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이오와 전함의 관람을 마친 후, 우리는 거기서 차로 약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포츠 오 콜 빌리지'로 향했다.

그런데 차를 몰고 가던 중, 길가의 표지판 아래에 웬 작은 현수막이 붙어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 내용은 바로, 9월 14~16일 3일동안 이 곳에서 랍스터 축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윤요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아이폰 캘린더에 표시해 주는 센스!  그래, 내가 조만간 꼭 다시 와서 저 랍스터를 반드시 먹어주마 ㅋㅋㅋ 

 

곧이어 우리는 포츠 오 콜 빌리지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포츠 오 콜 빌리지는 한국의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부산의 자갈치 어시장처럼, 샌 페드로 항구 주변에 여러 가게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직접 공수해 온 신선한 해산물들을 주문형 음식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곳인것 같았다)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가 볼까 탐색하던 중, 단연코 사람이 많이 붐비는 한 가게를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이곳, 샌 페드로 피시 마켓!

 

이 식당은 밖에서 보면 이렇게 바다 쪽으로 큰 패티오를 가지고 있어서, 넓고도 탁트인 야외 식사 공간을 확보해 놓아  한 눈에 보기에도 제일 퀄리티가 있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이렇게 주문형으로 팔려 나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초벌 손질된 신선한 해산물들이었다. 마치 한국 정육점에 들어가면 보기 좋게 손질된 고기들이 종류별, 부위별로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옆의 별도 공간에서는 아직 전혀 손질되지 않은 날것의 해산물들이 요렇게 떼거지로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해산물들을 골라서 그냥 가져가기도 하고 아님 원하는 형태로 손질을 요구하기도 하나보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을 과감히 지나쳐 드디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사먹는 코너는 크게 두 곳으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포츠 오 콜의 명물인 화히타(FAJITA)를 먹으려면 요기에 줄서면 되고

 

그 밖에 크램파우더 슾이나 샌드위치, 버거, 콘 옥수수 등 다양한 다른 요리들을 먹으려면 요 앞에 줄을 서면 된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이렇게 바다 쪽으로 뻗어나와 있는 넓은 공간으로 나와 자리를 잡고 맛있게 먹어주면~ 끝!

 

우리는 오늘, 새우와 시즈닝이 많이 들어간 화히타와 크램차우더 슾을 각각 하나씩 시켜 보았다. 약간 짠 것을 제외하고는 보기보다 맛있었던 오늘의 점심 식사. 하긴 내가 약간 매콤하게 씨즈닝된 새우를 워낙 좋아하긴 하지!^^ 

사실 이곳은 스패니쉬들이 많아서 왁자지껄하기도 하고 음식이나 먹는 환경이 좀 지저분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한 번 쯤은 판에 박힌 업스케일의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벗어나, 이렇게 사람 냄새, 바다 냄새 가득한 곳에서 낭만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싸고도 신선한 음식들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정확히 2주 후, 오늘은 9월 15일이다. 2주전에 갔던 포츠 오 콜 빌리지에서 랍스터 축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다시금 부푼 꿈을 안고 샌 페드로 항구를 방문한 우리 가족.

그런데 이건 또 뭔가? 여기 분위기가 2주 전하고는 사뭇 달랐다. 경찰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는데 알고 보니 랍스터 축제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포츠 오 콜 빌리지 앞 주차장을 아예 폐쇄했단다. 차는 저 멀리 스트리트 파킹을 하고 걸어서 포츠 오 콜 빌리지까지 와야 한다나? 아니, 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땡볕에 이렇게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어떻게 한담...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우리는 저 멀리에 간신히 주차를 하고 아이 둘을 각각 한 손에 잡은 채, 약 20여분간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포츠 오 콜 빌리지에 도착했다. 걸으면서 오다 보니 그래도 지난번에 차를 타고는 그냥 슝~ 지나쳤던 여러 가지 건물들과 기념비들을 볼 수 있어 좋긴 하네^^

 

그리고 나름 기차 레일 위를 달리는 녀석과, 역시 비슷하게 생겼지만 버스처럼 보통 길을 달리는 요 자주색 이쁜이들을 마주치는 것도 소소한 재미! 나중엔 우리도 꼭 한 번 타봐야겠다^^ 

 

하지만 걷고 걷다가 지쳐버린 우리 가족은 랍스터 축제가 열리는 안쪽까지 도저히 들어가지 못하고 포츠 오 콜 빌리지 초입에서 그냥 랍스터나 한 마리 먹고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포츠 오 콜 빌리지에서 선택한 레스토랑은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한국식 정자형 건축물 아래 반가운 우리 말 간판이 쓰여 있는 바로 이 곳 되시겠다! 

 

이 간판 앞 입구로 들어서니 그나마 좀 근사해 보이는 팬 퍼시픽 시푸드 레스토랑이 보인다. 그래! 오늘은 이 윤요사님이 너를 간택해 주마! 정작 랍스터 축제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랍스터만 한 마리 먹고 가게 생겼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랍스터와 던저네스 크랩 사진 ㅋㅋ

 

요건 오늘 우리가 시킨 랍스터 한 마리와 화히타. 헤헤~

 

2주전에 왔던 곳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꽤나 식당이 넓다. 그리고 오늘 아들 내외와 손녀들을 위해 기꺼이 랍스터를 쏴주신 우리 시엄니의 옆모습 샷도 하나 찍어 드릴겸 요 사진 올린다^^(엄니! 감솨함니다 ㅋㅋ)

 

그리고 오늘 나에게 기꺼이 온몸을 바치고 장렬히 전사한 메인(Maine)주 태생의 랍스터 모습. 랍스터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ㅋㅋ

 

솔직히 말해 오늘은 주차창만 폐쇄되지 않았더라면, 아니 날씨가 이렇게 불볕더위만 아니었더라면, 좀 더 걸어가서 랍스터 축제에 참가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하루였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과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만도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위에, 그리고 오랜동안 걷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래도 이쯤에서 돌아선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랍스터를 먹고 차를 댄 곳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던 중, 화려한 반짝이 노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요 글래머 미녀를 보면서 다시금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왜 하필 큰 맘먹고 외출한 바로 오늘, 주차장이 폐쇄되고 폭염이 이어지느냐고 불평하기 전에, 이렇게라도 즐길 수 있는 건강와 여유 주심을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내가 되었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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