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식 로맨틱한 호텔에서 눈을 뜨고 맛난 된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가이드 왈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바로 밴프 국립공원의 설퍼산 곤돌라 관광이라 했다.

4인용 곤돌라(일명 케이블카)를 타고 8분만에 산 정상에 훌쩍 올라 보니 그야말로 보우강과 밴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설퍼산 정상의 전망대에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고 정상 부근에 설치된 30여분 짜리 산책로를 걷기도 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다음 우리 일행은 밴프 국립공원의 보석이라 불리운다는 루이스 호수로 향했다. 가이드 선생님은 레이크 호수가 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절경 중에 하나에 포함되었다고 호들갑을 떠셨는데, 막상 그 앞에 도착해보니 정말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이크 호수는 최고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레이크 호수 바로 옆에는 Chateau Lake Louise라는 크고도 호화로운 호텔이 하나 턱~하니 자리잡고 있었는데 모든 객실이 호수의 절경을 뷰로 확보하고 있는데다 호텔도 매우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식으로 지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이유를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진 곳에 오는 줄 알았으면 츄리닝 상하의를 입는 추한 짓은 하지 않았을텐데, 나는 이번 여행 내내 일정표를 보기는 커녕 가이드의 말에 따라 먹으라면 먹고 화장실에서 내려서 볼 일 보라면 군말없이 볼 일을 보는 등 완전 수동적인 여행을 즐긴 탓에 막상 사진을 찍고 보니 뒷 배경에 비해 내 의상이 너무 구림을 알게 되었다... 쯧쯧... 



그 다음 코스는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의 '에메랄드 호수'와 '자연의 다리(natural bridge)'를 관광하는 것이었다.

여기 록키의 거의 모든 호수가 색깔이 초록이난 파랑이 아닌 에메랄드 빛이었지만 과연 에메랄드 호수의 빛깔은 가장 영롱한 에메랄드 빛을 띠고 있어서 나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빛깔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해 간 도시락을 에메랄드 호수 옆 벤치에 앉아 풀러 먹으면서 나름 낭만적인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다. 다만 자연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설치했다는 친환경 퍼세식(나는 캐나다에도 이런 화장실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당) 화장실을 보고는 잠시 기절할 뻔 했다만...^^

그리고 자연의 다리는 이름은 거창했다만 기실은 폭포라고는 부르기 좀 그런 급물살이 바위 틈을 뚫고 나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에메랄드 호수 옆에 있어서 그냥 같이 보는 것이지 혼자 독단적으로 떨어져 있다면 굳이 보러 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코스였던 것 같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더 달려 오늘 우리가 머물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의 숙소는 레블스톡(Revelstoke)이라는 곳에 있는Three Valley Gap Chateau라는 호텔이었는데, 여기는 몇 년전에 작고한 한 남자가 혼자 발전소를 만들어 자가발전을 하고 또 혼자 건물을 지어서 일구어낸 호텔인데 지금은 그 아들과 며느리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뭔가 혼자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호텔 옆에 '고스트타운'이라 하여 자신이 만든 건축물과 수집한 컬렉션들을 모아 두었는데 지금은 이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투어 코스가 되어 있었다.

또한 이 호텔 앞면에는 꽤 큰 호수가 펼쳐져 있었는데 호수에서는 제트 보트를 타 볼수도 있고 호수 앞 정원도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호텔은 좀 오래 되어 그리 최신식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은 꽤 낭만적인 하루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호텔에 여장을 푼 후, 우리는 저녁 식사 직전 짧게 고스트타운 투어에 들어갔다. 아래 사진에 나온 늙었지만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가 고스트 타운의 역사와 여러 수집품들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몇 년 전에 작고한 주인 아저씨가 직접 설계하여 만들었다는 웅대한 체육관 속의 기차 박물관과 그가 수집했다는 오래된 클래식 카 박물관, 그리고 각종 농기구들과 병을 모아 만들었다는 건물 등 고스트타운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이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 설립자의 아들이 직접 화로 석쇠 위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주시고 그 아내 되시는 분이 통감자와 샐러드는 직접 만들어 주셔서 우리 일행은 매우 특별하고도 맛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캐나다 서부 여행의 네째날이 저물었다. 오늘은 제법 여러 곳을 돌아서인지 하은이도 바로 곯아 떨어지고 나도 밤 9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졸음이 밀려왔다. 체력이 조금만 더 받쳐 주었더라면 호텔 앞 호수가와 정원을 거닐며 산책도 즐기고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도 조금 들었지만 오늘 잘 자둬야 내일 더 잘 놀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아직 해도 저물지 않았는데 우리 가족은 커텐을 꽁꽁 드리우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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