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샌 페드로(San Pedro) 항구는 "나의 여행지 위시 리스트"에서 아예 빠져 있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부끄럽게도 샌 페드로 항구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꼴랑 LA 인근에 위치한 대표적 물류 항구이고 히스패닉이 열라 많이 거주한다는 사실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 70년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퇴역한 아이오와 전함(Battleship Iowa)이 지난 7월부터 해상박물관으로 변신하여 샌 페드로 항에 영구정박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리 남편이 아이오와 전함을 보러가자고 자꾸 졸라대면서 샌 페드로 항에 대한 나의 관심은 급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맨날 아울렛 같은 데만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전함을 한 번 구경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꺼야... 라는 마음으로, 오늘 우리는 집에서 약 45분 거리에 있는 샌 페드로 항으로 차를 몰았다.   

 

요건 얼바인에서 샌 페드로 항구로 가려면 꼭 건너야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3번째로 길다는 "빈센트 토마스 대교"의 모습. 사진으로 보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실제 건너보면 무지 길게 느껴진다^^

 

이 다리를 건너, 우리는 드디어 아이오와 전함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록 퇴역한 전함이지만 방문객을 위하여 곳곳을 삼색 리본으로 예쁘게 단장하는 센스까지!

 

입장료는 어른 18달러, 60세 이상 노인 15달러(울 시엄니 ㅋㅋ), 그리고 아이들은 무료이다.

 

먼저 여유롭게 갑판 한 번 빙~ 둘러봐 주시고...

 

갑판의 명물인 이것이 바로 16인치 대구경 주포란다. 사람들이 멋있다고 막 사진 찍고 그래서 나도 한 번 찍어 봤는데, 뭐 그닥 멋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핸드백이나 구두가 멋있는지는 내가 잘 알 수 있는뎅...ㅋㅋ)

 

이제 내부로 한 번 들어가 볼까? 이건 회의실인것 같은데 집으로 비유하자면 거실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퇴역 장병 아저씨가 뭐라고 쏼라쏼라 하면서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못알아 듣겠다 T.T)

 

그래도 한 쪽 코너에 아이오와 전함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작은 문구와 함께 전함의 일생을 소개하는 사진 몇 장과 기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이 이 전함의 최고 명소인 루즈벨트 대통령이 묶었다는 "루즈벨트의 방(FDR's Cabin)"이다.

 

이건 대통령이 썼던 침대란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공간이 생명인 전함에서는 이렇게 검소한 침대를 쓸 수 밖에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건 대통령 전용 화장실과 욕조 되시겠다.

비록 요즘 중산층이 쓰는 화장실보다도 못하지만 이런 것까지 그대로 보존하여 두니 훗날에는 참으로 훌륭한 관광상품으로 변모하여 주신다.

 

여긴 통신실(아님 조종실? 영어가 워낙 딸려서리 ㅋㅋ). 수 많은 전선들이 이리 저리 꼬여 있어서 괜시리 합선과 누전의 위험이 느껴졌다 ㅋㅋ

 

이건 비상 대피실. 저 철문 두께를 좀 보라. 어떤 총탄도 뚫을 수 없도록 왕따시 두껍게 만들어졌다^^ 가이드 아저씨도 이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심...

 

요건 뭐 하푼 크루즈 미사일이라나?  전함 곳곳에는 이렇게 무기에 대한 설명들이 여러 군데 붙어 있었지만, 전함과 무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전직 행정학도이자 현직 아낙네의 눈에는 아무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T.T   

 

여긴 수병들이 가장 자주 들락거렸을 식당 모습.

그래... 전투도 뭐 배가 불러야 하지... 어쨌든 70년 동안 사용된 카페테리아 치고는 제법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아이오와 전함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덧붙이자면, 아이오와 전함은 지금까지 퇴역한 미국 전함 중 가장 큰 전함이며 한국전에도 참전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린 바 있다고 한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컸으면 이런 역사적 의미나 조선공학적 설명 혹은 최소한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라도 설명해 줄 수 있었을텐데, 이제 5살과 19개월된 딸 아이 둘을 데리고 우리 부부가 도대체 뭔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자동차 엔지니어인 우리 남편은 간만에 자기 관심 분야를 둘러 봤다며 혼자 흐뭇해 하고 있으니... 쯧쯧.

끝으로 아이오와 전함에서 찍은 장난스런 사진 한 장 올려본다. 마치 대포 소리를 들은 양 놀란 표정을 지으라는 사진사의 말에 다들 어색한 표정인데, 늘상 무뚝뚝한 울 남편만 저렇게 순수하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ㅋㅋ

 

오늘은 부모님을 위한 효도 관광이 아니라, 업무에 찌든 울 남편을 위한 "배려 관광"이었다고나 할까? ㅋㅋ

어쨌든 아이오와 전함 관람을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맛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하여 샌 페드로 항의 또 다른 명물인 포츠 오 콜 빌리지(Ports O'call Village)로 향했다.  

그럼 포츠 오 콜 빌리지와 랍스터 축제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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