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추수감사절은 그저 교회에서 치르는 조용한 하나의 절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간에 누구나 땡스기빙데이(11월 네째주 목요일)가 매우 큰 절기임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가장 큰 이유가 '블랙 프라이데이'라 부르는 쇼핑 찬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지난 주일(11월 세째주)은 땡스기빙 기념 주일이었는데, 교회의 60세 이상 되신 어른들로 구성된 '행복한 모임'에서 처음으로 헌금송을 불렀고 교회에서는 점심으로 특별히 turkey(칠면조)요리를 준비하여 미국에서 맞는 나의 첫번째 땡스기빙 주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땡스기빙을 하루 앞 둔 수요일 점심, 디사이플 교회에서 나랑 같이 양육반을 수료하셨던 김성미 집사님이 지인들을 몇몇 초대하셔서 근사한 홈메이드 요리를 대접하여 주셨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들(아줌마들?)만의 소박한 땡스기빙 파티랄까^^ 

하지만 막상 집사님 댁에 도착해보니 간단히 점심 한 끼 하자는 집사님의 표현과는 달리 음식 준비에 상당히 많은 공력을 들이셔서 나이도 한참 어린 내가 마냥 얻어먹기는 송구함 그 자체였다. 주된 메뉴는 해산물 파스타였지만 그 이외에도 각종 샐러드와 스캘럽이 들어간 너무너무 맛있는 소스를 발라 먹는 마늘빵 요리에 향긋한 커피와 눈을 즐겁게 하는 멋진 식기류까지... 요즘 맨날 집에서 밥과 국이나 끓여대는 부엌데기 아줌마로 완전 전락한 나는 오랜만에 마주대하는 호사스러운 식탁을 보자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리고 오늘의 기념 사진~ 맨 오른쪽이 성미 집사님, 그리고 다들 우리 다락방 식구였거나 양육반 식구였던 사람들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많이 외로웠는데 요즘은 이 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참 든든하다.



내일부터 목, 금, 토, 일은 주욱~ 땡스기빙 연휴인지라 우리 하은이도 프리스쿨에서 수요일에 Thanksgiving feast가 열렸단다. 그래서 나도 오늘 아침에 오렌지 5개와 사과 5개를 하은이 가방에 얌전하게 싸 주었는데, 하은이가 프리스쿨에서 칠면조 모자와 조끼를 만들어 왔길래 입혀놓고 기념사진 한 컷 찍어 보았다. 



하은이는 닭은 알지만 칠면조는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요즘들어 맨날 "엄마. 땡스기빙에는 털키 먹는거래. 근데 털키가 뭐야?" 하고 묻길래 오늘은 내가 아예 컬러 프린터로 칠면조의 다양한 모양을 한 10컷 뽑아서 벽에 붙여 놓고 가르쳐 주었다^^

아이에게 인간사의 여러 절기를 하나하나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그것과 연결된 관습들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은근히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울 남편은 하은이에게 크리스마스를 가르치려는 나의 등쌀에 못이겨 지금 루돌프 사슴과 썰매, 그리고 싼타 할아버지 페이퍼모델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 나흘간 나의 하와이 일정이 시작된다. 그동안 이 여행을 위해서 추운데 보일러도 못켜고 얼마나 궁상을 떨었던가... ㅋㅋ 어쨌든 기대만빵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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