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와 남편의 역사적인(?) 4주년 결혼기념일이다. 저녁때 근사한 외식을 하기로 하고 남편은 여느 때와 마찬가리도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그리고 나는 늘 그렇듯이 하은이를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어덜트 스쿨 수업까지 과감히 제끼고, 친하게 지내는 두 언니들과 함께 LA보다 조금 북쪽에 위치한 그 유명하다는 헌팅턴 라이브러리로 향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도서관도 유명하지만 여러 멋진 건축물과 특히 botanical garden이 너무도 유명하다 하여 몇 달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공략 코스 중 하나였다. 이 곳은 원래 주중 15달러, 주말 20달러라는 거금의 입장료를 받는 곳이지만 매달 첫 번째주 목요일은 free day라는 말을 듣고 나는 언니들을 꼬셔서 같이 헌팅턴 라이브러리에 가기로 한 것이었다. 

뭐 도서관 입구에 도착해서 아래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요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경비원이 갑자기 표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은 프리데이가 아니냐고 그랬더니 프리데이는 맞는데 미리 웹사이트에서 프리 쿠폰을 발급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우리가 그럼 그냥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프리데이에는 돈을 주고도 입장권을 절대 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바쁜 언니들을 괜히 한 시간이나 걸리는 이곳까지 오게 한 것이 너무 죄송했지만,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돌아서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얼바인에 다시 돌아갈 순 없다. 나는 다시 언니들에게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R23이라는 유명한 일식당에 가서 점심이나 먹자고 제안했다. 이 곳은 내가 무슨 블로그를 써치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같은 자리에서만 20여년째 영업하고 있는 LA 최고의 일식집이라고 들었다. 결국 여러 차례 길을 헤매다가 옛날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R23라는 일식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당 내부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무슨 갤러리처럼 크고 멋진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었고 손님들이 앉는 의자도 두꺼운 도화지를 활용하여 이색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서 가장 유명하다는 "던전네스 크랩 샐러드"이다. 역시 샐러드 하나에 22달러(텍스 제외)나 했지만 맛은 최고였다. 던전네스 크랩 자체가 비싸니 가격이 비싼 것을 뭐 어쩌겠는가...



요건 치킨 데리야끼. 이것도 아주 아주 맛이 좋았다.



캘리포니아 롤과 함께 우리 일행이 야심차게 시킨 것은 10, 11월에만 한정적으로 제공한다는 최고급 송이버섯 탕이었다. 나는 무슨 탕이라 해서 큰 냄비에 부글부글 끓여 나오는 것인 줄 았았는데 개인별로 진짜 쬐그만 주전자에 나오는 것을 보고 식겁했다. 이 작은 주전자 하나가 텍스 제외 16달러다. 맘은 사람 수 대로 시키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서 송이버섯탕은 두 개만! 헤헤...

요 송이버섯 탕은 이것저것 우린 국물에 송이버섯 몇 개와 은행, 그리고 새우가 조금 들어 있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가격이 너무 비싸고 양이 적어서 그런지 먹는 내내 맛있다기 보다는(사실 맛은 훌륭했는데도) 내가 이걸 왜 시켰을까...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더랬다 ㅋㅋ  



얼바인으로 돌아온 나는 집안 청소를 좀 하고 하은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온 후, 결혼기념일이라고 나름 일찍 들어온 남편과 함께 코로나 델 마(Corona del mar)에 위치한 five crowns라는 유명한 립 아이 레스토랑을 찾았다.

로리스(Lawry's)라는 매우 유명한 레스토랑 체인의 뉴포트 비치 분점인 '파이브 크라운즈'는 미리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으로서 신문에도 가끔 날 뿐 아니라, 인터넷, 지인들의 추천을 통틀어 볼때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는 판단 아래 내가 신중하게 선택한 곳이다^^ 



우리는 발레파킹 값 4달러도 아까워서 길거리에다 멀찍이 차를 세운 뒤 걸어서 레스토랑에 들어갔으면서도 메인 메뉴에 앞서 애피타이저는 기본이 아니냐고 괜한 호사를 부리며 메뉴에서 난생 처음 보는 "crab cake"이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게살과 케익이 과연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 궁금해 하며 음식을 기다린 우리는 결국 요 메뉴가 "게살 고로케" 정도 된다는 것을 알고는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맛은 훌륭했다.



그리고 나는 넵튠 스테이크라는 스테이크와 랍스터 다리살이 믹스된 요리를 메인 요리로 주문했으며



남편은 파이브 크라운즈 프라임 립아이를 주문했다. 맛도 매우 좋았고 레스토랑 분위기 또한 최고였기에 가격은 매우 비쌌지만 우리는 기념일의 기분을 맘껏 낼 수 있었다. 그리구 레스토랑에서는 오늘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라고 말하자 생딸기 소스가 얹어진 맛있는 디저트를 두 개나 서비스해 주기도 했다.  



나와 남편은 4년 전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4년 동안... 좋은 일이 참 많았다. 2년 가까이 남편을 만나면서 나는 석사 논문을 쓰고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편과 결혼한 후 3개월만에 임신을 하고 첫째 딸 하은이를 낳았고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해서 몇 년을 더 다니면서 박사과정도 수료하고, 바라던 대로 남편이 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고 여기 와서 둘째 아이를 임신한지도 벌써 6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서로를 만나서 우리에겐 이렇게 좋은 일이 많았는데도 나는 마치 결혼해서 큰 손해라도 본 양, 그리고 처음으로 미국에 와서 외롭고 낯설은 것이 마치 남편의 탓인양 지난 11개월 동안 남편에게 불평불만을 참 많이도 늘어 놓은 것 같다. 

내년 3월이면 둘째까지 태어나서 나의 히스테리가 급상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즐거운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앞으로는 남편에게 좀 더 잘해주고 아이에게도 더욱 이해심많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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