아래 사진은 성도들이 손수 만들었다는 핸드메이드 머리핀과 주방 수건들.



그리고 요건 내가 젤로 좋아하는 퀼트 작품들.



권사님들이 직접 김치를 담그고 있는 부스로 가서 나는 총각김치도 사고 무말랭이랑 콩장 등 밑반찬도 좀 샀다. 가격은 마트보다 약간 싼 정도였지만 맛은 훨씬 더 좋았더랬다.



이제, 오늘 내가 그라지 세일에서 건진 아이템 몇 개를 소개하련다.

아래 사진은 각 1달러에 산 책 세트와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멜리사 앤 더그 정육면체 퍼즐이다. 하은이가 이 퍼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와 하은이는 하루 죙일 이 퍼즐을 10번은 더 맞춘 것 같다^^



이건 공주 커스튬. 왕관과 드레스, 구두를 통틀어 총 15달러 줬다. 내년 할로윈 때도 지난 번처럼 또 한복을 입혀 보낼 수는 없기에, 나는 새 커스튬은 아니지만 그나마 상태가 좋았던 공주 커스튬을 큰맘먹고 하나 구입했다. 하은이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방방 뛰고 난리가 났다^^  



다음은 내년 3월에 태어날 우리 둘째를 위한 아이템들로, 아기용 이불 5달러, 턱받침 4개 함쳐 1달러 되시겠다.



그리고 3개월에서 돌 될때까지 입는 신생아용 옷을 좀 샀는데 모두 개 당 50센트란다. 한 벌 당 700원 정도이니 정말 싸지 않은가? 하지만 상태는 모두 새것처럼 양호했다. 둘째가 태어나기 직전에 깨끗하게 삶아서 입힐 예정이다.



아래 사진은 베델교회 바자회에서 구입한 퀼트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다. 하나는 당연히 우리 집에 놓을 거고, 다른 하나는 요즘 나를 위해 산부인과에 가서 통역도 해주고 백화점도 같이 가서 싸고 좋은 물건도 많이 추천해 주는 다락방 식구 현경씨를 위한 선물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니 오전 11시다. 아침 일찍 나가버린 나 때문에 아침을 굶고 처량하게 놀고 있는 하은이와 남편을 보니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밥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바자회에서 사온 호박죽과 순대볶음으로 가족들의 허기를 면하게 하고는, 사온 총각김치와 반찬들을 정성스럽게 타파웨어에 옮겨 담았다.



어찌됐든 이렇게 밑반찬을 마련해 놓았으니 당분간 또 외식할 일은 없겠군... 내 얼굴엔 괜시리 흐믓한 미소가 번진다. 나는 물론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좋아하지만, 이런 그라지 세일이나 바자회가 더 좋다. 아이들은 어자피 금방 커버리고 또 싫증을 빨리 내기 때문에 괜히 새 옷이나 새 장난감을 사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자회나 커뮤니티 그라지 세일은 고작해야 일년에 한 두번 열리기 때문에 나는 이런 기회가 올때마다 꼭 잡아야만 직성이 풀리곤 한다. 하지만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내가 둘째를 낳고 정신이 없을테니 당분간 이런 데 올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

아침부터 하도 돌아다녔더니 배도 땡기고 다리도 아파 죽겠지만, 내가 건진 핫 아이템들을 보니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다. 윤영란, 아줌마 완전 다됐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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