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 전, 미국에서 소셜 공동 구매로 유명한 그루폰(Groupons) 앱을 통하여 발보아 아일랜드에서 90분 동안 보트를 탈 수 있는 티켓 4장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한 적이 있었다. 그리곤 맨날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다가 오늘에야 드디어 이 티켓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며칠 전 역시 인터넷으로 8월 25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보트를 타기로 예약한 후, 그럼 오늘 점심은 간만에 어디서 근사하게 먹어볼까...  고민하던 중, 친한 동생의 소개로 뉴포트 비치의 유명한 레스토랑 Cannery를 소개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처음 딱! 도착해서 건물 외관을 보고는 기절 초풍 할 뻔 했다. 아니, 어디서 이런 구린 가건물 따위가 있나...(아마도 레스토랑 이름이 '통조림 공장'이라는 뜻이라서 그런걸까?^^)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니 명성에 걸맞게, 꽤나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는 우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전채요리인 깔라마리와

 

지인으로부터 강력하게 추천받은 음식인 크램 차우더 스프를 주문했다. 대개 미국 레스토랑은 아무리 유명해도 한국인의 입맛에는 다소 짜게 느껴지는게 일반적인데, 여기 스프는 짜지 않고 담백한 것이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레스토랑의 대표작이라는 Cannery Seafood Salad와(무슨 샐러드가 20달러나 하냐...)

 

랍스터가 들어간 메인 디쉬도 하나 시켰다. 역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답게 모든 음식들이 깔끔하고 맛이 좋았다.

 

식사에 열중하는 시엄니와 하은이 모습^^

서비스도 아주 훌륭하고 맛도 좋아서 이 곳은 앞으로 상당히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듯 싶다. 점심 식사임에도 불구하고 팁 포함 100달러 이상이 나왔지만, 그래도 아마 모처럼 인간답게(맨날 주은이 하은이 데리고 인앤아웃이나 타코 집 전전하다가^^)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는 자부심 때문이랄까? ㅋㅋ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보트 탈 곳. 바로 그 유명한 "발보아 펀 존" 되시겠다.

 

여기 오렌지 카운티 살면서 이 관람차(Ferris wheel) 모르면 시체일 것이다. 그만큼 역사가 깊고 얼라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뜻. 비록 얼바인 스펙트럼 센터에 있는 명물인 자인언트 휠에 비하면 매우 작고 초라하지만, 이 휠이 발보아 펀 존의 상징임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나도 지금껏 얼바인에 2년 8개월 동안 살면서 여기 이야기를 많이 들어 봤는데, 그동안 얼라들 키우느라 바빠서 오늘 여기엔 처음 와보았다(고로 나는 앞으로 더 많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야 한다는 뜻 ㅋㅋ). 

 

그리고 관람차 바로 옆에 위치한 요 시설(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인기 만점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밖에도 펀존에서 가장 큰 게임 룸(내가 보기엔 딱 우리 나라 싸구려 유원지에서 자주 볼 법한 구린 오락실 수준이랄까?^^)과

 

즉석으로 익살스럽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들까지 발보아 펀존의 모습은 시크하고 세련되기 보다는 웬지 조금은 촌스럽고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동네였다. 

 

요건 발보아 파빌리온 건물이구,

 

펀존 부근의 거리 모습도 참 고풍스럽다.

 

이렇게 대충 발보아 펀존 부근을 둘러본 우리는, 요렇게 생긴 선착장에서

 

요렇게 생긴 보트를 타고

 

곧 출발했다. 저 멀리 관람차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 우리 두 자매도 보트에 탔네요. 호화로운 디즈니 크루즈와는 사뭇 다른 재미가 있는걸요? ㅋㅋ  

 

배가 출발하면 운전하는 아저씨가 유창한 영어로 쏼라쏼라 해대며 나레이션을 읊어 주신다. 뭐라고 말하는지 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거의 대부분의 말들은 저기 보이는 호화로운 저택은 어떤 유명인사의 것이고 그 가격은 얼마입니다... 라는 내용인듯 하다.

신디 로퍼, 패리스 힐튼, 니콜라스 케이지, 베버리 힐즈 호텔 사장 등 온갖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언급되고 곧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그럼 잠시 우리 모두 개인 선착장과 배를 가지고 있는 그들의 호화로운 집과 정원을 구경해 볼까나?

 

또 바다 위에서 요트와 카누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여유로운 인생들과, 나처럼 배 타고 구경나온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사진에 담아 봤다.

 

보트 안에서는 이제 19개월된 우리 둘째 주은이가 열심히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야. 이년아! 자꾸 창문 밖으로 팔 내밀면 위험하단 말이얏! ㅋㅋ

 

그리고 보트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돌아 오면서 만난 선착장 부근의 예쁜 집들도 같이 소개한다.

그것이 비록 아까 봤던 유명 인사들의 집처럼 으리으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관광객들을 위하여 집 밖까지 신경써 준 요 센스쟁이들을 위한 당연한 배려가 아닐까?^^  

 

그리고 이 예쁜 집들 역시 저마다 이렇게 Private Pier를 소유하고 있었다. 진짜 부자들은 이렇게 집 앞에 자기만의 pier를 소유하고 또 그걸 통해 자기 소유의 배를 몰고 돌아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니, 역시 부자들의 세계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으이구... 가난하고 촌스런 윤요사^^)

 

한국에 살 때, 나는 서초동 부근에서만 27년을 살아 왔다. 따라서 내가 접한 대부분의 대중 문화는 강남역 인근과 압구정 로데오 거리 등을 통하여 경험한 것이고, 또 나름 고급 문화라 생각했던 것들은 가까운 서래마을과 신사동 가로수길을 통해서 체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33살까지, 나는 그런 문화들에 익숙했고 또 그런 문화들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미국, 그중에서도 여기 얼바인에 와서 몇 년을 살아보니, 보다 다양한 레저와 문화에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아 참 좋다. 나는 요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대중문화를 생각없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고생스러워도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아가 나만의 문화 "체험"을 축적시켜 나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곤 한다.

이제 8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2012년도 겨우 넉 달 남았다. 하루 하루, 아이들을 키우고 또 남편과 시엄니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바쁜 삶 속에서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 이라는 사실이다. 너는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 하려고 미국에 온 것이 아니라, 너의 인생 중반에 새로운 경험을 쌓고 더 나아가 너의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곳에 온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꾸나... (꿈보단 해몽이로고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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