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이 핼러윈데이이기 때문에 오늘 금요일은 하은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커스튬 파티가 있었다. 하은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은 기독교계열이기 때문에 핼러윈 데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바램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예쁜 커스튬을 입고 맛있는 간식을 먹으면서 각종 게임을 즐기는 Fun Party를 계획한 것 같다.

목요일에 선생님께서 '하은이는 내일 어떤 커스튬을 입히실 거예요?'하고 내게 물었다. 나는... 실은 파티 일정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목요일 저녁 때 커스튬을 사러 가기도 귀찮아서 "그냥 한복 입힐까봐요" 그래버렸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하은이에게 돌 때 입혔던 한복을 입혀 주면서, "친구들이 입을 커스튬보다 하은이가 입은 한복이 젤로 예쁘다"며 연신 쇄뇌교육을 시켜 놓았다. 하은이도 기뻐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유치원 앞에서부터였다. 친구들이 공주옷부터 날개 달린 천사, 디즈니 캐릭터, 각종 동물들의 화려한 커스튬을 입고 오니 하은이는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자꾸 내 뒤로 숨으면서 "엄마, 나 오늘 유치원 안갈래"하며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야! 니 옷이 젤로 이뻐. 걱정 마", "엄마, 근데 나는 날개도 없고 예쁜 레이스도 없잖아"... "시끄러!"ㅋㅋ
나는 결국 하은이를 억지로 선생님께 떠맡기고 스파이더맨 옷을 입은 남자 아이에게 하은이 손을 잡아 달라고 부탁하고는 매정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게으른 엄마 때문에 혹시나 하은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하은이를 유치원에 떨궈 놓고 나는 동네 곳곳의 핼러윈 장식들을 카메라에 담아 봤다.(나도 참... 그럴 정렬이 있으면 하은이 커스튬이나 사다 주지...^^) 

여기 사람들은 핼러윈 장식 뿐 아니라 무슨 절기마다 집 밖을 장식하는데 엄청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물론 더 말할 나위가 없고... 그만큼 삶이 여유롭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가치관의 차이일까... 나는 내 집 안을 청소하고 매일 나오는 빨래며, 삼시 세끼마다 돌아오는 요리를 하는 것도 바빠서 도저히 집 밖의 풍경까지 관리할 여력이 안되는데 말이다^^


다음 해에는 하은이에게 근사한 커스튬도 한 벌 사주고 집 밖 정원에도 아담하게 핼러윈 장식을 좀 해 보고 싶다. 다만... 당장 3월에 둘째가 태어날텐데 그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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