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 6일(금)에서 9일(월)에 이르는 3박 4일간의 이스터 황금 연휴가 돌아왔다. 대부분의 직장은 금요일만 쉬는 경우가 많지만, 남편이 다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스터 다음 날도 쉬게 해주는 관계로, 요즘 육아에 지대로 찌들어 있던 윤요사는 이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주은이가 아직 어려서 어딜 가도 제대로 구경하기 힘들다는 점과 주일 예배를 빠져야 한다는 점이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여, 나는 그냥 당일치기로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맛난 음식이나 먹어야겠다는 소박한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먼저 금요일 오전에는 남편에게 주은이를 맡긴 채, 인근 우드브리지의 무비5 영화관에 가서 하은이에게 "뷰티 앤 더 비스트" 3D 영화를 보여 주었다. 하은이는 오늘 난생 처음으로 영화관이란 곳을 가 본 것이었는데 그녀 생애 최초의 영화가 바로 미녀와 야수 3D가 되었다. 

아래는 그녀의 첫 영화관 나들이 기념 인증 사진 되시겠다. 사진의 간판을 보면 입장료 2달러라고 씌여 있고 바로 그 밑에 미녀와 야수 상영 시간이 게시되어 있다. 하지만 하은아! 이 영화는 3D 영화이기 때문에 1인당 4달러씩 줬단다! 알겠느뇨? ㅋㅋㅋ  

 

 

3D 영화라서 이런 안경을 쓰고 보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하은이, 1시간 반 내내 안경을 한 번도 벗지 않고 그야말로 몰입해서 관람해 주신다.(그 집중력으로 앞으로 공부도 좀 열심히 하길 ㅎㅎ)

 

토요일 오전. 얼바인 인근의 코스타 메사 시티에 있는 O.C 페어 이벤트 센터에서 이스터 기념 에그 헌트 행사가 있다길래, 하은이에게 경험도 시켜 주고 또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거기서 열린다는 대규모 벼룩 시장도 경험해 볼 겸해서 아침부터 길을 나서 보았다. 

바로 이곳이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인당 2달러씩 입장료를 내란다.  

 

하은이는 입구를 지나자 마자 벼룩시장 한 켠에 마련된 장난감 가게 앞에 자석처럼 들러 붙었다.(하지만 내가 강제로 확 떼 버렸다 ㅎㅎ) 

 

야... 이 벼룩시장 규모 한 번 대단하구나... 없는 게 없다. 그리고 사람도 진짜 많았다.

 

부활절이라 그런지 공짜로 페이스 페인팅도 해주고 요정 차림의 언니들도 마구 돌아 다닌다.

 

에그 헌트와 관련해서 직접 만들어 보는 부스도 있고

 

공짜로 캔디도 준다.

 

또 무료로 이스터 바니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이 삼복 더위에 온몸에 바니 옷을 입고 또 탈까지 쓴 이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ㅋㅋ

 

게다가 공짜로 헬륨 넣은 풍선도 나눠 주니 하은이는 연신 싱글 벙글.

 

한 쪽에서는 퍼핏 쇼도 절찬리에(?) 공연 중이다. 하은이도 무대 바로 앞 카펫에 털썩 주저 앉아 인형극에 몰두했다.

 

 

먹거리 트럭도 여러 대 성업 중이었으며, 벼룩 시장 안의 레스토랑들도 대부분 손님들로 매우 붐볐다.  

 

 

여긴 하은이가 젤로 좋아했던 바람개비와 깃발 파는 가게들.

 

 

벼룩 시장 안에는 이렇게 홈의 쿨링 앤 히터 시스템 파는 곳,

 

가구 파는 곳,

 

캠핑 도구 파는 곳,

 

정원 분수 조경해 주는 곳 등, 내 상상을 뛰어 넘는 부스들이 엄청 많았다.

나는 그동안 벼룩시장이라면 웬지 악세서리나 수공예품 같은 것들만 파는 것을 상상했는데 이런 나의 좁은 안목은 오늘 여지 없이 무너져 버렸다^^

 

벼룩시장까지 와서 빈손으로 나갈소냐! 나도 허름한 학용품 파는 천막에 들어가 이 디즈니 프린세스 가방과 연필 세트를 통틀어 5달러에 집어 왔다. 우하하! 대박이다 .아싸라비야!

 

벼룩시장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쉴 새도 없이 바로 음식 준비에 돌입했다. 오늘 저녁, 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지오네 식구들을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저녁 식사의 컨셉은 "분식"으로 잡았다. 메뉴는 김밥과 유부초밥과 궁중 떡뽁이 되시겠다.

먼저 유부초밥 초동 준비 끝! 

 

그리고 김밥 초동 준비 끝!

 

 끝으로 궁중 떡볶이 초동 준비 완료!

 

그리고 이 3가지를 한꺼번에 준비했음을 증명하는 인증샷!(누가 이런 거 별로 보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굳이 찍어 대기는... 쯧쯧^^)

 

그리고 완성 작품(?) 샷까지.

 

이렇게 내가 주은이를 업어 가며 열심히 요리한 음식들을(비록 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 ㅋㅋ) 지오네 식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니, 굳이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참 즐겁고 보람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괜시리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었다.

게다가 지오 엄마는 하은이를 위해 닥터 수스가 지은 동화책 5권 세트와, 한국에서 시엄니가 가져다 주셨다는 흑임자깨가루, 된장 묻힌 고등어, 1회용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프렌치 커피믹스 등을 살뜰하게 챙겨와서 나는 엄청 감동먹었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오늘의 저녁 대접도 내가 먼저 대접한 것이 아니다. 지오 엄마가 얼마 전에 우리 식구를 초대했을 때에는 그녀가 직접 만들었다는 아구찜과 도미구이, 각종 전 요리 등 유명한 한정식 집에서나 맛 봄직한 그런 음식들이 총출동해서 그 후로 몇 주간 나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고생이 많았었다. 흑흑... (내 음식들과 너무 비교되서 그날 얻어먹은 그녀의 요리 사진은 포스팅 아니하구 걍 내 컴터에만 저장해 놓기로 했당^^)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키우느라 그닥 정성스럽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 못한데도, 이런 허접한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는 건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요즘 회사 일에 지대로 스트레스 만땅인 우리 남편의 페이퍼 아트 작품을 몇 점 올려 본다.

남편이 같이 일하는 미국인에게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수원성과 

 

조만간 결혼을 앞 둔 교회 형제님을 위한 테디 베어 결혼 선물 되시겠다.

 

남편이 주재원들은 다 한다는 골프도 안다니고(실은 내가 못하게 강력 막고 있다 ㅋㅋ) 술도 안마시고, 그저 집에서 할 수 있는 이런 고상한(?) 취미를 가졌다는데 감사한다.

우리 집 진열대에 남편의 분신들이 하나 하나 늘어가는 것을 볼때마다, 아... 삶은 이런 소소한 것들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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