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간의 즐거운 한국 여행을 마친 뒤, 나는 다시 얼바인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돌아왔다.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준 사람은 당연히 울 남편!이었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또 다른 물건(?)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나의 새 차, 베라크루즈였다ㅋㅋ 그래, 이제 조만간 부모님도 오실테고 어린 두 아이들의 카싯까지 매달고 다니려면 다시 7인승 차가 필요하겠지? ㅎㅎ

큰 딸 하은이가 더 커진 차를 좋아라하며 우리의 또 다른 가족(?)이 된 7인승 베라크루즈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보았다.



시차 때문에 미처 밥을 준비할 수 없었던 귀향 다음 날,
우리는 얼바인 스펙트럼 센터에 있는 정통 미국식 레스토랑 '레드 로빈'으로 향했다.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늙은 에미와는 달리, 가장 먼저 시차를 극복한 우리 두 딸들. 근데 우리 주은이 눈이 왜 이렇게 쳐졌지? 쯧쯧... 결국 이 엄마를 닮은 것이냐ㅋㅋ



우리가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인화 동생이 언제나 스트로베리 레모네이드의 종결자라고 극찬했던 프레클드 레모네이드였다. 역시나 듣던대로 고것 참 정말 맛나더군^^ 



그리고 여기의 명물이라는 타워링 어니언링과



역시 인화 동생과 지영 동생이 강추한 메뉴들까지 몽조리 시켜버린 나... 여기 와서 나는 하도 많은 메뉴 선정의 실패를 겪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렇게 꼭 추천 받은 음식들만 골라 먹는다. 아~ 줏대 없기도 하지 ㅋㅋ



며칠 후, 나는 주은이를 데리고 지영 동생의 집에 놀러가 그녀가 만들어 준 오코노미야끼를 폭풍 흡입해 주시었다. 그녀는 어떤 재료를 넣으면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면 되는지까지 친절하게 시범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 남은 오코노미야끼 반죽을 싸주는 친절까지 베풀어 주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운다는 핑계로 정신줄 놓고 살기 일쑤인 나는, 요즘 이웃 동생들에게 이런 저런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형편이다. 동생들! 나 원래는 상당히 빠릿빠릿 했던 사람인데(우웩!) 여기 와서는 영어 안되고 어린 애들 건사하느라 정신 없다 보니 맛이 아주 가버렸다네 ㅋㅋ 하지만 언젠가는 이 신세 꼭 갚아줄께~~ 



그리고 요건 내가 정말이지 젤로 젤로 좋아하는 호놀루루 쿠키.

얼마 전 하와이에 여행 다녀온 친구 쩡민이 내 부탁을 듣고 사와서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었다. 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해도 쉽비가 너무 비싸서 언제나 군침만 흘리고 있었었는데 이렇게 친구가 원산지에서 구해다가 직접 가져다 주다니... 정말이지 감격감격^^



1월 28일. 드디어 엄마, 아빠가 1년 반 만에 얼바인 도착하심.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반가운 선물도 같이 도착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에서 대학 동창 효진이가 영국으로 출장 간 남편에게 부탁하여 특별히 공수해 준 하은이 백팩이었다. 

요 귀여운 가방은 내가 젤로 갖고 싶어했던 영국 브랜드 캐스 키드스 것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기뻤던 것은 내가 언젠가 이 브랜드 이야기를 지나가듯 한 마디 했는데 잊지 않고 친정집으로 소포까지 보내준 효진이의 고운 마음씨 때문이었다. 



게다가 얼바인으로 돌아오자마자 미국 프리스쿨로 바로 고고씽한 우리 하은이... 
하지만 뭐 원래도 잘 못하던 영어였지만 한 달이나 한국에 다녀오니 그나마 그녀의 영어실력이 더 급저하되어, 하은이는 한동안 안물어뜯던 손톱을 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런 하은이를 위로하고자 나는 그동안 미루어오던 일을 하나 실행에 옮겼는데 그것은 바로 발레학원에 보내주는 일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 관계로 발레학원 등록을 계속 미루어왔지만 영어에 능숙한 오드리 엄마와 상의하여 오드리와 하은이를 같이 발레학원에 보내주기로 했다. 

발레복만 입으면 공주가 되는 줄로 알고 있는 우리 하은이, 얼바인에서 정통 발레학원으로 유명한 퍼시픽 댄스 발레학원에 보내주겠다고 말했더니 그 순간부터 아주 난리났다 ㅋㅋㅋ



아직 정식 수업이 시작하기 전, 발레 꿈나무 하은이와 오드리의 몸치 동작들을 먼저 공개한다. 하은이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물려 받은 발레복, 발레 슈즈, 발레 타이즈를 신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그녀는 연신 턴 어라운드 중이심 ㅋㅋ



발레리나 포스가 물씬 풍기는 제나 선생님이 곧이어 들어오시고, 드디어 그녀들의 첫번째 발레 수업이 시작되었다. 하은아! 몸을 아무렇게나 쭉쭉 편다고 다 발레는 아니란다 ㅎㅎ



나는 이번에 돈을 아낄 요량으로 한국에서 하은이 사촌 언니가 입던 발레복과 발레슈즈를 얻어 왔는데, 이 수업은 1시간 동안 발레 외에 탭댄스까지 같이 가르친다기에, 할 수 없이 발레용품 샵에 가서 하은이의 탭댄스 신발과 발레용 타이즈를 하나 더 사주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중고와 신품이 공존하는 그녀의 페이버릿 발레 용품들이 대충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요즘 내가 하은이에게 부쩍 또 놀라는 것은 바로 그녀의 중국어 실력이다. 그녀의 프리스쿨에서는 1주일에 30분씩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몇 달 그렇게 배우다보니 이제 하은이는 집에 와서 중국어로 숫자도 세고 가족들 명칭이나 신체 부위 명칭 등을 나에게 가르쳐주고 중국어 동요도 곧잘 씨부렁거린다 ㅋㅋ

사실 나도 대학교때 중국어를 약간 배워서 어느 정도 알긴 하지만 하은이가 흥분하며 가르쳐 주는데 아는척 하기가 뭐해서 완전 모르는척 좀 해줬더니 요즘 하은이는 아예 이 엄마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엄마! 엄마는 영어도 못하고 중국어도 못하고... 다 내가 가르쳐 줘야 하니 내가 입이 너무 아프잖아! 엄마도 맨날 집에서 주은이만 보고 있지 말고 CD 듣고 공부라도 좀 해" 아이고~ 내가 몬 살아 ㅎㅎ



하지만 나는 그런 공부를 할 시간이 전혀 없다. 다음 주에 있을 주은이 돌잔치 준비하기도 바쁜데, 며칠 전 하은이 프리스쿨로부터 과제가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가올 발렌타인 데이를 위하여 하은이네 반 친구들 24명에게 돌릴 간식들과 카드를 만들어야 한단다... 흑흑

 


그 뿐인가... 나의 제자반 성경공부도 계속되고 있단 말이다!!!



게다가 며칠 후부터는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인데 아직 낫 놓고 기역 자로 모르는 하은이를 위하여 내가 큰맘먹고 등록해 준 한글학교까지 그녀를 라이드해야 한다.

나는 지난 1년간 주은이 돌잔치 할 때까지만 고생하면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신생아를 키우는 많은 고생들을 견뎌 왔다. 그런데... 아니다....

어째 갈수록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이토록 많아진단 말이냐! 흑흑...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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